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

       “뭐야 뭐야? 왜 저래? 무슨 일이야?”

        “채수현 아니야?”

        “채수현이 우리 길드에? 백호 길드 갔다며? 경쟁 길드엔 왜 갑자기 와?”

       

        당연히 사람들은 웅성이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워낙 채수현이 아주 깜짝 놀랄 정도로 비명을 질렀기에 모두들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시… 시발… 왜 갑자기 진행도가 빨라진 거냐고!!’

        ‘내가 여기 직접 찾아와서 그런 거지? 그치? 내 연락은 받지도 않고 그냥 돌려 말한거지?’

       

        채수현은 제자리에 주저앉아서는 분노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머리 속은 아주 혼란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백지훈을 자기가 수 년간 손쉽게 통제를 해 왔기에.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분명 오늘 집을 나서기 전 까지만 해도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앗. 수현아… 미안해. 내가 너무 홧김에.’

        ‘회수는 취소할게.’

        ‘행복하게 잘 살아.’

        ‘너를 잃고 내가 잠시 정신줄을 놓았었나봐.’

        ‘나 너 없이는 못살 것 같은데 어쩌지. 크흑…’

       

        분명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문전박대.

        게다가 덤으로 진행도까지 가속이 된 상태였다.

       

        채수현은 너무나 큰 충격에 제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부들댈 수 밖에 없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구급차라도 불러드릴까요?”

       

        어떤 한 남성이 은근슬쩍 미소를 띈 채로 다가왔다.

       

        “아. 꺼져요. 남 일 신경쓰지 말라고요!”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봤다.

        채수현의 기세에 남자는 움찔대며 그 자리를 도망치듯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13%…’

       

        갑자기 너무 올라버린 것이었다.

       

        ‘이거 이러면 얼마 못가서 다 빼앗기겠는데?’

        ‘어쩌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 거지? 이 시발 놈.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지금까지는 남자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단 한번도 막힌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백지훈을 컷한 다음 부터는 뭔가 계속해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중이었다.

       

        ‘일단 퇴각한다. 오늘은 날이 아니야.’

       

        기세등등하게 블루 길드의 로비까지 왔다가 오히려 크게 한방 맞고는 쩔쩔매며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

       

        ‘크큭. 채수현. 좀 한방 맞으니까 어질어질하지?’

       

        왠지 조용한 것을 보니, 내가 방금 전에 한 행동을 눈치챈 것 같았다.

        채수현이랑은 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으니까, 행동만 봐도 대충 상황을 알 수 있다.

       

        ‘아주 질겁을 했나 보네.’

        ‘메세지로 징징대지도 않는 걸 보니.’

       

        간만에 조금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 그냥 아예 완전히 오늘 박살을 내야 하나?’

        ‘아냐. 조금 기다려 보자. 일단 나도 좀 올려야 할 것 같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원래는 랭크에도 큰 욕심이 없었고 일단 블루 길드에서 조용조용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냥 채수현이 천천히 몰락하는 걸 보기만 해도 뿌듯할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오늘부로 조금 생각이 바뀌는 느낌이었다.

       

        ‘감히 우리 길드까지 찾아와?’

       

        아무래도 약한 강도로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후회나 자기 반성을 하게 만들려면 좀 더 강력한 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중이었다.

       

        ‘아주 점진적으로 더 강도를 높여가면서…’

        ‘연속으로 몇대 쳐 맞으면 그땐 엉엉 울면서 매달리겠지?’

       

        내 계획은 이랬다.

        아예 빠르게 랭크를 올려보는 것.

        그래서 유명해지면?

        채수현 입장에선 분노를 넘어서 후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기 옆에 있던 최하급 노예가 알고 봤더니 잘 나가는 최상급 헌터가 되었다?

        이건 열받는 걸 넘어서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나중에 와서 무릎 꿇고 엉엉 대며 사과할 모양새를 떠올려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암 그래야지. 나한테 한 짓을 떠올려 보면…’

        ‘서큐버스… 시발…’

       

        곤충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적이 있다.

        마비침이나 독침에 걸려서 조종 당하는.

        내가 그런 상태였다.

       

        ‘시발년…’

       

        하지만 괜찮다.

       

        ‘응. 채수현. 고마워. 너 덕분에 나는 인큐버스가 된 것 같아.’

       

        아직 제대로 된 정보는 없었지만 정황상 그랬다.

        어쩌면 나는 지구상에서 최고로 이상한 특성을 가진 헌터가 되는 것일 수도.

       

        남에게 투자를 해줄 수 있는데 호감도 자동으로 얻는다.

       

        ‘그럼 그냥 S급 헌터들 후리고 다닐 수도 있겠는데?’

        ‘이수아 헌터가 그래서 자꾸만 저러는 거겠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슬슬 재미있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채수현에게 한방 먹일 때마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

       

        ‘이것도 서큐버스에게서 벗어나지는 과정이려나?’

       

        뭐든 좋은 것이라고 느꼈다.

       

        ‘좋아. 슬슬 발전해본다.’

       

        “저기 지훈씨!”

       

        내가 너무 오랜시간 혼자만의 상념에 빠져서는 히죽이고 있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든 팀원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넵.”

       

        요상한 분위기에 나는 얼렁뚱땅 이상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뭐 좋은 일 있어요? 아까부터 왜 그렇게 혼자 웃어? 뭐 혹시 여자랑 좋은 일이 있거나 그런 거 아냐?”

