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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8

       도박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계속해서 잃기를 반복하는 지존은 이쯤에서 슬슬 판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이를 울상 짓게 만들었으면 자기도 울상을 지을 각오를 해야 하는 법.

       

       무림에 오랫동안 살아온 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격언이지 않은가.

       

       그러다 내가 스무 번쯤 연속해서 이겼을 때에 지존이 책상을 내리쳤다. 얼굴이 시뻘개져 있는 것이 약이 잔뜩 오른 모양이었다.

       

       “손님. 맞을래요?”

       {거. 한 번 해보자 그거냐?!}

       

       녀석이 화가 난 이유는 돈을 잔뜩 잃은 탓은 아니었다.

       

       본인이 저 녀석의 주머니에서 많은 돈을 빼앗은 것은 사실이다만 지존에게 그게 무어 중하겠는가.

       

       이 도박장의 주인을 맡은 녀석이다.

       

       외부인과 무림인을 비롯해 수많은 도박중독자들에게서 회수하고 있을 금액에 비하면 본인이 가져간 금액은 발톱만도 못하리라.

       

       그러면 왜 저 녀석이 이성을 잃었느냐고?

       

       본인이 중간부터 흥을 내버린 탓이 컸다.

       

       처음 자신의 속임수가 들켰을 무렵부터 지존은 간을 보듯 여러 가지 수작을 부렸다.

       

       네가 어디까지 파악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자는 식으로. 녀석의 기술은 분명 뛰어났다.

       

       천하의 삼존이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무재를 지닌 것이 지존이다.

       

       그 재능으로 손장난을 익혔는데 어찌 뛰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허나 지존에게 안타까운 소식은 그 모든 기술은 본인이 이전에 도박장을 드나들며 보았던 것들의 연속이라는 거겠지.

       

       쌓여있는 경험이 다르다는 게다.

       

       최근에 도박을 시작한 지존과 과거 무림의 오만 도박장을 돌아다녔던 본인의 경험이 말이다.

       

       “거기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지. 손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뻔히 보고 있으면 들키는 법.”

       

       처음에는 지존의 감정을 긁을 생각으로 조언을 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자존심이 뭉개져야 제대로 된 복수가 되리라 여겼으니.

       

       허나 다음 도박에서 녀석이 내가 말한 것을 바로 적용시키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무인이라는 족속은 말이다. 재능 있는 녀석을 보면 도저히 참지를 못하거든.

       

       말하는 것마다 바로바로 받아들이는 천재라면 더더욱.

       

       “어허. 계속해서 장난을 치면 어쩌잔 것이냐. 한 번 했으면 살짝 쉬며 상대방의 경계를 풀어야지.”

       “때로는 장난을 치는 걸 보여주며 안의 걸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좋다. 그럼 계속해서 의심을 하게 되거든.”

       “너무 뻔하다. 시선을 돌리려면 더 그럴듯하게 해야지.”

       

       그래서 도박을 할 때마다 녀석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조언을 해주며 가르침을 주었다.

       

       사이사이에 신경을 긁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들거리면서도 차마 반박하지 못하는 녀석의 모습이 꽤나 재밌었으니.

       

       그러다가 결국 지존의 인내심이 무너졌다.

       

       녀석은 주변의 공기를 짓누를 정도로 매서운 살기를 내뿜어대며 내게 경고했지만 그건 조금의 효용도 거두지 못했다.

       

       본인이 저딴 협박을 두려워 할 사람은 아니니 말이다.

       

       아.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무고한 이들의 등줄기에 땀이 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

       

       정말로 대단한 일이야. 칭찬의 의미에서 박수를 쳐주었더니 지존이 이빨에서 아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와. 진짜 개악질이다.]

       

       – 굳이 따지고 보면 사기 피해자이긴 한데.

       – ㅋㅋㅋㅋ

       – 진짜 사람 하나 죽일 거 같은 눈이야.

       – 엔리한테 이런 건 잘 배웠네. – 잘 배운 거 맞아? 배우면 안 될 걸 배운 게 아니라?

       – 이건 엔리가 잘못했다 ㅇㅇ.

       – 사죄를 담아서 공겜하자.

