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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8

     마스터와 마스터의 대결은 눈에 잘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냥 서로의 무기만 휘둘러도 무기끼리 부딪치는 소리에 이목이 쏠리기 마련인데, 시각적인 화려함까지 더해지니 어찌 보지 않을 수 있으랴.

     햇빛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밤.

     심야라고 하기에는 아직 훨씬 이르지만, 겨울이라 해가 일찍 떨어져 그만큼 어둠이 깊어진 시간.

     카ㅡㅡ앙!

     검붉은 오러의 할버드와 회색 오러의 칼날이 서로 부딪칠 때마다 주변에 불꽃이 튄다.

     오러가 부딪치며 마나가 흩날릴 때마다 검사들은 그 광경에 매료되고, 일부 병사들은 넋을 잃고 그 전투를 바라보게 된다.

     전장에 선 모두가 알고 있다.

     아군의 마스터가 적군의 마스터를 베어넘길 경우, 그 마스터의 무기가 우리를 향할 것이라는 걸.

     콰ㅡ앙, 콰앙, 콰ㅡㅡㅡ앙!

     전투는 한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좌우로 갈라진 배 위에서 다른 배의 갑판으로 뛰어오른 회색을 쫓아, 아래에서 높이 치솟은 할버드가 다음 배의 갑판을 향해 내리꽂히며 배가 폭발한다.

     약 300여명을 태워왔을 마도자동선이 폭삭 무너진다.

     그들이 전부 내리고 난 뒤 성벽으로 올라가기 위해 붙여놓은 비계는 두 마스터의 전투에 부서지고 폭발하고, 심지어 제국의 병사들이 미처 마도자동선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용골이 부서지며 배가 주저앉는다.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마도자동선의 아래에서 들리는 비명.

     무언가에 깔리면서 부서진 나무조각이 몸을 찔렀을 때와 같은 비명에 전장에 있던 이들이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래.

     이건 마스터와 마스터 사이의 1:1 대결이 아니다.

     “제 4대대는 들으라! 어서 마도자동선을 빠져나온 다음, 오로솔의 성벽을 넘어라!”

     마스터에게는 마스터의 역할이, 일반병사에게는 일반병사의 역할이 있는 법.

     “잊지마라! 한 명당 10명!! 10명만 죽여도 형량이 반이나 줄어들 것이다!!”

     특히 두 마스터의 대결이 일으키는 오러 폭풍에 휘말려 죽을 바에는, 차라리 자신들에게 주어진 명령을 따르는 게 훨씬 낫다.

     “가자! 노스트럼의 미개인들을 죽이기 위하여!!”

     “””우오오오ㅡㅡㅡ!!”””

     제국군 병사들이 마도자동선의 아래로 뛰쳐나온다.

     이미 위에서 화살을 겨누고 있는 궁병들이 있는 성벽을 급하게 오르려고 하지 않고, 오로솔 아카데미의 활짝 열린 정문을 향해 일부 제국군이 달리기 시작했다. 

     “성문을 열다니, 어리석은 것들!”

     그렇게 아래에서 급히 뛰쳐나온 병사들이 마주한 건 입구에서 뛰쳐나온 기사들.

     그것도 그냥 기사가 아니다.

     말에 씌워놓은 황금빛 마갑은 노스트럼 기사들의 전형 그 자체였으나, 그 위에 타고 있는 이들은 제국군 병사들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얌전히 포로로 잡혀서 뒤질 것을!!”

     아카데미 제복을 입은 학생들.

     그들이 흉갑과 각반 정도만 찬 채 말을 몰고 뛰쳐나온다.

     선두에 선 기사가 노스트럼의 깃발을 들고 앞에서 달리고, 뒤따르는 이들은 중구난방하게 저마다의 무기를 든 채 선두의 기마를 따라 달린다.

     “죽어라, 노스트럼!!”

     제국군 병사들이 머스킷을 겨눈다.

     순식간에 오와 열을 맞춰 겨누는 머스킷이 불을 뿜자, 송곳니와도 같은 마탄이 제복의 학생들에게 날아간다.

     카강!

     “뭣…?!”

     그러나 마탄은 닿지 않는다.

     마탄은 분명 뛰쳐나온 학생들의 제복에 닿았으나, 그들은 어느새 방패를 꺼내 마탄을 막아내고 있었다.

     아니다.

     마탄을 쏘며 눈을 감은 순간, 또다른 기수들이 튀어나와 방패를 들고 마탄을 막은 것.

     그들은 학생들과는 다른, 황금빛 갑옷을 전신에 두른 채 몸과 방패로 제복의 학생들을 직접 보호하기 시작했다.

     “황금여명?!”

     “그럴 리가! 황금여명은 분명 숙청되었을텐데!”

     “음!”

     막 뛰쳐나온 황금갑옷의 기사가 창을 꼬나쥔 채 기수를 돌린다.