       

        은근슬쩍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자꾸 묻는 것이었다.

       

        “아 뭐. 좀 비슷하긴 하네요.”

       

        얼추 맞기는 하니까.

       

        “오. 역시~ 백지훈 씨. 있잖아. 내가 간곡히 부탁할 것이 있는데.”

       

        과장님은 아주 가까이 밀착했다.

       

        “제발 우리 팀 좀 살려줘.”

        “네?”

        “우리에겐 지훈 씨가 희망이야.”

        “그게 무슨…”

       

        다들 내 얼굴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쓰읍.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이수아 헌터 있잖아. 좋은 건 다 가졌거든? 외모, 몸매 뛰어나지, 헌터로서의 능력도 출중하고, 유명세도 있고… 다 좋은데 딱 하나. 성격이 좀 지랄 맞아졌단 말이지?”

       

        고개를 살짝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우리 이수아 씨가. 원래는 저런 사람은 아녔어. 내가 초창기 멤버거덩. 근데 어느 순간 저렇게 되더라고.”

       

        모두들 이 부분에서 동시에 끄덕였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아~주 히스테리컬한게 우리한테 스트레스란 말이지? 우리 길드가 다 좋고, 우리 A팀도 다 좋은데 딱 하나. 이수아 헌터의 성격. 딱 그거 하나가 너무 힘들어.”

       

        모두들 살짝 울먹이는 느낌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지훈 씨는 원래 이수아 씨가 어땠는지 잘 모를거야. 지금 진짜 성질 팍 죽은거야. 한 -95% 정도?”

       

        ‘엥. 저게?’

       

        물론 나는 방송으로만 봤으니까.

        원래는 어떻게 지냈는 지 모를 수 밖에 없다.

       

        “음. 그래서요?”

        “근!데! 딱 3일전. 백지훈 씨가 우리 길드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확 달라졌지 뭐야?”

       

        ‘으흠… 내가 들어오고 나서 성질이 죽었다라…’

       

        조금씩 이해는 되는 중이었다.

        예전이었으면 무슨 상황인지도 몰라 어리둥절했겠지만, 지금은 얼추 알 것 같다.

        아무래도 나에게 채수현의 서큐버스 능력이 일부 들어오면서 저런 효과가 발생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내가 상태 이상도 제거를 해줬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부탁을 좀 할게. 백지훈 씨가 제발 이수아 씨 좀 꼬셔줘.”

        “네에?”

       

        살면서 들어본 부탁 중에 제일 이상한 부탁.

        국내 탑 S급 헌터를 꼬셔달라니.

       

        뭐 물론 바로 이전에 S급 1위가 된 채수현이랑 사귀고 있던 것도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이상한 부탁이다.

       

        “하하.. 그게 뭐 제 맘대로 되나요? 꼬시고 싶다고 해서 꼬셔지는 게 아닌데 말이죠.”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푸시 해줄게. 우리 A팀, 아니 우리 길드 전체가 힘을 모아서.”

        “맞아요. 다들 이수아 헌터가 안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거든요.”

       

        모두들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였다.

       

        ‘아니 뭐. 나도 이제 슬슬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사용해보려고 했던 거긴 한데 막상 이렇게 말이 날아오니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뭐 누군가는 이 상황에서 넵넵. 하고는 넙죽 받아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좀 부담스러웠다.

        지금까지 아무래도 수년간 노예로 살아와서 그랬던 걸까.

        아직은 노예 체질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일단…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와아아아아아”

       

        내 대답에 갑자기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허공에 종이를 던져대며.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다.

       

        ‘시발.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야?’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길드.

        그 중에서도 가장 높고 유명한 A팀.

       

        근데 그들이 이런 별 쓸데없는 것에 온 집중을 가하고 있었다.

       

        ‘이수아가 성격이 아주 지랄 맞았던 거야? 아니면 이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마치 온 세상이 나를 향해 몰카하는 느낌이 드는 중이었다.

       

        “다들 뭐 하세요?”

       

        차가운 이수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후다다다닥.

       

        다들 아주 잽싸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아. 이수아 헌터님. 허허.”

       

        과장님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기 시작했다.

       

        “뭐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어요? 요새 A팀 분위기 많이 좋아졌네요?”

       

        살짝 노려보는 듯 하면서도 복잡미묘한 느낌.

       

        “하하. 그러게요. 백지훈 헌터가 들어오고 나서 좀 분위기가 바뀌었죠? 허허.”

        “그래서 무슨 재미있는 얘기 하셨는데요? 저도 알려주세요.”

       

        이수아는 과장님에게로 다가가서 강하게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멱을 따버리겠다는 느낌으로.

       

        “아앗. 그.. 그러니까. 어…”

        “얼마나 좋은 소식이길래 다들 그렇게 환호성을 터트렸는지 들어보죠. 저도 궁금하니까요.”

       

        하이힐을 신은 이수아는 짝다리를 짚고 팔짱을 낀 채로 과장을 무시무시하게 내려다 보는 중이었다.

       

        “어… 그게. 백지훈 헌터가 이번주 등급 판정 테스트에서 D급으로 올려보겠다고 해서요.”

       

        ‘아니.시발 내가 언제.’

       

        “에? 정말요? 얼마 안남았는데 가능해요?”

       

        이수아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것이었다.

        팀원 모두들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빼꼼하고는 제발… 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

       

        “넵. 맞습니다.”

       

        다수의 무언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다급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화 보기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