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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해킹잘모름? 그 새끼?? 이렇게 난리가 났으니 안 돌아오지 않을까, 덕분에 담당 일진 없어진 놈들만 살판났지 뭐. 아으, 아쉬워라.”

         

         “갑자기 기습 숭배를 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시 숭배를 기습 목격하는 거다. 뿌린 게 시발 바이러스가 되었던 보안 시퀀스 코드던지간에 좋은 걸 무료로 공유해줬으면 그 놈은 신이야 신!! 어디 사는지 모르겠으면 동서남북으로 절하고 받아써!”

         

         “…오직 익명과 거짓 신원(False identity) 뒤에 숨은 사람만이 진정으로 진실될 수 있다는 커뮤니티 설립 이념은 십분 이해하지만, 자유와 방임은 좀 결이 다른 법이니까. 더군다나 떨어지는 콩고물이 이 정도라면 미움받는 질서 유지자가 한 명쯤 있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천재라는 것들은 보통 맛탱이가 가 있으니 그런 녀석들 중 하나가 아닐까? 배짱은 물론이고 아이디어 자체가 좋아. 기술 특허 같은 게 아직도 없는 걸 보면 복잡한 내막이 있을 법도 하고.”

         

         “양지에서 일하는 것도 재미없어~ 기업 밑으로 기어 들어가기도 싫어~ 그런 마인드로 모인 아싸 찐따 힙스터 모임이라면 무조건 유쾌한 맛이라도 있는 놈이 정의지! 금마가 사고 쳐서 쫓기는 신세라면 어떻게 두 번까지는 무료로 선임되어 줄 의향도 있다. 어? 프하핫!!”

         

         

         시끄러운 소수(Vocal Minority)와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라는 논리가 있다.

         

         실적용도 복잡하고 증명도 어려운 사회 이론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보통 어떤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 불만이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커서 유달리 오해하기 쉬우나, 긍정적이거나 별 반감이 없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을 수 있다…’ 정도로 요약해서 표현할 수 있겠다.

         

         설마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공인도 아닌 내가 이런 걸 체험해볼 줄이야.

         

         단순히 글로 써서 표현할 때와, 막상 말로 할 때의 사소한 억양 차이로 내포하는 의미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한들 인터뷰 조사 몇 회로 이렇게까지 긍정 여론이 강하다는 걸 배우는 것도 신기하다.

         

         이것들, 욕을 욕 대로 실컷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안 보이니까 악질 취급했어도 실은 마음에 들던 분탕이 진짜 사라져서 아쉬워하는 건 무슨 묘한 심보래.

         

         물론 내가 대가 없는 호의로 뿌린 코드들을 일종의 뇌물성 선물이라 인지하고 변호하는 무리가 여기 모여 있다는 점도 컸다.

         

         또한 반대로 ‘의문의 호감 분탕 idkHacking’에 대해 명확한 거부감과 의구심을 가진 이들도 잔뜩 있었으니까 뭐. 일단 덕분에 양측의 의견은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가뜩이나 위성 도시에 있던 새끼들이 갑자기 수도로 잔뜩 유입돼서 시끄러워 죽겠는데, 굴러온 돌이 주인 행세하는 걸 그냥 두고 보기는 좀. 게다가 다 똑같은 일개 유저 신세라면 모를까, 우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거라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감을 보여야지 시발!”

         

         이건 활동 근거지를 옮기자마자 신고식을 너무 요란하게 치른 탓에 미운 털이 박힌 경우.

         

         마냥 싫어한다고 하기보단 어그로 끌어서 불만 싹 질러놓고 사라진 게 아니꼬운 느낌이랄까, 어찌되었건 빨리 돌아와서 이 집단 광기를 수습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엿보인다.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지금 그러려고 열심히 노력해서 민간 사찰 겸 염탐하는 도중입니다. 예.

         

         “관심이 고파서 이런 나사 빠진 짓거리를 하는 년이면 현상금도 분명 두둑하게 걸려있을 거라니까!? 일반인 하나 고액 아르바이트로 꼬셔서 얼굴 마담으로 세운 다음 제보하면 용돈벌이 개꿀인데 이걸 왜 빼냐고!!”