     “황금여명은 죽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유지는, 이 갑옷에 남아 노스트럼을 지키리라!”

     “미, 미친…! 막아!!”

     “소용없다!!”

     타ㅡ앙, 타앙.

     머스킷이 불을 뿜으며 마탄과 실탄을 번갈아 뿜어내지만, 황금갑옷에 닿는 순간 황금빛 마나의 빛이 반짝이며 마탄을 도탄시킬 뿐.

     “우리는 새로운 노스트럼의 수호기사! 여왕 나리아를 따르는 왕국의 기사! 나는 그 선두에 선 롤랜드의 기사, 팰우드이니라!”

     “마, 막아!! 돌격해온다!!”

     머스킷이 계속 불을 뿜어내지만, 말까지 전부 마탄이 꿰뚫리지 않는 단단한 갑옷을 입은 기사의 돌격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우지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좌우로 펼쳐진 노스트럼의 중갑기병이 병사들을 짓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서, 성벽 위로 올라가!”

     평야로 향했다가 기병들의 돌격에 쓸려나가는 다른 대대를 본 제국군들이 성벽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내려가서 기병들에게 당한다면, 차라리 성벽을 점령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할 터.

     타ㅡㅡ앙!

     총성이 울리며, 성벽 위로 기어올라가던 제국군 병사가 아래로 떨어진다.

     머스킷의 총성이 울려 성벽 위 노스트럼 궁병들이 쓰러지는 것이 아닌, 제국군 병사의 미간이 정확하게 꿰뚫리며 아래로 축 늘어진다.

     “저, 저건….”

     어두운 하늘.

     

     펄럭, 펄럭.

     검은 날개를 펼친 비룡의 위, 황금으로 빛나는 갑옷을 두른 누군가가 아래를 향해 ‘머스킷’을 겨누고 있었다.

     특이점이 있다면 강하게 눌러쓴 투구의 뒤로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그 갑옷보다도 더 찬란한 금발이었다는 것.

     “저거, 설마ㅡ”

     타ㅡ앙!

     눈치챌 새도 없이, 머스킷이 마구 불을 뿜었다.

     

     * * *

     충성병자와 매국노는 죽었다.

     제로스 바르셀을 위시한 황금여명의 기사들과 나의 낙인을 통해 구분된 매국노 크비슬링스들은 전부 불귀의 객이 되었다.

     

     하지만 흡혈귀도 뼛가루는 남기고 죽듯이, 사람은 죽어도 장비는 남기고 떠나기 마련인 법.

     그들이 남긴 자산, 장비, 무기들은 절반 이상이 국가로 귀속되었다.

     남은 자들을 위한 유산을 일부 나누어준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반역자로 죽었기에 유산 대부분 국가에 귀속되었다.

     당연히 그들이 키우던 군마, 그들이 사용하던 무기, 그들이 입던 갑옷 등등 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왕도 톨레도로 들어왔다.

     그냥 철 덩어리만 하더라도 돈이 되고, 무기와 갑옷인 이상 전략자원으로 활용되는 법.

     그런 무기와 장비가 왕도에는 충분히 남아있던 만큼, 왕국 기사단을 비롯한 아카데미 재학생들이 기꺼이 그걸 챙겨서 싸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저기, 하늘을 날아다니며 금발의 여총수를 따라 하늘에서 폭격을 날리고 있는 머스킷 용기병만 하더라도 그렇다.

     노스트럼의 기사들이 머스킷을 들고 제국군을 쏘는 기현상.

     [이, 거지같은!!]

     분노를 금할 수 없겠지.

     [매직 미사일 싸개라고 부르면서, 정작 뒤로는 몰래 저런 살상병기로 개조를 하고 다녔단 말이지!]

     클레이돌 후작의 분노가 나를 향한다.

     말은 일단 노스트럼 전체를 향한 분노지만, 적어도 머스킷 무단 개조와 사용에 관한 분노는 번지수를 정확하게 찾았다.

     [왜요. 내가 개조를 한 게 마음에 듭니까?]

     [이 자식!]

     저기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기병들의 머스킷은 전부 내가 개조한 머스킷을 양산한 물건이니까.

     [노스트럼이 지금까지 마법에 몰두해서 그렇지, 연금술과 마도공학을 배우기 시작하면 제국 따라잡는 건 금방이라서.]

     [건방진 소리 마라! 제국의 수십년 마도공학의 역사를 수년도 되지 않는 시간만에 따라잡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마도공학 영웅이 태어나기라도 했나보지요.]

     [크아아아! 그 놈의 영웅, 영웅!!]

     부ㅡ웅.

     할버드가 어깨를 스친다.

     [고작 한 명의 초인과 영웅에 의지해야만 운영되는 것이 무슨 국가란 말이더냐! 마법과 전통에만 매몰되어 500년 동안 아무런 발전도 이뤄내지 못한 나라가 무슨 국가란 말이더냐!]

