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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7

       지존이라는 남자는 천하의 삼존 중에서 비교적 인간다운 사람이었다.

       

       천존 그 할배는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가지고서 종교를 만들겠다며 난리를 치던 괴인이고.

       

       명존 그 인간은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나오지 않겠다며 수십 년간 동굴에 틀어박혀서 내가 귀환할 적까지도 나오지 않던 인간이었으니.

       

       그에 비한다면 정상적인 대화가 통하는 지존은 그럭저럭 사람답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녀석도 정상은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내버리고 무에 모든 걸 바친 끝에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위를 바라보는 이가 어찌 정상일 수 있겠는가.

       

       천하제일을 다투는 무인들은 하나 같이 광인뿐이다. 그 모두를 상대해 보았던 내가 장담하마.

       

       본인은? 음. 그것은 까다로운 물음이로군.

       

       앞전에 했던 이야기가 있으니 차마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간에 본인은 현대에 제대로 적응하는 데 성공할 만큼 괜찮은 인간이지 않은가.

       

       저들은 그렇지 않다. 현대에 떨어지는 순간 수많은 난장판을 만들어 낼 작자들이다.

       

       엔리가 이야기하길 본인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장작의 여신이라 불린다만 저 놈들은 현실에 불을 붙일 놈들이란 이야기지.

       

       하여간 내가 아는 지존이라는 인간은 무 이외의 그 어떤 것에도 눈을 두지 않는 녀석이었다.

       

       날 적부터 무가에서 태어나 그것만을 배우며 자라났고 그것을 성취하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아 그 끝을 보기 위해 날뛰던 녀석이라는 거지.

       

       그렇다 보니 무 이외의 부분에서는 여러모로 상식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까놓고 말해서 돌대가리였다.

       

       무에 관해서 대화를 할 적이면 여러 신선한 사고를 내놓아 본인의 감탄을 사던 녀석이 어찌 그 이외의 부분을 꺼내면 아는 게 없어 사람의 속을 터지게 만드는 지.

       

       도저히 오랫동안 상종하고 싶지 않은 녀석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본래라면 지금쯤 산에 틀어박혀서 자신의 장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사내가 어찌 이 곳에 있는 것일까.

       

       그것도 평범한 사람을 상대로 사기도박이나 하면서. 본인이 지녔던 상식과 정반대되는 풍경을 보다 보니 절로 호기심이 생겼다.

       

       “갸아아아악! 왜. 왜죠?! 다섯 개의 소리가 들렸는데?!”

       “잘못 들으셨나 봅니다.”

       

       일단은 영문도 모른 채 저 녀석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는 엔리부터 구원하도록 할까.

       

       어차피 가만 두어도 자신의 재산을 탕진할 녀석이다만 사기에 연류되어 모든 것을 잃는 걸 불쌍하지 않으냐.

       

       슬며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녀가 울상을 짓고서 나를 쳐다봤다.

       

       “화령씨이이이이이.”

       “그래. 그래.”

       

       난 엔리의 손에 돈을 쥐어준 후 바루의 옆에 가 함께 야바위나 하고 있으라 이야기를 했다.

       

       “하실 겁니까?”

       

       엔리가 앉아 있던 자리가 비자 지존이 나를 올려다보며 물음을 던졌다.

       

       이 놈이 하는 존댓말을 들으니 몸에 소름이 끼치는 군.

       

       무술밖에 모르는 원숭이도 사회화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러지.”

       

       {명망 높은 지존이 왜 여기서 사기를 치고 있는가.}

       

       그 맞은편에 앉으면서 전음으로 물음을 던졌더니 지존이 눈썹을 치떴다.

       

       그와 동시에 몸 안에 내기를 돌리는 것이 무력을 행사할 생각이 가득한 것으로 보였다.

       

       {진정하게. 싸우러 온 것은 아니니.}

       {그럼 뭘 하러 온 거냐.}

       {단순하게 궁금증이 생겼을 따름이다. 천하의 삼존이 왜 이런 곳에 있는가 싶어서 말이야.}

       {그걸 믿으라고?}

       {왜. 그럼 여기에 지존이 있노라고 소리를 칠까?}

       {…쯧.}

       

       우리는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도박을 진행했다.

       

       내가 돈을 내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지존이 손을 내민다.

