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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8

       독고천의 몸뚱어리가 쓰러지는 순간.

         

       숨죽인 채 이를 지켜보고 있던 별동대원들뿐만 아니라, 바람에 흩날리던 산천초목마저 입을 닫아버려 적막감을 한층 더 짙게 만들었다.

         

       과거에 비해 그 빛이 바랬다고는 하나, 한때 정파 제일의 기재라 불리며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대를 사고 있는 독고천의 배신.

         

       그리고 벼랑 끝에 몰린 독고천을 어린아이 다루듯 압도한 백우진의 무위.

         

       그야말로 충격에 충격이 더해져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과거 제천대성의 몸 위를 짓누르고 있던 억만 근의 쇳덩이처럼 무겁게 내려앉은 적막을 깨부순 이는 다름 아닌 백우진 본인이었다.

         

       “…독고천의 시신을 수습해라. 곧장 본대로 합류한다.”

         

       나지막한 그의 지시에 퍼뜩 정신을 차린 이들이 쭈뼛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심장을 말끔하게 꿰뚫린 채 죽어 있는 독고천의 시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에라도 눈을 번쩍 뜰 것만 같은 생생함이 그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죽은 자 독고천보다 산 자인 백우진을 더 무서워해야 함을 깨달은 이들이 커다란 면포에다 독고천의 시신을 감싸 들었다.

         

       떠날 채비를 마쳐 갈 무렵.

         

       별동대원 중 하나가 커다란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백우진에게 다가가 물었다.

         

       “우,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의 물음에 우왕좌왕하고 있던 별동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묻지 못하고 있던 물음.

         

       자신들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었기 때문.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와중에 들려온 황당한 물음에 백우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글쎄…, 너희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실제로 그랬다.

         

       애초에 저들에게 죄를 물어야 하는가 자체가 의문인 상황 아닌가.

         

       별동대는 어디까지나 본대를 살리기 위해 희생을 자처한 이들이 모인 조직.

         

       비록 이를 조직한 대가리가 불손한 생각을 품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거기까지 알지 못한다.

         

       죄가 있다면 순진하게 독고천이라는 인물을 마음 깊이 따랐다는 정도 아닐까.

         

       그를 믿은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 독고천은 제법 훌륭한 우두머리를 잘 연기하고 있었으니까.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백우진이 어느덧 제 주변으로 모여든 별동대원들에게 물었다.

         

       “너희 중에서 독고천이 혈교와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모두가 입을 꾹 닫았다.

         

       바보 같은 질문이다.

         

       만약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입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 아닌가.

         

       여기 모인 백 명 중, 몇몇은 그의 배신을 알고도 따랐을지도 모른다.

         

       특히 파천신룡조에 속한 조원들.

         

       독고천에게 제 인생을 건 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죄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심증만으로 그들을 독고천과 같은 죄인으로 몰 수는 없는 노릇.

         

       “아무도 없다면 당장 너희에게 물을 죄는 없다. 그러니 괜한 걱정일랑 접어두고 복귀 준비나 철저히 하도록.”

         

       백우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굴에 화색이 도는 별동대원들.

         

       “예, 알겠습니다!”

         

       목소리도 우렁차졌다.

         

         

       * * *

         

         

       산맥을 꽁꽁 둘러싸고 있던 혈교도들이 부리나케 도망친 이후.

         

       중원 무림에 온갖 소식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정사에 의해 강한 압박을 받고 있던 혈교가 마침내 칼을 뽑아 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첫 진격 대상이 정무학관이라는 것.

         

       “아주 미친놈들이구만, 그래!”

       “어디 할 게 없어서 그 어린애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전쟁을!”

         

       덕분에 혈교의 인식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길 자신이 없어 고작 정무학관의 생도들에게나 싸움을 거는 나약한 집단이라며 그들을 욕하는 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혈교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애초부터 그들의 인식은 좋지 않았기에.

         

       더군다나 앞서 말한 바 있듯,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이는 법.

         

       그들이 승리하는 순간 써 내려갈 역사에 이러한 이야기는 담기지 않을 것이기에.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들었나? 정무학관의 생도들이 혈교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구먼!”

       “으하하핫! 난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 아무렴 미래의 정파를 이끌어 갈 기재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혈교도들 쯤이야 우습지, 암!”

         

       초기에만 해도 여론은 그러했다.

         

       혈교도들을 상대로 정무학관의 생도들이 반의반이라도 살아남으면 다행이라고.

         

       분명 그랬는데, 결과를 까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정무학관의 생도들이 생존을 넘어 혈교도들을 일망타진하는 데에 성공한 것.

         

       그것이 정파, 나아가 사파의 사기마저 충천하게 만들었다.

         

       “혈교 놈들 별거 아니잖아?”

