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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326 – 사석작전>

     

    파파는 생각한 것보다 눈치가 더 좋았다.

    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아니, 가담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이 악을 창시한다.

    세계의 긴장도를 스스로 높이고 <평화의 시대>가 <전란의 시대>로 향하도록 주도한다.

    평화붕괴의 트리거가 되는 삼대거악.

    제국의 <혁명가>, 만신의 <대리인>, 결사의 <총수>.

    그중 총수의 자리에 해당하는 이사장은 세계의 운명을 변혁시킬 슈퍼빌런답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비범하게 뛰어났다.

     

    “에~ 낚시가 그런 거였나요?”

    “후후. 모르는 척입니까? 귀엽군요. 아이들의 세계란 본디 자신만이 존재하는 법. 눈앞의 어려움을 피해 그렇게 도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물고기는 얼마나 낚았어요? 전 85마리!”

    “작은 건 모르겠군요. 저는 월척을 좋아하는지라. 거물만 포함하자면 새까만 물고기가 하나, 아니 둘이라고 해야 할까요?”

     

    직접적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 눈은 속마음을 거침없이 파고들어 직시한다.

    네 의도를 알고 있다고.

    노력은 가상하나 이미 틀렸다고.

    제법 곤란한 파파다.

    싱조차도 감쪽같이 속였지만 역시 삼대거악을 상대로는 무리였던 걸까.

     

    “재단의 일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까?”

    “편리하기는 했죠!”

    “이용이란 언제나 쌍방이 모두 가능한 겁니다. 상대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면 말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파파가 약속을 사용한 것처럼!”

    “후후. 저도 꽤 봐줬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지원은 여기까지인가요?”

    “약속은 했지만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죠. 오늘의 낚시는 어디까지나 미지의 지식에 대한 답례. 제가 베푸는 호의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에이~ 거짓말. 순수한 호의나 답례는 아니었잖아요. 어떤 방법으로 낚시의 ‘수집판정’이 이루어지는지 옆에서 살펴보고 싶었을 뿐이면서!”

     

    눈치는 없어도 멍청하지는 않은 싱의 눈동자가 실시간으로 커진다.

    들뜬 기색과 움켜쥔 주먹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기쁨의 감정이 묻어났다.

    …역시 조금은 멍청한 걸까?

    이미 파파에게 내 계획이 전부 다 들켰다고 해도 주는 것 하나 없이 저렇게 티내는 건 안 좋은데.

    아니나 다를까, 가학심이 자극받은 파파가 싱에게 화살을 돌린다.

     

    “싱 군은 친구를 잘 사귄 덕을 많이 보았군요. 하지만 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재단의 길을 따라온다면 당신의 복수가 몇 배는 더 수월해질 겁니다.”

    “자초지종은 모르겠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건 이해했다. 그 제안은 없던 걸로 하지.”

    “후후. 놀랍군요. 제 딸을 향한 충성심인가요? 하긴, 저를 따르는 집사들을 보았다면 자신만의 집사를 거느리려는 것도 납득은 가는군요. 제가 당신의 낚시를 눈여겨보았듯이 말입니다.”

     

    파파는 나를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다.

    자신의 전부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나아가는 방향을 일치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고인물인 내게는 어수룩했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를 알고 있었다.

    패배가 확정된 길.

    거대한 파멸로의 한 걸음.

    잿더미의 주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처음부터 삼대거악의 일원과는, 재단의 이사장과는, 파파와는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었다.

     

    “명심하십시오. 호의를 거절한 이상, 앞으로는 제 <장난기>가 여러분에게도 향할 수 있음을. 가령 싱 군에게는… 수상할 정도로 강한 동방의 자객이 찾아오는 일이 잦아질 수 있겠죠.”

    “…재단에 따르지 않으면 정보를 흘려 복수는커녕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협박인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제 호의가 적의로 바뀔지도 모를 가능성을. 당신은 이미 보고 겪었습니다. 재단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재단의 일원이 아닌 적이 될 미래가 두렵지도 않습니까?”

     

    싱의 얼굴에는 표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손에는 감출 수 없는 두려움이 일어났다.

    그렇기에 그는 검을 움켜쥐었다.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서.

    검객은 검을 쥠으로써 두려움을 베어낸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네 뜻을 좌절시키고 짓뭉개겠다고.

    불의와 악의에 맞서 검객이 검을 뽑듯이, 언제라도 자신을 찍어 누르려는 이 거대한 악의에 맞서서 발도의 자세를 취했다.

    뽑는 순간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라고 경고하듯이 사방에서 집사들이 기세를 피워 올려도.

    설령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외치는 것처럼.

     

    “긴장 풀어요!”

     

    그런 싱의 어깨를 옆에서 가볍게 툭 쳤다.

    저러다 정말로 덜컥 검을 뽑아버리기라도 한다면 모처럼 함께 키워준 싱이 죽어버린다.

    그건 싱을 믿고 키워주겠다고 남긴 내게도 커다란 손해였다.

