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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8

       황립 론다리움 아카데미는 4년제다.

        

       이렇게 정해지게 된 계기는 아마 중학교 3학년에 고등학교 3년을 더하기를 원한 개발사의 의향이겠지.

        

       이 아카데미는 딱히 법적으로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만 보면 철저하게 사립 아카데미였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그러니까 돈을 내는 사람의 의향에 따라 결정되는 시스템.

        

       애초에 이 나라는 고등학교는커녕 초등학교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생기지 않았으니까. 비슷한 곳이 있기는 했지만, 그곳은 돈 많은 집안을 위한 곳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런 곳을 세워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좋겠지. 후에 앨리스가 정말 황제가 되면 한번 제안해 볼 생각이다.

        

       아무튼, 현대 사회에서 보면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될만한 곳이 법으로 정해진 적이 없으니, 다른 부분은 어떻겠는가.

        

       현대 사회에서는 하면 곤란한 일들이 당연히 합법적으로 버젓이 벌어진다.

        

       그리고 샤를로트는 그 ‘합법적인 부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사라지는 샤를로트와 미아의 행방을 알게 된 것은 사흘이 지난 뒤였다.

        

       그동안 앨리스와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주로 학생회실을 돌아다니면서 귀족 아이들과 면담하고, 은근슬쩍 후에 처리해줬으면 하는 일을 물어보고, 그러면서도 해결해준다는 확실한 대답은 미루면서 말을 빙글빙글 돌려서 모호하게 판단하도록 만들었다.

        

       후에 왜 안 도와주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어차피 학생 시절에 잠깐 나눈 대화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 ‘가능성’만으로도 귀족 아이들은 앨리스를 뽑아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앨리스가 황제가 되는 순간까지 유용하게 작용하겠지.

        

       ……어떤 의미에서는 공수표를 남발하는 현대의 정치인보다도 악랄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샤를로트가 한 행동은 우리가 한 행동보다 조금 더 나아간 행위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귀족반 아이들과의 대화를 끝마칠 때까지 샤를로트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지 못한 앨리스는 방과 후에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무슨 대책이 있으면서도 그걸 보이지 않으니 우리가 대처할 방법이 없잖아. 어떻게든 샤를로트가 선택한 방법이 뭔지 알아야겠어.”

        

       “어떻게 알아내려고?”

        

       “……아침에 직접 가서 알아내는 방법밖에 없겠지.”

        

       앨리스가 대답했다.

        

       “내가 이틀 전에 한 말이랑 똑같네.”

        

       샤를로트가 귀족반 애들 사이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다소 초조하게 구는 앨리스에게 비슷한 말을 했을 때는, 앨리스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귀족반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씩 다 본 이후로는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안 그러면 상대방의 전술도 모르고 그냥 얻어맞게 될 테니까.”

        

       이번에는 ‘그래도 내가 뽑히는 건 기정사실이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아직도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긴 했다. 결국 샤를로트가 무슨 일을 벌여도 앨리스는 이 나라의 황태녀였다. 차기 황제가 될 이를 내쳐서 어쩌자는 말인가.

        

       “좋아, 그럼. 나도 샤를로트가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는 궁금했으니까.”

        

       *

        

       샤를로트는 상당한 실력의 검사였다. 그리고 이 세계관에서 ‘상당한 실력의 검사’라는 뜻은 자기와 비슷하거나 더 떨어지는 실력을 갖춘 이가 뒤를 쫓으면 금방 눈치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샤를로트의 방 앞에서 대기하다가 따라가는 것은 곤란하다. 나는 검술 실력이 형편없다. 내 강점은 총을 잘 쏘는 것이었으니까. 아예 멀리 떨어져서 미행하는 거라면 모를까, 건물의 같은 복도 안에서 기척을 죽이고 상대를 따라가는 것은 하지 못한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그것도 억지로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그렇다고 미아를 따라가려고 해도, 학생회장과 부회장 후보가 자기네 홍보하러 다니며 따로 행동할 것 같지는 않았다. 미아 옆에 샤를로트가 있다면 그냥 샤를로트 뒤를 쫓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그냥 당당하게 그 둘의 뒤를 따라가는 거였다.

        

       어차피 들킬 거, 그냥 따라가자는 말이다.

        

       교실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뿐인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물론 그렇다고 처음부터 둘의 뒤를 따라가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우리를 눈치챈 샤를로트가 이리저리 빙빙 돌면서 우리를 따돌리려고 할 테니까.

        

       ……솔직히, 고작 고등학교 학생회장 뽑으면서 이게 뭐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 저기.”