       

       – 리엔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밤길 조심해야겠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이 조심해야 하는 거 맞아?]

       

       – 리엔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렇네?]

       

       “자. 무얼하는 가. 어서 다음 판을 벌여야지.”

       {설마 그대 정도 되는 무인이 패배가 두려워 도망칠 것은 아니겠지?}

       

       바란다면 도박판을 뒤엎고 주먹질을 해도 좋다.

       

       허나 그것은 그대의 패배를 인정하는 바가 되겠지.

       

       도박으로는 나를 이길 자신이 없으니 이 곳에서 도망치는 것이 될 거란 이야기다.

       

       그럴 수 있겠느냐?

       

       눈짓으로 그리 물었더니 지존이 심호흡을 하곤 다시 구슬이 있는 곳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내기를 움직였다.

       

       허허. 제대로 열이 받았구나.

       

       이 도박판에 무공을 가져 오다니.

       

       자신의 정체가 들킬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본인에게 패배를 안겨주고 싶은 것이냐?

       

       녀석의 손놀림이 달라졌다.

       

       응용하는 것은 천라지망세라는 장법.

       

       천라지망이라는 이름답게 가두는 것을 근간에 둔 그 무공의 극에 달한 지존은 구슬의 존재 뿐 아니라 구슬이 지닌 오감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 가두어 버릴 수 있었다.

       

       소리도. 감촉도. 무게도. 그 존재감도.

       

       “홀? 짝?”

       

       지존이 자신만만하게 내민 손을 본다.

       

       그 안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했다.

       

       당연한 일이다.

       

       매섭게 날개짓하는 수십 마리의 벌들조차 저 손 안에서는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못할 지언데 겨우 구슬 몇 개가 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리가.

       

       방법은 여럿이 있다.

       

       본인도 무공을 사용하여 저를 깨부수는 것이라던가,

       

       그냥 녀석의 심리를 읽고서 지르는 것이라던가.

       

       치졸한 녀석이라며 타박하곤 자리에서 일어나는 방법이라던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수단이 있기는 하다만 그 중에 본인이 택한 것은 지존이 알지 못하고 짐작조차 하지 못할 방법이었다.

       

       세상 위에 그림을 그렸다.

       

       바라는 것은 세상이라는 도화지를 일순 백색으로 물들일 도술.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있던 세상이 일순 침묵함과 동시에 지존의 이치도 잠시 자취를 감췄다.

       

       그 순간에 보았다.

       

       지존의 발칙한 장난질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본래의 색을 되찾음과 동시에 지존이 눈을 끔뻑이며 나를 보았다.

       

       그 눈에 담긴 당혹의 의미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아니했다.

       

       삼존이란 명성을 얻으며 여러 전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녀석이다.

       

       짧은 순간 자신의 무공이 사라졌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그 당혹에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책상 위에 올렸다.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다니. 그게 뭐하는 짓이냐.”

       

       내 타박에 지존의 표정이 썩어 들어간다.

       

       나름 회심을 담은 일격이 이렇게 파훼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양이지.

       

       녀석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주먹을 펼쳤다.

       

       그 안에는 내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키야아아아. 미쳤다! 돌았다!]

       

       – 이 사람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 도신!도신!도신!…

       – 엄마! 나 도박은 안 할래요!엄마! 나 도박은 안 할래요!…

       

       – 엔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씨! 믿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잃은 돈 좀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엔리. 설마 벌써 탕진을 한 게냐?”

       

       내 그대에게 꽤 많은 돈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만.

       

       당혹스러운 마음에 물음을 던졌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서 확인을 해보아야겠군.

       

       지존이 주머니 안에 돈을 담는 걸 확인한 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존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 가십니까!”

       {아직이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앉아라!}

       

       녀석은 이 승부의 결말의 자신의 처참한 패배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 듯 내 소매를 붙잡았지만 나는 그 구질구질한 손을 가벼이 떨쳐냈다.

       

       “미안하다만 이제는 시시해서 말이다.”

       

       도박 기술이 바닥난 순간부터 본인은 그대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이 이상 도박을 이어나간다 한들 그대는 자신의 무공으로 날 상대할 것 아닌가.

       

       네 녀석의 무공은 과거에 지겹도록 구경했다.