       

       그 안에 든 것은 쇠로 된 구슬. 손을 휘저으면 요란한 소리가 나는 녀석.

       

       이 도박장 안은 분명 시끄럽지만 그 소리는 무척이나 선명하다. 그렇기에 매혹되기 쉽지.

       

       뻔히 보이는 소리를 믿어선 안 된다. 지존 정도 되는 인간이면 자기 손바닥 안에 든 물건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거든.

       

       몇 개는 소리를 내고 몇 개는 안 내는 정도야 가뿐하지.

       

       물론 본인에게 먹히는 수작질은 아니다.

       

       본인이 도박을 한 경력이 얼마일지언데 저 정도 장난에 넘어가겠는가.

       

       어디 보자. 주먹 안에 들어있는 것의 숫자는 다섯이구나.

       

       “홀수.”

       

       내가 가뿐히 정답을 맞추자 지존이 한 쪽 눈썹을 치켜들며 주먹을 펼쳤다.

       

       그 안에 든 것은 정확하게 다섯 개였다.

       

       {대답이나 하게.}

       {누군지 정체도 모르는 녀석에게 왜 그런 걸 말해야 하지?}

       {민가. 현 화산의 문주. 이야기는 들어봤을 거다.}

       {하. 거짓말도 통 크게 하는 군. 검선 그 괴물 같은 노친네를 쓰러트렸단 소문이 도는 괴물이 겨우 이 정도 일 리가 없…}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하던 지존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내가 그 만이 볼 수 있도록 슬며시 천마신공의 내기를 흩뿌렸으니까.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후자를 택하면 그대는 그렇다쳐도 이 도박장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겠지.}

       

       지존 그대는 본인이 나름대로 인정을 하는 무인 중 하나다.

       

       본인의 공격 속에서도 어찌 저찌 제 목숨을 건질 수는 있겠지.

       

       허나 그대가 머무르는 이 장소는 도망칠 수 없지 않은가.

       

       지존은 내게 도박에서 이긴 보상금을 내밀면서 입술을 살짝 씹었다.

       

       {귀찮은 게 왔구만. 알겠다. 답해주지.}

       

       진작 그럴 것이지.

       

       {왜 이런 곳에 있냐고 물었나? 그대 같은 외부인들 때문이지.}

       {흠?}

       {네놈들이 하도 귀찮게 구니 본인이고 천존 할배고 숨어들 곳을 찾는 거 아니냐.}

       

       지존은 외부인의 탓을 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던 본인이지만 녀석이 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렵잖게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 지존 이 녀석은 유저들에게 있어 일종의 레이드 보스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화룡무인의 세계관, 그러니까 현 시점의 무림에서 천하제일의 무인이 누구냐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은 삼존의 것이다.

       

       훗날 본인이 귀환하기 직전에야 그 누구도 본인이 천하제일의 자리에 올랐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만 지금은 아니다.

       

       정파가 박살나며 백화령의 이름이 대륙 전체에 퍼졌지만 아직까지 천하제일이란 단어 앞에 논의되기엔 역사가 부족했지.

       

       현대와 달리 무림은 통신기기라는 게 부족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으로 세상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것이 현대다만 무림은 그게 안 되거든.

       

       이 곳에서 주요한 정보전달수단은 입소문이지.

       

       그리고 그 입소문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역사다.

       

       예전부터 오랫동안 전해진 이야기는 새로이 태어난 이야기로 이길 수 없지.

       

       본래라면 이 천하제일이라는 이름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감히 엿볼 수 없고 넘어설 수도 없는 경지로 치부되어야 한단 말이다.

       

       허나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달랐다.

       

       이 세상을 단순한 게임이라 생각하는 그들은.

       

       죽음조차도 하나의 경험이자 방식이라 생각하는 그들은.

       

       천하제일을 상대하는 걸 일종의 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그리 끈질긴 지 어디에 숨어도 반드시 날 찾아내더군. 그 뿐일까? 하나가 나타나면 그 후로부터 수십 개에 가까운 무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해대는데 그는 실로 끔찍한 일이야.}

       {상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있진 않을 텐데?}

       {당연하지. 놈들의 무공 실력은 벌레만도 못하니! 허나 여름의 모기떼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듯 놈들도 나의 신경을 갉아 먹는단 말이다!}

       

       전음으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는 지존은 내가 보았던 그 어떤 때보다도 감정적이었다.

