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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도박장을 이야기하는 엔리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본인과 수련을 할 때에는 가자미 눈을 하고 있었고, 한창 전투를 치를 때에는 즐겁다는 듯 눈웃음을 짓고 있더니, 지금은 산책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구나.

       

       생각해보면 강아지와 엔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긴 하구나.

       

       목줄을 채워야한다는 것.

       

       가만 내버려 두면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그래서 도박을 하러 가고 싶다고?”

       “…그럼 안 될까요?”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낸 나는 가면을 살짝 들어선 그를 입에 물었다.

       

       이 녀석은 학습 능력이란 게 없는 것인가?

       

       아무리 다른 게임이라지만 거기서 남의 돈까지 빌려가며 그를 일순에 다 까먹고 놓고는 또 다시 그를 하고 싶다고?

       

       그러고 보면 확실히 엔리가 학습이 더디긴 하구나.

       

       남들이 세 가지를 배울 때에 한 가지를 익히는 녀석이니 말이다.

       

       어떻게 익혀놓으면 잘 써먹긴 하는 듯 하다만서도.

       

       하아. 그래. 엔리. 이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다.

       

       내 그대에게 빠르게 벌을 내려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어야 했거늘. 철저히 준비를 한다고 뒤로 미루어 둔 죄가 커.

       

       내가 대놓고 한숨을 내쉬자 엔리가 슬쩍슬쩍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러면서도 농담이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정말로 도박장에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돈을 가지고 나와 함께 놀아보자 이야기하지 않았더냐?”

       “저어. 화령 씨도 그러셨잖아요. 이거 푼돈이라고! 그러니까 돈을 불려서 더 좋은 데로 다면 되지 않을까해서.”

       “불릴 수는 있고?”

       “물론이에요! 이번에야 말로 제 실력을 보여드릴게요! 비록 저번엔 억까를 당했지만 억까 당하지 않는 저는 전혀 다른 사람이란 걸 알려드리죠!”

       

       엔리는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피며 그리 이야기를 했으나 조금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이전에도 저 우쭐거림을 보았고 그 결말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눈에 새겼기 때문이리라.

       

       가면을 쓰고 있는 게 안타깝구나. 그게 아니었더라면 눈으로 욕을 했을 터인데.

       

       “도박장은 무얼 하는 곳이냐?”

       

       도박에 중독되어버린 이 아이를 어찌 다그쳐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려니 바루가 나지막히 목소리를 냈다.

       

       “모르느냐?”

       “모르지. 본인은 산에 틀어박혀 살았음을 잊었느냐.”

       

       아아. 그랬었지. 본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루는 산에서 빠져나온 일이 없으니까.

       

       그 후로도 여기저기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긴 했다만 제대로 된 유희를 즐겼냐 묻는다면 애매하니 바루는 이런 것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여우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눈에서 묻어나는 흥미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바뀌었다.

       

       그래. 어차피 오늘 할 일은 끝마쳤으니 조금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좋다. 엔리. 도박장에 가자꾸나.”

       “차별 아니에요?! 제가 말 할 때는 듣는 체도 안하시더니! 바루님이 한 마디 하시니까 바로 태도를 바꾸시는 게 말이 돼요?!”

       “평소 행실을 생각해보거라. 행실을.”

       

       엔리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쳤지만 난 조금도 미동하지 않았다.

       

       호기심에 한 번 들려보고 싶다는 아이의 부탁과 그 곳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중독자의 부탁에 대한 대답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 아니더냐?

       

       그리 대답을 해주었더니 엔리는 차마 반박을 꺼내지 못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양심에 찔렸던 거겠지.

       

       시청자들이 알려주는 대로 도박장에 도착한 나는 으리으리한 건물을 보고 발을 멈췄다.

       

       무어냐? 왜 도박장 건물이 이렇게 큰 것이냐?

       

       외견이 화려한 것도 그렇고 몇 층이나 되는 것도 그렇고 종업원을 담당하는 이들이 제대로 된 복장을 입은 것도 그렇고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만.

       

       “정말 여기가 맞느냐?”

       

       다른 건물을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니고?

       

       내가 기억하는 도박장은 이런 곳이 아니었다.

       

       과거 무림에서도 도박이라는 것은 양지보다는 음지에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그러니만큼 시설은 열악하고 그 곳에 드나드는 이들도, 거기에서 일을 하는 이들도 수상한 사람들밖에 없었지.

