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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한국의 일 처리는 꽤 빠른 편이다.

       나라가 좁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며, 한국인의 종족 특성이라 불리는 ‘빨리빨리’ 정신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며, 저 두 가지가 모두 맞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박진성을 고용하려는 정부의 일 처리 역시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

       모든 것이 빠른 한국 사회 속에서도 ‘느려터졌다’라며 심심찮게 불평을 듣고 있는 정부임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결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빠른 결정에는 속사정이 있었다.

         

       누군가에겐 아주 좋지 않은 속사정이 말이다.

         

       “이거 빨리 일 처리 안 하면 큰일이 나겠습니다.”

         

       “국민이 지금 정부한테 화살을 돌리고 있어요.”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시끄러워 죽겠습니다.”

         

       “여당도 조용하고 야당도 조용한데, 군소 정당들이 손을 잡고 아주 난리를 치고 있어요. 속사정은 자기들도 귀가 있으면 들어서 뻔히 알 텐데 말입니다.”

         

       “아주 징글징글한 작자들이에요. 평소에 하던 깜냥이 있어서 그런지 물고 늘어지는 건 기가 막힙니다.”

         

       괴물에 대한 불안감과 수없이 퍼지는 유언비어가 슬슬 하나로 집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

       사람들이 분노를 돌리기 가장 쉬운 상대인, 정부로 말이다.

         

       거기다가 이러한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 또한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의 돈을 받아먹은 사람들,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민들, 정부의 일 처리에 쌍심지를 켜며 뭐 하나 걸리는 것 없나 벼르고만 있던 이들, ‘전문가’랍시고 나타나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사람들, 비리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려다가 이번 사건 덕분에 간신히 구명줄을 붙잡은 사람들, 그리고 다음 선거를 위해 이름을 각인시키겠다는 듯 미친 듯이 날뛰면서 정부를 물어뜯는 국회의원까지.

         

       개판이었다.

         

       이러한 개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그나마…. 그래. ‘그나마’ 자제하고 있던 신문사들도 슬금슬금 간을 보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선을 지키는 것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눈이 뒤집혀서 정부를 물어뜯으려 하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이 정도 기다려줬으면 의리는 지킨 거 아니냐. 국민은 알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 권리를 지켜줘야만 한다.’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정부를 온갖 방법으로 물어뜯게 되리라.

         

       솔직히 말해서 여기까지 버틴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인터넷이 잘 발달한데다가 나라는 좁아터졌고, 심지어 사람들의 인내심이 그리 길지 않은 나라다.

       그런데 여기까지 웅성거림만 있을 뿐 큰 소요는 없었다?

         

       기적이다, 기적.

         

       그러니 이 기적 같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 발표로는 씨알도 안 먹히겠지요?”

         

       “뻔합니다. 의원이랑 기자들은 마이크를 들이대면서 ‘이러한 중대한 사건을 비밀리에 처리하려는 것은 구린 구석이 있다는 말과 같다. 정부는 당장 투명하게 조사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해야만 한다.’라면서 난리를 피울 테지요.”

         

       “그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온갖 음모론이 판을 칠 겁니다. 군부대에서 탈주한 실험체라든지, 병기를 만들려고 하다가 유출이 된 것이라든지, 테러리스트가 나라에 들어와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어우. 상상만 해도 아주 끔찍하네요. 나라가 활활 불타겠습니다그려.”

         

       그렇기에 정부는 이번 상황을 ‘좋은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냥 뭐 한 번 시켜보자 수준이었는데 그 정도로는 안 되겠지요?”

         

       “마침 잘됐습니다. 마스크도 좋고, 말솜씨도 나름 괜찮은 것 같으니….”

         

       “게다가 줄 만한 대가도 있습니다. 이양훈 회장에게 듣자 하니 주술과 주물에 아주 큰 관심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과 관련해서 조건을 제시하면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그럼 연락을 좀 해봅시다.”

         

       정부에게도 좋고, 박진성에게도 좋은 방법으로.

         

         

         

        * * *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냄새나는 것은 뚜껑을 덮는다.’라는 일본의 방식처럼 그냥 쉬쉬하고 묻어버릴 수도 있고, 문제의 원인을 말소시켜버리며 ‘문제’를 ‘문제였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한반도 북쪽을 점거하고 있던 괴뢰 집단의 방식대로 해결할 수도 있다.

