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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다음 질문은 조금 속물적인 질문이었다.

       

        {- 남자 친구 사귀실 생각 있나요?}

       

        “오오! 그렇다고 하는데요?”

       

        – 와씨.

        – 용자네.

        – 저걸 저렇게 당당하게 물어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 그만둬! 유부녀에게 뭐 하는 짓이야!

        – 그런데 사실상 미망인…….

        – 오히려 좋을지도?

       

        남자 친구라?

        여기서 말하는 남자 친구란 짝짓기 상대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

       

        내 사고방식이 상당히 드래곤적이라고 하더라도 인간들의 사고방식을 잊은 것은 아니다.

        진짜 인간다운 생각은 조금 힘들어도, 적어도 인간들이 하지 않을 법한 사고방식 정도는 떠올릴 수 있다.

       

        “그럼 멸천룡님. 남자 친구 사귀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음. 그 남자 친구의 범위가 어떻게 되느냐?”

       

        “네?”

       

        그리고 모를 때는 그냥 묻는 게 최고다.

        괜히 혼자서 고민하기보다는, 그냥 시원하게 묻고 정확한 답을 해주는 게 내 성향이니까.

       

        “간단한 예시로, 우리 드래곤들에겐 인간들과 같은 가벼운 관계라는 것은 없단다. 애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짝짓기 상대지.”

       

        – 어우.

        – 그야말로 상종족.

        – 언어 선택이 그야말로 상남자.

        – 상여자시네.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아. 그, 그렇군요?”

       

        이현이 슬쩍 큰아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큰아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큰아들에게 확인받은 이현이 헛기침했다.

       

        “크흠! 여기서 말하는 남자 친구는 남편이라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그냥 가벼운 연애 상대랄까요?”

       

        “그렇구나.”

       

        드래곤에게는 연애라는 개념이 없어서 대답이 좀 어려운데 말이지.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을 해 본다.

        지금의 내가 남자 친구를 사귈 의향이 있는가?

       

        “……상대가 있다면, 사귀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헉?!”

       

        – 헉?

        – 허크!

        – 헉

        – 헉

        – 맙소사.

        – ?

       

        “??”

       

        내가 뭐 못할 말이라도 했나?

        반응들이 왜 이러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내 큰아들에게 다가간 이현이 버럭 소리 질렀다.

       

        “야야! 너희 어머니 이상하신데?!”

       

        “뭔 개소리야?”

       

        – 개소맄ㅋㅋㅋ

        – 언어 찰지넼ㅋㅋㅋㅋㅋ

        – 한국어 불법 패칰ㅋㅋㅋㅋ

        – 백익룡은 볼 때마다 너무 웃김.ㅋㅋㅋㅋㅋ

       

        “아니, 남친 사귀실 수 있다고 하시는데?”

       

        “아니, 사귀실 수도 있잖아?”

       

        큰아들 말대로다.

        인간들 중에서도 짝을 잃고 재혼하는 이들이 있고, 심지어는 이미 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짝을 만드는 경우도 존재하지 않던가?

        게다가 하나의 수컷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넌 괜찮은 거냐?”

       

        “괜찮지.”

       

        거기까지 말하던 큰아들이, 문득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가 새파랗게 어린 인간을 애인으로 삼으시는 것은 좀 그렇긴 하다.”

       

        “…….”

       

        “나이 차이만 1만 년 이상이라고?”

       

        “……그건 그러네.”

       

        뭐가 ‘그건 그러네’냐?

        어디까지 가는지 잠깐 지켜봤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 엌ㅋㅋㅋㅋㅋ

        – 그렇넼ㅋㅋㅋㅋ

        – 나이차 1만 년 커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야말로 고대 유물과의 커플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채팅창에서도 건수를 잡았다는 듯이 나를 놀리기 시작한다.

       

        다 같이 나를 놀리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애초에 1만 년 이상을 산 것은 내 본체이지 않느냐. 이 아바타의 몸은 별개니라.”

       

        너희들도 내 본체가 아닌 아바타의 몸을 향해서 애인을 만들 거냐고 물어본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인제 와서 본체와 엮어도 곤란하다.

       

        – 그건 맞네.

