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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7

    <327 – 사석작전2>

     

    2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크노디와 싱이 돌아오지 않았다.

     

    “재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지긴. 애가 가진 재능이 자기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니까 재단을 벗어나지 못하게 묶어둔 거겠지.”

    “불쌍해.”

    “같이 갔던 애들은 그걸 놔두고 왔어?”

    “재단이잖아. 해코지 당할까봐 무서웠겠지.”

     

    무섭기는 했다.

    그렇지만 오크노디 본인의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믿고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되자 아카디아도 후회의 감정이 들었다.

    무리해서라도 그 아이를 데려와야 했던 건 아닐까.

    장갑을 움켜쥔 손에 꾸욱 힘이 들어갔다.

     

    “아카디아 님… 저런 바보들의 헛소리는 신경 쓰지 말아요.”

    “물론이죠. 크루즈선에서 보았던 오크노디는 결코 재단의 뜻에 놀아날 아이가 아니었어요.”

     

    그 아이에게는 아직 <착한아이>의 면모가 느껴진다.

    분명 사정이 있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돌아오리라.

    그렇게 2학기가 시작한 뒤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흘렀다.

    9월 초순, 떨어지는 낙엽의 숫자만큼이나 빠르게 흐르는 날자 속에 일주일의 시간이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아카디아의 인내심 또한 일주일의 경과와 함께 끝을 맺었다.

     

    “마하바라타 학년부장님을 뵙게 해주세요.”

    “학년부장님은 아무 때나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

    “들어오라고 하세요. 지금은 아무 때가 아니니.”

     

    마하바라타의 집무실 앞을 지키던 교관이 마지못해 집무실의 문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거대한 마나패턴에서 [열림]의 술식에 빠진 공백을 자신의 마나로 채워 넣으며 문을 개방했다.

    상당한 수준의 마나술을 익히지 못했다면 문을 여는 행위조차 할 수 없는 집무실!

     

    끼이익.

    쿵.

     

    슬며시 열린 문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위세 등등하게 들이닥칠 때는 언제고 눈치를 보며 소심하게 눈을 굴리는 아카디아.

    그녀가 당당함을 유지하기 벅찰 정도로 마하바라타 교수의 집무실은 이질적이었다.

     

    “이건… 다 뭐죠?”

    “고밀도의 마나 속에서만 헤엄치는 정령물고기. 교장님의 명령으로 이번 주에 출몰할 주간이벤트 대상이랍니다. 조만간 교내 곳곳에 출몰할 텐데 마나의 심압을 견뎌내고 물고기를 붙잡으면 정령들의 작은 축복을 받을지도 모르죠.”

     

    …또 이상한 기믹이 아카데미에 하나 늘어났다.

    그래도 일단 용건을 마친 뒤에는 친한 학생들에게 전해두자.

     

    “오크노디가 재단의 시설에 갇힌 뒤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아카데미에서는 이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계시나요?”

    “물론입니다. 애초에 교장님의 지시를 받고 퍼거슨 교수를 크루즈선에 잠입시킨 것이 저였으니까요.”

    “예? 퍼거슨이라면 티토소가의 조명대를 강화시켜주었던 정체불명의 연쇄강화마… 그 수상한 사람이 교수님이라고요!?”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교수가 있는데도 그들이 겪었던 고생은 보통 고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제국의 레이브 교수가 크루즈선에 따라와서 오크노디를 죽이려 했던 것도 알고 계셨나요?”

    “퍼거슨 교수에게 보고는 받았습니다. 일단은 재단의 품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교수를 파견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입수했지만 그때는 설마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생각을 할 줄은 몰랐었죠.”

    “…지나간 일이니 그 건은 넘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인명사고로 이어졌던 안라게의 사도의 참극에서 교수님은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어요.”

     

    서운하다거나 야속하다고 할 수준이 아니다.

    자칫 학생들의 영혼이 뒤바뀔 수 있었다.

    죽느니만 못한 끔찍한 처지가 될 수 있었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지금도 치가 떨린다.

     

    “가장 중요한 때에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면 대체 뭘 하러 오셨던 건데요?”

     

    마하바라타 교수는 당돌한 학생의 물음에 대답했다.

     

    “백만 포인트.”

    “…”

    “1급 정보반출금지조약을 어기는 대가로 제가 감수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하아. 그놈의 포인트 만능주의. 교수님들조차도 포인트의 속박을 벗어날 수 없는 건가요.”

    “재단의 포인트를 겪었다면 아카데미의 포인트는 훨씬 양호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알려줄 생각이 없다면 됐어요. 저라고 시간낭비나 하고 싶어서 찾아온 게 아니니.”

     

    대신, 아카디아는 더욱 효율적인 답을 찾았다.

