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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악수를 청하는 사람의 머리가 터지는 모습은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폭발한 머리는 귀를 멀게 만들 것 같은 거대한 굉음과 함께 터져나갔고, 머리를 이루고 있는 파편들은 크레모아의 쇠구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남자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폭발력에 힘을 입어 날아가는 머리를 이루는 조각들은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갈랐고, 그것에 얻어맞는다면 고기에 얻어맞아도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낄 것이요, 뼛조각이나 치아같이 단단한 것이라도 있다면 총알에 맞은 것처럼 몸에 박히거나 꿰뚫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위험.

       그렇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스아악.

         

       그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자, 그의 품 안에서 수십 개의 종이 인형이 나왔다.

         

       음양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기본적인 방어 주물이었다.

         

       최소한의 방비이기도 했고.

        

       퍼퍼퍽!

         

       그 덕분에 남자는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종이 인형은 모양을 바꾸고, 동물처럼 변하고, 몸집을 부풀리고, 두께를 키워서 스스로 방패가 되어 고기의 탄환을 막아내었다. 그리고 고기와 함께 날아오는 핏물 역시 자기 몸으로 받아주면서 남자에게 그 어떤 피해도 오지 않게 막아주었다.

         

       ‘어.’

         

       하지만 그렇게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음에도, 남자는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멍하니 목 윗부분이 사라져버린 차기 신관의 몸을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게 대체?’

         

       당연한 반응이었다.

         

       친근한 말투로 환대하면서 악수를 청하는 사람의 머리가 대뜸 폭발해버렸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게다가 남자는 실전이라고는 귀신과 한 것이 전부인, 사람과 전투는 해본 적도 없는 음양청의 말단 음양사.

         

       이러한 일에 얼이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그리고.

       이러한 반응이 남자의 최대 단점이었고.

         

       퍼어어엉-!

         

       박진성이 노린 노림수였다.

         

       진성은 상상도 못 한 상황에 당황하는 남자에게 두 번째 공격을 가했다.

       악수를 위해 뻗었던 손을 슬쩍 움직여 손등을 남자 쪽으로 향하게 만들고, 부채꼴로 파편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손을 그대로 터뜨려버렸다.

         

       머리에 비해서 작았기에 폭발음은 아까보다 작았으나, 폭발력과 허공을 가르는 파편들의 속도는 아까 못지않았다.

         

       퍼퍼퍼퍽!

         

       그렇게 날아간 파편은 그대로 식신에 틀어박혔다.

       식신들은 자기 몸이 상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것을 계속해서 막아내었고, 새하얗던 종이가 새빨갛고 검은 무언가로 뒤덮여버릴 때까지 남자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이런.”

         

       남자는 그 지경이 되어서야 자신의 상황을 깨달았다.

         

       지금 자신은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있으며, 자신이 아주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머리가 폭발했을 때 깨달았으면 좋았으련만.

       진성의 손이 터져나가고, 식신이 오염이 되어버리고 나서야 깨달아버린 것이다.

         

       늦은 깨달음이었다.

         

       ‘도망쳐야 해!’

         

       남자의 머릿속에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도망쳐야 한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이 장소에서 어서 벗어나야만 한다.

       어서 벗어나서 도움을 요청해야만 한다.

         

       ‘도움? 그래, 도움.’

         

       남자는 등을 돌려서 미친 듯이 뛰었다.

         

       다시 폭발이 날아올지도 몰랐지만, 그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식신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폭발이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공황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쟁터에 처음 서는 신병은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서 멀뚱히 서 있다가 죽음을 맞이하곤 한다.

       남자의 머리 역시 그에 못지않은 상태였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고, 오직 맹목적으로 한 생각만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떠오르는 것도 머릿속에 감돌기만 할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성과 본능에서 본능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몸을 제멋대로 움직이는 상황.

         

       남자의 상황이 딱 그것과 같았다.

         

       남자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식신을 꺼내야 한다, 훈련받은 대로 해야 한다, 매뉴얼대로 해야 한다 등의 생각이 머릿속에 쉼 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졌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도, 옮길 수도 없었다.

         

       그의 몸은 등을 돌려서 미친 듯이 출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출구가 어디인지, 별장의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별장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그저 남자는 달리고 또 달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이 별장을 탈출하기 위해서 말이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그래도 어느 정도 달리면 이 패닉은 좀 진정되었으리라.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남자도 어느 정도 훈련받았으니까.

         

       일반적인 범죄자도 아니고, 주술을 익히고 있는 범죄자들이나 귀신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음양청 소속의 공무원이다. 당연히 귀신에게 홀리지 않기 위해 정신을 단련하고, 사악한 주술에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훈련을 거쳤다.

         

       그러니 남자의 패닉은 복도를 달리는 중에 풀려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패닉이 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다다다다닥!

         

       남자의 뒤를 쫓아오는 차기 신관이었다.

         

       머리와 손 하나가 없어진 진성은 좀비라도 되는 듯 남자를 따라 질주했고, 남자는 쫓기는 사냥감의 심정을 체감하며 미친 듯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듯이 다리를 움직였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달리고 또 달렸다.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서는 안 됐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려진다면 자신을 쫓아오는 진성에게 어떤 꼴을 당할지도 몰랐으니까.

