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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혈교의 침공으로부터 마침내 탈출한 정무학관의 생도들은 모두 무림맹 본단으로 옮겨졌다.

         

       정무학관의 반파와 더불어 혈교와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어 수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

         

       여러모로 배움이 부족한 1, 2년 차 생도들은 회복하는 대로 가문으로 복귀시키고, 3, 4년 차 생도들은 희망자에 한하여 전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백우진을 비롯한 신룡조원은 당연히 참전을 택했다.

         

       이미 그들의 명성은 평범한 후기지수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

         

       그러한 상황에서 전쟁에 불참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걸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기에.

         

       물론 그렇지 않아도 참전은 불가피했을 터다.

         

       혈교와의 전투가 중원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몸을 피할 안전한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까.

         

       말인즉, 그들은 언제가 됐든 다시금 전장으로 나갈 계획이었다는 것.

         

       백우진의 계획은 그러했다.

         

       이곳에서 적당히 휴식을 취하며 정비를 마친 뒤, 어디로든 떠나 전쟁을 끝낼 실마리를 잡으려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 찾지 못 한 혈교의 본거지를 찾아내는 것.

         

       그곳에 숨어 있는 혈교주의 목을 벨 수만 있다면 구심점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혈교도들을 상대하는 것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쉬워질 터.

         

       안 그래도 조만간 정비를 끝마치고 전장으로 나설 예정이었는데.

         

       “이 새끼들 봐라…?”

         

       갑자기 수뇌부에서 지령이 떨어졌다.

         

       가장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하북 지역으로 가 전투에 참여하라는 지령이.

         

       웃긴 건 무엇인 줄 아는가?

         

       백우진과 신룡조원을 일개 대원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말인즉, 그곳의 지휘관이 하라는 대로 따르며 썩어 있으라는 의미 아닌가.

         

       그의 감정에 따라 피어오른 삼매진화에 의해 서찰이 단숨에 잿더미로 변해 허공에 흩날린다.

         

       “오랜만에 깊은 빡침이 올라오는구나.”

         

       무능한 것들이 절대로 드러내선 안 되는 상황에서 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고민된다.

         

       화를 삭인 채 일단 그들의 말을 따를지, 아니면 뒤집어엎어 버릴지.

         

       ‘전자는 고려할 가치도 없고.’

         

       전자는 곧장 머리에서 삭제되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지령을 묵묵히 따라야 할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남은 것은 뒤집어엎는 것뿐인데.

         

       ‘어떻게 뒤집어엎지?’

         

       그를 도와줄 사람은 많다.

         

       무림맹주든, 사흑련주든.

         

       이야기를 꺼내면 이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는 거야 그다지 어렵지 않겠지만….

         

       ‘그건 내 방식이 아니지.’

         

       백우진은 그럴 성격이 못 된다.

         

       제 부당함의 해소를 남에게 맡겨두고 뒤에서 뒷짐 지고 있을 만한 성격이 아니란 말이다.

         

       더욱이 그랬다간 면이 살지 않는다.

         

       그들은 도리어 무림맹주와 사흑련주의 무서움만을 떠올릴 뿐, 자신은 그들의 뒤에서 꿀이나 빠는 애송이 정도로 생각하겠지.

         

       그런 취급은 참을 수 없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벼르고 있던 차에 이토록 노골적으로 건드려주면 고마울 따름.

         

       그의 표정 변화를 옆에서 자세히 지켜보고 있던 제갈연지가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배, 백 공자…,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떻게 하긴.”

         

       백우진이 차게 웃으며 대답했다.

         

       “본때를 보여줘야지.”

         

         

       * * *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포.

         

       이 공포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전장에 널리고 널렸다.

         

       압도적인 무력을 발휘하는 한 사람, 두려움을 모르고 진격해오는 적군, 아군 진영에 들이닥친 전염병 등.

         

       그중 가장 어이없는 공포가 무엇인 줄 아는가?

         

       바로 아군의 무능이다.

         

       특히 아군을 지휘하는 지휘관 또는 수뇌부가 무능할 경우 그 밑의 부하들은 지옥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 여기.

         

       그 무능의 결정체라 할 만한 수뇌부가 있다.

         

       “으음…, 무당파의 지원군은 사천으로 보내는 게 어떻겠소? 최근 그곳 상황이 심상치 않다 들었소만.”

       “허허, 그거 명안이구려.”

         

       그들이 무당파에서 보낸 지원군을 사천으로 보내는 이유는 열세인 전황을 뒤집기 위함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구파일방의 수좌격인 그들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함이다.

         

       왜냐? 그래야만 자기들이 더 올라갈 틈이 생기니까.

         

       수뇌부에 속한 각 파벌의 장로들 머릿속은 하나 같이 제 잇속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어차피 이긴 전쟁이다. 그러니 전쟁이 끝난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또 다른 말로 기회다! 이번에야말로 본문이 구파일방의 수좌로 올라설 때다…!’

         

       정무학관의 승리가 그들에게 독이 되었다.

         

       그들은 이 전쟁의 결과를 정해놓고 자신이 적을 두고 있는 문파 또는 가문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아군을 운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방만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태.

         

       그들의 병력 운용에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걱정도 없다.

         

       정답이든, 오답이든.

         

       그 답으로 인한 책임은 그들의 손끝에 의해 움직여진 부하들이 책임질 일이니까.

