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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8

        

       “뭐? 그….”

         

       남자는 진성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가, 입 밖으로 ‘그게 무슨 개소리냐’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전 온갖 노력을 통해 목구멍 아래로 다시 집어넣는 것에 성공했다.

       

       그런 말을 한다면 마치 정곡을 찔린 것 같지 않은가.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을뻔한 격한 반응을 숨기고, 대신에 아주 평온한 듯, 어이없다는 듯 가장을 한 채 말을 뱉었다.

         

       “…게 무슨 말이지?”

         

       자기 몸에 그런 것이 없는데 뭔가 잘못 안 것은 아니냐는 듯이 말이다.

       헛수고를 한 사람을 비웃는 것처럼 가장했고, 자기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로 비틀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남자의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진성이 보기에 남자의 연기는 아주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데다가, 설령 연기가 완벽했다고 하더라도 진성이 남자의 몸에서 발견한 것은 분명히 주술이었으니까.

         

       “그렇게 반응하여도 소용이 없다네. 나는 자네를 떠보는 것도 아니고, 확신은 있는데 증거를 찾지 못한 것도 아니야. 나는 자네의 몸에 새겨진 주술문을 보았고, 자네의 갈비뼈에 끼워져 있는 반지 형태의 주물 역시 발견했다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고.

       네가 나를 속이려고 하는 모든 시도는 헛수고일 것이라고.

         

       진성은 선고하듯 담담히 사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더라도 자네는 믿지 않을 것이야.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구명줄이 삭았으니 잡아도 소용없다고 말하고, 품에 있는 조명탄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들 그것을 어찌 믿을 수가 있으랴? 본디 구명(救命)에 대한 믿음이란 희망이 섞여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인즉. 내 직접 증명해주겠느니라.”

         

       진성은 그렇게 말하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그는 성대를 진동시키며 소리를 내었고,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날을 세우고 자신의 배를 세로로 긋는 듯한 동작을 하였다.

         

       “아-”

       “아-”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진성의 입이 두 개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가 머리가 있는 곳과 배가 있는 곳에서 동시에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진동을 내는 소리는 마치 서로 합을 맞추듯 맞아떨어졌으며, 이윽고 하나의 선율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하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충분히 음이 맞아떨어졌을 때, 진성의 입에서 주언(呪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이러한 약속을 위해—–”

         

       그리고 진성의 머리에서 나온 소리를 받아주듯, 배에서 역시 낮고 무거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비—스밀라(Bismilla).”

         

       배가 내는 주언(呪言)은 소리와 진동을 반반 섞은 느낌이었다.

       거대한 소리에 스피커가 둥둥 울리는 것처럼 진성의 배에서도 진동이 울려 퍼졌고, 그것은 이리저리 부딪치고 물들이며 지하 이것저것에 있는 것들을 흔들었다.

         

       “나의 약속의 모든 것을 위해-”

       “비스밀라(Bismilla).”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언이 시작되었다.

         

       “나는 눕고, 나는 일어나네.”

       “비-스—–밀-라(Bismilla).”

       “나는 여행을 떠나네—-”

       “비스밀라(Bismilla).”

         

       그렇게 웅장한 음악처럼 흘러나오던 주언은 저것을 끝으로 뚝 끊겨버렸고, 곧 약간의 시간을 둔 뒤 동시에 머리와 배의 입이 소리를 내었다.

         

       “알리프 람 밈.”

       “알리프 람 밈.”

         

       진성은 머리와 배로 기도하듯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천천히 움직여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경전을 읊는 것처럼 장엄하고 웅장하게 말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알라께서 불신한 자들에게 이르기를 너희와 너희의 사신들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서라. 그렇게 하나님께서 그들 사이를 분리할 것인즉, 그때 사신은 이리 말하리라.”

       “너희가 숭배했던 것은 우리가 아니었노라.”

         

       진성이 지금 사용하는 것은 아브라함 계통의 주술이었다.

       정확히는, 이슬람교의 주술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이슬람교의 주술은 아니었다.

         

       이슬람에서는 오직 아랍어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예배 때 아랍어로 꾸란을 암송하지 않으면 무효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꾸란 역시 다른 언어로 기록될 수 없으며, 오직 아랍어로 기록된 꾸란만이 완전하고 완벽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슬람교의 특성에 따라 그들의 주술은 오직 아랍어로만 말해야만 하며, 그 외의 것은 모두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이슬람교에 뿌리를 두되 아랍어로 말하지 않는 주술은 비다트(Bid’at)나 후로파트(hurofat)같은 미신이나 이교도적 미신으로 취급되었고, 심할 때는 이단(kafir, كافر)으로 취급하였다.

         

       지금 진성이 행하는 주술은 이슬람교의 신성술사들이 미신(Bid’at)에서 비롯된 주술로 취급하는 것. 이슬람교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되, 아랍어가 아니라 다른 언어를 통해야만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가 회귀하기 전, 카자흐스탄에서 발견한 주술이었다.