         

       아까처럼 몸의 일부가 폭발해서 그를 덮칠 수도 있었고, 그것도 아니면 더 끔찍한 짓을 당할지도 몰랐다.

         

       그게 무슨 짓이냐고?

         

       모른다.

         

       알 수도 없고, 떠올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무서운 것이었다.

         

       무지는 곧 공포가 되는 법이었으니까.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문이다!’

         

       그렇게 남자는 미친 듯이 질주해서 문을 찾았다.

         

       자신이 들어왔던 것과 똑같은 문.

       본능에 따라 몸을 맡겼지만, 아주 운이 좋게도 출구를 바로 발견했다.

         

       별장을 헤매다가 체력이 다 떨어질 수도 있었건만, 몸이 기억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행운 덕분인지 남자는 출구를 찾아버리고 만 것이다.

         

       남자는 출구가 눈에 보이자 더더욱 힘을 내서 달렸다.

       출구를 열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남자는 몸을 던지듯 문에 접근했고, 부수기라도 할 것처럼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철컥.

       철컥철컥.

         

       하지만 남자가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아당긴 순간.

         

       아주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거리는 금속음.

         

       ‘문이.’

         

       문이 열릴 때 나는 것이 아니라, 잠겨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문이 안 열리는데.’

         

       그렇다.

         

       문은 잠겨있었다.

         

       뒤를 쫓아오는 목 없는 시체가 언제 덮칠지 모르는, 이 급박한 상황에서.

         

       문이 잠겨있었다.

         

       “이.”

         

       다다다닥!

         

       “런 젠….”

         

       남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돌렸다.

         

       문이 잠겼으니 다른 출구를 찾아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남자의 판단은 느렸다.

         

       진성이 공격하기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장.”

         

       남자가 잠시 멈칫했던 그 짧은 시간, 진성은 이미 남자의 지척까지 도달해 있었다.

       진성은 머리와 손이 사라진 몸을 활짝 펼치며 남자를 덮치듯 뛰었고, 남자가 어디론가 피할 수 없도록 몸을 이루고 있는 벌레를 모조리 풀어서 거대한 면으로 만들었다.

         

       면은 그물이 되었고, 그물은 괴물의 아가리가 되었다.

         

       “끄으윽….”

         

       남자는 진성이 만들어낸 벌레의 포위망에 그대로 사로잡혀 버렸고, 벌레떼로 만들어진 괴물의 아가리 곳곳에 있는 독침과 화학물질에 절여져 버렸다.

         

       “끅!”

         

       벌레의 시끄러운 날갯짓 소리.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시선을 가리는 수없이 많은 벌레.

       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벌레가 만드는 소름 끼치는 감각.

         

       남자는 벌레로 만들어진 포위망 속에서 허우적대었다.

       벌레가 뭉쳐서 파도가 되어 그를 밀어내면 그대로 휩쓸렸고, 벌레가 움직여 망치처럼 그를 후려치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 바닥을 뒹굴었다. 날벌레들이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뭉쳐지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조형되어 그를 찔러도 속절없이 받아들이며 피를 줄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피를 탐하듯 벌레들이 들러붙어도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했고, 곳곳에서 벌레들이 교란하는 감각에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도 없었다.

         

       평형감각을 교란하려는 듯 엄청난 소음을 내었고, 일부러 멀미라도 만들려는 듯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며 그의 눈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다른 오감을 마비시키려는 듯 독한 화학물질 냄새를 풍기며 코를 마비시켰고, 입을 열려고 하면 안에 쑤셔박히려 시도하며 그가 입을 제대로 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지 못하면 주언을 외우지 못한다.

         

       ‘이러다가, 이러다가 큰일이 난다.’

         

       남자는 위기감을 느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수인이라도 맺어서 주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벌레는 그런 남자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 수인을 맺지 못하도록 손과 손목, 그리고 힘줄을 집요하리만치 공격해댔다. 덕분에 어지러운 감각 속에서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고 수인을 맺으려고 해도 주술은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식신, 식신은?’

         

       그나마 식신이라도 있었다면 좋으련만.

       아까 그를 지켜주었던 식신은 술자의 위기에도 달려오지 않은 채 그대로 방관하고만 있었다.

         

       ‘그래…. 하얀 종이가…. 오염되었었지.’

         

       그가 사용했던 식신은 오염되었다.

       오염되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사용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식신은 그를 지키기 위해 피인지 뭔지 모를 역겨운 액체를 흠뻑 뒤집어썼고, 그 대가로 이제 더 이상 주인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망했군.’

         

       남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주언을 외울 수도 없다.

       수인을 맺지도 못한다.

       미리 만들어놓은 주물은 무력화되었다.

         

       ‘선배, 선배가…. 선배는 내가 이곳에 있는 걸 안다.’

         

       그저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구조를 기대하는 것뿐이었다.

         

       남자는 선배가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몸 이곳저곳에 꽂히는 바늘과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약물에 저항하지 않은 채.

         

       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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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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