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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8

    <328 – 사석작전3>

     

    집무실을 나와 울적한 얼굴로 기숙사로 돌아가던 길.

    아카디아는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

     

    “동아리 안 들어요.”

    “오해다.”

    “포인트적선도 안 해요.”

    “포인트는 나도 많다.”

    “교수님을 습격해서 기절시키고 다함께 과제를 없던 일로 만들자는 제안도 받지 않아요.”

    “…그런 짓을 하는 멍청이들도 있나?”

     

    아카디아는 그제야 잡상인 쫓아내듯이 대하던 태도를 접고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수상할 정도로 로브를 푹 눌러쓴 학생이 말했다.

     

    “오크노디를 구하고 싶다면 따라와라.”

    “!”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를 건네는 한 수인학생의 뒤를 쫓아 걸음을 돌렸다.

    수인학생은 아카데미 내에 이렇게 수상할 정도로 외진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으슥하고 조용한 창고부지로 그녀를 안내했다.

     

    “당신은 누구죠? 오크노디를 구할 방법을 어떻게 안다는 거죠?”

    “질문에 대한 답은 한 번에 하겠다. 기다려라.”

     

    아카디아는 자신뿐만 아니라 익숙한 얼굴의 다른 학생들도 창고부지로 불려나왔음을 깨달았다.

     

    “크루즈선 이후로는 다들 오랜만이네.”

    “누가 이 멤버를 모은 거야?”

    “설마 오크노디가?”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무력이 강한 학생들은 묘하게 눈에 보이지 않았다.

    헤스티아도 아이린도 즈앙도 지고쿠도 이슈타르도 티토소가도 든든한 전력은 모두 이 자리에 없었다.

    상급반 학생 중에 자신만 우연히 불린 건가 생각했지만 그것과는 또 상황이 달랐다.

    로지니나 샌드쿠커처럼 하급반에서도 전투력이 강한 학생은 여기에 불리지 않았으니까.

    의도적으로 약한 학생만 모았다.

    혹은 약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학생들을 모았다.

    …불순한 의도가 느껴졌다.

     

    “느낌이 안 좋아요. 다들 여길 떠나야…”

    “이미 늦었다.”

     

    주춤주춤 창고를 나가려던 학생들을 떠밀며 한 무리의 로브를 쓴 학생들이 실내에 들이닥쳤다.

    로브 너머로 삐죽 솟은 동물귀와 바지 위나 치마 아래로 삐죽 튀어나온 꼬리가 그들의 정체를 말하지 않아도 알려주었다.

     

    “수인들…?”

    “그렇다. 우리는 수인이다. 너희 인간들에게 유감이 아주 많은 수인.”

    “우린 수인을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도 너희 인간들을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배신한 건 너희 인간들이었지.”

     

    수인남학생이 격분하며 대표로 나선 아카디아에게 삿대질을 했다.

     

    “너희는 우리 수인부흥회의 범죄성명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줘야겠다. 감히 군사를 일으켜 인류경계선 너머의 대수림을 침범하려 한 대가를 치러야해.”

    “잠깐만요.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든요? 대수림의 침범이라니,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우리랑은 아무 상관도 없고요.”

    “우리들의 고향도 아무 죄 없이 침략을 당할 뻔했다. 원망이라면 너희 동족들에게…”

     

    남학생의 연설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뒤에 기립해있던 사람 한 명이 남학생의 목덜미에 주사를 꽂았다.

     

    “누, 누가 배신을… 어째서, 동족을…?”

    “동족? 웃기는 소리 하네.”

     

    로브후드를 걷은 남학생이 머리에 쓴 동물귀 머리띠를 벗었다.

     

    “재단의 지령이다. 곱게 죽어라, 모르도르.”

     

    수인부흥회 출신 입학생, 모르도르.

    그 실체는 재단의 수인전형 장학생.

    모르도르는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장학생인데… 어째서……?”

     

     

    * *

     

     

    “오크노디는 수인부흥회를 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만 참 공교롭지 않습니까?”

     

    인간성이 있기나 한지 의문스러운 이사장의 뜻에 동조하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는 비서실장이지만 이번만큼은 그와 뜻이 일치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기는 하군요. 후후. 정말 저도 모르는 애를 낳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비서실장이 물었다.

     

    “어쩌면 오크노디가 재단의 하부조직인 것을 알고 떠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아이의 권유를 무시하고 수인부흥회를 남겨두는 건.”

    “어차피 발각된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놔두어도 찝찝할 뿐입니다. 하물며 정말로 일으킬 작정이었던 계획이 누설되었다면 더욱 위험하죠.”

     

    수인부흥회에게는 오크노디의 있을 자리를 없애고 아카데미에서 장학생들을 쫓아내도록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량살상지령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것이 발각되었다면 오크노디가 곱게 당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녀를 중히 여기는 교수들도 제보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수인부흥회와 재단의 접점은 어차피 발각되고 재단의 하부조직은 끊어지게 된다.

     

    “현명하군요. 동방의 체스라 불리는 바둑에는 이런 격언이 있지요. 이미 죽은 돌에 미련을 갖지 마라.”

     

    이사장과 비서실장의 뜻이 일치했다.

     

    “처분을 개시하십시오. 학기가 시작된 이후,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똑똑히 지켜볼 수 있도록.”

     

    메인스트림 챕터2 – 범죄조직의 습격사건.

    그 피해자가 일반학생들이 아닌 범죄조직의 스파이들이 되는 순간이었다.