         

       이 주술의 능력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었다.

         

       피를 매개로 발동하는 주물의 사용을 방해하는 것.

         

       [ 실로 우리는 너희 불신자들이 우리를 숭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며 또한 너희 불신자들에게 우리를 숭배하라고 말하지 아니하였느니라. ]

         

       그리고 이 주술에 의해 방해된 주물은 꾸란의 특정 구절을 읊으면 이렇게 반응하게 된다.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위대한 하나님, 알라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이건….”

         

       남자는 자기 갈비뼈에서 음성이 흘러나오자 당황했다.

       음성은 정확히 주물이 위치한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갈비뼈를 타고 말을 하는 진동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 음성이 남자의 것과 똑같기까지 했으니….

         

       “이건 말도 안 돼.”

         

       남자는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린다 한들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가 아무리 부정해도 그는 잡혀있었으며, 그가 가지고 있던 추적 장치는 모두 부서지거나 빼앗겼고, 그의 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주물은 주술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이딴 주술, 들은 적도 없는데…! 이건, 이건 사술(邪術)이야! 이 더러운 사술사(邪術師)놈—–!”

       “그러하겠지. 수면 위에 비친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아주 잠깐 번쩍였다가, 신성술사들이 순식간에 대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완벽하게 파훼하여 역사 뒤로 사라져버린 것이니까 말이야.”

         

       피를 매개로 하는 주물을 방해하는 것은 곧 신성술사를 저격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신성술사만큼 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술사들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신성술사는 이 주술에 한 번 당하고 난 뒤, 온 힘을 다해 이 주술을 연구했다.

       해부를 하는 것처럼 낱말 하나, 의식 하나하나를 해체했으며,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신성술사 개개인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라는 거대한 집단 단위로 이루어졌으며, 신성술사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신자의 도움이 더해졌다.

         

       그렇게 거대한 세력의 도움을 등에 업은 덕분에 이 주술은 순식간에 대항법이 나타났으며, 예방법과 해결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이 주술은 사용 가치가 사라져버렸고, 역사 속에 조용히 파묻히게 되었다.

         

       “지금도 이 주술은 신성술사가 만든 것에는 먹히지 않네. 그들은 개개인으로 주술의 길을 걷는 사람이자, 종교라는 것에 묶여있는 이들이며, 기록으로 전승되고 그 발자취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이들이기에.”

         

       그렇다.

       이 주술은 신성술사가 만든 주물에는 먹히지 않는다.

       신성술사가 만든 것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신성술사가 아니라면?

       아브라함 계통 종교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하지만 말이야. 자네는 신성술사가 아니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아예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독자적인 주술을 만들고 그것이 제일인 것처럼 발전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이의 것이라면?

         

       당연하게도 이것은 끔찍한 재앙이 된다.

         

       면역을 갖추지 못한 원주민들에게 천연두가 끔찍한 재앙이 되었듯, 이 주술 역시 대항책이 없는 피를 매개로 하는 주물에는 끔찍한 재앙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된 곳에서 교류도, 연구도, 발전도 없었던 것을 원망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는 진성의 설명에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불안한 듯 눈이 이리저리 흔들렸고,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려 사방을 훑었다. 그리곤 무언가 떠올리기라도 한 듯 입술을 꽉 깨물었고, 이윽고 결심이라도 한 듯 크게 소리쳤다.

         

       “죽여라!”

         

       그는 결연하게 외쳤다.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죽여라!”

         

       그는 죽음을 각오한 사람처럼 소리쳤다.

       다가올 죽음이 두려운지 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눈에 힘을 준 채 부릅뜨고 진성이 있는 곳을 노려보았고, 턱과 입술이 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술이 짓이겨지고 피가 줄줄 흘러나올 정도로 세게 입을 다물었다. 거기에 자신은 그 어떤 고통이라도 견딜 수 있다는 듯 거칠게, 하지만 규칙적으로 숨을 세게 쉬었다.

         

       진성은 각오를 마친 남자를 보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이보게. 왜 내가 자네를 죽이겠는가?”

       “하, 고문을 하시겠다? 어떤 고문을 하든 소용없다! 네가 원하는 정보는 얻을 수 없을 테니까!”

         

       남자는 진성의 말에 있는 힘껏 소리쳤다.

         

       “나는 동료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죽더라도 내 동료가, 선배가 너를 반드시 찾아내서 끔찍하게 단죄할 것이다!”

         

       진성은 남자의 말에 손을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이보게. 나는 자네를 고문할 생각도 없고, 자네를 죽일 생각도 없다네.”

       “개소리하지 마라!”

         

       남자는 진성의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저게 아니라면 자신을 납치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진성은 그런 남자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그냥 이야기나 좀 나눠보려 하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느니라.”

         

       그는 무언가 먼 곳을 보기라도 하는 듯 아무것도 없는 허공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은 꽤 있으니. 우리 교만(superbia)과 아타카 바고(Aṭṭhaka vaggo)에 대하여 논해보도록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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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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