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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크라슈의 어머니 아리아 발하임.

   그의 앞에 선 크라슈는 짙은 노기를 흘리고 있었다.

     

   그런 노기 앞에 아리아는 태연하게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차를 한 번 더 한 모금 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찌 되었든 아들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소리란다.”

   “제 눈에는 너무 나빠 보이는데 말이죠.”

   “아들도 아내는 아끼고 있을 거 아니니. 그쪽 상황도 이해해주렴. 지금 하덴하르츠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기분일 테니까.”

     

   크라슈는 혀를 찼다.

   그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대로 하십쇼. 어차피 제가 뭐라 말하든 어머니는 저를 가주로 추천시켜 놓을 거 아닙니까?”

     

   아리아로서는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두 개나 되는 거니까, 반드시 사용할 것이다.

     

   “아들, 나는 아들이랑 잘 지내고 싶단다.”

   “아쉽게도 저는 어머니랑 잘 지내줄 생각 없습니다.”

     

   크라슈는 그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아리아는 크라슈를 가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조건 없이 협조해줄 것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일검을 찾기 위해 가려던 순간이었다.

   저 멀리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익숙한 인물이 있었다.

   크라슈의 누이인 릴리쉬 발하임이었다.

     

   그녀를 본 크라슈의 표정도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크라슈가 처음으로 가족의 정을 느낀 것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릴리쉬 누님.”

   “크라슈, 후우, 오랜만이구나.”

     

   꽤나 열심히 달려온 듯 그녀는 숨을 가볍게 내쉬더니 미소를 그렸다.

     

   “제국에 기사단을 이끌고, 지원 간다지.”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나도 따라가마.”

     

   크라슈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곧 릴리쉬의 뜻을 알아차린 크라슈는 그녀를 따라 미소 지었다.

     

   “든든한 아군이 생겼네요.”

     

   릴리쉬 정도 되는 강자가 함께 가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걸로 출전 준비는 마쳤다.

   시그린을 완전히 박살 낼 시간이었다.

     

     

   * * *

     

     

   제국 각지에서 터진 금역의 폭주.

   그로 인해 제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제대로 방위가 갖춰진 중앙 수도를 제외하면 변방의 지역들은 쑥대밭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역의 폭주는 주로 금역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러니 원래는 마을 지역이었던 곳이 금역에게 잡아 먹히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흐익, 히익! 사, 살려줘!”

   “도망쳐! 바깥까지 달리라고!”

     

   금역에 휘말린 이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달렸다.

     

   그들의 처절한 비명이 구슬플 정도로 울려 퍼질 때.

   제국의 황실에서 한 여성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의 검에는 핏물이 잔뜩 묻은 채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핏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제국이 자랑하는 백룡 기사단의 핏물이었다.

     

   그녀의 검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바다색 머리카락조차 핏물이 얼룩져 엉망이 되어 있었다.

     

   “흐, 흐흐.”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린 그녀가 복도를 다리로 질질 끌듯 걸어 나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풀려 망가져 있었다.

     

   시그린 에파니아.

   제국의 3황녀라 불렸던 그녀에게서 예전의 총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콰광!

     

   밖에서 치는 천둥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

   시그린은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어떠한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 장막은 본디 황궁에 쳐진 방어용 마법 장막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마왕과 황궁의 마법사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절대적인 방어막이라 여겼던 것이.

   고작 한 마법사에 의해 오히려 황궁을 가두는 마법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붉은 마녀, 아벨라.

   마법에서는 사실상 정점에 도달한 그녀가 벌인 짓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시그린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그녀를 막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백룡 기사단이 보였다.

     

   “시그린 에파니아 님, 당장 멈추십시오!”

     

   백룡 기사단원 한 명이 외친 말과 함께 그녀를 향해 검이 내려쳐 왔다.

   하지만 그 검은 그녀에게 채 닿지 못했다.

     

   어느새인가 몸을 비튼 그녀의 검이 휘어진 순간 백룡 기사단원의 목이 하늘을 날았기 때문이었다.

     

   “반역자를 막아라!”

     

   소리친 백룡 기사단이 시그린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시그린은 그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백룡 기사단을 전부 도륙 내었다.

     

   콰아아아앙!

     

   황가의 마법사가 쏘아낸 마법이 시그린에게서 폭발했다.

   그러나 시그린이 부상 입었을 거란 기대와 달리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백룡의 기세가 마법을 무력화 시켰다.

     

   시그린의 인영이 흩뜨려진 순간 그녀는 어느새 몸과 분리된 마법사의 머리를 잡고 있었다.

