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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오늘 하루 종일 엔리와 함께 하며 느낀 것이다만 녀석의 상태는 심각했다.

       

       도박을 할 때마다 탕진하는 녀석이 어찌 그리 도박에 집착하는 것인지.

       

       엔리 본인은 단순히 방송적 재미를 위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원래 어딘가에 중독된 자들은 스스로가 광인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법.

       

       그러한 광경을 여러 군데에서 보았던 나는 엔리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그 주변의 이야기를 듣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이었다.

       

       엔리가 주장하는 방송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저의 방송을 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으니까.

       

       마침 본인의 방송엔 엔리의 방송을 함께 보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 둘이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애시당초 본인이 방송을 시작한 계기가 엔리 때문이니. 방송을 보는 이들이 겹칠 수밖에 없었지.

       

       – 엔리 도박 중독이냐고?

       – 방송용 억텐이지 않나?

       – 억텐은 아니지.

       – 어제 돈 다 날려먹고 손 벌벌 떠는 게 연기면 엔리 TV로 가야해.

       – 가챠겜에서 4연속 천장 찍었을 때 반응 장난 아니었는데.

       – 이미 풀돌 박아놓고 자만추 할 때까지 돌린 거? 꿀잼이긴 했음 ㅋㅋ

       – 도박을 좋아하긴 하는데 중독까진 아니지.

       

       시청자들의 의견은 대개 비슷했다.

       

       엔리가 도박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무슨 게임을 할 때건 도박장을 발견하면 무작정 그 곳에 달려가곤 하니.

       

       허나 중독이라고 여겨질 정도는 아니다.

       

       게임 안에서야 다소 과하다 싶은 집착을 보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게임 속에서의 일이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청자들은 엔리를 두둔했다.

       

       그 다음에 본인이 물어본 것은 엔리의 편집자였다.

       

       과거 본인이 편집자를 구하는 걸 도와주었던 하늘과 엔리냥이 방송 당시 연락처를 교환했던 리하. 두 사람에게 엔리의 도박에 관해 물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엔리를 바라보는 그들이라면 객관적인 판단을 해주리라 생각했으니.

       

       둘의 의견도 시청자들이 내어준 의견과 비슷했다.

       

       도박을 좋아하고 파멸적으로 못하긴 하지만 크게 문제되는 것 같진 않다고. 어쨌든 현실 도박은 안 하니까.

       

       이외에도 본인이 아는 엔리와 친한 여러 스트리머들에게 물음을 던졌다만 결론은 하나였다.

       

       현실에서는 도박에 손대지 않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자면 현실 도박에 손을 대는 순간 큰 일이 날 가능성이 있단 소리였다.

       

       이러한 문제는 미리 예방해 두는 편이 좋지. 문제가 생기고 나면 늦으니.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방송이 끝난 후 엔리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도박을 테마로 한 공포 기믹인가요. 제 지인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떤 식으로 구성을 할지 고민이 되어 편집자들에게 물었더니 한식에게서 생각지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의 지인 중에 게임 기획 쪽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수끼리 머리를 싸매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부탁을 하는 편이 좋겠다 판단내린 나는 한식에게 기획자와의 연결을 부탁했다.

       

       “엔리님을 괴롭히는 건가요. 재밌겠네요.”

       “괴롭히는 거 아니에요. 교훈을 주는 겁니다.”

       “아. 죄송합니다. 말이 헛 나왔네요.”

       

       내 방송을 자주 본다는 기획자는 나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고는 여러 가지를 물었다.

       

       공간의 구성. 충원할 수 있는 인원. 어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

       

       대충 생각나는 대로 답변을 했더니 기획자가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 어지간한 건 다 되네요. 그 정도면 쉽죠.”

       

       기획자는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그럴 듯한 계획서를 내게 보내주었다.

       

       그 기획이 마음에 들었던 본인은 그를 바탕으로 하여 엔리를 골리기 위한… 아니. 엔리에게 도박은 좋지 않은 것이란 걸 알리기 위한 계획을 준비했다.

