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27

        새로운 날이 밝았다.

        나는 조금 들뜬 마음으로 방송을 켰다.

       

        – 라하!

        – 용하용하

        – 하이용

        – 안냐세요

        – 응? 어디지?

        – 용하

        – 라나님 지금 어디신가요?

       

        “반갑구나 아이들아.”

       

        방송이 시작되고, 시청자들이 들어온다.

        의아함을 표시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바라보며,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가 밤새 고민을 하다, 오늘의 방송 주제를 결정했느니라.”

       

        그래.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틀 전, 나는 방송 콘텐츠를 미리 결정했었지 않았었던가?

       

        비록 시청자들의 요구에 의해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콘텐츠가 영원히 묻혀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틀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본래 계획했던 콘텐츠를 진행하게 되었다.

       

        “흠흠!”

       

        작게 헛기침을 한 후, 몸에 입고 있는 하얀색 복장을 점검한다.

        그리고 하얀색 모자까지 머리에 쓴 후에야 말을 이었다.

       

        “오늘은 요리 방송이다.”

       

        – ???

        – ?

        – 요?리

        – 오

        – 쿸뱅!

        – 할모니! 배불러요!!

       

        난 오늘 일일 요리사가 된다.

       

       

        *            *            *

       

       

        이현은 방송을 보다 말고 블레이즈에게 물었다.

       

        “야. 너희 어머니, 요리 잘하시냐?”

       

        “모르지?”

       

        블레이즈가 과자 봉지를 뜯다 말고 대답했다.

        ……어딘가 성의 없는 대답이긴 했지만 말이다.

       

        “대답 좀 성의 있게 해 줄래?”

       

        “모르는 걸 어떻게 성의 있게 대답하나?”

       

        와작와작.

       

        블레이즈가 불퉁하게 대답하더니, 옥수수 과자를 한 움큼 집어 들어 입안에 쑤셔 넣었다.

        ……이 드래곤은 어떻게 된 것이, 날이 갈수록 꼴불견이 될까?

       

        “아니, 어머니잖아? 요리 잘하신다, 못하신다라는 것 정도는 알지 않냐?”

       

        “쯧. 파트너.”

       

        과자를 다 삼키고, 손가락을 쪽쪽 빨던 블레이즈가 혀를 찼다.

        그러고는 이현을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넌 우리 드래곤이 요리할 것 같으냐?”

       

        “……아니?”

       

        하려면 할 수는 있겠으나, 멸천룡이 방송에서 말했던 ‘드래곤’의 생활상을 생각해 본다면, 이들이 딱히 요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멸천룡이 ‘요리’를 즐기는 모습은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부 ‘남들이 해 준 요리’였다.

        드래곤들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니까 이 새끼도 요리를 한 적이 없네?’

       

        이현의 불손한 눈초리가 배틀 메이트를 향했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 이외에는 그냥 글러 먹은 백수인 ‘백익룡’.

        이현이 그와 함께 살아가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 드래곤은 요리는커녕 방 청소도 안 한다.

       

        “……게으른 새끼.”

       

        “……싸우자는 거냐?”

       

        이현과 블레이즈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현이 알기로, 드래곤들은 요리를 한 적이 없었다.

        즉, 드래곤은 요리를 못 하는 것인가?

       

        “요리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읭? 뭔 소리야?”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이현의 의문에, 블레이즈는 손가락으로 자기 턱을 긁적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너희 인간들은 거의 모든 식량을 익혀 먹어야 하지?”

       

        “그렇…… 지?”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인류라면 모를까 현재의 인류는 ‘불에 구워 먹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

        그렇기에 고기를 굽지 않고 생으로 먹었다가는 탈이 날 수 있고, 설사 탈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화 효율이 급속도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 드래곤들은 딱히 불에 굽지 않아도 문제없다.”

       

        “알아. 너 우럭회 좋아하잖아.”

       

        “츄릅. 갑자기 땡기는군. 당장 주문해라.”

       

        “…….”

       

        황당하다는 얼굴이 된 이현이 조심스럽게 주문 어플을 열었다.

        ……참치회랑 광어회도 시켜야지.

       

        그렇게 생선회 주문을 넣은 후.

