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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갑작스러운 만남은 놀라움과 반가움을 혼재시켰다.

    정말로 예상치 못한 우연한 만남은 루크와 서드, 둘 모두를 당황시켰다.

     

    “너는 왜 그 안에서 나온 것이냐?”

    “그러는 스승님이야말로, 어째서 유리창 앞에 그렇게 매달려 계신 거지요?”

     

    루크는 그제서야 꼴사나운 자세를 황급히 되돌리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흠. 뭐어, 인형점 앞에 서 있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 인형을 좀 사러 온 게지.”

    “……인형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나가다가 보니까, 이 곳에 내가 찾던 인형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과연, 그렇군요.”

     

    서드는 루크의 부탁으로 ‘메를린 인형점’이 옮긴 위치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는 또 루크대로 나름의 정보를 토대로 메를린을 추적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보니 우연히, 메를린 인형점을 동시에 찾았다는 모양이다.

     

    서드는 자신을 믿고 기다리지 않은 스승에게 실망하며, 또 한편으로는 루크의 정보력에 감탄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은 남는다.

    “그런데 왜 굳이 그런 자세로…….”

    루크는 그 즉시 서드의 말을 끊어내며 물었다.

    “너는 어째서 이 인형점에서 나오는 것이냐?”

     

    루크의 갑작스런 질문에, 서드는 하려던 말을 집어삼키고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저는 스승님의 제안으로 메를린 인형점을 찾고 있었지요. 스승님, 스승님의 말씀대로, 여기가 메를린 인형점입니다만.”

    “그, 그래? 흐음, 그랬구나.”

     

    서드의 말에 루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했다만.”

     

    사실 루크도 그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는 했다.

    첫번째 단서는, 수많은 인형 매니아들의 정보망에 없는 것을 보아 최근 새로 만들어진 인형점이라는 것.

    두번째 단서는,  웬만한 수완으로는 구할 수 없는 메루루의 한정판 인형 같은 물건이 놓여져 있는 것.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단서는, 가게가 조그만 창고 같은 상태임에도 인형들의 퀄리티가 하나같이 높은 상태라는 것.

     

    그 정보들을 모두 고려해 본다면, 아무래도 단순히 처음으로 시작하는 인형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곳이 정말로 그 ‘메를린 인형점’이라니?

    그것은 사실 그저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으리라.

     

    가능성이 있었다고해도 확신하지는 못했던 루크에겐 굉장한 우연이기는 했지만, 굳이 여기서 몰랐다는 티를 내기에도 뭐한 상황이라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그래, 그런 이유로 네가 여기에서 나온 것이로구나.”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메를린 인형점이라면, 서드가 그 안에서 나온 것이 또 아주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단지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을 뿐.

    이야기가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자, 루크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런데 대체 아까전에는 왜 그렇게 계속 전화를 건 게냐? 분명히 내가 끊었지 않느냐? 이렇게보니, 그대에게 그렇게 급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데.”

     

    루크는 불만스럽게 물었다.

    아까는 안에서 들려오는 상황과 대화를 엿들으려고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로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서드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 그게 스승님께서 끊은 것이었습니까? 저는 건물에 걸린 마법 때문에 전화가 자꾸 끊기는 줄 알고, 계속 걸어본 건데요.”

     

    최신식 휴대폰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서드가, 상대방이 전화를 거부하며 끊었을 때 나오는 신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차이를 모르는 서드의 입장에서는 그게 건물 내부에 걸린 은폐 마법들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계속 전화를 걸었고, 여전히 전화가 걸리지 않자 결국 밖에서 다시 걸어보려고 나왔다가 루크를 만나게 되었던 것.

     

    “하아. 그런 거였군.”

     

    아무래도, 이건 그냥 오해였던 모양이다.

     

    “아, 여기서 이러고 계시지 말고,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 하시죠. 메를린도 스승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그래, 그러지.”

     

    ——–

     

    메를린.

    그렇게 만나게 된 그녀는 중단발의 잿빛 머리칼과 청갈색 눈동자를 가진, 비록 이미 늙어 그간 지나온 세월이 얼굴에 흔적을 아로새기는 바람에 여성으로서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을 지 모르나, 그것이 또 인상적인 카리스마를 내는 멋진 여성이었다.

     

    “만나서 반갑군, 메를린. 나는 루크 이루시라고 한다네.”

     

    루크는 그렇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만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갑작스러운 만남이라 뭔가 준비한 것은 전혀 없었다만, 아무렴 어떤가.

    루크는 때마침 이뤄진 이 우연한 만남에 그저 감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으로 인형에 대한 걱정은 만사 해결이 아닌가?

    당장에 필요한 메루루의 한정판 인형이든, 나중에 필요한 다수의 고품질 수제 인형이든 말이다.

    “……바, 반갑구나.”

     

    그러나 루크의 인사에도 메를린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간신히 루크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그것은 단지 루크라는 인물이 자신이 생각하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말도 안돼, 이 존재감은 대체…….’