       

       하린과 설아에게 물어 적당한 지역을 수소문 하고, 그 곳을 바루와 함께 돌아다니며 원혼을 많이 충원할 수 있는 곳을 찾은 후, 기획에 맞추어 건물을 중축하고.

       

       한 일은 꽤나 많았다만 정작 거기에 걸린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공을 다룰 수 있는 본인과 도술을 다룰 수 있는 바루가 합쳐지면 어지간한 일은 간단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채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대략적인 준비를 끝마친 본인은 그 안에서 일해 줄 사람을 찾아 화산에 돌아왔다.

       

       화산에 속한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하루 삶에 치이느라 무공을 수련하는 것도 고되어 보이는 녀석들에게 무슨 도움을 청하겠는가.

       

       본인이 찾으러 온 것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이보게. 지존. 무어가 잘못된 거 아닌가?”

       “하하. 천마여. 증거 있나?”

       “쯧. 빌어먹을 놈 같으니.”

       “허허. 제자야. 진정하거라. 원래 도박이란 그런 것 아니겠느냐.”

       “맞아요. 백화령님. 마음에 안 풀렸다고 화를 내시면…”

       “스승님께서 무어라 하는 건 괜찮으나 신령 그대가 지껄이는 건 참기 어렵군. 적당히 하도록.”

       “…죄송합니다.”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의 문을 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천하제일을 논할 때에 충분히 언급될 수 있을 만한 인물들이 좌판 위에 앉아서는 투닥거리는 풍경이었다.

       

       화룡무인의 천마 백화령.

       

       백화령의 스승이자 나의 은인되시는 분.

       

       지존.

       

       오래된 신령 중 하나인 백주.

       

       그리고 사람 수가 맞지 않는다며 강제로 끼워 넣어져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학영충.

       

       지나가던 무인이 본다면 그 존재만으로 혼절할 듯한 광경이 만들어진 이유가 무어냐 묻는다면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

       

       얼마 전 본인에게 도박으로 처참하게 패배한 지존은 다음 날이 되자마자 화산에 방문했다.

       

       이번에는 이기고 말겠다며 버럭거리던 녀석이었다면 놈에게 존재하는 미래는 하나였다.

       

       이전보다도 더 처참한 패배.

       

       어쩌겠는가. 본인이 지존보다 무공도 잘 다루고 도박도 잘 하는 것을.

       

       어느 쪽이라도 하수일 뿐인 지존이 어떻게 본인을 이길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인지 지존은 매일 같이 화산에 들려 본인과의 도박을 청했다.

       

       그러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고 싶다며 찾아온 백화령이 도박판에 참여하게 되었다.

       

       본인에게 처참히 패하는 지존을 보며 놀려 먹다 그럼 네가 해보라는 지존의 말에 이 판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당연하게도 백화령은 본인은 물론이고 지존에게도 패배했다.

       

       무공의 실력이라면 모를까 도박 실력은 갓난 아기와 다름없는 백화령이 도박판에서 오래 구른 우리 둘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자존심이 드높은 백화령은 운이 안 좋아서 패했을 뿐이라는 변명과 함께 꾸준히 도박판에 참여하게 되었지.

       

       백화령과 본인이 이 곳에 머무르고 있으니 거기에 흥미를 지닌 은인이 이 곳에 들렸고,

       

       혼자 남겨져서 심심했던 백주가 이 곳에 참여하고.

       

       학영충? 그 녀석은 불우한 피해자였다.

       

       자기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인원수를 맞추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끌려왔으니까.

       

       녀석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자기보다 한참 윗선에 머무는 사람 넷이 빤히 지켜보고 있는데 어찌 거절을 하겠느냐.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이 풍경이었다.

       

       이 곳에 모인 인원만으로 무림을 무림이었던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자들이 자신의 패 하나에 웃고 우는 광경.

       

       하오문 같은 곳에 이 정보를 팔아 넘겨 소문을 퍼트리고 싶군.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지 말라며 타박할 것이 분명하니 굳이 하진 않겠지만.