       

       그 때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아진 것도 없을 텐데 무얼 하러 그를 보고 있을까.

       

       “혹여 이 이상의 승부를 바란다면 후일 본인의 구미를 움직일 보상을 가지고 화산에 찾아오거라.”

       

       약자면 약자답게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승부를 청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리 말을 하자 지존은 여러 생각이 담긴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결국 날 보내주었다.

       

       “바루님. 바루님. 이번에는 3번이에요. 흐름을 보면 분명!”

       “시끄럽다. 진즉에 돈을 탕진한 녀석이 하는 말에 믿음이 있겠느냐?”

       “진짜래도요?! 저 한 번만 믿고 배팅하신 다음 돈 따면 저 조금만…”

       

       그 후에 찾아간 야바위 장에서 엔리는 바루에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고 있었다.

       

       바루가 질린다는 듯이 엔리를 쳐다보는 것을 보면 저러는 게 한 두 번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 엔리의 머리를 톡하고 내리쳤더니 녀석이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끄아아악! 머리가! 내 머리가! 뼈에 금 간 것 같아요! 이건 절대로 합의금을 받아야…”

       “엔리.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소리 아느냐?”

       “농담! 사실 멀쩡했어요!”

       

       어색한 웃음을 짓는 녀석에게 탕진을 했느냐 물었더니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 바루가 이야길 하길 몇 번인가 잃다 감정에 휘말려서 모든 돈을 내던졌다는 듯 했다.

       

       어찌 발전을 하질 않는 것이냐. 엔리야.

       

       본인과 바루가 동시에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자 엔리가 투덜대는 소리를 냈다.

       

       “화령 씨. 뭐라고 할 때는 돈을 같이 줘야 해요. 아무것도 없이 잔소리만 하면 꼰대지만 그 옆에 돈을 줬다는 문구가 붙으면 은사의 조언이 된다고요.”

       “본인은 돈을 주자마자 10분만에 탕진할 이의 은사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런!…”

       

       비극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털썩 주저앉는 엔리를 내버려 두고 바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는 좀 재미를 봤느냐?”

       “물론. 본인을 누구라 생각하느냐! 이런 가벼운 놀이쯤이야 별 것 아니지!”

       

       싱글거리며 자신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었는지 자랑하는 바루의 표정에선 욕망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신령인 그녀가 물질적인 것에 종속될 리가 없으니.

       

       돈을 많이 벌었단 것보다는 자신이 승부에서 여러 번 이겼다는 사실 자체가 재밌는 거겠지.

       

       그나저나 확실히 많이 벌었구나.

       

       “한 번 큰 승부를 걸어서 승리한 게냐?”

       “나를 엔리와 비슷한 인간으로 여기지 말거라. 본인은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며 도박을 하지 않는다.”

       

       바루는 어깨를 피며 그리 이야기 했지만 난 거기에서 의문을 느꼈다.

       

       야바위라는 도박에서 승리할 확률은 3분의 1.

       

       운 좋게 한 두 번 승리할 수는 있지만 계속 승부를 겨루면 도박사에서 한없이 유리한 대결이다.

       

       상대방의 심리를 읽었다 치더라도 한계가 있다.

       

       그런 기술은 3분의 1에 불과한 승률을 좀 더 올려줄 뿐. 지속적인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니까.

       

       그런데 바루는 자신이 꾸준히 돈을 따내며 승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도박사의 손놀림을 따라잡을 수 있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도술을 쓴 게냐?”

       

       바루의 귀에 속삭이듯이 물음을 던졌다.

       

       사실 말이 물음이었지 속으로는 확신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벌였으니까.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바루는 내 물음에 차마 답을 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를 보고서 피식 웃고는 바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타박하지 않으냐?”

       “왜 잔소리를 하겠느냐. 잘했다.”

       

       원래 이런 것은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괜한 죄책감을 느낄 시간에 그 돈을 가지고 무슨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지나 고민하자꾸나.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바루가 고개를 들고는 밝은 웃음을 지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훈훈해 보이지만 사기도박 범죄자 두 명입니다.]

       

       “시끄럽다.”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눈치가 없구나. 눈치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도박장이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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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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