    호감작에 기능작까지 함께 한 친구를 잃어버리는 건 시간손실이 너무 크잖아.

    헬창이 근손실을 참을 수 없듯이 고인물은 시간손실을 참을 수 없다!

     

    “후후. 낚시는 여기까지 하죠. 아카데미로 돌아갈 시기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살인까지만 구경하고요!”

    “아카데미에 닿을 재단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나보군요. 후후. 좋습니다. 거기까지는 허락하죠.”

     

    낚시가 끝났다.

    탑의 20층.

    숙실로 올라오자 싱이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여기는… 안전한 공간인가?”

    “엿듣는 사람은 없어요!”

    “후우. 그럼 묻지. 지금까지는 다 뭐였지? 이사장을 속이기 위한 연기였나?”

    “당연하죠. 제가 제냐를 죽일 리가 없잖아요?”

    “손오천은 죽어도 된다면서?”

    “중국인이 죽는다고 슬퍼할 한국인은 없잖아요? 마인이 죽는다고 슬퍼할 사람도 없고요. 수인이라고 다 같은 종족은 아니죠!”

     

    싱은 비로소 안도했다.

     

    “믿고 있었다… 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흔들렸지. 그래도 내가 보아온 네 모습을 기억하면서 이상하다고 느끼고는 있었다. 솔직히 이사장이 두려웠지. 이렇게나 단기간에 한 사람의 마음을 뒤바꿀 수 있는 존재였나 싶어서.”

    “으음~ 솔직히 꽤 위험하긴 했었죠? 여기까지 오기 전에 다양한 내성을 올려두지 않았다면 아무리 저라도 넘어갔겠다 싶었을 정도로?”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싱은 모르겠지만 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거든요~ 식사시간이나 수면시간이나 크루즈선이 떠나고 탑에서 머무르는 매 시간마다 전부 다!”

     

    사실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내가 파파라고 불러도 이사장은 이사장이지, 진짜 가족은 아니잖아.

    파파는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그 수단으로 세뇌를 선택한 건 솔직히 조금 깬다.

     

    [식사에 섞인 <미혼제> 성분을 감별했습니다. 약물의 영향을 의지력만으로 이겨냅니다.]

    [약물감별 경험치+5]

    [약물내성 경험치+5]

    [의지력 경험치+2]

     

    [잠자리의 향초에서 흘러나오는 상태이상 <미혹>의 성분을 간파하며 다른 향초를 피워 상태이상 발동을 상쇄했습니다.]

    [상황파악 +3]

    [의지력 경험치+1]

     

    [벽에 걸린 만찬그림에 숨겨진 <살육친화>의 암시를 자력으로 극복했습니다.]

    [저주내성 경험치+1]

    [의지력 경험치+1]

     

    약물과 연기에 의한 중독에 그림을 이용한 암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공격은 심신을 조금씩 파고들려 시도했다.

    실제로도 그 영향을 받은 것처럼 과격한 말을 써가며 파파를 납득시키려고 시도했다.

    보기 좋게 성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낚시로 심중을 떠보고 속마음을 낚아버릴 줄이야.

     

    “쳇. 파파는 경험이 너무 많아요. 꼭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처럼 찌를 구석 하나도 없어.”

    “그 정도면 재단의 힘으로 사건을 일으키겠다는 것도 피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한시라도 빨리 탑을 떠나는 것만이 능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이미 늦었어요. 게다가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고요.”

    “일어날 일이라면… 2학기에 일어난다는 <범죄조직>의 사건 말인가.”

     

    싱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눈을 크게 떴다.

     

    “수인부흥회. 분명 그때 말한 범죄조직 중에 수인이 언급되었지. 이번에 수인들의 고향을 습격하겠다고 했던 것과 상관이 있나?”

    “넹! 일어날 억까패턴중에 제일 살벌한 패턴이기도 한데다가 그 동네 수인은 진짜 양아치거든요.”

     

    살인사건으로 그런 범죄조직이 일으킬 대규모 참사를 감히 실행에 옮길 엄두도 못 내도록 저지한다.

    아카데미의 치안을 극도로 끌어올릴 정도로 커다란 사건을 일으킨다면 가능성이야 충분하다.

     

    “그래서 이왕 죽일 거면 거기 사람을 죽이라고 슬쩍 전해줬어요!”

     

    수인부흥회라는 독을 재단이라는 극독으로 친다.

    범죄조직은 그보다 더한 삼대거악의 힘으로 짓뭉갠다.

    이독제독이라는 말을 적극 실천하기!

    오크노디의 계획에 싱은 헛웃음을 지었다.

     

    “죽을 놈들만 억울하겠군. 영문도 모르고 재단에 치여 죽는 꼴이 될 테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놀랍게도… 다음 화가 있습니다!

    acornno님의 즈앙 팬아트도 있습니다!
    검은토끼 즈앙 팬아트는 표지와 팬아트게시판, 노벨피아 아틀리에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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