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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 ***

         

       나와 유사연은 외출했다.

         

       유사연 역시 낭인처럼 흑립을 쓰고 무복을 입었다. 당가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니 최대한 조용히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외적으로 흑묘로 위장한 상황이니 흑묘는 객잔에 남겨두고 왔다.

         

       약속된 골목에 접어들자 기묘한 단도가 박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진법.

         

       이 골목에는 아마 가벼운 미로진이 펼쳐 있는 모양이다. 유사연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짝 내공을 끌어 올려 머리를 보호했다.

         

       무인을 가르는 기준은 삼류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 무림에서는 삼류는 무인으로 쳐 주지도 않지만 삼류와 삼류 미만인 자들은 나름대로 다르다.

         

       삼류는 감기(感氣), 즉 기운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를 말한다. 사실 삼류와 삼류를 아닌 자들의 경계가 모호하게 취급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실제 기를 다루지 못하고 느끼기만 하니 본인이 기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증명할 수가 없다.

         

       그러니 삼류가 아닌 자와 삼류인 자를 구분하는 것은 고수가 직접 기공으로 삼류를 시험해 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이류는 제기(制氣)를 목표로 하는 자를 말한다. 감기에는 최소 경지에 올라 기를 느낄 수 있으니. 기감이라는 눈으로 무림(武林)이라는 숲을 목도할 수 있는 자들이라 할 수 있다.

         

       이류가 기운을 움직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운을 움직인다는 뜬구름 잡는 선문답 따위를 빼고 말하면 내공을 쌓는다는 의미였다. 삼류가 기를 보는 눈을 트는 작업이라면 이류는 트인 눈으로 기를 움직이는 경지다. 호흡이라는 것만 해도 내공은 쌓이기는 하지만 그 내공을 쌓는 작업을 의도적으로 행할 수 있는가 없는가.

         

       기를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는 것. 그게 이류가 추구하는 목표이고 이류라는 경지가 시사하는 능력이다.

         

       그 다음 일류.

         

       일류부터는 누구라도 무인이라 인정하는 자들이다. 감기에 숙달되고 제기를 이루었으니 그 다음의 경지 충기(充氣)를 노리는 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삼류가 감각을 올리고 이류가 힘을 축적했다면 일류는 그 힘을 사용하는 경지다.

         

       충기. 신체에 그 힘을 가득 채우는 것. 상대방을 때리기 위해는 주먹에 힘을 주고 팔다리에 힘을 주어야 하는 것처럼 기에 그 뜻을 담으니 의기(意氣)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 뜻이 있는 자 그 뜻을 실현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곧 길이니 아무리 한미하고 볼품없어도 하나의 도(道)라 할 수 있다.

         

       일류에서부터 무인으로 봐야 할지 이류에서부터 무인으로 봐야 할지는 무림인들 사이에에서는 꺼지지 않을 불멸의 떡밥 같은 존재다.

         

       뜻을 행하는 일류부터가 진짜 무인이다. 아니다 이류도 일류만큼은 아니지만 기를 움직일 수 있으니 뜻을 품고 행한다는 본질에서는 일류와 다를 바가 없다. 그들도 무인이라 봐야 한다. 뭐 이런 내용…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삼국지의 진정한 군주는 유비인가 조조인가 뭐 이런 급의 논쟁이다.

         

       그래도 요새의 중론은 개인차가 있긴 해도 이류부터는 무인으로 봐 주는 분위기다.

         

       사실상 일류나 다름없는 수준까지 단련되어는 있지만 아무튼 경지는 이류. 경지가 일류가 아니기에 나는 충기라는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팔뚝에 기를 넣어 힘을 세게 만드는 것을 1단 강화라 치자. 이것은 이류에 올라 제기라는 기술을 익히게 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팔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거나, 피부를 단단하게 만들거나 관절의 한계를 넘어서도 버티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 충기가 필요하다.

         

       제기는 강화할 수 있는 힘의 한도도 낮고 자연적인 범주의 바깥의 일을 기를 아무리 불어 넣어도 해낼 수 없다.

         

       일류에 올라 충기를 익히게 되면 피부를 강화해 쉽사리 피부가 찢어지지 않게 하거나 한 순간 근력의 수 배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게 하거나 하는 일들이 가능해지게 된다.

         

       물론 일류에 오른다고 갑자기 역량의 한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갑자기 초인이 된다기보다는 가능성만 열리게 되지만.

         

       막말로 이류는 무공의 무자도 모르지만 축복받은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과 싸우면 질 가능성이 높았다. 왜? 어차피 기를 다룬다고 해 봐야 자연적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선을 넘을 수가 없으니 강화된 신체보다 더 강력한 신체를 지닌 자를 만나면 불리해지니까.