     

   투욱-

     

   마법사의 머리를 바닥에 던진 그녀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괴, 괴물.”

     

   그녀와 마주친 마법사들이 기겁하며 도망쳤지만, 그녀의 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뻗어져 나간 시그린의 검은 그들을 도륙 내놓았다.

     

   값비싼 하얀 카페트가 핏물로 적셔 들어갔다.

   시그린 그 위를 밟으며 걸음을 계속해서 옮겼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그녀는 다시금 머릿속에 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기억이 드문드문 나뉘었음을 눈치챘다.

     

   계속해서 몰려 있던 정신이 싫은 기억을 강제로 잊으려 했기 때문이다.

     

   시그린의 머릿속에서 아카데미에서의 마지막 날이 떠올랐다.

     

   백룡의 기세를 사용하는 크라슈를 마주한 이후.

   시그린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새하얗게 변하였었다.

     

   마치, 자신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너는 필요 없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크라슈는 시그린보다 더한 백룡의 기세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로 그녀는 아카데미에 틀어박혔다.

   그러고는 곧장 백룡의 알을 미친 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그 저주받이가 백룡의 힘을 깨우쳐 흡수했을 리가 없다.

   기껏해야 저주를 빼앗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그놈이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시그린에게 백룡의 핏줄이라는 것은 곧 그녀의 자존감이고, 필살기였다.

     

   시그린은 아직도 떠올린다.

   백룡의 알의 저주로 인해 백색증의 증상이 반발했을 당시.

   만약, 그날 자신이 백룡의 힘을 완전히 흡수하여 다룰 수 있었다면 자신은 분명히 더 강해질 수 있었을 거라고 말이다.

     

   그건 사고였고, 실수였다.

   시그린에게 있어 훨씬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아쉬운 사고.

     

   물론 죽는 것이 더 싫었기에 결국 크라슈의 블랙 후드를 통하여 백룡의 알을 제거해야 했지만.

   시그린은 자나 깨나 그날이 못내 아쉬웠다.

     

   자기 몸에 남은 백룡의 힘만으로도 이 정도 정상에 설 수 있었는데.

   그 힘이 전부 제 것이었다면 정말 하늘 위에도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회귀를 지닌 아서는 다시 한 번의 기회였다.

   저주라는 사고로 인해 얻지 못했던 백룡의 힘.

   그것을 다시 한번 얻을 기회 말이다.

     

   그러니 그녀는 회귀를 손꼽아 기다렸다.

   회귀하게 된다면 백룡의 힘을 제 것으로 만들 기대감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그녀는 회귀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었다.

     

   그렇게 하게 된 회귀.

   그녀는 회귀한 즉시, 육체를 단련하고, 백룡의 힘을 조금씩 제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녀는 백룡의 힘을 결국 전부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신중을 가했다.

   너무 과하게 힘을 흡수하려 든다면 백룡왕이 깨어나며 백석증이 발현될 테니까.

     

   그녀는 차분히 경계선을 타며 힘을 흡수했다.

     

   백룡의 힘은 그녀에게 있어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자존감이 짓뭉개지고, 주변 관계가 엉망이 되고, 계획이 어그러질 때도.

   그녀가 마지막 동아줄로 잡고 있던 것이 바로 백룡의 힘이다.

     

   그러나 크라슈를 만난 그날.

   그가 백룡의 힘을 다루는 것을 보자마자 시그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언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방에 틀어박힌 것이다.

     

   백룡의 힘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백룡의 힘을 계속해서 일깨웠다.

     

   원래라면 백석증을 발현할 수 있는 만큼 위험천만한 짓이었으나.

   마지막 동아줄이 잘려 나가는 것을 그녀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그러니 시그린은 미친 듯이 자신의 몸속에 깃든 백룡의 알로 파고들었고.

   얼마 후 그녀는 최악의 상황을 제 눈으로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

     

   백룡왕의 알은 텅 비어 있었다.

     

   자신이 아끼고 또 아끼며 최정상에 서기 위해 제 손에 쥐었어야 할 백룡왕이.

   텅 빈 알껍데기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틱!

     

   그녀의 눈에 끊겨 가는 마지막 동아줄이 비치었다.

   한순간에 혼미해진 정신이 그녀를 갉아먹었다.

     

   회귀하면서까지 마지막으로 쥐고 있었던 동아줄이었다.

   그것이 끊어져 버리니 시그린의 정신이 일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날로 시그린은 라헬른 아카데미를 떠났다.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크라슈의 흔적을 볼 때마다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떠나온 황궁마저 그녀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케 했다.

