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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샤를로트의 방식이 옳다거나 옳지 않다거나 판단하는 것은 사실 좀 너무 나가버린 이야기다.

        

       원래 사람들의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 법이니까. 심지어 내가 살고 있던 현대의 가치관도, 몇 세기쯤 지나면 지나치게 낡고 보수적인 것이 될지 모른다.

        

       나 혼자서 이 세상의 가치관을 바꾸겠답시고 날뛸 생각은 없다.

        

       마냥 순응할 생각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드러나는 가치관은 나 혼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

        

       “…….”

        

       학생회장 투표 다음 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교실에 모여 있었다.

        

       내가 듣기로, 이전 학생회장 선거는 이렇게까지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학생회장은 보통 공작가의 아이 중 하나가 되는 법이고, 그래서 보통은 후보가 정해지는 순간 대부분 다음 회장은 누가 될 것인지 눈치채게 된다나.

        

       이전 학생회장도 그랬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조금 이야기가 다른 모양이다.

        

       제국의 차기 황제가 될 앨리스. 그리고 옆 나라 국왕의 유일한 자식인 샤를로트.

        

       ‘제국’과 ‘왕국’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제국이 더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저 다른 나라일 뿐이다. 아무리 국력이 압도적으로 차이 난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권위를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실제로 그 아래에 들어온 나라가 아니니 그럴 명분도 없고.

        

       거기에 앨리스와 샤를로트는 친한 친구 사이다. 평소에는 그렇게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이런 경쟁 관계가 되어버렸으니, 그 관계를 옆에서 보아오던 사람들 관점에서는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사실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데 말이야.”

        

       “그런가요?”

        

       내가 중얼거리면서 과자 하나를 집어 입 안에 넣자, 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차피 학생회장이 된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일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가요?”

        

       미아는 다시 한번 묻더니, 과자 하나를 집어서 입 안에 넣었다.

        

       “아무래도 아카데미는 특수한 환경이잖아. 바깥에서는 여성 참정권도 없고, 평민 대부분은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어. 이런 식으로 모든 구성원이 투표에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건 명목상 모두가 평등하다는 아카데미의 특수한 규칙 때문이니까.”

        

       “아, 확실히, 그러니까 졸업하고 나서 아카데미 안에서의 관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네요.”

        

       내 말에 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얻은 친분을 사용하려면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국의 황제를 마음껏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되겠지. 게다가 반대로 앨리스가 아니라 샤를로트가 회장이 되어버리면 더 만날 일이 없고. 다른 나라의 국왕이 될 테니까.”

        

       나의 말에 미아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래도 괜찮아. 영영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닐 거야. 우리가 먼저 연락하고 개인적으로 찾아가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럴까요?”

        

       “그렇겠지.”

        

       “저기, 실비아.”

        

       내가 미아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앨리스가 끼어들었다.

        

       “너는 나랑 같은 편이잖아? 내가 긴장하고 있으면 같이 긴장하는 게 어때?”

        

       어떻게? 학생회장 되지 말라고 기도하고 있을까? 나는 솔직히 부회장 자리는 관심 없는데.

        

       물론 앨리스는 자기 나름대로 자기 신분에 맞는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고, 내가 그런 말을 하면 그 노력을 부정하는 꼴이 될 테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기로 했다.

        

       “학생회장이 되지 못한다고 샤를로트랑 대화하지 않고 살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샤를로트가 학생회장이 된다고 해서 우리를 학생회에서 내쫓을 이유도 없고. 그러니까 굳이 긴장할 필요는 없지.”

        

       “맞아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샤를로트가 그렇게 말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우리는 서로 동등한 경쟁자잖아요?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긴장 않았거든.”

        

       누가 봐도 초조한 표정인 앨리스였지만, 자기주장을 꺾지는 않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학생회실이다.

        

       개표소에 후보가 있는 것이 말이 되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제국 의원 선거 개표실에 그 의원 후보들이 들어가는 일은 없다. 이곳은 아카데미고, 뽑는 후보는 아카데미 학생회장이다. 당연히 진짜로 정치를 하는 후보를 뽑는 투표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반장 선거 개표도 그냥 반에서 하지 않던가.

        

       그리고, 이렇게 두 사람 모두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평할지도 모르고.

        

       우리는 학생회장과 부회장 후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직은 학생회 위원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런 행사에서는 학생회실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다.

        

       “…….”

        

       “…….”

        

       미아와 내가 입을 다물자, 학생회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열심히 종이 세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 기록하는 소리가 들렸다. 작게 대화하는 소리도 들렸고.

        

       이쪽을 흘끗거리는 학생이 몇 명인가 있었다.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사이좋던 두 사람이 지금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니까.

