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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33. 수련이의 검색 기록

       

       

       차원문이 세계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모든 나라를 포함해서 대한민국에 기후 위기가 들이닥쳤다.

       여름이 피부가 익을 정도로 덥거나,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우박이 내린다던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상 변화들이 많이 관측되곤 한다.

       그중에서 가장 체감되는 현상은 대한민국에 사계절이 더 이상 관측되지 않는 것이다.

       

       “아오, 더워 죽겠네. 왜 갑자기 더워지고 난리야.”

       

       사람들이 단짠단짠에 미쳐버렸기 때문일까.

       모든 게 중간이 없고 극과 극이다.

       더우면 겁나 덥고, 추우면 겁나 춥고.

       나는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저번 주에 모든 잎을 왁싱해버린 상추들에 물을 뿌렸다.

       

       콸콸콸-

       

       “무럭무럭 자라나라. 상추들아.”

       

       저번에 운 좋게 모든 상추를 판매했을 때, 꽤 짭짤한 이익을 얻었다.

       퉁퉁이와 비실이가 거의 반 정도를 구매하긴 했지만.

       나름 부업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빨리 물 주고 돌아가야지.”

       

       더워죽겠네.

       나는 옥상에 있는 모든 화단에 물을 다 뿌렸다.

       이제 쨍한 햇빛을 피해 집으로 돌아가려 옥상의 철문으로 향했다.

       

       “누가 올라오는데.”

       

       느리게 올라오는 발 소리가 들리고.

       나는 옥상으로 올라오려던 할매와 마주쳤다.

       손을 반갑게 흔들어 인사했다.

       

       “오, 할매. 옥상에는 무슨 일이야?”

       “내 농작물 보러 간다. 이 써글놈아.”

       “날도 더운데 뭘 확인까지 해. 물은 내가 다 뿌려놨으니까 그냥 내려가 있어.”

       “네가 다 뿌렸다고?”

       “어.”

       

       할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그렇게 신뢰도가 없나.

       

       “서운하네, 할멈.”

       “그 말은 밀린 월세부터 갚고 말해라 이놈아. 그리고, 저번에 준 상추 그거. 니가 옥상에서 직접 키웠어?”

       “엉, 내가 키웠어.”

       “생긴 거랑 다르게 은근 재주가 있구만. 저번에 준 상추 잘 먹었다. 허리 쑤시던 게 좀 나아졌어.”

       “누가 키운 상추인데. 당연히 건강에 좋지.”

       

       드래곤의 마력이 들어가 있는 상추니까.

       건강에 좋지 않을 리가 없지.

       

       ‘일반인이 먹는다고 해도 드래곤의 마력이 몸에 생기지는 건 아니라고 했으니. 할매도 꾸준히 먹으면 허리가 덜 아프겠지.’

       

       수련이가 말하기를.

       

       ‘상추를 먹는 건 괜찮아. 아빠처럼 드래곤의 마력이 담긴 물로 샤워하고, 세안하고, 마시지 않는 이상. 드래곤의 마력이 생길리는 없어.’

       

       드래곤이 내뱉는 숨에 섞인 마력까지 공유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특이 현상이라 한다. 

       갑자기 할매가 드래곤의 마력을 각성한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나는 머리를 대충 긁적이며 말했다.

       

       “뭐, 맛있게 먹었으면 나중에 수확하면 또 줄게.”

       “이놈이 드디어 사람이 되었구나.”

       

       할매는 어딘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돈가.

       전의 나는 얼마나 쓰레기였던 거지.

       할매는 그런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는 천천히 말했다.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이제 옥상 올라오기도 힘들고, 허리가 쑤셔. 저 화단에 있는 작물들을 계속 쓸 거라면 알아서 하든가 해.”

       “방울토마토랑 고추? 그거 내가 알아서 해도 돼?”

       “난 이만 들어가서 쉴 테니까. 쓸 거라면 마음대로 해.”

       

       할매는 쿨하게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런 할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싸, 농작물 늘었다.’

       

       초련이는 반찬이 늘어서 좋고.

       나는 돈이 늘어서 좋고.

       할매는 힘을 들이지 않고 농작물을 얻어서 좋고.

       

       ‘…나중에 다 수확하면 할매한테 좀 가져다줘야겠다.’

       

       해야 하는 일이 늘었지만.

       나는 옥상에 놓인 화단들을 보며,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이제 저게 다 내 농작물인가.’

       

       이게 농사하는 맛인가.

       기분 좋네.

       

       

       ***

       

       

       바깥 날씨가 덥다고 해도.

       이 비좁은 원룸은 상시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화련이가 열기를 뿜어내고, 수련이가 냉기를 흘려내기 때문이다.

       건조와 습기는 초련이가 조절하고.

       드래곤 자매는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했다.

       

       “이 귀여운 녀석들. 너희 덕분에 가전제품을 살 필요가 없어!”

       

       대체 전기세를 얼마나 아끼게 해주는 거야?

       나는 기쁜 마음에 멍하니 TV를 보며 입을 벌리고 있는 화련이의 볼을 잡아당겼다.

       

       “이 보물 같은 녀석들!”

       “아하-! 이거놔하-!”

       

       호다다닥-

       화련이는 내 장난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TV 보고 있는데 왜 난리야! 지금 중요한 장면이었던 말이야!”

       

       씨익- 씨익-

       화련이는 눈썹을 찌푸리며 잔뜩 화를 냈다.

       그에 나는 재빨리 두손을 들었다.

       

       “알았어. 이제 안 그럴게.”

       “흥, 또 그러면 나랑 전쟁이야!”

       

       으르릉-

       화련이는 경고하고는 다시 TV 앞에 앉았다.