   자신이 일궈놓았던 정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시그린 본인이 이미 망가진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냈으니.

   귀족들은 무척이나 손쉽게 등을 돌렸다.

     

   거기에는 시즐리의 영향이 무척이나 컸지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시그린은 거기까지 알 수는 없었다.

     

   시그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왜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걸까.

   무슨 욕심을 부렸다고 이런 꼴을 당할까.

     

   그녀는 억울했다.

   그리고 억울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분노는 점차 원한으로 바뀌고, 끝내 그 원한이 터지기 직전.

     

   「아서 님은 이 세계에 없어.」

   「거, 짓말.」

     

   갑자기 나타난 아벨라가 그 원한의 마침표를 찍었다.

     

   「크라슈가 아서 님의 회귀를 빼앗아 죽여 버렸으니까.」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아벨라가 덤덤히 건넨 그 말을 듣고, 시그린은 미쳐 버린 듯 날뛰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망가트리면서까지 그녀는 날뜀을 멈출 줄 몰랐다.

     

   그녀에게 있어 아서는 정말 마지막 희망 중에 마지막이었다.

     

   「크라슈, 크라슈, 크라슈그으극! 이 썩을 저주 받이가!」

     

   악에 뻗친 소리를 내지른 그녀가 타오르는 분노로 두 눈이 익어 버릴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시그린, 나는 아서 님을 되살릴 방법을 알고 있어. 그리고 널 이런 꼴로 만든 크라슈에게 복수할 방법 또한 알고 있어.」

     

   아벨라의 옆에는 어느새 흑마녀의 검은 공간이 드러나 있었다.

   그 검은 공간에서 흘러나온 기이한 기운은 이미 넋 나간 시그린의 머릿속에 선명히 흘러 들어왔다.

     

   시그린이 그 힘이 무엇인지 깨닫기에는 그녀의 정신으로는 더 이상 무리였다.

     

   「그러니 나를 도와줘. 너라면 아서 님을 되살리고, 원한도 갚을 수 있어. 넌 시그린 에파니아니까.」

   「……내가 뭘하면 되는데.」

     

   풀려 버린 시그린의 눈과 마주한 아벨라의 입가에 서서히 웃음이 그려졌다.

   그 웃음은 무척이나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아벨라의 붉은 머리카락이 조용히 흩날렸다.

   그녀는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시그린의 귀에 속삭였다.

     

   「제국을 멸망시켜. 늘 그랬듯 그게 네가 할 일이야.」

     

   아벨라는 그 말을 마치고, 시그린에게 추후 일러 주겠다는 말을 한 뒤 떠나갔다.

   시그린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제국을 멸망…….」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있었던 여러 추악한 감정들.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이들도 가질 수 없도록 부숴버리겠다는 그러한 추악한 감정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아벨라의 신호에 맞춰 황가에 발을 디디고 서 있었다.

     

   바깥에서 일어난 금역의 소란으로 인해 황가에는 최소한의 전력만 남기고 전부 나가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황가의 검이라 불리는 천황 달피론 쥬논 또한 금역을 막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지금, 시그린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이곳에 없었다.

     

   “멈춰라. 시그린.”

     

   그때였다.

   그녀는 기분 나쁘기 짝이 없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시그린과 똑같은 바다 빛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가 서 있었다.

   2황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키와 늠름한 외모.

   거기에 총명함이 돋보이는 눈을 지닌 그의 이름은 시란 에파니아.

     

   에파니아 제국의 1황자였다.

     

   그리고 시그린과 가장 많이 황위를 다툰 인물이기도 했다.

     

   “시란.”

   “이 앞은 폐하께서 거처하는 곳이다. 당장 검을 거두어라.”

     

   시란이 시그린을 내려다보며 그리 고하였다.

   그의 눈에는 짙은 살기가 드러나 있었다.

     

   생각해보면 시란은 늘 저런 눈이었다.

   시그린과 시란은 태어난 시점부터 황위를 다퉈야만 하는 운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말이야.”

     

   시그린이 천천히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시란은 어느새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내린 채 검을 짚고 있었다.

     

   “네 그 내려다보는 눈빛이 항상 싫었어.”

     

   시란이 긴장했다.

   시그린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황가의 벽을 우그러트릴 만큼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결정했어.”

     

   시그린의 인영이 어느새 흩뜨려졌다.

   시란이 채 반응하기도 전.

     

   시그린은 어느새 시란의 눈동자 앞에 검을 겨눈 채 내지르고 있었다.