         

         그리고 요건 내가 구 데드 링크 소속이거나, 못해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범지구적 지명 수배자라는 견해를 강하고 확신 있게 밀고 있는 쪽.

         

         유감이지만 기업들과는 원만하게 합의를 보거나, 일단 저지른 짓은 절대 안 들키게 수습하고 다녀서 신고해 봤자 얻을 거라곤….

         

         글쎄, 일부 메가 코프들의 정보 출처에 대한 집요한 추궁이나 이후에 있을 내 개인적인 방문 -복수- 정도?

         

         그리고 내가 굶주렸던 건 관심이 아니라 실전 데이터였어요 아저씨. 따로 모바일 상품권 같은 것도 안 챙겨주고 무료 노동력을 착취하는 설문 조사를 시킨 건 미안한데, 거 말은 똑바로 합시다 우리.

         

         “그런 수상한 인간한테 함부로 동조하기는 좀….”

         

         난데없이 나타나서 바이러스 뿌리더니, 또 좋은 코드도 오픈 소스로 공유하고.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숨은 의도나 흑심이 있을 게 뻔하다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

         

         어, 그건 나도 존나 동의한다. 솔직히 내 얘기만 아니었으면 대체 뭘 꾸미는 새끼인가 무조건 알아봤지.

         

         바이러스에 걸려서 사이버웨어 터져 나가는 와중에도 좋다는 무지성 변태들보단, 이성적으로 의심부터 하는 사람 쪽이 훨씬 더 믿음직한 상식인이고 말고. 암.

         

         

         “어때, 판단에 참고할 표본이 혹시 더 필요해? 50%… 아니면 30% 구독 할인 코드만 이벤트 성으로 몇 개 끊어줘도 한 달 정도는 거뜬히 너 대신 싸워줄 변호인단을 육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절대 사양할게. 애당초 이건 여론 실태를 확인하려고 탐문한 거지, 진짜 본격적으로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같은 짓을 하려던 게 아니래도?”

         

         몸에 익은 처세술은 사이버 공간이라도 녹스는 게 아닌 모양인지, 아니면 기존에 얼굴만 마주하고도 말이 통할만큼 쌓은 낯익음이 있는 건지. 능숙한 유도 질문으로 내가 찾던 답변들을 싸악 긁어낸 마리나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기껏 가상 현실에 깊게 접속한 상태로 즐기는 여가가 커뮤니티 활동인 인간들이 분위기 파악하려는 신참에게 본인의 지식과 의견을 뽐낼 기회를 마다하겠냐마는, 그걸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이니까. 응.

         

         …그렇다고 바로 여론 조작 카드가 튀어나오는 건 얘도 의심의 여지없이 이 악질 수용소의 일원이라는 걸 절절히 느끼게 해줬지만. 지금은 아군인만큼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자.

         

         하여간 비추천 폭격을 당한 건물이 폐가처럼 변한다면, 역으로 추천 수가 일정 기준치를 넘어가서 강조 표시가 된 게시물은 근처에서 죽치고 놀기도 편하게 환경 조성이 되는 모양이다.

         

         정작 글쓴이인 나조차 이딴 기능엔 관심이 없어서 외견을 따로 설정한 적도 없거늘.

         

         토론장 겸 학술 세미나 현장 마냥 공간도 널찍하고 조도도 깔끔하게 바뀐 로비 한구석 의자에 주저앉은 채로 머리를 긁적였다.

         

         선전(Propaganda), 선동이라.

         

         아직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 큰 인간들은 다 만나보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간만에 나온 흥미로운 신규 코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느라 바쁜 우리 해커 친구들의 태도로 보건대, 이걸 흐지부지하게 넘기기보단 괜찮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듯 말 듯한데.

         

         “으으음….”