     [그래서 바뀌었잖습니까?]

     [지브롤터!! 너희만 없었으면!!]

     [하지만 있었죠?]

     카ㅡ앙.

     피할 수 없는 각도로 휘둘러지는 할버드를 칼을 넓게 잡고 막아낸다.

     무겁다.

     확실히, 덩치값이라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어린 놈이, 건방지게!]

     [후.]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클레이돌 후작이 움찔거리며 공격이 멈췄다.

     

     [그 어린놈에게 당하고 나야 정신을 차리지.]

     푸ㅡ욱.

     칼로 정면을 찌른다.

     갑옷과 갑옷 사이, 판을 덧대고 녹여서 용접한 이음새 부분의 틈을 향해 칼날의 끝을 찔러넣는다.

     [큭…!]

     얕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간신히 파고들 정도로 얕다.

     비상식적으로 갑옷이 두껍다는 것도 한 몫을 하지만, 클레이돌 후작은 다급하게 내 칼을 튕겨내며 뒤로 물러난다.

     [이 자식…!]

     [당신을 이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클레이돌 후작.]

     나는 아려오는 손목을 손으로 누른 뒤, 칼을 앞으로 겨눴다.

     [이대로 새벽, 태양이 뜰 때까지 갑옷에다가 구멍을 뚫어버리면 그만이죠.]

     [이…!]

     [태양을 극복했다면 애초에 그런 갑옷을 입지도 않았겠죠. 대머리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신체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전신 갑옷을 입고 있는 거라면 다행이겠지.

     [갑옷 사이로 태양빛이 들어가는 순간, 당신의 몸을 꿰뚫는 건 오러의 화살도 머스킷의 탄환도 아닌 태양빛 그 자체가 될 테니까.]

     [그 때까지 네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노스트럼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버티고도 남을 겁니다.]

     나는 전장을 가리켰다.

     [제국군 2만이 죽을테니, 이쪽도 얼마나 죽을지 모르죠. 이미 죽은 이들도 있고.]

     흡혈귀 병사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건 중급 기사 이상의 실력을 가진 이들 뿐.

     푸ㅡㅡ욱.

     머스킷 끝에 걸어 장착한 대검에 찔리고 베이는 소리가 들린다.

     흡혈귀 병사의 날카로운 손톱에 복부가 찔려 쓰러지는 학생의 소리가 들린다.

     기어코 노스트럼 백성들이 숨어있는 건물 사이로 숨어들어, 강의실이었던 곳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울려퍼지는 비명이 들린다.

     [명백히 이쪽이 손해라는 건 압니다. 2만 흡혈귀 병사는 제국 입장에서는 죽어도 상관없는 죄인들이지만, 우리 쪽에서 죽어나가는 이들은 아직 흑백이 가려지지 않은 이들이니까.]

     [손해…?]

     [좋게 포장하면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황제가 버린 쓰레기들을 처리하는데 이렇게 많이 죽어나간다는 말이니까.]

     안타깝다.

     [클레이돌 후작. 여전히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척하는 겁니까. 분명 후자겠죠. 당신이 흡혈귀가 되어 장수하기를 결정한 순간, 이미 황제는 당신을 1회용으로 언젠가 써먹을 체스말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닥쳐ㅡㅡ!]

     [그게 지금입니다.]

     클레이돌 후작이 크게 할버드를 휘두른다.

     나는 옆으로 구르며, 위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서걱.

     할버드의 자루 가운데가 잘리며 날이 아래로 떨어진다.

     

     투구 아래 클레이돌 후작의 안광이 붉게 반짝이며, 몸으로 나를 짓누르려고 하는듯 하며 동시에 잘린 자루의 끝에 오러를 일으킨다.

     붙잡히는 순간, 저 잘린 자루의 끝으로 나를 찌르려고 하겠지.

     [끝이다, 지브롤터!]

     [글쎄요.]

     나는 칼을 내던졌다.

     [잡았다.]

     얼굴을 향해 정확히 날아간 오러 블레이드는 클레이돌 후작의 미간을 노린다.

     [흥!]

     클레이돌 후작이 뒤로 고개를 젖힌다.

     오러 블레이드의 칼날이 투구의 콧대를 가르고, 동시에 투구 위를 가르며 하늘 높이 솟구친다.

     [하하!]

     쩌적.

     갈라지는 투구 사이로, 핏발 선 눈이 역안에 가까워진 클레이돌 후작이 사납게 웃는다.

     [잡힌 건, 너ㅡ]

     클레이돌 후작의 눈동자에 스친 나는.

     [뚜껑 열렸네.]

     이미 잘린 할버드의 자루 끝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몸을 크게 빙글 돌리고 있었다.

     [그럼 죽어야지.]

     할버드의 날이 정확하게 클레이돌 후작의 미간을 향한 순간.

     푸화ㅡㅡㅡㅡ악!!

     무언가가, 할버드와 함께 하늘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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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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