         

       “흠흠! 자아, 슬슬 논의는 이쯤에서 끝내고 오랜만에 한 잔들 어떠시오? 명월루에 새로운 기녀가 들어왔다는데 그 자태가 매우 곱다는구려.”

       “허허…, 아무리 그래도 전쟁 중인데 기루는….”

       “고작 정무학관의 생도들에게도 패배한 혈교 나부랭이들 아니오? 걱정 말고 가십시다. 오늘은 내 크게 한 턱 내겠소이다.”

       “허업…, 공 장로의 뜻이 그러시다면야.”

         

       오만하고 안일하기 짝이 없는 병력 운용을 끝으로 자리를 뜨기 위해 하나둘씩 일어나는 수뇌부 장로들.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 하인이 문을 열어젖히기 위해 손을 뻗어갈 즈음.

         

       콰앙!

         

       건물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한쪽 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이게 무슨…!”

       “적의 습격인가!”

         

       토끼처럼 동그래진 장로들의 눈이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벽 너머로 향한다.

         

       짙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한 사람, 그것도 아군이었다.

         

       심지어 그들도 익히 알고 있는 이.

         

       “네놈은…, 백우진?”

         

       적의 습격이 아닌 아군의 돌발행동.

         

       그것도 배분이며, 지위가 한참이나 낮은 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들의 어깨가 다시금 펴졌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감히 수뇌부의 작전 회의실의 벽을 무너뜨리고 무단으로 침입하다니, 이는 즉결 처분도 가능한 중죄임을 모르나!”

         

       무능한 노인네들의 노기를 띤 음성에 백우진이 희게 웃으며 대답했다.

         

       “해봐.”

       “뭐, 뭐라?”

       “해보라고. 그 즉결 처분이라는 거.”

         

       백우진이 갈무리해둔 기세를 해방하자, 장로들의 어깨가 다시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세간에 알려진 경지보다 훨씬 더 깊고 거셌기 때문.

         

       넓은 회의실을 가득 메운 채 짓누르는 기운에 멈칫한 사이.

         

       백우진이 느긋한 걸음으로 무너진 벽을 넘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고개를 내려다 보자, 조금 전까지 그들이 논의한 것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전쟁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백우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만이 가득하다.

         

       이를 본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이야, 진짜였네.”

       “……?”

         

       장로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이,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여기에 대가리에 똥만 찬 것들을 모아뒀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잖아?”

         

       이에 굳어 있던 장로들의 얼굴이 모멸감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노옴! 새파랗게 젊은 후배 놈이 감히 본 장로에게 모욕을 안기다니, 정녕 죽고 싶은 게냐!”

       “최근 알량한 명성 조금 얻었다고 세상이 네 것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여기 모인 사람 중 젊었을 적에 네놈만큼 명성을 얻지 못한 자가 있을 것 같으냐!”

         

       떠들어 대는 목소리만큼은 굵고, 거세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 하나 손이 먼저 나가는 이들은 없다.

         

       백우진은 그것이 너무나도 가소롭고, 애처로워서 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새어 나왔다.

         

       “으하하…! 어휴, 이딴 것들을 수뇌부라고 모아 놨으니 연합이 잘 돌아갈 리가 있나.”

         

       그나마 다행인 건 그들이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이 전체의 3할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일까.

         

       대부분의 병력 운용은 사뇌와 무림맹 군사인 제갈승이 도맡아서 진행 중이다.

         

       다만, 그들도 인간인지라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들이 이들에게 배정될 뿐.

         

       물론 그것만으로도 이들은 너무나도 많은 권력과 이득을 손에 쥐었다.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전체 병력의 3할은 혈교의 먹잇감에 불과하다.

         

       “안 되겠다.”

         

       백우진이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갱생의 여지가 없다.

         

       애초에 평화로운 시대 속에서 알량한 명성 조금 얻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이다.

         

       나이만 많지, 전쟁에 대해 아는 건 전무하다는 뜻.

         

       “무능한 영감님들은 이만 퇴장합시다. 내가 웃돈 좀 얹어드릴 테니까 지금 가시려는 기루에 가서 전쟁 끝날 때까지 나오지들 마쇼.”

         

       이는 백우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제아무리 그라고 해도 까마득한 배분의 장로를 패는 건 위험도 높은 행위다.

         

       최고조를 달리고 있는 명성에 금이 갈지도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최대한 좋게 해결하려 했지만.

         

       “닥쳐라, 이놈! 내 오늘의 일을 곧장 회부하여 네놈에게 벌을 내릴 것이다!”

       “네놈의 본가인 섬서백가 또한 이 일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자식을 잘못 교육한 잘못을 감당해야 할 터이니!”

       “본 장로들이 가진 힘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네놈을 벌할 것인즉!”

         

       이를 모욕으로 여긴 장로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손을 쓰는 수밖에.

         

       소문이 새어 나가면 당분간 자신을 향한 세인들의 지지가 꺾일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하오문 좀 쓰지, 뭐.’

         

       선동과 날조로 진실을 묻어버리면 그뿐.

         

       백우진이 몸을 날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_ _)

    요즘에 글 쓰는 게 영 쉽지가 않네요.

    운동 때문에 몸이 노곤노곤해서 그런가, 밤에는 등만 대면 잠이 오고…

    먹는 건 부실해지니 힘은 안 나고, 다이어트가 어려운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정말 빡세네요;;

    어떻게든 1일 1연재 붙잡을 수 있도록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조금씩이라도 계속 써서 비축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겠읍니다.

    기다리게 해드려 매번 죄송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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