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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점멸 단검은 너무 OP라는 이유로 3시즌도 되지 않아 삭제된 비운의 아이템이지만, 나오나 출시 초기에는 사실 그렇게까지 큰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지상에서 싸우다가 지하로, 지하에서 싸우다가 지상으로 도망가는 플레이가 도적의 부족한 생존력을 향상시켜주기는 하나, 안 그래도 부족한 도적의 데미지를 깎는 페널티 탓에 실용성은 미묘하다는 평가가 주류였기 때문.

       

       

       하지만 지하의 어떤 위치에서 점멸을 쓰면 지상의 어디에 나타나는지가 일일이 분석되며, 수호병을 무시하고 첨탑에 진입하는 오만가지 방법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런 활용법이 도적의 기본 소양이 된 시점부터, 점멸 단검은 궁수들의 악몽이자, 어떤 전략을 짜더라도 반드시 법사, 사제, 도적 중 하나는 포함하도록 강제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요컨대, 2궁수 2기사 2전사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대의 전략은, ‘제발 도적이 점멸단검은 못 먹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전략이나 다를 바 없다.

       

       법사의 탐지도 사제의 위험감지도 없고, 그나마 있는 궁수는 장궁을 들었으니 함정조차도 없다.

        

       은밀한 기동을 모두 생략하고, 바로 목표의 목을 따러 달리면 되는 상황.

        

       혐오스러운 날빌이지만, 도적 입장에선 이렇게 고마운 친구들이 또 없는 것이다. 

         

       

       * * * *

         

        『방금 뭐임』

        『뭐지??』

        『방금 뭐야ㄷㄷㄷㄷ』

        『점멸 단검 씹사기네 너프좀』

        『수호병 뭐함』

         

        혼란에 빠진 채 웅성거리는 채팅창.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예나의 플레이는 수호병의 인식 범위와 프레임을 통째로 외운 사람만 가능한 묘기였다.

         

        대부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이예나는 갑자기 지하에서 통로도 없는 애매한 위치로 달려가더니, 번쩍하는 효과와 함께 수호병을 무시하고 첨탑 안에서 나타난 상황. 

       

       심지어 시야도 확보되지 않은 곳으로 갑자기 입장했으니, 응당 주변을 정찰하며 상황을 파악한 후에 움직여야겠으나- 

       

       도적은 당연하다는 듯이,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전속력으로 계단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렇게 전속력으로 도착한 첨탑의 상층.

       

       제법 큼직한 직사각형 꼴의 방에 들어선 도적은, 활 시위를 한껏 당긴 채 거대한 화살을 발사하기 직전인 두 명의 궁수를 발견했다.

       

       

       두 번의 빠른 투척으로 1인당 1개씩 단검을 박아 넣어 사격 모션을 캔슬시키며, 전투의 시작을 알린 도적.

         

       선수를 잡았으나, 궁수로 다이아 상위까지 올라온 이들은 후방을 기습하는 광전사를 상대하는 것엔 이골이 난 자들 뿐이다.

       

       그렇기에 두 궁수는 도적의 단독 후방 침입을 확인한 순간, 이미 한 명이 죽더라도 한 명만 빠져나가면 게임의 승패에는 영향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연스럽게 산개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조금만 끌면, 궁수들을 지키러 오고 있는 성기사와 함께 침입자를 제압하고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정확한 판단이었다.

       

       점멸 단검을 든 도적만 아니었다면, 궁수들의 의도대로 풀렸을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척, 왼쪽으로 몇 걸음, 오른쪽으로 몇 걸음 스텝을 밟으면서 점멸의 쿨타임을 번 도적이, 문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궁수를 향해 쇄도하는 순간.

         

        ‘병신. 하나 노릴 거면 문에서 가까운 나를 노려야지.’

         

       도적을 비웃으며 뒤를 돌아 문을 향해 뛰기 시작한 궁수는, 피격 모션과 함께 시야가 붉게 물들었음에도 두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거리상, 도적의 유일한 공격 수단은 투척이었고- 마지막 단검을 던졌다면, 추가타는 없을테니까.

         

        ‘……하나 남은 단검을 던져? 진짜 도적은 죄다 겉멋든 트롤-’

         

        그리고 그런 비웃음이 무색하게도, 그의 시야는 계속하여 번쩍거리며 붉게 물들어가다가, 빛이 바래며 회색으로 변했다.

         

       잠시 후.

       

       그의 동료까지 손쉽게 살해한 도적이 뒤늦게 합류한 성기사 앞에서 단검을 저글링하는 도발모션을 시전하고,

        번쩍하는 효과와 함께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뒤에야,

       궁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

        .

        .

        .

        .