         

       그러나 무르익은 일류는 무공을 모르는 사람에게 질 수가 없다. 전투법의 근간 자체가 달라지니까. 이류에서는 일보삼검도 버거운 일이지만 일류에 가면 내공 낭비와 신체 과부하만 감수하면 일보에 사검이고 오검이고 막 뽑아낼 수 있다.

         

       그냥 그 편이 효율적인 전투법이 아니라서 그렇게 하지 않을 뿐.

         

       “진입하자.”

         

       기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사람을 헤메게 만드는 정도의 미로진이다. 사천낭인이 만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당가의 사람이 설치해 놓은 진이라고 봐야겠지.

         

       그렇게 좀 걷다 보니 당가의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오셨구려. 사천낭인을 이끄는 자는 여걸이라 하였으니 그쪽 분이 유사연 되시오?”

         

       “객잔주, 유사연이에요.”

         

       “본인은 당독기라 하오.”

         

       당독기는 대뜸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에 일단 무척 유감이오.”

         

       사과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뻣뻣한 말이었지만 이 사천무림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는 당가의 입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미안해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우선은 그래…전후사정부터 다 설명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

         

       상하청 관계에 놓인 위치에서 일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갑이 을에게 사정을 이야기 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시키려고만 하지. 욕이 나오게 하면서 시키냐 아니면 그냥 좀 더 정중하게 시키냐 그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당가 내부 사정을 다 말해 준다는 것은 그만큼 미안함을 표출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번 일을 해결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우선은 당도경 그 망나니가 집안을 박차고 나간 일부터 이야기해야겠군. 당도경이 황금가에 서찰을 전달할 심부름꾼을 기절시키고 그 서류를 탈취해 황금가에 갔을 때부터 가주께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있었소.”

         

       심부름꾼을 습격해서 서찰을 강탈한 뒤에 사천성으로 온 거였어?

         

       대협이 아니라 미친놈이었다.

         

       “객주께서는 당도경이 그 난리를 피우며 사천성을 향했을 때 당도경의 목적이 여일예라고 유추했소. 근래 저 미친놈, 크흠. 당도경을 자극할 만한 소식이라고는 요새 초절정에 올랐다는 후예십시의 여일예 말고는 없었으니까.”

         

       여기까지는 합리적 추론이었다.

         

       그런데 왜?

         

       “당가주께서는 대노해서 그 즉시 당도경을 제압할 수 있는 당가의 고수들을 소집했지만 어디 초절정 여럿을 모으는 것이 쉬운 일이겠소? 거기에 고작해야 망둥이 후기지수 한 사람 잡자고 장로급 인사를 내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장로도 체면이 있지. 아무리 당도경이 후기지수에서 이름 높다고 해도 본인 집안 사람 잡아 들이는 일에 장로가 나서면 꼴이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당도경이 황금가로 향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소. 우선 이야기 해야 할 것은 그때의 상황은 그저 가주께서 격노해 당도경을 잡아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 사천 낭인과 어울리거나 하는 일은 그때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소.”

         

       “그렇지요.”

         

       “아무리 당가주께서 격노하셨다고 한들 황금가에 들어가 당도경을 끌어 내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 당도경을 끌어 내기 위해서 당가의 고수들이 여럿 들어가 사천성에서 소란을 일으킨다는 것도 역시 말이 안 됐지.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당도경은 여일예를 만나러 점창으로 직행하는 대신 이 사천성으로 온 것이오. 이 사천성에서 여일예를 만나는 것이 당도경 입장에서는 가장 일이 잘 풀리는 수일 테니까.”

         

       이러면 망했잖아?

         

       말을 듣다보니 골치가 아팠다. 당가가 호족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호족이라는 직위상 이 사천성 내부에 세력을 만들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천성 내부에서 소란조차 일으키면 안 될 정도라고?

         

       아니 이건 합리적인 추론이 아니다. 당도경을 잡자고 이 사천성 내부에서 당가의 고수들끼리 붙으면 당도경과 당가의 고수들이 무슨 일 때문에 충돌이 났다는 사실이 온 사방에 소문이 나겠지. 태수와의 마찰에 망신살 뻗치는 소문까지.

         

       저렇게 된다면 차라리 당도경이랑 여일예랑 사천성 내부에서 사투를 벌이게 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전자가 당가의 망신이라면 후자는 당도경의 망신이니까.

         

       “그래서 당가주께서는 두 가지 책을 냈지. 하나는 나를 이 사천성으로 보내 당도경을 설득하는 것이었소. 그리고 내가 먼저 여일예를 만나면 사정을 설명하고 당도경을 점창파로 유인해 내도록 설득하는 역할도 있었고.”