       

       허나 이 곳은 그렇지 않다. 명성과 돈을 지닌 이들이 드나들 듯 것처럼 고풍스러운 건물은 도저히 도박장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 맞음.

       – 내가 저 건물 기둥 하나는 세웠을 거야.

       – 나는 지붕은 만들었을 듯.

       – 화룡무인하는 애들 다 그 소리 하더라 ㅋㅋ

       

       – 무붕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수많은 유저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만들어진 곳이거든요.]

       

       시청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곳은 화룡무인 속 도박꾼들의 성지 비슷한 곳인 모양이다.

       

       여러 도박장 중에서 가장 온건하며 시설이 깔끔한 곳이다 보니 도박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 방문에 주사위를 던지는 모양.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만큼 이 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어마어마하고 그에 따라 시설이 점점 좋아졌나 보구나.

       

       무작정 화려했던 바깥에 비하여 그 안은 정갈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호오라. 이런 분위기인가.”

       “우와아아아! 시설 엄청 좋네요! 사람들도 많고! 도박 종류도 많고! 할 맛이 나겠어요!”

       

       도박장을 본 감상은 다른 둘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바루는 감상을 하듯 안을 둘러보고 있었고, 엔리는 눈을 반짝이며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저기. 화령 씨!”

       “도박하러 가고 싶다는 게지? 가거라. 대신 그대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해결을 보도록.”

       

       또 다시 본인에게 돈을 빌려 따서 갚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말거라.

       

       아직 그대의 업보가 해결되지 않았거늘 그 위에 새로운 업보를 세울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 걱정 안 하셔도 되거든요?! 오늘은 따서 돌아올 거니까!”

       

       엔리는 그리 이야기를 하고는 눈을 밝히며 도박장 안 쪽으로 달려갔다.

       

       저 녀석이야 어차피 알아서 즐기다 울상을 짓고 돌아올 것이고 나는 바루나 신경을 쓰면 되겠지.

       

       “무얼 해볼 테냐?”

       “일단 구경부터 해보자꾸나. 내 도박장이란 곳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시피 하니.”

       

       바루는 도박이라는 게 무엇인지 자체는 알고 있었다.

       

       서로 간에 돈을 걸고 하는 놀이쯤으로 말이다. 허나 그 곳에 얼마나 커다란 광기가 스며들어 있는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듯 했다.

       

       “말도 안 돼! 이거 사기 아냐?!”

       “아자자아아아아아!”

       “이번엔 진짜야. 올인! 올인!”

       

       바루는 그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신령이다.

       

       애초에 태어나면서부터 산을 지키라는 명을 받은 이들이고, 인간보다는 자연에 가까운 존재이지.

       

       그러니 인간의 직선적인 욕망을 보며 흥미보다는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허나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보기에 바루 그대는 이 재미를 몰라서 그럴 뿐 알게 된다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것이거든.

       

       “돈을 걸고서 놀이를 하는 게 저만큼이나 자극적인 것이냐?”

       “물론.”

       

       일확천금이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자극적이지.

       

       결과에 따라 희와 비가 갈리는 그 길목에서 자그마한 확률로 희를 붙잡았을 때의 희열감이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지경.

       

       여러 도박장을 돌아다니며 자금을 벌어보았던 본인이니만큼 확언할 수 있다. 저는 분명 자극 중의 자극이다.

       

       바루는 내 설명을 듣고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만.”

       “해보면 안다. 다만 저를 할 때는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돈을 잃으러 간다 생각을 하고 가는 것이 옳다.”

       

       간단히 말하자면 돈을 지불하고 그만큼의 놀이를 구매한다 생각하면 편하다.

       

       본전 같은 건 신경 쓰지 마라. 그런 것을 신경 쓰게 되면 어느 순간 매몰되게 되니까.

       

       “하. 민가야. 본인은 신령이다. 이까짓 일에 중독될 리가 없잖으냐.”

       

       별 대단찮아 보인다만 네가 그리 이야기를 하니 한 번 해보겠다는 바루는 내게 적당히 즐길 만한 것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으음. 초심자가 쉬이 즐길만한 것은 아무래도 야바위지.

       

       저것이 제일 직관적이니 말이다.