     

     

    * *

     

     

    재단장학생 프라이머는 조사를 나온 교수 앞에서도 뻔뻔하게 대꾸했다.

     

    “저 수인 놈들이 눈깔이 뒤집혀서 멀쩡한 학생들 다 죽이겠다는데 저라도 안 막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겠습니까? 전 아무 잘못 없습니다.”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군요. 하지만 동급생을 죽이고 아무런 징벌도 없이 풀려나는 것은 아카데미의 내규가 우습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프라이머 1년생의 진술이 진실이라 확인될 때까지는 구금조사가 계속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프라이머는 그 정도 처분이야 별 것도 아니라고 여기며 기꺼이 받아들였다.

    처음 재단의 지령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정신이 아찔했다.

    오크노디를 제거하고 싶어하는 재단 내 파벌에서는 임무를 온전히 성공시키지 못한 프라이머에게 유감이 아주 컸다.

    그를 처분하려고 무리한 지령이 내려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돌아가는 추이를 보니 재단에서 표적으로 삼은 녀석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다.

    배신의 달인 프라이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재단에서 수인부흥회를 손절하려고 하는 건가?’

     

    레이브 교수의 습격동기가 무엇인지 궁리하던 도중 프라이머는 스스로 깨우쳤다.

    오크노디조차도 자신과 척을 진 제국학생들을 죽이지 않고 상해를 입히는 정도로 경고를 하는 선에 그쳤었다는 사실을.

    수석장학생조차 넘지 않은 선을 넘으려는 녀석들은 복수에 눈이 뒤집힌 멍청이들이었다.

     

    ━━━

    수인부흥회 소속 장학생 모르도르가 다른 학생들을 죽일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 그를 제거하라.

    ━━━

     

    재단의 지령에는 분명한 조건이 명시되었다.

    선을 넘기 직전에 처분하라.

    모르도르는 어쩌면 살 수도 있었다.

    복수의 감정을 억누른다면.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고 들었다면.

    전부 이루어지지 못한 가능성이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라고, 친구.’

     

    네가 멍청한 탓에 죽은 게 내 탓은 아니잖아?

     

     

    * *

     

     

    아카디아는 지난밤에 일어났던 사건을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갔다.

     

    “자쿠. 당신은 재단의 장학생이니 자초지종을 알고 있겠죠? 가해학생도 피해학생도 모두 재단 소속이라던 아카데미 측의 공식발표가 사실인가요?”

    “사실이다. 원인도 대충 짐작은 간다. 누적된 실수로 과중한 지령을 받은 모르도르와 프라이머 두 사람 중에 프라이머가 <지령리셋>에 성공한 결과지.”

     

    재단의 지령은 실패가 누적될수록 다음 지령이 더욱 어렵고 위험해진다.

    아카데미 내에서 살인까지 갈 정도면 어지간히도 많은 지령이나 중요한 지령을 말아먹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짓을 한다고 재단에 무슨 이득이 있죠? 자기네 장학생의 신원이 발각되게 만들었을 뿐인데. 수인부흥회 소속 스파이도 여섯 명이나 더 잡혔잖아요.”

    “모르도르와 함께 학살을 일으키려던 장학생들은 나와는 다른 꼬리에게 붙은 녀석들이었다.”

    “다른 꼬리라면… 재단의 접선책을 말하는 거죠?”

    “그래. 재단에 대해 공부를 열심히 해뒀군.”

    “정보에 박식한 동업자가 곁에 있으면 싫어도 알게 되는 정보가 많거든요.”

     

    찝찝하기는 해도 이미 끝난 사건이다.

    애써 지나간 일이라고 잊으려던 아카디아는 바로 다음 날, 아카데미에 돌아온 오크노디에게서 재단의 자작극의 전말을 들었다.

     

    “디! 돌아왔군요. 다친 곳은 없나요?”

    “멀쩡해요! 그보다 아카디아 언니. 선물은 잘 받았어요?”

    “선물이라뇨?”

    “모두를 괴롭히려던 못된 수인들을 죽이도록 지령을 내렸잖아요!”

    “…!”

     

    재단의 일원을 재단의 다른 파벌에서 죽이도록 내려진 지령.

    그 기묘한 지령의 출처가 이제야 드러났다.

     

    “디가 내린 지령이었다고요!?”

     

    디는 착한 아이인데.

    나쁜 아이가 아닌데.

    그래도 우릴 구하려고 살인지령을 내렸으면 그건 착한아이라고 봐야할까, 나쁜아이라고 봐야할까?

    모르겠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혼란에 빠진 그녀는 오크노디의 뒤로 코웃음을 치는 싱을 발견했다.

     

    “단순하게 생각해라. 너는 목숨을 빚졌다. 그것 외에 뭐가 더 필요하지?”

    “…그렇죠. 디는 이번에도 절 도와줬군요.”

     

    그런 아이를 잠깐이지만 나쁜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다니.

    아카디아는 강렬한 자기혐오를 느꼈다.

     

    “디. 앞으로는 당신을 의심하지 않을게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요.”

     

    아카디아의 품에 안긴 오크노디가 방실방실 웃었다.

     

    “정말요?”

    “그럼요.”

    “거짓말쟁이.”

     

    너무나도 단호하게 나오는 불신의 한 마디.

    아카디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아카디아는 아직 호감도 100을 달성하지 못했잖아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감도100만 믿는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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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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