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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참으로 기묘한 꿈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꿈이라기보다는 어떤 영상매체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의식은 그대로 살아 있고 1인칭 시점의 화면이 재생되는 듯한 느낌.

         

       이런 게 자각몽이라는 것일까.

         

       평생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자각몽의 내용은 정말로 단순했다.

         

       그저 숲길을 비틀비틀 달린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다가 돌연 시야가 검어지고 눈이 떠졌다.

         

       “쓰으읍…”

         

       꿈을 꿔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떤 꿈을 꾸더라도 그 순간에는 기억이 선명하지만 잠을 깨고 몇 분만 지나도 그 기억은 휘발되기 시작해서 한두 시간만 지나도 꿈을 꾸었다는 기억조차 희미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 꿈속의 기억은 아주 선명하게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체력단련을 끝내고, 온 정신을 집중해 펼치는 경운무심공의 수련을 마치고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였다.

         

       혹시 이 영휘산에 도착해 이 몸속에 있던 기억이 깨어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만한 일이었다.

         

       “그럼 오늘도 수색을 계속하지요.”

         

       “그럽시다.”

         

       그러나 나는 어제와 같이 움직였다.

         

       확실히 현상 자체는 범상치 않았지만…그런 현상 속에서 보인 내용 자체가 너무 밋밋했다. 그냥 자각몽을 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립한 일정을 비틀어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랬더니 이 자각몽이라는 녀석이 열이라도 받은 것일까.

         

       그날 밤에는 나에게 더욱더 자극적인 내용을 보여주었다.

         

       전날 밤과는 다르게 그저 조각조각 단편으로 이어지는 기억들. 두 고수가 경천동지할 위력을 뽐내며 충돌하는 장면이 지나가고, 어떤 여성이 날 감싸는 장면이 지나갔다. 내 기억의 보호자로 보이는 어떤 남자의 무등을 타고 산길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때로는 급박하고 때로는 평화로운 장면들이 계속해서 지나갔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등장인물은 모두 그림자로만 보였다.

         

       일상. 충돌. 일상. 다툼. 일상. 도주.

         

       그야말로 찰나.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해야 몇 초에 불과한 기억의 편린이 끊임없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선배! 선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흑묘의 얼굴이 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그 규격 외의 아름다움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가 몸을 일으켰다.

         

       “선배, 괜찮아요?”

         

       “아아….”

         

       습관적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니 손 한가득 찝찝한 물기가 가득해졌다. 아마 얼굴에 식은땀이 흥건했던 모양이다.

         

       “후우…”

         

       “평소보다 늦잠을 자는 것 같길래 깨우려고 들어왔었는데….”

         

       “괜찮아. 고맙다. 흑묘야.”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애써 웃어 보였다. 옷소매에 식은땀을 문질러 닦아내고 바깥으로 나왔다. 일행들이 무슨 일이 있나 싶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내가 괜찮다는 의미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자 마지못해 다시 수련을 재개했다.

         

       나 역시 수련용품을 챙겨 입으며 천천히 몸을 단련했다.

         

       차가운 식은땀과는 다른 뜨거운 땀을 흘리고 나니 조금은 정신이 맑아졌다.

         

       몸을 움직이며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은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되새겼다.

         

       이 편린들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해 진 것이 있었다.

         

       이건 어릴 적 호천안의 기억이었다.

         

       기억의 편린 속에 그 증거가 있었다.

         

       넘어진 기억. 그리고 꺾인 손가락. 놀라 달려오는 한 쌍의 남녀. 내 손을 꼭 쥐어주던 여성은 내 손에 부목을 대 주었다.

         

       왼쪽 소지에 힘줄이 잘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꺾여 있던 손가락의 모습이 생생했다.

         

       그리고 이 몸에는 [잘린 힘줄]이라는 특성이 붙어 있었고 말이야.

         

       부상 부위마저 왼쪽 소지로 완벽하게 동일하니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후우우우우….”

         

       신체 단련을 마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왜 이제 와서 호천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영휘산에 도착해서? 영휘산을 누비며 기억이 자극당했기에 묻혀 있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라도 하는 건가?

         

       절로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해야 할 행동은 하나였다.

         

       어린 호천안이 살아가던 장소를 찾아야 했다.

         

       편린에 불과한 기억이었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장소를 특정할만한 요소들이 제법 있었다.

         

       “아무래도 기억이 조금 떠오른 것 같소.”

         

       나는 꿈의 편린들을 최대한 상세하게 되짚으며 설명했고 일행들은 그 설명을 경청한 뒤 수색에 나섰다.

         

       “이 인근이 아닐까요.”

         

       “여기도 조건이 부합하는 듯 하더군.”

         

       일행과 함께 영휘산에서 의심되는 곳을 뒤지던 도중.

         

       드디어 그 문제의 장소를 발견했다.

         

       그냥 어느 산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곳이었다. 암벽 위에 비와 바람을 따라 흘러내린 토사가 가볍게 뒤덮고 있으며 그 얼마 되지 않은 흙 위에 이런저런 잡초들이 피어나 있는 곳.

         

       오늘 하루 이 영휘산을 타면서 이런 곳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보았지만 어쩐지 느낌이 왔다.

         

       내가 찾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는 느낌.

         

       홀린 듯이 다가가 암벽을 짚었다. 그리고는 꾸욱 눌렀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일행들은 말없이 나를 지켜보았고 나는 그 암벽을 더듬으며 그렇게 이곳저곳을 눌렀다.

         

       “암벽을 치우면 되겠느냐?”

         

       홀린 듯이 벽을 더듬던 나는 당소열의 물음에 정신이 들었다.

         

       “음….”