         

         “나보고 누가 그렇게 신중하게 살라 하면 피곤해서 못할 것 같은데. 역시 크게 사업하는 사람의 눈에는 저런 찬양이나 비난도 마냥 즐기고 넘길 거리가 아닌가 봐?”

         

         “딱히. 신중한 게 아니라 아는 범위 내에서 생길 부작용을 조심하는 것뿐이야. 아는 정보의 범위가 넓고 깊이 편중이 심각해서 그렇지.”

         

         칭찬을 들으면 떨떠름해하고, 차라리 욕을 먹으면 납득하는 기색의 내가 신기했는지 마리나가 별 괴상한 애가 다 있다며 속 편한 소리를 했지만 이게 참 어쩔 수가 없다.

         

         이미 흘러 나간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더 강력한 억제제를 뿌리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을 거란 건 나도 제로도 충분히 예견한 현상이기는 해도, 이런 선행 테스트까지 다 발굴 당해서 분석되는 건 전혀 불의의 사태.

         

         비정상적 오버 테크놀로지를 응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마찬가지로 비정상적 품질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건 당연…한가?

         

         네오 헤이븐의 해커 게시판 정도면 숨은 실력자들도 꽤 많은 복마전이니, 차라리 내가 여기서 ‘여러분, 사실 엄청난 음모나 무상의 공공복지 같은 건 아니었고… 그냥 실험대로 굴린 게 미안해서 커뮤질이라도 편하게 하라고 공유한 팁이었어요~’ 하고 등장하면 일제히 돌을 던지려고 다들 기다리고 있다는 게 더 현실성 있지 않나.

         

         씁, 어렵다 어려워.

         

         원래부터 내가 배경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있던 인간과의 일대일 심리전이라면 몰라도 시장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의 반응과 심리를 유추하여 올바르게 대응하라는 건 너무 난이도가 높은 과제인뎁쇼.

         

         “……나도 그냥 속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길 죽어라 염탐하는 메가 코프가 있으니까, 쩝.”

         

         “뭐, 메가 코프라면 에나마? 굳이 캐묻진 않았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지내는 걸 보고선 잘 해결한 줄만 알았는데.”

         

         “거기 말고. 이제 다른 쪽 얘기라 문제지.”

         

         아하, 그때 본사에서 비밀유지서약을 위해 수술받으러 가던 길에 혼자 에나마 요원이랑 따로 빠졌던 걸 걱정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럴싸한 추론이기는 하지만 이 사이버 보안 업계의 발작 버튼을 경계하며 여기를 감시하는 메가 코프는 역시 음습하게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던 엘리시움이다.

         

         내가 추후에도 행동거지를 지켜보겠다는 말을 들었던 입장인 것도 있고. 지들이 내부적으로 이쪽 커뮤니티와 안 좋게 엮인 악연도 좀 있고.

         

         그래서 이렇게 꼼꼼하게 변장하고, 큰 소리가 안 새어 나가게 조곤조곤 몇 사람에게 살짝씩 물어보는 수준에서 동향을 살피고 다녔던 셈이지만.

         

         상대방이 마음먹고 들이박으러 오는 건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도 못 피하지…?

         

       

       

         “야, 느그들이냐? 아까부터 해킹잘모름 씨에 대해서 여기저기 꼬치꼬치 캐묻고 다닌다는 이인조가??”

         

         “예…?”

         “어머나.”

         

         이건 또 뭐야, 미친. 누구세요 대체.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싸움을 대신해주려는 인터넷 팬까지 있는 건데.

         

         굳이 이런 시비 안 걸어도 내 고민만으로도 충분히 머리 아프니까, 좋은 말로 보내줄 때 가라? 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고로 신앙을 잃는 것이란….

    잔뜩 지각했는데 분량이 이리 실망스러운 점 죄송합니다. 정기 휴재일에 푹 쉬었는데도 정상 컨디션이 안 돌아오니 들인 시간에 비해 나온 게 처참해서 늦어버렸습니다.
    더 미리미리 준비했어야 하는데 면목 없습니다. 흑흑.

    GC아수라 님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해주시는 소중한 메시지 잘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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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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