       

       “민가! 마침 잘 왔다! 자아 어서 앉거라!”

       

       백화령은 나를 보자마자 화색을 지었다.

       

       딱히 내가 반가워서 저러는 것은 아니었다.

       

       판이 저 녀석에게 불리하게 굴러가고 있었으니 내 핑계를 대며 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셈이었을 뿐.

       

       “되었다. 도박을 하러 온 것은 아니니.”

       “그런!”

       “그럼 무슨 용무이십니까. 화산문주시여.”

       

       학영충이 구원을 바라며 눈길을 보낸다.

       

       얼굴이 창백하구나. 이 사이에 끼어서 노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웠느냐.

       

       “지존.”

       “엉?”

       “학영충.”

       “예!”

       “백주.”

       “네?”

       “그대들은 나를 좀 도와주어야겠다.”

       

       어차피 할 일이 없어 여기에서 놀고 있는 녀석들 아니더냐.

       

       쓰잘데기 없는 도박이나 하며 시간을 떼울 것이라면 일이나 하거라.

       

       학영충과 백주는 알겠다며 고갤 끄덕였지만 지존은 달랐다.

       

       그는 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질이냐며 무어라고 했다.

       

       저런 반응이 나올 것을 예상했던 나는 별 말 하지 않고 도박판에 자리를 잡았다.

       

       “꼬우면 이기시든가.”

       “…오냐.”

       

       도박의 결과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마.

       

       지존이란 녀석의 평판이나 자존심이 있으니까.

       

       다만 녀석이 내가 하는 부탁을 들어주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흐에에에엑.”

       

       아라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바닥에 널부러진 엔리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옆에서나는 소리에 고갤 돌렸다.

       

       그 곳에는 나설과 냥냥권법이 있었다.

       

       아라의 편집자이자 아라의 아래에서 무공을 배우고 있는 두 사람은 엔리보다 더 일찍 와서 더 고된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운 차 보였다.

       

       대체 저 둘은 어떻게 이 훈련을 버티는 걸까. 아라 씨가 매일 쏟아내는 영상거리를 보면 저 두 사람의 일거리가 적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 엔리줌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게 바로 젊음이라는 거 아닐까.]

       

       “저 나이 그렇게 안 많은 데요.”

       

       저 두 사람하고 비교해서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젊음은 무슨 젊음이야.

       

       엔리가 그리 투덜거렸지만 시청자들은 그녀의 말을 크게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팩트보단 엔리를 놀릴 수 있단 사실 그 자체였으니까.

       

       아줌마니 이모니 호칭이 나오는 풍경을 보던 엔리는 비틀거리며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켰다.

       

       원래는 혼자서 화룡무인 세상을 둘러다니며 오늘 아라에게 배운 것을 써먹어 볼 생각이었지만 이래서야 무리다. 아라 씨가 너무 심하게 굴렸어.

       

       다른 사람들은 아라 씨가 달라붙어서 가르쳐 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건지 알아야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인 걸!

       

       오늘 남은 방송은 힐링을 하다가 가도록 하자.

       

       얼마 전에 나온 미니게임 파크! 라는 게임이 그렇게나 재밌다고 했으니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 생각을 하고 아라에게 엔리가 작별을 고하자 아라가 할 말이 있다면서 그녀를 붙잡았다.

       

       “엔리. 이틀 뒤에 시간 괜찮으냐?”

       “이틀 뒤에요? 네. 괜찮아요.”

       

       따로 광고 방송이나 외부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힘든 상황 속에서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던 엔리였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아직 그녀를 화룡무인 세상으로 끌어들인 원흉은 시작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엔리의 의심어린 시선에 아라는 웃음을 흘리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별 일은 아니고. 바루가 바다를 본 적이 없다 해서 말이다. 놀러갈 생각인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 물을 생각이었지.”

       “그걸로 유혹해서 저한테 벌칙 시키려고 그러시는 거죠?!”

       

       제가 비슷한 일을 한 두 번 당해본 줄 알아요?!

       

       저 안 속거든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경이 되어가는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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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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