       “고작 생도들에게 패배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약한 거지?”

         

       그리고 마지막에 터져 나온 소식 하나가 정파 전체를 숙연한 분위기로 내몰았다.

         

       한때 정파 제일의 기재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독고천이, 혈교도와 내통하여 생도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했다가 들통이 나 사망했다는 것.

         

       그를 누르고 정파 제일의 기재라는 칭호를 빼앗은 백우진이 이를 조기에 진압한 사실만큼은 고무적이나, 정파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

         

       덕분에 한동안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이 마주칠 때마다 정파의 무인들은 그들과 시비가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말싸움이라도 시작됐다 하면 그 일로 딴지를 걸고 넘어질 테니까.

         

       사실 무림맹 측에서는 이러한 소식을 은폐하고 독고천이 혈교도와의 전쟁 도중에 전사했다는 식으로 알리고 싶었지만, 백우진이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왜 안 된다는 건가?! 당장 혈교와의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네는 모르는가!”

         

       나름 정론으로 백우진을 압박했으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파라는 작자들이 고작 사기 하나를 위해 그런 치졸한 짓을 하면 그게 정녕 정파입니까?”

       “…….”

       “누구라도 거짓을 퍼뜨리려고 했다간 역풍 맞을 각오 정도는 해두십시오.”

         

       도리어 반론으로 그들의 입을 모조리 닫게 만들었다.

         

       사실 그의 말 한마디에 크게 깨달은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백우진이 완강하게 밀고 나가는 순간 자신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한들 금세 들통날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를 묵인하게 되었을 뿐.

         

       “씁쓸하네….”

         

       이러한 상황에 백우진은 쓰린 속을 술로 달래며 애달프게 웃었다.

         

       정파임에도 전혀 정파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혈교도와, 나아가 마교와 싸울 생각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플 지경.

         

       “이놈의 무림맹을 갈아엎든가 해야지, 원….”

         

       물론 무림맹에 머리에 똥만 들어차 있는 이들이 모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림맹주를 비롯한 몇몇 인물들은 정상…, 아니, 훌륭했다.

         

       얼마 남지 않은 순수한 정파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

         

       다만 무림맹주를 비롯해 그의 뒤를 따르며 정파의 기상을 지키려는 이들의 수가 그렇지 못한 이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게 문제일 뿐.

         

       그도 무림맹의 썩은 부분을 잘 알고 있기에 이를 개혁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

         

       사파의 사흑련과 달리 무림맹은 맹주와 더불어 장로들의 입김이 매우 거센 연합체.

         

       뜻이 맞는 이들끼리 똘똘 뭉쳐 있어 맹주로서도 이를 와해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은 그대로 둬야겠지.”

         

       당장 그들을 도려낼 힘도 부족할뿐더러, 시기도 맞지 않다.

         

       지금은 똘똘 뭉쳐서 어떻게든 혈교를 밀어내야만 하는 상황.

         

       제아무리 썩어 있는 그들이라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힘을 보태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겠나.

         

       “그래, 일단은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놈들을 이해하려 애쓰자.”

         

       그들과 척을 져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더군다나 혈교와의 전쟁이 중원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일단은 좋게 구슬려서 적당하게 써먹다가….

         

       “저어, 백 공자.”

       “응?”

         

       백우진에게 배정된 막사를 찾아온 제갈연지가 우물거리며 등 뒤에 숨겨두고 있던 서찰 하나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맹…, 아니, 연합에서 지시가 내려왔는데요오.”

       “…지시?”

         

       백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지시라니.

         

       정무학관에서 혈교도와 사투를 벌인지 고작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웬 지시란 말인가.

         

       건네받은 서찰을 바로 꺼내어 확인하는 백우진.

         

       “……?”

         

       그 안에는 도저히 눈으로 읽고도 믿기 힘든 내용이 적혀 있었다.

         

       놀람으로 가득해진 백우진의 표정을 본 제갈연지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안에 뭐라고 적혀 있어요…?”

       “어, 그게….”

         

       그녀에게 말해주기 전, 다시 한번 내용을 읽어보았다.

         

       혹시나 자신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잘못 읽은 것은 아닐까 했지만, 내용은 처음 읽을 때와 단 한 줄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놈들이 우릴 최전방으로 보냈네.”

         

       아무래도 무림맹 장로들의 보복이 시작된 듯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눈작입니다.

    며칠이 지난 끝에 드디어 연재를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글은 하루하루 써오긴 했습니다만, 이후의 스토리를 조금 더 구상함과 더불어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기존에는 주구장창 앉아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었지만, 요즘은 또 건강관리를 하다 보니 그게 안 되네요.

    그래도 얼추 막힌 부분은 해결했으니 앞으로 다시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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