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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7

       

       

       

       

       

       327화. 리메이크 ( 2 )

       

       

       

       

       

       토닥토닥.

       

       울적해진 케넬름의 어깨를 토닥이던 영혼의 바다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외부에서 흘러 들어오는 거칠고 거대한 기운. 위대하신 분이다. 영혼의 바다가 몸을 떨며 한껏 의식을 집중했다.

       

       제사, 공양, 의식.

       쓰는 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이 모든 행위의 본질적인 기능은 비슷했다.

       

       소중한 무언가를 바치고 기도하고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며 이제 의문이 생길 것이다.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말하는 것이 다르니.

       누군가의 보물은 다른 누군가에게 쓰레기나 다름없는 법.

       

       ‘하지만, 보편적으로 소중한 것은 항상 존재했다.’

       

       인간이라면, 지적 생명이라면 언제라도 보편적 가치의 소중한 것이 있었다.

       

       농경 시대에는 식량과 가축이 그러했고, 산업화 시대라면 동전과 지폐가 그러했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소중하고 아끼고 중요하게 여긴 것.

       소중한 것을 바침으로써 자신의 간절함을 드러내며 보다 높은 존재에게 기원하고 소원한다.

       

       이것이 바로 제사와 의식이다.

       

       촤아아…

       

       영혼의 바다 깊은 어딘가에서 소리 없는 파문이 퍼져갔다. 

       위대하신 분께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바침으로 의식을 행하셨다.

       

       쿠웅, 퍼져나가는 거대한 파문의 흐름에 몸을 맡긴 영혼의 바다가 한껏 힘을 터뜨렸다.

       

       바쳐진 제물에 비례한 힘을 전달한다.

       

       영혼의 바다는 그 과정에서 그저 단순한 전달자와 통로의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쏴아아아ㅡ

       

       썰물처럼 밀려가는 힘을 확인한 영혼의 바다가 가만히 숨을 골랐다. 매번 할 때마다 의문이 드는 일이었다.

       

       ‘어째서 위대하신 분께서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제물을 바치시는 걸까?’

       

       말하자면 오른손이 왼손에게 편지를 주는 행위.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이 솟아났지만, 영혼의 바다는 언제나 그렇듯 소리 없이 파도치며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행할 뿐이었다.

       

       쏴아아…

       

       자신은, 영혼의 바다.

       위대한 최초의 하나께서 만든 굴레의 바다이자, 별빛의 저수지.

       

       자신에게 들어온 영혼은 하염없이 헤엄치다 굴레로 들어가 다시금 생을 이을 것이며, 벽을 넘은 자는 자신을 보며 이름을 붙일 것이다.

       

       토닥토닥.

       

       일단 아까부터 패닉에 빠진 케넬름부터 달래고.

       

       “위, 위대하신 분께서 뭔가 계획이 있으신 거지? 그렇지?”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케넬름이 필사적으로 영혼의 바다를 붙잡고 물었다. 제발 계획이 있다고 말해 달라는 눈빛이다.

       

       ‘……’

       

       위대하신 분께서 방금 의식을 통해 힘을 받아 가셨다고 알려줘야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던 영혼의 바다는 조용히 거울을 하나 만들었다.

       

       차원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와, 와아앗! 겨, 경계가!”

       

       구멍이 뻥뻥 뚫린 기존의 차원 경계 위로 새롭게 덧입혀지는 차원의 경계가 보인다.

       이를 본 케넬름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역시!

       믿고 있었다고!

       

       케넬름이 힘차게 허공으로 어퍼컷을 날렸다.

       

       

       

        * * * * *

       

       

       

       “후.”

       

       돈이 아까워 죽을 것 같다.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 게임에 결제한 것들은 은근히 혜자스러운 부분이 많았으니까.

       

       기간 무제한의 완공 패키지를 굉장히 싸게 산 적이 있었고, 이십만 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에 별자리를 새겨 넣은 적도 있었다.