        – 그런데 어차피 같은 거 아닌가요?

        – ㅇㄱㄹㅇ

        – ㄹㅇㅋㅋ

       

        “의식은 같지만, 엄연히 육체가 다르단다.”

       

        본체는 1만 살 이상이 된 드래곤이고, 아바타는 만들어 낸 지 일주일 조금 넘은…… 인간들의 말로 하면 신생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나이를 따지는 것은 조금 어폐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신생앜ㅋㅋㅋㅋ

        – 할모니. 양심 어디?

        – 저 표정봨ㅋㅋㅋ 저건 찐이닼ㅋㅋ

        – 진짜 종족, 문화 차이 쩐닼ㅋㅋㅋ

        –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가짜 몸으로 애인 사귀는 것은 무리 아닌가요?

       

        “무얼. 이래 봬도 아바타의 몸으로 인간과 결혼하고, 인간의 아이를 낳은 적도 있다만?”

       

        “……?!”

       

        “?!!”

       

        – ?

        – ?

        – ?

        – 내가 뭘 들은 거지?

        – ??

        – 응?

       

        갑자기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현과 큰아들이…… 아니, 아들아. 넌 왜 놀라는 거니?

        얘가 인간들과 너무 깊게 어울린 탓인가? 가치관이 인간 쪽에 많이 물든 느낌이다.

       

        “내가 말했지 않았느냐. 용금으로 빚은 이 아바타는, 실제 인간의 육체와 거의 유사하다고.”

       

        피도 흐르고, 음식도 소화시킨다.

        게다가 땀을 흘리기도 하며, 원한다면 인간의 아이도 임신할 수 있다.

       

        이것은 용금이라는 특수한 재료를 사용해 아바타를 만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들이 말하는 ‘나노 머신’과 흡사하게, 내 의지에 따라 여러 성질을 가진 물체로 변화할 수 있는 용금의 능력으로 유기물까지 복제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몇몇 인간들의 청혼을 받거나, 그들의 소원에 의해 아바타의 모습으로 결혼이나 부인의 역할을 한 적이 있단다.”

       

        죽을 뻔한 왕가의 사생아를 거두어 주었는데, 그 아이가 나중에 왕이 되어 날 찾아와 청혼을 했던 일이라거나.

        오크 족의 전사가 나의 시련을 통과하고, 자기 아내가 되어달라는 소원을 빌어서 결혼한 일이라거나.

        나와는 다른 형태의 ‘용족’이, 내가 그 차원에 머무는 대가로서 결혼을 요구한 일이라거나.

       

        “물론 전부 아바타의 몸으로서 한 일이긴 하지만 인간이나 다른 종족의 아이를 출산한 적이 생각보다 많단다.”

       

        “…….”

       

        “…….”

       

        – …….

        – …….

        – ?

        – 헐

        – 허

       

        내가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말이 없다.

        ……어째서지?

       

        잠시 후.

       

        “그럼 다음 질문 들어가겠습니다.”

       

        – 아까 일은 그대로 없는 역사 취급이구낰ㅋㅋ

        – 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뭔가 큰아들 껴서, 인간들끼리 뭔가 암묵적인 협의를 한 것 같다.

        조용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곧바로 도네이션이 날아온다.

       

        띠링!

       

        {- 라그나님! 라그나님의 황금이 세계에 퍼지면, 세계 금값이 요동칠 것 같은데요. 혹시 이 부분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오! 아주 중요한 질문 같군요!”

       

        “흠.”

       

        금값인가?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왜냐하면 인간 세상에 풀고 있는 황금은 생각보다 그 숫자가 몇 안 되고, 풀린 황금도 전부 다른 곳에 보관되기 때문이다.

        바로 헌터 협회라는 곳 말이다.

       

        “아마 내 황금을 받은 이들은 알 텐데, 내 황금은 직접 너희 인간 사회에 퍼지는 것이 아니란다.”

       

        애초에 이 정도로 과학 기술이 발전한 차원은, 황금도 그냥 황금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황금을 이용해서 만든 귀금속도 ‘증명서’라는 별도의 서류가 있어야 제값으로 거래되고, 황금 그 자체를 거래하려고 하더라도 ‘금괴’나 ‘골드바’ 같은 규격화된 질량과 형태에 증명서까지 포함해서 거래하지 않던가?