     

    루크의 내부에 깃든 거대한 존재감이,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기류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마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압도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어떻게 저 작은 아이 같은 몸에?’

     

    부드러운 손의 감촉으로도 숨길 수 없는 단단함.

    온화하고 귀여운 미소로도 감출 수 없는 강렬함.

    미성숙한 육신으로도 은닉할 수 없는 성숙한 존재감.

     

    그 모든 느낌은 마치, ‘그’를 마주했을 때 느껴지던 것과 같았다.

    그 이야기는 설마…….

     

    메를린의 표정이 무너지는 것을 본 서드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는다.

     

    “왜 그러지요, 메를린?”

     

    제 스승이 분명 겉으로는 굉장히 어려보이기 때문에 모두를 당혹시키고는 하나, 메를린이 저토록 당황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분명 이미 루크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해 두었을 뿐만 아니라, 메를린은 수준급의 인형사이기도 하다.

     

    인형사인 그녀는 어떤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표정에서 감정을 지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이번에는 전혀 표정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루크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루크는 메를린의 흔들리는 청갈색 눈동자를 마주보고 웃으며 말을 건넨다.

     

    “메를린, 그대는 ‘영혼시’를 갖고 있지?”

    “어, 어떻게 그걸……!”

     

    루크의 허를 찌르는 단어에 메를린은 크게 당황하며 숨을 들이켰다.

    자신에게 ‘영혼시’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었으니까.

     

    ——

     

    영혼시, 그것은 타인의 영혼을 직접 볼 수 있는 강력한 마안중에 하나.

    그 희소성과 가치는 마력시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 이유는 어째서일까?

     

    그것은 바로 영혼의 본질과도 관련이 있었다.

     

    영혼이란 즉, 삶의 흔적이다.

    생물의 삶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침전물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생물이라면 언젠가, 결국은 삶이 더 이상 쌓이거나 변화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죽음.

    모든 생물체에게 주어진 종착지이다.

     

    그렇게 생물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이제 ‘흔적’이 된다.

     

    죽은 삶은 결국 자신이 지나온 길을, 세계에 흔적을 남긴다.

    마차가 지나가면 바퀴자국을 남기듯, 빗방울이 떨어지면 땅을 적시듯.

    생물의 삶도 세계에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형상의 정체.

     

    ‘하지만 그 영혼의 본질을 직접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

     

    영혼시를 지닌 사람은, 그 생물이 남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아주 강력한 독심술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오히려 영혼시를 지닌 사람의 감성은 마법사와 유사하다.

     

    영혼을 볼 수 있는 자에게 생명이란, 자아를 지니지 않은 단순한 정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치 모든 생물들이 인형실에 의해 조종되는 줄인형으로 보이고, 모든 사회는 마치 대본이 정해진 거대한 인형극처럼 보일 것이다.

     

    모든 것이 눈속임이니, 또한 모든 삶이 무가치하다.

     

    “그래서, 그토록 인형에 집착한 것이겠지.”

     

    루크는 메를린이 만들어낸 인형들을 바라보며 툭 내뱉듯이 말했다.

    마치 영혼시를 지닌 유니콘이 영혼의 ‘처녀성’외에는 어떤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메를린 역시, 인간의 영혼만으로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는 불쌍한 존재인 것이다.

     

    사랑을 비롯한 감정조차, 영혼으로 비롯된 프로세스에 지나지 않으니.

     

    “혹시, 그대는 서드도 그래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서드의 영혼은 조각나있었기 때문에, 메를린의 시점으로 본다면 줄이 끊어진 인형이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줄’이 없다는 것은, 그것을 조작하는 인물의 존재가 없다는 것.

    그것은 마치 스스로 행동하는 인형과도 같았으리라.

     

    “…….”

     

    메를린은 단지 한번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읽어낸 루크에게 경악했다.

     

    “그, 그런……. 거였습니까, 메를린?”

     

    루크의 이야기를 들은 서드가 메를린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과연, 그녀가 다른 아이들의 과거를 묻지 않은 것은 이미 모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나?

    그녀가 자신이 기른 아이들을 ‘인형’이라 칭하며 자신을 인형사라 칭한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건가?

    또 그녀가 자신에게만 유독 엄격하고도 다정한, 마치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보였던 이유 또한 바로 그런 것이었던 것인가?

     

    “그렇지, 메를린?”

     

    “…….”

     

    메를린은 아무말 없이 루크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루크 이루시’라는 존재는 서드의 말처럼 위험하고도 날카로운 것이었다.

    그처럼 잘 벼려진 검이라기 보다는, 날카로운 이빨과도 같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메를린에게 그런 사정이….

    Ps. 배경색이 흰색이 아닌 분들은 알아차리셨을 것 같지만, 다크모드를 쓰시거나 배경색을 검정으로 바꾸시면 여러분도 영혼시로 본 루크의 모습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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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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