        만족스러운 얼굴이 된 블레이즈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우리는 익혀 먹지 않아도 소화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맛’을 신경 쓰자니, 우리는 미각이 인간보다 덜 발달되어 있지.”

       

        즉, 드래곤은 ‘요리’를 할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할 필요가 없어서 안 한다는 말이지?”

       

        “그렇지.”

       

        블레이즈가 이현의 질문에 ‘모른다’라고 답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어머니와 오래 떨어져 있었지. 그렇기에 내가 모르는 사이, 어머니가 요리를 배우셨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만나기 전까지, 블레이즈와 라그나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블레이즈는 라그나의 요리 실력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면, 적어도 이전에는 요리를 배우신 적이 없다는 말이지?”

       

        “그렇다.”

       

        고개를 끄덕이는 블레이즈.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만…….”

       

        “응?”

       

        “내 예상이 맞다면, 어머니는 요리를 하시면 안 된다.”

       

        “……응?”

       

        뜬금없는 블레이즈의 말에, 이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 아닠ㅋㅋㅋㅋ

        – 진짜 뜬금없넼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

        – 갑자기 요리인가욬ㅋㅋㅋㅋ

        – 아. 이거 오븐 폭발하는 느낌인데?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요리하실 줄은 아시죠?

       

        “걱정 말거라. 오늘의 요리를 도와줄 도우미가 있으니 말이다.”

       

        나는 옆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카메라 밖에 서 있던 오늘의 ‘도우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반… 갑… 다.”

       

        – 어우씨!

        – 깜짝이야!

        – 아오!

        – ㄷㄷㄷㄷㄷ

        – 뭐임?

        – 어? 곰?

        – 곰?

        – 어어?

        – 곰?

       

        황금빛 털이 북슬북슬한, 이쪽 세상에서 말하는 ‘곰’이라는 짐승을 닮은 지성체.

        나와 마찬가지로 하얀색 조리복과 하얀색 조리모를 뒤집어쓴 나의 5번 쉐프가 내 옆에 섰다.

        그러고는 한쪽밖에 안 남은 외눈을 뜨고 카메라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ㄷㄷㄷㄷ

        – 무섭다

        – 아니, 왜 노려보시지?

        – 누구세요?

        – 애꾸눈!

        – ㅎㄷㄷ

        – 뭐임?

       

        “소개하마. 내 5번 쉐프인 ‘요림’이라고 한단다.”

       

        “요림…… 이다.”

       

        아직 이쪽 차원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듯, 더듬더듬 말하는 요림.

        나는 그런 그에게 물었다.

       

        “통역기는 어디다 두고 왔더냐?”

       

        “(요리할 때 그런 거 끼고 있으면 집중 안 됩니다.)”

       

        “그렇구나.”

       

        본인 종족의 언어로 대답하는 요림.

        타당하다면 타당한 의견이었기에, 나는 그저 고개만을 끄덕였다.

       

        나는 요림의 팔을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가 조금 긴장한 모양이구나.”

       

        – 긴?장

        – ㅋㅋㅋㅋㅋㅋ

        – 긴장한 거 맞나요?

        – 계속 노려보는데요?

        – ㅋㅋㅋㅋㅋ

        – 곰이 째려 봐서 무서움.

       

        “음?”

       

        채팅창을 확인하곤, 곧바로 요림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안경은 또 어쨌느냐?”

       

        “아.”

       

        또 깜빡했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적거리기 시작하는 요림.

        나는 그런 어설픈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쯧쯧쯧. 내 으뜸가는 사냥꾼이었을 때는 그렇게 듬직했는데, 어째 은퇴 후에는 이렇게 어설픈 것이더냐?”

       

        “크르릉…….”

       

        “뭐, 째려보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더라도 째려보는 것은 아니니라. 그저…… 이 아이가 작은 것을 잘 못 보는 것뿐이란다.”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보니까 또 귀엽네

        – 황금 곰? 곰돌이…. 윽! 머리가….

        – 어우. 저 윗동네에서 형님 소리 들으실 것 같은 분이 귀여우시네요.

        – ㅋㅋㅋㅋ

        – 원래 사냥꾼이셨어요?

       

        “자. 질문은 나중에 할 기회를 주마. 우선은 오늘 할 요리를 먼저 소개하겠다.”