         

       “두 번째는 요새 여일예가 사천성을 자주 드나든다고는 하나 결국 본파인 점창파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점창파에 당문의 고수들을 배치하는 것이었지. 사천성에서 여일예를 만나지 못한다면 당도경은 결국 점창파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으니까.”

         

       당독기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사천에 들어왔더니 이게 무슨? 당도경이 내기에 져서 사천낭인한테 혈옥비를 빼앗겼다는 소문이 사방에 무성하더군. 대경하여 수소문해보니 그 말이 사실인 듯 싶었소. 아아 굳이 대답해 줄 필요 없소 이미 본인에게 사실이라 확답 받았으니까.”

         

       당독기가 가슴을 퍽퍽 쳤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더군! 미친 자식이 진짜 황금가에 전할 서찰을 훔쳐 간 것도 모자라 구파일방의 문인에게 무작정 비무를 신청하러 간 것도 모자라서 비보라고 할 수 있는 혈옥비를? 빼앗겨? 그것도…! 후…”

         

       ‘그것도 고작해야 사천낭인 따위한테?’라는 말을 하려던 당독기는 그 사천낭인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대들도 내 심정이 얼마나 답답할지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군. 잠시 말이 헛나왔지만 아무튼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분에 차서 당도경의 행방을 수소문했더니…사천 낭인의 객잔에 드나들고 있다는 게 아닌가.”

         

       당독기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삼 치밀어 오르는 화가 도저히 제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지. 나는 그날 당장 바로 낭인객잔 근처에 매복했다가 아침에 나타난 당도경을 만날 수 있었네. 그대로 끌고 가서 불같이 화를 냈지. 그랬더니 그 망나니 자식이 나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역으로 성을 내더군!”

         

       당독기의 천변만화하는 표정만 봐도 짐작이 간다.

         

       차마 우리 앞이라 말을 못 한 모양이지만 아마 ‘낭인객잔에 드나들면서 낭인과 어울린다는 소문이 돌면 당가의 평판이 얼마나 떨어질지 알기나 하냐’라고 말했을 테고 요새 낭인들과 손발이 잘 맞고 있는 당도경은 ‘낭인들이 얼마나 열정있고 훌륭한데’라고 받아쳤을 테니.

         

       그러나 사천낭인들이 실제로 올바른 무인의 자세를 함양하고 말고는 당독기가 알 바가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당도경이 낭인객잔에 드나듬으로써 떨어지는 평판이지. 거하게 사고를 치고 그리고 또 치고 있는 중인 당도경이 말귀를 못 알아듣고 바락바락 대든다?

         

       당독기 입장에서 얼마나 기가 차는 일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가주의 엄포를 전했소.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말이오. 이 당도경이라는 놈이 친 사고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오? 후, 진짜 다 털어놓으면 이틀 밤을 새도 부족할 정도라오! 그쯤 되니 가주와 중진들의 인내심도 모두 바닥이 났지. 이번에 돌아오지 않으면 호적에서 파 내 버리겠다고.”

         

       당가는 혈족집단이다.

         

       데릴사위라는 제도까지 적극적을 채용한 당가는 사실 당가라는 말보다 당씨족이라고 해야 할 막대한 인원을 자랑한다. 오죽하면 당가타라는 당가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겠는가.

         

       그만큼 당가는 혈연을 중시한다.

         

       당가에서 혈육에게 내릴 수 있는 사실상의 사형선고인 절연. 뭐…진짜 절연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호적에서 파 낼 정도의 범죄는 친족살해를 저지르거나 당가의 기둥이 박살날 정도의 타격을 입히거나 하지 않는 이상 절연까지 가기는 어렵지.

         

       그러니 방금 언급한 절연은 후기지수라고 오냐오냐 하면서 흐지부지 넘기지 않고 진짜 극형에 해당하는 벌을 주겠다는 의미였다. 이제 봐주거나 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으니 무조건 돌아오라는 엄포.

         

       “그랬더니 물러설 수 없는 승부에 약조한 바가 있다는 둥 떠들더니 거들떠도 보지 않고 객잔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겠소?!”

       

       “아…”

         

       당도경은 누가 봐도 직관적인 호협이었다. 그런데 그 호감좌가 어째서 싸움개 소리를 듣나 싶었는데…그래 낭인분쇄기 여일예도 홍죽군검인데 이정도는 해야 포장지 찢고 미친개 소리 듣는구나 싶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본인만의 협의를 추구하는 당도경은 분명 호협의 모습이지만 가문의 입장까지 싹 다 내던지고 일로매진하는 모습은…

         

       이건 너무 개방적인거 아니냐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진짜 크게 연재시각을 어겨버리고 말았네요.

    *5/14 수정 관련된 작가후기를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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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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