       

       외부인들에게 당한 것이 한 둘이 아닌 모양이구나.

       

       “이번에도 홀.”

       “…정말 잘 맞추시는 군요.”

       “무얼. 별 거 아니지.”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도신 화령!도신 화령!도신 화령!]

       

       – 지금 몇 연속으로 딴 거야?

       – 6연속으로 이긴 거 같은데.

       – 운이 좋은 건가? 뭔가 기술이 있는 건가?

       – 백퍼 후자지. 이 사람 또 기상천외한 거 쓰고 있을 거야.

       – 우리 엔리는 지기만 했는데…

       

       {외부인들에게 고생을 하던 나는 오랜만에 머리를 썼다. 그러다보니 한 단어가 떠오르더군.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고.}

       

       지존은 녀석 답지 않게 머리를 썼다.

       

       어디에 틀어박히더라도 결국에 들키고 마니 그럴 바에야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에 숨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가 선택한 곳은 바로 도박장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욕망이 소용돌이치고 서로 간의 얼굴보다 도박의 결과에 집중하는 장소.

       

       {이 도박이라는 게 생각보다 취향에 맞더라고. 정체를 숨기기도 좋고, 빌어먹을 외부인 놈들을 골려먹기도 좋고.}

       

       처음엔 단순히 숨기 위한 장소로 택했던 도박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존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도박장이 훨씬 더 취향에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아예 새로 지어버렸지. 돈이라면 얼마든 구할 수 있었으니까.}

       

       무력과 돈이 있는 지존은 자신이 바라다면 무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서 더 많은 외부인에게 엿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도박장을 지었다.

       

       그 과정에서 외부인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자존심을 굽히는 행위까지 해가면서.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도박이라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에 불길을 지르기 마련.

       

       불쾌하고 불편한 시설과 사기꾼들로 가득한 화룡무인의 도박장에 미간을 찌푸리던 이들은 겉보기엔 공정하고 깔끔해 보이는 지존의 도박장이 등장하자마자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돈을 잃었다.

       

       {덕분에 편히 지내고 있지. 이 곳 지하에 시설을 만들어 수련도 하고 가끔 심심할 때면 이 곳에 나와 외부인들에게 골탕을 먹이기도 하고.}

       

       참. 세상일이라는 게 알 수가 없군.

       

       무재를 지닌 원숭이 같던 이 녀석이 거대한 도박장의 주인이 되다니 말이야.

       

       여러모로 시달린 탓인지 무의 성취는 과거보다 덜한 듯 하다마는 인간적인 성장은 지금이 더 나으니 무어가 낫다고 단언하기 어렵군.

       

       “자. 이번에는 어디에 거시겠습니까.”

       “짝.”

       “정말 짝입니까? 그럼 확인을.”

       “아니. 잠시.”

       

       지존이 해준 설명에 납득을 하며 도박을 이어 나가던 중 녀석이 펼치려는 손을 가로 막았다.

       

       허허. 녀석. 연속해서 지니 열이 받은 모양이구나.

       

       이렇게 대놓고 손장난을 치다니.

       

       “지금은 홀이구나. 그렇지?”

       

       허나 장난질을 칠 때는 상대를 잘 보아야지.

       

       본인이 도박에 관심을 두었던 세월이 네 녀석의 몇 배가 될 터인데 어디서 감히 이런 허접한 짓을 저지르느냐.

       

       “손을 열어봐라.”

       

       {장난을 칠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 순간 본인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터이니.}

       

       지존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손을 열었다.

       

       그 안에는 세 개의 구슬이 들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네 개였지만.

       

       “감이 정말 좋으시군요.”

       

       {거 대체 얼마나 처먹으려는 거야. 적당히 하지?}

         

       “하하. 본인이 실력이 좋아서 말이야.”

       

       {본인의 친구에게 장난질을 쳤으면 그대도 장난질을 당할 각오를 해야지. 그렇지 않나?}

       

       호기심은 호기심이고. 복수는 복수다.

       

       지존이여. 내 그대의 거처를 박살내진 않겠다.

       

       다만 그대의 자존심정도는 박살내야 속이 후련할 것 같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복수를 엔리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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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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