        

       정작 나는 이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 샤를로트를 설득해본 적도 있었고, 샤를로트를 설득하겠답시고 지붕을 탄 적도 있어서 상황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앨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나와 함께 지냈으니까. 기분이 나쁠 때마다 짜증을 내던 어린 앨리스에 비하면 지금 이 모습은 귀여울 정도다.

        

       뭐, 어쨌거나 투표는 이미 끝났으니까.

        

       샤를로트는 귀족들은 신경 쓰지 않고 평민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고, 앨리스는 그 상황에서 자기가 끼어들면 오히려 샤를로트를 따라 하는 꼴이 되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인지 귀족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앨리스가 평민 반에 가긴 했지만, 선물을 들고 가지는 않고, 그냥 평범하게 자기 공약을 말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만약 평민 반의 모두가 샤를로트에 투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되겠지만—

        

       글쎄, 어떻게 될지 두고 보면 알겠지.

        

       *

        

       “차기 회장은…… 앨리스 팬그리폰 황녀님이십니다.”

        

       그리고 결과는 내 예상대로 되었다.

        

       어째서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이유는 단순하다.

        

       귀족 모두가 앨리스를 뽑았다면 한 학년의 3분의 1이 엘리스에게 표를 준 셈이다. 그렇다면 평민 반의 3분의 1 정도만 앨리스에게 표를 주어도 앨리스의 표가 과반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는 평민 반의 절반 이상이 앨리스에게 투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국 제국의 차기 황제는 앨리스이기 때문이다.

        

       귀족반에서는 모두가 앨리스에게 투표했다. 사실 기권표 몇 장 정도는 나올 법했는데 그렇게 된 건, 오히려 샤를로트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민들 사이에서 샤를로트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생기자, 귀족반의 아이들은 앨리스가 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겠지.

        

       그리고 만약 앨리스가 ‘진’ 상황에서 귀족반 아이들의 표 일부가 샤를로트에 갔다면, 그건 ‘그 일부 때문에 진 것’이 된다. 설령 박빙의 승부가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앨리스가 이 학교에 다니는 귀족반 애들한테 나쁜 이미지를 가진 채 황제가 될지 모른다.

        

       귀족가의 아이들 관점에서는 꽤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반대로 평민들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그런 일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평민 중 잘 사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정치적 판단’은 할 수밖에 없다. 제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자국의 황제인 앨리스가 될 가능성이 크니까.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선방해서 다행이에요.”

        

       샤를로트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

        

       그리고 져놓고도 여유롭게 웃는 샤를로트를 앨리스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노려보았다.

        

       “너, 처음부터 학생회장이 될 생각이 아니었던 거야?”

        

       “그게 무슨 소리죠? 제가 이런 곳에 나오면서 진심이 아닐 리가 있을까요?”

        

       앨리스의 말에 샤를로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첫 투표’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얻었으니, 내년이나 내후년에 도전했을 때는 더 효과가 있을지 모르죠. 그리고 벨부르라는 국가의 국격을 알리는데도 한몫했고.”

        

       “내년에도 나올 생각이야?”

        

       “적어도 졸업할 때까지는 도전할 생각이네요.”

        

       앨리스의 말에 샤를로트는 웃으며 말했다.

        

       “벨부르 왕실의 후손은 언제나 최고에 도전해야 하는 법이거든요.”

        

       “처음 들어보는데.”

        

       “그야 그렇겠죠. 처음 하는 말이니까.”

        

       그 말을 들은 앨리스는 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가, 이내 다시 그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럼, 차기 회장인 내가 열심히 해야겠네. 다음에는 그 올려놓은 지지율도 뚝 떨어지게 해주겠어.”

        

       “정정당당한 결투 신청은 거절할 이유가 없는 법이죠.”

        

       앨리스의 말에 샤를로트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그럼 저도 다음에……?”

        

       “물론이죠. 설마 이번에 떨어졌다고 안심하고 있었나요?”

        

       샤를로트의 말에 안심했던 미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들었지? 내년에도 제대로 준비해야 해. 이번에는 방심하고 있었지만, 다음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겠어.”

        

       앨리스는 손을 꽉 쥐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것 참.

        

       이런저런 일이 있어도, 결국 일상의 일부는 꿋꿋하게 반복되는 모양이다.

        

       “다음엔, 반드시 이겨주도록 하겠어요.”

        

       “다음에도 똑같을걸? 나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아니니까.”

        

       저것 봐.

        

       저러고 있으니 꼭 엔딩 음악이 배경에 깔리고 ‘다음 이 시간에’가 나올 것 같잖아.

        

       “…….”

        

       하지만, 그래도, 뭐.

        

       ‘지금까지 사랑해주셨습니다’같은 말 보다는, 훨씬 나은 말이니까.

        

       지금은 이 일상의 반복을 한껏 만끽하도록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최대한 빠르게 완성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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