       일단 조사를 한 다음 입맛대로 편집해서 보여주며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하는 방법도 있고, 문제를 은근슬쩍 다른 나라나 단체에 떠넘기면서 제 일이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방법도 있으며, 폭탄 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책임을 이리저리 떠넘기면서 한없이 시간을 끄는 방법도 있다.

         

       문제가 많은 만큼 해결 방법도 많았고, 개중에는 아주 ‘효율적인’ 것들도 많았으나….

         

       정부가 사용한 방법은 위의 것 중 무엇도 아니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화끈하게 공개하는 것.

       문제가 일어났던 것을 인정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자마자 바로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들이 이러한 방식을 택한 것은 간단했다.

         

       그들의 목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권력의 유지다.

         

       돈을 잃는 것?

       인맥을 넓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이었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돈은 언제든 모을 수 있고, 인맥 역시 권력을 가지고만 있으면 알아서 넓힐 수 있다. 안락한 삶을 살 수도 있고, 명예가 한없이 높아질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이 사라지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다.

         

       기껏 만들어놓았던 인맥은 더러운 것을 피하는 것처럼 멀어지게 될 것이고, 돈 역시 권력을 잃는 과정에서 연기처럼 그대로 사라져버리게 된다. 안락한 삶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고, 권력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명예니, 업적이니 하는 것은 모두 시궁창에 처박히며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고위공무원들은 이러한 추락을 바라지 않았다.

       절대로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금 극단적으로 여겨질 방법을 해결책으로 내놓았으니.

         

       그것은 바로….

         

         

         

        * * *

         

         

         

       “박진성 주술사님. 방송에 출연해주셨으면 합니다.”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시간.

       박진성을 찾아온 김철수는 진성을 마주하기 무섭게 그런 말을 꺼냈다.

         

       “방송이요?”

         

       박진성은 김철수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대체 왜 방송을 나가야 하냐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박진성의 표정을 본 김철수 역시 인위적으로 표정을 조작했다.

       약간 난처한 듯, 하지만 좋은 기회라는 것 같은 표정을 말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쉬고만 있었다.

         

       박진성이 방송이라는 매체에 출연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아무리 자기 목이 걸렸어도 그렇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윗사람들에 대한 성토의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하하. 갑자기 방송을 이야기해서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흐음. 조금 갑작스럽긴 하였습니다. 방송, 방송이라.”

         

       진성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표정은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막 성인으로 들어간 청년이 지을법한 어수룩한 모습처럼 보였다.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조금 당황하긴 했습니다. 하하. 제가 방송국 직원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했지요.”

         

       “흐음.”

         

       “하지만 말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이게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아니, 나쁜 이야기가 아닌 수준이 아닙니다. 박진성 주술사님께 있어서는 크나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회, 말입니까?”

         

       “예.”

         

       김철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곤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20대의 청년이 가장 좋아할 법한 말을 잔뜩 섞어서 말이다.

         

       “방송이라는 것은 말입니다, 고전적이지만 아주 효과적인 PR 수단입니다. 전국으로, 혹은 전 세계로 방송되는 이 방송이라는 매체는 박진성 주술사님의 실력과 이름을 알리기에 아주 주효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PR이라.”

         

       “방송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아십니까?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잠깐 인터뷰를 한 시민이 말입니다, 며칠 동안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고, 사인을 청하기도 하는 게 바로 방송의 힘입니다. 인지도를 넓히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하겠지요.”

         

       “물론 존재합니다. 방송의 폐해야 유명하니까요. 별것도 아닌 사람이 방송에서 금칠하면서 젠체하다가 들켜서 나락으로 떨어진다거나, 사람들의 질투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다거나, 과한 유명세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어진다거나 하는….”

         

       “그렇습니다. 방송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것. 잘 쓴다면 그만한 귀물이 없으나, 만약 잘못하게 된다면 내가 그날에 베이게 되는 형국입니다. 굳이 그런 위험을 무릅써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양날의 검이 아닙니다. 양날의 검이라는 것은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말입니다. 박진성 주술사님 같은 경우에는 방송에 출연하면 한없이 적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한없이 많은 리턴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김철수는 ‘반드시 박진성 주술사를 설득해서 방송에 출연하게 하라.’는 위의 지시를 행하기 위해 입을 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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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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