       

       “룰은 간단하다. 이제부터 이 곳의 직원이 세 개의 잔을 마구잡이로 움직일 것이다. 저 중에 하나엔 솜으로 만든 공이 있을 터이고, 다른 곳은 텅 비어 있겠지. 공이 들어 있는 곳을 맞추면 그대가 이기는 것이다.”

       “허. 그런 게 도박이라고? 눈으로 보고 따라잡으면 그만이지 않으냐.”

       

       물론 그렇지. 시작 할 때에 공이 어디에 들어있는 지를 보여주니 그것을 따라잡는다면 돈을 놓고 돈을 먹는 것이 가능하다.

       

       허나 바루야.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어디 한 둘이겠느냐?

       

       그리고 그 중에 자신의 안력에 자신이 있는 무인이 몇이나 되겠느냐.

       

       이 곳은 일종의 장사판이다. 장사치들은 결코 자기들이 손해 볼 일을 하지 않지.

       

       “이게 무슨?!”

       

       잔을 움직이는 이의 손은 무척이나 현란하고 빨랐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저기에 매혹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저게 뭐야?!]

       

       – 이야. 저거 처음보면 뭔가 싶지.

       – 서커스 수준이야.

       – 눈으로 따라잡는 거 절대로 불가능함.

       – 0.5배속으로 봤는데 정답 모르겠음.

       – 저거 걍 찍어야 대. 3분의 1을 믿는 거야.

       – 아니 저런 기술 가지고 왜 도박장에서 일하는 건뎈ㅋㅋㅋ

       

       어지간한 무인조차도 속일 수 있는 손놀림 앞에서 무를 배우지 못한 자는 무력할 수밖에 없으니.

       

       그 손놀림이 끝났을 때 바루는 멍하니 다섯 개의 잔을 살피다 나를 올려다봤다.

       

       “민가야?”

       “허. 알려주면 그게 도박인가.”

       

       사기에 관한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저 놈이 어중간하게 손장난을 치면 그대보다 내가 먼저 성을 내어줄 테니.

       

       바루는 부들부들 떨면서 잔을 살피다 내 눈빛을 살피기를 반복했다.

       

       무언가 단서라도 주기를 바라는 듯이. 그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다만 이는 유희이지 않으냐.

       

       내가 준 돈도 꽤나 되니 자잘하게 걸면서 도박의 즐거움을 느껴보도록 하라.

       

       본인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자 바루는 배신감을 느끼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결국 한 개의 잔을 골랐다.

       

       초심자의 행운일까? 바루가 택한 것은 정답이었다.

       

       잔 안에 들어있는 공을 확인한 바루는 눈을 반짝이더니 두 주먹을 꼭 쥐었다.

       

       “훗! 간단하구나!”

       “실력이 좋으시군요. 한 번 더 해보시겠습니까?”

       “그러지!”

       

       무어냐.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도박꾼들을 이해할 수 없단 녀석이 지금은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지 않나.

       

       쉬운 아이로구나. 바루야.

       

       이 녀석은 이제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잘 즐길 것이고 엔리가 어쩌고 있는 지나 둘러보러 갈까.

       

       “흐갸아아악!”

       

       산발이 된 머리를 쥐어 싸매는 엔리를 보자마자 녀석의 상황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다시 잃고 있느냐 엔리야.

       

       네 녀석은 매번 도박을 할 때마다 잃으면서 왜 여기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바로. 바로 다시 가죠!”

       “이번엔 얼마를 거시겠습니까?”

       “남은 거 다!…는 말고 남은 것중에 절반만!”

       

       어디 보자. 하는 도박은 홀짝인가.

       

       직원이 손을 내밀고 그 안에 있는 돌의 개수가 홀인지 짝인지 맞추는 도박이구나.

       

       결국 모든 것을 배제한다면 50 대 50 인 확률의 도박에서 돈을 다 잃어버리기도 쉽지 않…

       

       어?

       

       가만 생각을 하며 그를 구경하던 나는 도박장에서 일하는 이의 움직임이나 내공이 익숙함을 느꼈다.

       

       나름대로 감추고 있는지라 어지간한 이를 속일 순 있겠지만 나조차 속일 순 없지.

       

       지존.

       

       천하의 삼존이라는 작자가 왜 여기에서 소일거리를 하고 있는 게지?

       

       그것도 사기도박을 하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한해 엔리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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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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