        

       샤를로트를 먼저 찾은 사람은 앨리스였다.

        

       그리고 앨리스는 샤를로트가 들어가는 곳을 보고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도 그럴 게, 우리가 샤를로트를 찾은 곳은 다름 아닌 평민반인 D반이었기 때문이다.

        

       이 아카데미에서 한 학년을 차지하는 학생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귀족반 두 개를 합쳐서 30명, 평민반 두 개를 합쳐서 60명.

        

       사실 아카데미 학생들은 모두 같다고 말하면서도 귀족은 한 반에 고작 열다섯 명 넣어두고 평민은 30명씩이나 몰아넣어 둔다는 점에서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 보였지만, 애초에 신분제가 강력하게 남아있는 세계관에서 ‘모두 같다’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이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모두 ‘평등’하기에, 모두에게 ‘소중한 한 표’씩이 돌아간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평민들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평민은 일하느라 바빠서 투표하러 가지 못하고, 설령 투표하는 평민이 있다고 해도 그런 평민은 보통 돈 많고 잘 사는 이다. 당연히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투표한다.

        

       자연스럽게 투표하는 이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이들은 돈 많고 시간도 많은 귀족이 된다.

        

       심지어 아직 여성참정권은 없다. 여성은 출마권도 없고, 투표권도 없다. 앨리스와 샤를로트의 출마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은 이곳이 그저 아카데미이기 때문일 뿐이다.

        

       그리고 이 뒤틀린 사실은 이 세계에서는 ‘상식’이었다. 심지어 나름대로 올곧은 생각을 가진 앨리스마저도 간과했을 정도의 ‘상식’.

        

       인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카데미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실 ‘후에 세상이 바뀌었을 때’를 미리 예견하고 시스템으로 만들어둔 것이 아닐까 싶었다.

        

       “…….”

        

       아무튼, 샤를로트가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본 앨리스는 살금살금 그 교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복도에 난 창문을 통해 교실 안을 들여다본 뒤, 입을 살짝 벌렸다.

        

       나도 그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 교실 안을 보았더니—

        

       ……교실 안에는 술병이 가득했다.

        

       아니, 그렇다고 술판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술병’이 가득했다.

        

       질 좋은 벨부르 와인으로 가득한 술병이.

        

       “…….”

        

       입을 벌린 앨리스가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저 평민들의 숫자나, 평민들에게도 표가 돌아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에는 앨리스가 이길 거로 생각한 나조차, 이건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누구나 출마할 수 있고,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선거이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현대의 선거 방식을 떠올렸고, 그렇기에 그 신성한 선거가 유지되기 위하여 존재하는 모든 법률도 비슷하게 있으리라 생각했다.

        

       당연히 현대 사회였다면, 그것이 정말로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 선거건 아니건, 투표권자를 돈으로 사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대는 냉혹한 귀족주의의 시대.

        

       그리고 동시에 엄혹한 자본주의의 시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반칙 아닐까?”

        

       잠깐 벙찐 상태로 있던 앨리스는 갑자기 정색하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냉혹하니 엄혹하니 해도 앨리스 눈으로 보기에는 저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러게. 나도 샤를로트라면 조금 더 정석적인 방법을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런 식이면 아무리 해도 샤를로트가 이길 수가 없을 거 아니야.

        

       조금 이해가 갈듯 말듯……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현대 사회를 살아온 나에게 저런 상황은 그렇게 멋져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저것 봐, 옆에 있는 미아도 이게 맞나 싶은 표정을 짓고 있잖아.

        

       이건 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

        

       “뇌물로 바친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의외로, 샤를로트는 그 술들을 정말로 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문화 교류를 위한 시음회를 열었을 뿐이에요. 벨부르 와인은 제국에서도 상당히 유명하거든요.”

        

       “그리고 너는 그 유명한 것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들만 골라서 잔뜩 들고 왔고. 게다가 그 병들을 아예 다 따다가 시음회를 열었고?”

        

       “그렇죠.”

        

       그렇다.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상대의 말을 들으면 이야기가 조금 더 좋게 들리기도 하는 법이니까.

        

       게다가 ‘시음’회라서, 그 이야기를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취할 일도 없고.

        

       하지만……

        

       그런데 그냥 술을 통째로 주지 않았을 뿐이지, 일단은 준 거잖아.

        

       아슬아슬하게 뇌물 아니야?

        

       ……그런데 또 이 시대를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산업 시대라는 말은 마법의 말이네.

        

       온갖 괴상망측한 범죄가 상식이 되어버리는 시대라니, 대체 뭐 하는 시대였던 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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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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