     

   “그냥 파버릴 거야.”

     

   콰아아앙!

     

   그 순간 시그린이 있던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아래로 추락하게 된 시그린이 공중제비를 돎과 함께 바닥의 파편을 짓밟았다.

     

   동시에 그녀가 시선을 옮기자 거기에는 자신을 향해 전력으로 방패를 휘두르고 있는 거인이 있었다.

     

   황제의 방패이자 프리드웬 가문의 철벽.

   테르만 프리드웬이었다.

     

   2미터 중반의 거구인 그의 방패가 시그린을 직격 하려는 순간 그녀가 파편을 박찼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가는 방패를 지나 테르만의 앞에 얼굴 앞에 도달했다.

     

   테르만이 급히 방어를 취하려 했을 때는 늦었다.

   시그린의 검이 움직임과 함께 그의 머리를 수십 번을 칼질했다.

     

   “크윽!”

     

   철벽의 비술을 다루는 테르만이기에 그의 얼굴은 시그린의 맹공에도 검상이 남는 것으로 그쳤다.

   그러나 상처 입은 한쪽 눈 탓에 시야를 잃었다.

     

   그 틈을 타 바닥에 착지한 시그린은 착지한 자세 그대로 테르만을 겨누었다.

     

   백룡천극(白龍天克)

   삼식(三式)

   백룡삼아(白龍三牙)

     

   뻗어 나간 백룡의 세 이빨이 테르만의 가슴팍과 옆구리에 크게 상처를 입혔다.

   테르만의 철벽을 뚫을 정도로 시그린의 출력은 지금 말이 안 될 지경이었다.

     

   그녀의 타고난 전투의 재능.

   거기에 리미트가 끊어져 버린 뇌.

   마지막으로 백룡왕의 알의 껍데기까지 산산이 불태워 집어삼켜 버린 그녀는 지금 거의 전성기 시절에 육박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 대가로 그녀는 오늘이 지나면 힘을 전부 잃어버릴 만큼 극단적인 폭주였지만.

   이미 모든 걸 잃어버린 시그린에게 어차피 내일이라는 것은 오지 않는 날과 같았다.

     

   “시, 그린 님 지금이라도 멈추셔야 합니다.”

     

   테르만이 숨을 헐떡이며 시그린에게 경고했다.

   그러자 시그린은 그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멈춘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 말을 마친 그녀는 테르만에게 또다시 검을 내질렀다.

   이번에는 정말로 목을 날려버릴 작정이었다.

     

   채엥!

     

   하지만 그 앞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오빠 시란이였다.

   시그린만큼은 아니어도 백룡의 힘을 다루는 그는 시그린의 검을 강제로 틀어막았다.

     

   그 모습은 늘 자신의 앞길을 막는 첫째 황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그린이 입술을 즈려 물었다.

     

   “감히 내 앞을 막아?”

     

   동시에 자신을 막았다는 것을 후회시켜 주겠다는 듯 그녀의 검이 새하얀 빛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시란 님, 안 됩니다!”

     

   그 광경을 본 테르만이 소리를 내질렀다.

   지금의 시란으로는 시그린을 절대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시그린의 검에서 흘러나온 힘은 순식간에 시란을 집어삼킬 듯하였다.

   시란 또한 그에 맞서듯 힘을 끌어 올렸으나 시그린에 비해 역부족이었다.

     

   테르만이 시그린을 시란에게서 떨어트려 내고자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달리는 것보다 시그린의 힘이 폭발하는 것이 더 빨랐다.

     

   “죽어!”

     

   소리를 내지른 시그린의 검에서 섬광이 쏟아나온 순간이었다.

     

   쿵!

     

   시그린의 몸이 대뜸 기역자로 꺾였다.

   타격을 눈치채지 못했던 그녀가 눈을 부릅뜸과 함께 바닥을 구르기 직전 자세를 바로 하여 섰다.

     

   그러고는 그녀가 흔들리는 눈으로 고개를 든 순간.

   그녀의 눈에 검푸른색의 머리카락이 비치었다.

     

   “죽어는 개뿔이, 시그린, 넌 어째 어휘력도 딸리냐.”

     

   듣는 것만으로 기분 나쁘게 만드는 비아냥거림.

   그 비아냥거림의 주인은 시그린을 바라보며 입가의 거친 웃음을 그렸다.

     

   그를 마주한 시그린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저주 받이!”

     

   크라슈 발하임.

   황궁에 있으면 안 될 터인 그가 이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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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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