       거기에 또 이십만 원 정도 써서 자아를 가진 공중 부유섬을 만들기도 했으니까…

       

       “…어라? 진짜 혜자인데?”

       

       이 정도면 진짜 혜자 아닌가?

       

       슬슬 경제관념이 맛탱이 가는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일단 돈을 써서 해결했으면 된 거지.

       

       띠링ㅡ!

       

       《???의 ???의 건축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좋은 소식의 알람이다.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여전히 물음표로 가득한 알람이었지만, 그닥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겠지.

       이 게임은 무기를 만들고 파는 용도로 만들었지, 이상한 뭔 차원의 경계나 만드는 걸 가정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여느 때처럼 화면에 망치가 뚝딱거리며 무언가 만들어지는 이팩트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알아서 만들어지고 있는 건가?”

       

       사아아아ㅡ

       

       명치에 남아 있는 1할의 힘을 세심하게 조절해서 허공에 거울을 만들었다. 

       거창한 건 아니었고, 그냥 지상과 심연 사이에 있는 차원의 경계를 비추는 용도로 만든 거다.

       

       “어디 보자.”

       

       거울 너머로 보이는 너덜너덜한 천 쪼가리. 그 위로 거대한 천 하나가 반짝거리는 빛을 내뿜으며 새로이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

       

       아마 저게 내가 만들고자 한 차원의 경계일 것이다.

       만들어지는 모습은 굉장히 순조로워 보인다.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예뻐보이기도 한다.

       

       저건 두면 알아서 완성될 것이다.

       

       “시간이 조금 애매하게 남네?”

       

       1할의 힘을 쪼개서 썼는데도 거울 하나 정도는 아주 여유롭다. 

       

       차원의 경계 완공까지 기다리며 궁금했던 것을 하나 해결하기로 했다.

       

       사삭-

       

       커다란 천을 비추던 거울이 검붉은 광야의 풍경으로 바뀐다.

       

       심연과 지상.

       그 둘에 대해 조금 알아보고자 했다.

       

       ‘아무리 봐도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닮은 것 같단 말이지.’

       

       심연은 넓고 황량한 평원이다. 지상은 온갖 산맥과 구릉, 계곡이 가득한 곳이고.

       

       이처럼 척 보기에도 한눈에 다른 두 공간이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저번부터 계속 심연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심연을 볼 때마다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리고, 은근히 눈에 거슬리고 어쩌다 한 번씩 생각나는…

       

       지금까지 그저 짜증과 불쾌감, 분노로 인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이 느낌을?’

       

       왜 가슴 속의 무언가 쿡쿡 찔려오는 걸까. 나쁜 짓은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애써 찝찝한 느낌을 무시하며 거울을 조종해 심연의 곳곳을 관찰했다.

       바퀴벌레처럼 득실거리며 모여있는 악마들도 보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벌레와 싸우는 모습도 보였다.

       

       언제나 보이는 배경은 넓게 펼쳐진 광활한 평야.

       어떻게 된 곳인지 중간중간 작은 언덕과 구릉을 제외한다면, 산이나 계곡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만을 확신할 뿐.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곳이야 여기는.”

       

       한참이나 심연을 관찰하다가 문득 이질적인 것을 알아차렸다.

       

       심연은 거대한 평야.

       

       아무 생각 없이 심연의 끝을 향해 계속해서 화면을 움직였더니, 어느 순간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여기가 세상의 끝이라고 하는 것처럼 

       

       “…뭐지 이건?”

       

       의문이 들어 보이는 화면을 잔뜩 축소했다. 그리고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듯 바라봤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발밑의 벌레보다 작아지기 시작했을 때, 그제야 전체적인 심연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적색과 검은색이 혼탁하게 뒤섞인 광야는 도화지처럼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심연의 땅은 어느 순간부터 뚝 끊어져 있었다.