       녀석은 대통령이 되어버린 펭귄이 나오는 유아틱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내가 봤을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쟤는 언제 대통령까지 간 거야?”

       

       무서운 녀석.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려는 속셈일까.

       이러다가 세계 정복까지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녀석의 성장세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상을 바꿔 수련이의 옆자리로 향했다.

       

       “수련아, 뭐 하고 있니.”

       “…나를 괴롭히러 왔으면 저리 가.”

       

       싸늘-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를 차갑게 노려봤다.

       녀석은 이제 TV대신 스마트폰에 재미를 들인 상태였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수련이는 당연한 이치라는 듯이 대답했다.

       

       “TV는 쓸데없는 정보들이 너무 많아. 관심 없는 정보뿐이야. 하지만, 이 스마트폰은 내가 관심 있는 정보들을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어.”

       “그렇구나.”

       

       그렇다면.

       

       “수련아, 네 관심사가 뭐야?”

       “…!!”

       

       수련이는 그 질문에 스마트폰을 등 뒤에 재빨리 숨겼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대체 평소에 뭘 검색하길래 그런 반응인 거야…?”

       “…아빠, 사생활 침해하지 마.”

       “네 정신 건강이 심히 걱정되는구나, 수련아.”

       

       스마트폰은 좋다.

       하지만, 좋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도화지 같은 어린아이가 이상한 정보에 물들 수 있다.

       심각하면 패드립에 눈을 뜰 수도 있겠지.

       

       ‘이건 가만히 둘 수 없겠어.’

       

       스마트폰 압수.

       나는 수련이가 등 뒤에 숨긴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마트폰 일루와잇!”

       “아, 안돼…!”

       

       훽-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하늘 높이 들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비좁은 원룸을 방방 뛰어다녔다.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인간은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어…! 아빠가 인간이라면 자식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해…!”

       “사생활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지켜줘!”

       

       인간이기 이전에 나는 아빠다.

       드래곤이 이상한 글에 오염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인터넷 세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글이 올라오곤 하니까.

       수련이는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지, 내 손을 재빨리 피하며 소리쳤다.

       

       “아빠도 문제 있었잖아…! 검색 기록에 인간 암컷들이-“

       “그, 그건 나는 성인이라서 되는 거고! 아무튼 너는 어려서 안 돼!”

       

       얘는 또 왜 이리 빠른 거야.

       평소에는 잘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나는 수련이를 잡기 위해 꽤나 애를 먹었다.

       하지만, 비좁은 원룸에서 계속 도망칠 수 없는 법.

       

       “아앗-!”

       

       수련이는 직접 만든 성을 부술 수 없었는지.

       성을 밟지 않기 위해 멈췄다가 결국 내 손에 잡히고 말았다.

       

       “…이게 하필 왜 여기에.”

       “요놈, 드디어 잡았다!”

       

       케헤헤-

       나는 수련이의 팔목을 잡고서, 수련이가 굳게 잡고 있던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힘이 빠진 수련이를 보고 있자 하니, 마치 도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빠 미워.”

       “아빠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 뿐이야.”

       

       어린아이가 봐선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

       나중에 커서 보는 건 상관이 없지만.

       지금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수련이가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뭘 하는지 알기 위해, 스마트폰을 열어 인터넷에 들어갔다.

       그리고, 저번에 내가 당했던 것처럼 검색 기록을 열었다.

       

       “어디 보자.”

       “…미워.”

       “흠?”

       

       이게 뭐지?

       나는 검색 기록을 확인하고 살짝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느낌과 결과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을 검색해서, 드래곤에 관한 이상한 만화나 글을 봤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네?’

       

       예를 들어 투명한 드래곤이 울부짖는다던가, 여고생이 드래곤이 된다던가, 드래곤이 마차로 변신을 한다든가 하는 고전 명작들을 본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수련이의 기록은 비교적 정상적이었다.

       

       “SCP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가 평평한 이유… 렙틸리언은 실존한다…? AREA 51은 외계인이 아니라 드래곤인 존재한다…?”

       “이, 입으로 말하지 마… 진짜 미워…”

       “…수련아. 너 음모론 좋아하는구나?”

       

       보기와는 다르게 수련이는 음모론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애들이 있긴 했다.

       그런데 그게 드래곤인 수련이일 줄이야.

       

       “수련아.”

       “…왜.”

       “너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

       “…”

       

       나의 마지막 말이 치명타를 날린 걸까.

       그 말을 듣고, 수련이는 아무 말 없이 이불로 들어가서 몸을 돌돌 말았다.

       다시 이불 벌레가 되고 말았다.

       

       ‘큰일 났다. 내가 너무 놀렸나?’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황급히 달려가서 이불과 한 몸이 되어버린 수련이에게 말을 건넸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귀엽다고! 키, 키즈 모드 설정할 테니까! 다음부터 검색 기록 안 볼게! 미안해, 수련아!”

       “…”

       

       그렇게.

       나는 수련이를 달래주기 위해 옆에서 잔뜩 떠들었다.

       잔뜩 삐져버린 수련이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

       

       수련이는 그렇게 한참을 이불에 숨어있다가, 코를 살짝 훌쩍이며 이불에서 나왔다.

       나는 그런 수련이의 손에 재빨리 스마트폰을 쥐여줬다.

       그러자, 수련이의 울음이 그쳤다.

       

       “…검색 기록. 확인하지 마.”

       “알았어, 수련아 아빠가 미안해. 다음부터 안 볼게.”

       

       마음이 풀려서 다행이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우리는 서로 화해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수련이와 나의 소동은 키즈 모드를 설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

       예민한 성격을 가진 어린애를 다룰 때는 훨씬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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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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