       

        요림에게 관심을 가지는 시청자들을 진정시킨 후, 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도화를 불렀다.

        그러자 도화가 커다란 두루마리를 들고 조리실에 들어섰다.

       

        – 두루마리?

        – 와. 지금 시대에서 두루마리를 볼 줄은 꿈에도 몰랐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저거 입에 물고 둔갑술! 외치면 되나요?

       

        촤르르륵!!

       

        도화가 챙겨 온 ‘요리 레시피’를 확인한다.

        허공에 펼쳐진 두루마리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하늘에 떠 있다.

        나는 카메라를 움직여 레시피를 보여 주었다.

       

        “오늘 할 요리는 이것이란다. ‘데미스젠티’라는 요리란다.”

       

        – 무슨 요리임?

        – 어디 요리예요?

        – 우리나라 요리는 절대 아닐듯?

        – 일단 지구 요리는 아닐 것 같은뎈ㅋㅋㅋ

        – 설마 이세계 요리인가요?

       

        “눈치가 빠른 이들이 있구나.”

       

        그렇다.

        오늘 할 요리인 ‘데미스젠티’는 이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개발된 요리 레시피다.

       

        “데미스라는 이름을 가진 요리사가 개발한 요리란다. 그리고 ‘젠티’라는 단어는, 그쪽 차원의 언어로…… 음…… ‘통구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구나.”

       

        이쪽 언어로 직역하자면…… ‘데미스의 통구이 요리’라는 뜻이랄까?

        정확한 의미는 아니지만, 대략 맞을 것이다.

       

        – 오! 통구이!

        – 통구이라니…..

        – ㄷㄱㄷㄱ

        – 기대된다!

        – 와! 좋아용!

        – ㅎㅎㅎㅎ

        – ㄷㄱㄷㄱㄷㄷㄱㄷㄱㄷㄱ

        – 그런데 라나님, 요리하실 줄은 아세요?

       

        “요리 말이더냐? 흠…….”

       

        시청자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을 해 보았다.

        내가 요리할 수 있냐고?

       

        “우선 말하자면, 나는 요리해 본 적이 거의 없단다.”

       

        – 아닠ㅋㅋㅋㅋㅋ

        – 요리 초봌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이고!

        – 오늘 오븐이 하나 사라집니다!

       

        시청자들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볼을 부풀린 후,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요리해 본 적은 없지만, 레시피를 따라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요리에 관한 취미도 없고, 요리해 본 경험도 없다.

        하지만 요리의 순서와 계량이 적혀 있는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따라 만드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냥 설계도대로 따라 만들면 되는 문제가 아니던가?

       

        “그리고 바로 옆에 요리사도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겠느냐?”

       

        – 그건 그럼

        – 사실 레시피대로만 해도 반은 먹음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과연 라나님의 툭방은?

       

        “자. 그럼 요리를 시작해 보자꾸나.”

       

        “네.”

       

        마침내 요리의 시작을 선언하고, 나와 요림은 천천히 ‘도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요림은 ‘망치’를 들고, 나는 적당히 ‘대형 작두’를 들어서…….

       

        – 잠깐!!!

        – 아니, 뭐임?

        – 그 흉흉한 무기는 뭐예요?

        – ????

        –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 아닠ㅋㅋㅋㅋ

       

        “음?”

       

        시청자들이 나와 요림이 든 ‘조리 도구’를 바라보며 의문을 가진다.

        ……하긴. 인간들과 우리는 문화가 다르니, 이런 당연한 일도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

       

        “요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료를 구해야 하지 않더냐?”

       

        – ????

        – ??

        – 아닠ㅋㅋㅋ

        – 재료 미리 구한 거 아니었어요?

        – ??????

        – 읭?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시한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은, 요리하기 전에 재료를 ‘미리’ 준비하던가?

       

        “아이들아. 알아두거라.”

       

        나는 시청자들에게 아주 당연한 지식을 알려주었다.

       

        “요리 재료는 바로 구해서 사용하는 것이 신선하다.”

       

        – 아닠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 당연하긴 한뎈ㅋㅋㅋㅋ

        – 미쳤냐고욬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나님의 쿡방!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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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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