       마치 깨진 유리처럼, 삐뚤빼뚤하고 날카로운 경계를 그리며.

       

       ‘…?’

       

       이게 도대체 뭐지 싶었다.

       

       아니, 그러니까ㅡ

       

       “심연은 땅이 평평하다?”

       

       거기에 땅의 끝은 깨진 유리처럼 삐쭉빼쭉하다고?

       

       날카로운 단면을 자랑하는 모습이 꼭 부서진 것처럼…

       

       “부서져?”

       

       내가 양손을 지상에 넣었을 때, 그 일의 반동으로 아슬아슬하던 차원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케넬름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쪽 차원은 나에게 굉장히 여리고 약한 곳이다. 마치 지구를 지키는 슈퍼맨처럼, 골판지로 만든 성이나 다름없겠지.

       

       하물며 그때의 나는 본래 힘의 4할을 소화한, 전력조차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다.

       

       “그러면 옛날에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에 처음 왔을 때는…”

       

       지금의 나보다 더욱 강대했을 시절의 과거다.

       

       4할의 힘으로도 휘청거리는 차원이 전성기의 나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묘하게 느껴지는 지상과 심연의 유사성… 심연의 깨진 땅끝, 최초로 강림했을 때 과거의 나…’

       

       번뜩!

       

       “…설마?”

       

       아주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 심연의 전체적인 모습은 아주 커다란 유리 조각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 크기가 무식할 정도로 커서 그렇지.

       

       서둘러 거울을 조작해 보이는 풍경을 옮겼다.

       

       차원을 감싸는 형태가 아니라 천의 모습으로 차원 경계를 만든 이유. 깨진 파편 모양의 심연과 지상의 관계성.

       

       설마 싶지만 어쩐지 이게 정답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츠팟!

       

       이윽고 거울에 나타난 차원의 경계와 심연, 지상의 모습.

       

       하늘하늘한 차원의 경계를 기점으로 심연과 지상이 분리됐다.

       

       거대한 천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차원.

       다시 봐도 묘하게 닮았다.

       

       “……”

       

       두근두근.

       

       지상의 이곳저곳을 상세하게 살핀다. 세세한 지형은 필요 없다. 큼직한 땅덩어리 위주로 모양을 한참이나 살폈다.

       

       그리고 결국 찾아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양이 한참 바뀌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거대한 해저에서, 나는 찾아냈다.

       

       “진짜 미친 새끼…”

       

       까마득한 심해, 해저의 바닥 어딘가에.

       유난히도 심연의 전체적인 크기와 비슷한 곳이 있었다.

       

       -딸깍.

       

       조용히 과거의 나를 욕하며, ‘색안경’을 켰다. 보고자 하는 것은, 이 심해가 품고 있는 최초의 기억.

       

       촤라라라락ㅡ!

       

       무수한 사진이 펼쳐지고, 나는 그중 가장 뒤에 위치하여 빛이 바랜 사진을 꺼내 들었다.

       

       “씨발 진짜…”

       

       사진에는 반짝이는 별로 만들어진 커다란 무언가가 하늘에서 다가오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고.

       

       사락.

       

       그다음 사진에는.

       

       – 쿠웅ㅡㅡㅡㅡ!!!

       

       거대한 별빛의 무언가가 강림하며 산산조각이 나 부서진 모습. 땅이 부서지고 갈라지며 차원마저 깨져버린 것이 보였다.

       

       “하…”

       

       아무래도 과거의 나는, 최초로 이 차원에 내려오다가 차원을 한 번 부순 전적이 있는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일교차가 정말 끔찍합니다..!! 공기도 매우 건조한 지금… 다들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기 바랍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과금은!! 멈추지 않아!!! 그것이 신의 무게?니까!!! …아마두요?ㅎ
    동원에서 딱히 어렵거나 힘든 훈련은 없었지만, 다녀오면 유독 피곤한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에, 거기에… 10연참이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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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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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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