         

        [(전체) 도적대가리뚝딱: 운빨 *망겜 진짜]

        [(전체) 도적대가리뚝딱: *멸단검 저 개@$*( 같은 템 언제 삭제하냐]

        [(전체) 도적대가리뚝딱: @$*( 진짜]

         

        쏟아지는 극찬을 뒤로 한 채, 점멸로 사지에서 빠져나와 지하로 복귀한 도적은 여유롭게 중립 몹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은 긴장했었다는 듯이, 참았던 숨을 가볍게 내뱉은 이예나는 그제야 웃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적 좋죠?》

         

        『점멸이 좋은 거 같은데요』

        『점멸님 도적 말고 딴 거 하시지』

        『뭘 어케 한 거임 방금』

        『궁수 위치 어떻게 알았지』

        『운빨 쩔었네』

        『방송 아니었으면 위치핵이라 했을 듯 ㄹㅇ』

         

        이런저런 헛소리를 떠들고 있는 채팅창과 달리, 아크와 이예나의 방송을 동시에 틀어두고 있던 도댓은 한 명의 스트리머로서 조금 전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방플이네.’

         

        정확히는, 상대인 레드팀의 방플이었다.

         

        장궁 궁수를 무려 두 명씩이나 레드 거점에서 중앙 거점으로 전진배치 해야 하는, 전 게임에서 가장 취약한 타이밍.

         

        그 때 상대가 마법사까지 포함된 올인성 돌격을 온다는 사실을 방플로 알아냈으니, 당해줄 이유가 없다.

         

        궁수들은 이동하는 대신 레드 첨탑 안에서 저격을 준비했고, 광전사들은 돌격조를 기습하기 위한 자리를 잡으러 중간 지점으로 이동했다.

         

        완벽한 카운터성 매복.

         

        당연히 꼼짝없이 기습당해서 잘라 먹히고, 그 틈에 안전하게 중앙으로 이동한 레드팀 궁수들의 포격을 하루종일 맞으며 학살당한 후, 패배화면을 띄워 놓고 방플을 울부짖으며 샷건을 치는 그림이었는데-

         

        ‘읽었어.’

         

        도적이 궁수들의 위치를 완벽히 읽어내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점멸을 사용해 덮쳤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기습으로, 레드팀의 전략과 진형이 모두 붕괴했다.

         

        상황은 이해됐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도댓은 자신도 모르게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도댓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방금 어떻게 궁수 위치 잡으신 건가요?】

         

        『찐???』

        『찐 도댓인데』

        『와』

        『도댓도 보는 도적방송 ㄷㄷㄷㄷㄷ』

        『팩트) 도댓도 보는 가슴 방송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 도적 볼라고 보는 사람이 있겠냐고』

         

        * * * *

         

        “아. 좋은 질문이에요.”

         

        궁수의 위치를 파악한 방법이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좋은 질문이다.

         

       마침 은신한 채 궁수를 기다리느라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질문의 타이밍도 좋다.

       

       이렇게 하나, 둘씩 도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도적부흥운동의 미래는 밝기 그지없다. 특히 이 친구는 아이디까지 도댓으로 한 걸로 보아, 조금만 당겨주면 도적의 대열에 뼈를 묻을 재원일지도 모른다.

         

       장래가 창창한 새싹 도적을 위해, 자세히 설명해줘야지.

         

        “여기에 상대 성기사가 한 명밖에 안 보였죠?”

         

        마우스를 움직여, 상대 성기사 두 명이 있었어야 할 장소를 미니맵으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하에 해골팩이 있었죠?”

         

        지하로 미니맵을 전환하여, 조금 전 사냥한 중립 몹들이 있던 위치를 짚어주었다.

         

        “그러면 궁수들은 레드 첨탑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단 뜻이에요.”

         

        『???』

        『??』

        『???』

        『이해하신 분?』

        『가슴이나 다시 보여주세요』

         

       응.

         

        다시 되새겨 보아도 완벽한 설명이었다.

       

       전생에 연습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잠시 일했을 때는, 부족함이 참 많았었는데.

         

        어쩌면, 나는 정말로 이제 도적 제자를 받을 준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 도댓이 내게 제자를 받을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던 건, 이런 내 성장을 이미 꿰뚫어보았기 때문이었을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강의 난이도가 이상해요】

         

        이런 내 상념을 어떻게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시의적절한 도네이션이 들어왔다.

         

        선생님. 선생님이라.

         

        나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도적부흥운동을 진정으로 성공시키려면 제자를 양성할 필요성도 있을지 모른다.

         

        유교가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떨치는 것도, 어쩌면 공자님께서 생전에 무려 3,000명이 넘는 제자를 두시고 학문 전파에 힘썼기 때문일 수 있지 않겠는가.

         

        과연 도댓.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이미 몸이 늙어버려 뜻대로 하기 힘들 뿐, 그 역시 마음만큼은 도적부흥운동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영입을 시도해봐야 할지도.

         

        ……혹시 팬카페 영구정지 풀렸으려나?

         

        『아 제발』

        『고개는 자꾸 왜 기울이는거야』

        『이새끼 재미로 이러는 거 아님?』

        『사플할 타이밍도 아니잖아 왜 이러는거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님들 카메라 이 지랄 날 때 고개 같이 갸웃거리면 멀미 덜 남】

        

        안 풀렸다면, 어쩔 수 없다.

         

        오늘 도적부흥운동 활동비도 제법 입금이 되는 것 같으니, 그 포탈 사이트 아이디를 새로 구매하는 수밖에.

         

        최근에 확인해보니까, 의외로 저렴했고.

         

        ……혹시 불법인지는, 다음에 이예리를 보면 살짝 물어봐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휴재…갚았다고…

    red red님, 17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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