        게다가 내가 사회에 푼 몇 안 되는 황금도 ‘이세계의 물건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라는 이유로 전부 헌터 협회라는 곳이 회수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내 황금은 일단 헌터 협회라는 곳으로 먼저 들어가고, 그 이후에 그곳에서 황금에 걸맞은 금액의 ‘화폐’로 환산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물론 황금의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아진다면, 황금이 한 곳에 묶여 있다고 하더라도 금의 시세에 영향을 미치겠지.”

       

        하지만 나는 황금만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 용금은 황금만이 아닌…… 다른 금속도 만들어 낼 수 있단다.”

       

        기본이 황금이라서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황금이 만들어지는 것뿐.

        내가 조금만 신경 쓰면 다른 금속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인간들에게는 희귀한 금속으로 분류되는 것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리튬이라던지, 마그네슘 같은 것들이라든지…….”

       

        재미있는 사실은.

        기술의 발전이 더딘 세계에서는 황금이나 은이 가장 가치가 높은 금속이라면, 기술의 발전이 많이 나아간 세계에서는 황금과 은의 가치가 매우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질량의 황금보다 리튬을 더 비싸게 쳐주더구나.”

       

        그래서 요즘에는 푼돈 정도는 그냥 황금으로 처리하고, 좀 대량의 금액을 낼 때는 인간들이 원하는 희귀 금속으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니 금 시세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지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내가 뭔가 돈 쓸 때마다 황금으로 지급하니 어쩌니 했던 것 말이냐?

        그것은 그냥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한 것뿐이었단다.

        리튬으로 값을 치른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황금으로 값을 치른다고 설명하는 편이 이해가 쉽지 않느냐?

       

        – 아니 미친?!

        – 금 시세 보다 더 큰 일이잖아!

        – 아악!! 관련주 다 팔아야 하나?!

        – 어쩐지 요즘 주식 시세 가 이상하더라니!!!!

        – 끼에에에에에엑!!

       

        “???

       

        그러니까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라니까?

        아니, 금 시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뭐야? 아이들이 왜 이러지?

       

        잠시 후.

       

        “크흠! 그럼 다음 질문 들어가겠습니다.”

       

        – 이쯤 되면 슬슬 무서워짐.

        – 이현님. 그냥 멈추면 안 될까요?

        – 한강 물이 남들 일인 줄 알았는데…… 내 일일 줄이야…….

        – ㄹㅇㅋㅋ

       

        “아무튼 질문 계속해 보겠습니다.”

       

        이현이 어쩐지 피곤해 보인다.

        그래도 내 게이트에 손님 자격으로 데려왔는데, 괜히 내 방송일로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이쯤까지만 하고 슬슬 쉬게 해 줘야 하나?

       

        띠링!

       

        {- 라나님! 애교 가능하신가요?}

       

        “오? 용자 떴습니다!”

       

        – 오오오?!!

        – 애교?!

        – 라나님의 애교?!

        – 애교 드가자ㅏㅏㅏㅏㅏ!!

        – 오오오오오오오!!!

       

        축 처졌던 분위기가 단숨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애교?

       

        “애교가 무엇이냐?”

       

        “아. 그게…….”

       

        – 귀여운 척하는거?

        –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 ??? : 아잉! 귀요버~♡

        – 하씨! 그러니까 이게…….

       

        어쩐지 이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말을 얼버무리며 설명을 못 한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어느새 치킨을 다 먹어 치운 큰아들이 입을 열었다.

       

        “인간들이 하는 구애의 표현이요.”

       

        “아하.”

       

        “?!”

       

        – 헐?

        – 아닠ㅋㅋㅋ

        – 틀린 소리는 아닌뎈ㅋㅋㅋㅋ

        – 엌ㅋㅋㅋ

        – 비유 개 찰지넼ㅋㅋㅋㅋ

       

        “……아이고.”

       

        탁!

       

        이현이 자신의 이마를 딱 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애교 = 인간이 하는 구애의 표현.

    틀린 소리는 아닌데, 뭔가가 뭔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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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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