         

       “괜찮다.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수도 없이 존재하니까. 결국 너는 이 암벽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풀떼기도 뽑고 흙도 치우는 것이 올바른 수색법이겠지.”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당소열이 움직였다. 평소에는 산을 타는 것만으로도 온갖 불평을 일삼던 당소열이 적극적으로 나서니 일행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풀을 뽑고 흙을 치웠다.

         

       나 역시 그 모습을 보다가 말없이 작업에 동참했다.

         

       그렇게 암벽의 절반을 벗겨냈을 때 즈음이었다.

         

       “여길 보시지요.”

         

       혁기린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반 치. 아니 반의 반 치일까. 아주 짧고 뾰족한 잘린 침 같은 것이 암벽에 박혀 있었다.

         

       “금속이군. 그것도 꽤 귀한 것이야.”

         

       대장장이인 당소열의 진단에 혁기린이 질문했다.

         

       “이런 게…자연적으로 박혀 있을 수 있습니까?”

         

       “자연상 바위에 이런 금속 파편이 존재할 수는 있지. 암벽이 패여 드러날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러나 이 침 같은 녀석은 분명 누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냈어.”

         

       당소연이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무언가가 있긴 한 것 같군. 좀 더 살펴보자고.”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졌다. 작은 단서나마 찾아낸 상황. 모두가 좀더 의욕을 가지고 벽을 뒤지려 할 때였다.

         

       “…선배?”

         

       나는 그 벽에 다가가.

         

       꾸욱.

         

       그 침에 내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피가 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상태 그대로 반응을 기다렸다. 일행들이 동작을 멈추고 내 행동을 주목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지금의 내 행동은 전혀 이성적이지 못했다.

         

       그저 아까 이 장소를 발견했을 때 암반을 더듬었듯이 그저 본능적으로 손바닥을 가져다 댔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손바닥을 대고 있었을까. 누군가가 조용히 탄성을 흘렸다.

         

       “아….”

         

       어느새인가 내 앞에는 암벽이 아닌 석문이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이 진법의 고절함에 숨을 삼켰다.

         

       초절정 고수들이 다수 있음에도, 화경이라 봐야 할 혁기린이 진법을 코앞에 두고 수색했음에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절진.

         

       “….열어 봐야겠지요?”

         

       혁기린의 물음에 모두는 시선을 한 번 교환한 뒤 무기를 뽑아들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석문은 성인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법한 크기.

         

       나 역시 언제든지 돌발사항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며 천천히 석문을 옆으로 밀었다.

         

       그그그그긍!

         

       경계가 무색하게도 석문을 열자마자 안쪽의 전경이 한번에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뼈만 남은 해골이었다.

         

       “음.”

         

       “으음…”

         

       마치 안에서 누군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던 것과 같은 자세 그대로 쓰러져 있는 해골. 그 해골은 검 한 자루를 쥐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무림인이었던 모양.

         

       한순간 시선을 빼앗겼던 해골에게서 눈을 떼고 전경을 살폈다.

         

       한 가정이 살면 적당할 것 같은 크기의 가옥과,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는지 잡초와 각종 채소들이 뒤엉켜 자라고 있는 텃밭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켠에는 무덤으로 보이는 두 개의 봉분도 보였다.

         

       그 다음으로 눈을 사로잡는 것은 일종의 제단 같은 곳이었다.

         

       싸움이 일어났는지 파손되어 있긴 했지만 어떤 의식을 진행했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 단상을 중심으로 바닥에는 여러 각문들이 새겨진 흔적이 존재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의 흔적이 끊긴 지 오래였지만 일행은 긴장감을 풀지 않았다.

         

       뽑기 진법에서의 기억 때문이겠지.

         

       결국 마음 놓고 수색하다가 정철에게 덜미를 잡혔고 아무도 없다고 판단했던 안쪽에는 불명 어르신이 숨어 있었으니까.

         

       그와 유사한 환경인 이 진법 속 가옥에서 쉬이 긴장을 풀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일행들은 신중하게 탐사를 계속했다. 허리 높이까지 자란 잡초들을 헤치며 일일이 위험을 파악하면서 가옥을 향해 좁혀 들었다.

         

       “호 낭인님, 기억이 좀 나십니까.”

         

       “…이곳이 제가 꿈 속에서 본 장소는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편린 속에서 보았던 장소와 일치했다. 나와 일행은 마지막으로 확인을 위해 몇 칸 되지 않는 방문을 하나씩 열었다.

         

       “선배, 여기 이상한 장소가 있어요!”

         

       살짝 놀란 듯한 흑묘의 발언에 모두가 흑묘의 방 쪽을 포위하듯이 움직였다. 모두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고 흑묘는 마른침을 삼키며 문고리를 잡고 방문을 활짝 열었다.

         

       “저 불빛이 흘러나오는 건 뭐지…?”

         

       “그림에서 빛이…?”

         

       모두가 당혹스러움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 만큼 방 안의 풍경은 이질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행의 당황스러운 감정을 다 합친다 한들 지금 이 순간 느낀 격렬한 감정을 따라올 수 있을까.

         

       인공적인 밝은 빛을 내뿜는 LED 천장등.

         

       입력된 패턴에 따라 총천연색의 빛을 뿜어내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게임 무림천하의 창 화면과 그 옆에 띄워진 PC 톡의 화면을 송출하고 있는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가옥의 어느 한 방. 

       

       그곳에는 내 원룸의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정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정했다.)

    ([미공개]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신문물에 적응이 늦은 저는 후원기능에 하트를 되돌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하트를 열심히 박아 드리겠습니다.)

    (후원 일괄메세지를 작성할까 하다가 이렇게 후기로 전하는 편이 조금 더 성의있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은 공란으로 두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냥 둘 다 하면 되니 메세지도 적어둬야겠군요.)

    (그렇게 작가후기에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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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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