     

    “이대로 오크노디가 이대로 돌아오지 않고 아카데미에서 마땅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저는 그 아이를 찾으러 나설 거예요. 그때가 되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마하바라타 교수님도 알게 되겠죠.”

     

     

    * *

     

     

    교수를 상대로 하는 당돌한 선언은 사뭇 무례하게 들렸다.

    입구를 지키던 교관이 집무실을 떠나는 아카디아를 노려보며 교수의 지시를 재촉했다.

     

    “건방진 1년생에게 징계를 내리길 원하신다면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됐습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마음고생 크게 하고 온 아이들이니 눈에 뵈는 게 없는 건 당연한 일이죠.”

     

    아카디아의 마음을 모를 마하바라타 교수가 아니었다.

    흔히 학생들은 교수들의 정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들의 위장신분쯤으로 여기지만 교수들도 알고 보면 그리 무자비한 괴물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최고의 실력을 연마하느라 마땅히 갖추어야 할 사회상식이나 정상적인 사고관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마하바라타 교수는 그런 부류의 교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고치고 다니는 교수들의 뒷수습을 하고 아카데미의 평화와 질서를 되찾는 모두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입장이었다.

     

    “미움 받는 역할만 하면 힘이 빠지지도 않습니까? 교수님은 사람이 너무 착하십니다.”

    “어쩌겠어요. 1학년인데. 정 신경 쓰이거든 가서 아카디아 1년생에게 전해주세요. 기밀정보에 접근하고 싶다면 학생회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980기의 확고부동한 학년수석 만델라 카스테라 역시 1년생 시절에는 지금보다 기량도 안목도 전부 어설프고 설익었다.

    시간과 경험이 쌓였기에 비로소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을 뿐.

    마하바라타 교수는 아카디아에게도 만델라와 같은 변화가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어차피 재단의 ‘낚시’에 대응할 교장님의 응수는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그 수집광의 딸이라면 정령물고기를 낚을 기회는 절대 못 놓치겠죠.”

     

    재단의 품에서 무력으로 오크노디를 빼앗으려는 것은 하책이다.

    오크노디 스스로 아카데미에 돌아올 욕구를 느끼도록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내놓는 것이야말로 상책.

    마하바라타는 드래곤교장의 묘수가 통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세상을 흥미 하나만 보고 살아가는 자.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교장이 친 미끼는 오크노디에게 더욱 유효할 것이다.

     

    ━━━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수강생평가(오크노디)

    브론즈 교수의 수강생평가(오크노디)

    ━━━

     

    적어도 디스트로이어 교수와 브론즈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정보를 제공했다.

    드래곤교장의 믿음과 전직용사의 판단, 의적의 안목이 모두 잘못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재단도 이제는 순순히 오크노디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으리라.

     

    ‘물질에서 재단의 부에 밀리지 않는다면 오크노디의 거취를 결정짓는 것은 물질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양질의 가르침이죠.’

     

    재단과의 작은 싸움은 아카데미의 승리로 기울었다.

    승기를 확신하던 마하바라타 교수의 집무실 밖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렸다.

    드래곤교장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마나역장범위를 지니고 있는 마하바라타 교수는 평소 자신의 집중을 깨뜨리는 접근에 날카로웠다.

     

    감점 100점.

     

    복도에서 달리지 말 것을 요청하는 가장 빠른 방법을 떠올리던 마하바라타는 들이닥친 교관의 얼굴을 보고는 생각을 고쳤다.

    이 녀석은 올해로 아카데미에서 8년째 썩어가고 있는 고참교관이다.

    포인트 아까운 줄 모르고 함부로 금기를 범할 얼간이가 아니었다.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1학년 학생 한 명이 교내에서 일어난 사고로 즉사했습니다.”

    “…뭐라고요? 아니, 1학년들이 돌연사하지 않도록 우리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설마 규칙을 어기고 고학년이…”

    “고학년의 습격이 아닙니다. 같은 1학년이 1학년을 습격했습니다.”

    “사망학생과 가해학생의 정보를 전송하세요.”

     

    마나보드를 펼친 마하바라타 교수는 분노로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

     

    그리고 당황했다.

     

    ━━━

    피해학생 : 모르도르(수인전형 재단장학생 추정)

    가해학생 : 프라이머(우수전형 재단장학생 추정)

    ━━━

     

    손에 피를 묻힌 것도 재단장학생.

    피를 흘리고 죽은 것도 재단장학생.

     

    “뭐죠 이건? 내분?”

     

    오크노디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사려야 할 타이밍일 텐데.

    없던 위화감마저 저절로 일어나는 결과에 정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재단이 이해할 수 없는 짓을 벌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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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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