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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백은’이라는 물질은 흔히들 생각하는 마약이라는 물질이 아니다.

     ‘마약은 절대 아니지.’

     여기서 잠시.

     이 대륙에서 정의하는 마약은 어떠한 것인가?

     ‘마약은 범죄야. 건드려서는 안 될 물건이라고.’

     제국법에 따르면 마약이라고 하는 물질은-

     마약. ‘신경계에 각성 효과를 유발하며 장기 복용 시 의존 증상이 발생하는 물질’.

     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장기간 복용하면 중독에 걸리고 정신을 망가뜨리는 물건이다.

     백은은 다르다.

     ‘얘는 오래전부터 쓰인 거라고.’

     

     백은은 굳이 따지자면 커피나 담배, 술과 같은 물질과 비슷하다.

     솜누스 꽃차.

     꿈의 파우더.

     엘프의 초대장.

     서큐버스의 축복.

     ‘이름은 달랐지만, 없던 게 아니라는 거지.’

     백은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고,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악용한 게 나쁜 거지. 개조한 게 잘못이지.’

     다만 그것이 제국법으로 금지될 정도로 퍼지기 시작한 건 왕국이 멸망한 이후.

     ‘전쟁병기로 쓰였으니까.’

     백은은 왕국을 멸망시켰다.

     ‘황제가 백은을 마약화해버렸어.’

     제국은 백은을 합성 물질로써 개조했고, 본래 용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중독시켰다.

     ‘백은은 원래 꿈으로 끝나야 해.’

     백은은 희망의 일종이었다.

     ‘희망을 얻기 위한 약초는 인간을 파멸시키는 물질로 바꿔버렸어.’

     복용하는 자로 하여금 꿈에서 욕망을 충족시켜준 뒤, 현실에서 그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희망을 심어주는 동기였다.

     ‘누가 그랬지. 왕국의 멸망 이후, 백은이라는 개념 자체가 변질되어 버렸다고.’

     제국은 연금술을 이용해 백은을 망가뜨렸다.

     ‘과거의 백은과 미래의 백은은 아예 다른 물질로 불러야 한다고. 실제로도 그랬고.’

     과거의 행복만을 추구하게 했다.

     백은 없이는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지향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폐인이 되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백은, 가져와.

     -아버지.

     -네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겠다. 어서.

     -…정량만 사용하십시오. 정량만.

     아버지의 행복은 죽은 어머니와 함께하던 그 시절에 있었다.

     아버지는 계속 잠을 잘 때마다 어머니를 찾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면, 아버지는 깨어있을 때는 그래도 검을 휘두르는 걸로 현실도피를 하려고 했다는 점.

     다른 이들이었으면 진작 침대에 누워 어떻게든 잠만 자려고 했을 것이다.

     백은의 효과 없이도 행복한 꿈을 꾸려고.

     ‘백은은 사실상 프리패스용 티켓이나 마찬가지긴 하지.’

     단순한 자각몽이 100번을 잠들면 한 번 들어갈까 말까 하는 수준.

     하지만 ‘백은환몽-루시퍼 드림’은 다르다.

     그런 100번의 시도 없이, 무조건 자각몽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준다.

     

     ‘백은 중독의 대표적인 증상은 잠이지.’

     누군가가 백은 중독에 걸리더라도 건강상에 큰 문제는 없다.

     ‘그냥 잠만 자려고 할 뿐이야. 먹지도 않고, 일하지도 않고.’

     단지 현실을 부정하고 잠을 자려고 하고, 좀 더 확실하게 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백은에 미쳐버리게 된다는 것 정도?

     누군가는 정신박약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를 잃은 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과거가 곧 행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적인 의미에서, 백은을 개발한 시초가 의도한 목적 그대로의 백은을 만든다.’

     현재에 좌절하고 절망한 이가 과거에만 묶여 있지 않도록.

     과거의 행복을 바탕으로 그 행복이 미래에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꿈속으로 들어가 현재로부터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집착하지 않도록.

     ‘제국이 퍼뜨리는 병기로서의 백은에 대항하기 위한 백은.’

     

     이곳 천사의 협곡 보육원의 지하에서 솜누스 꽃을 키워, 백은으로 합성한다.

     이는 황제에게 대항하기 위한 군수물자의 개발.

     ‘이게 다 적의 전략 병기에 대항하기 위한 군수물자를 연구하는 거라고.’

     결코.

     ‘사심이 있을 리가.’

     결코 내가 백은을 태워 꿈속에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거나 하는 그런 목적으로만 개발하는 게 아니다.

     ‘아무렴.’

     결코 내가 백은을 통해 꿈속에서 그녀를 매일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 * *

     잠시 뒤.

     

     지하실을 쭉 산책하며 이 군수물자의 활용 목적에 대해 사색을 마친 뒤.

     “솜누스 차.”

     “드리겠습니다.”

     나는 보육원의 응접실 탁자에 앉았다.

     “살짝 뜨겁습니다. 손 조심하시길.”

     “딱 좋은 온도지.”

     보육원장 메릴리는 말린 솜누스 꽃잎으로 우려낸 차를 내 앞에 내어놓았다.

     “흐음…. 좋아. 오늘도 잠은 푹 자겠어.”

     꽃차로 따뜻하게 우려내 자기 전에 마시면 숙면에 이만한 것이 또 없다.

     ‘제국 병사들이 왕국군보다 주먹 하나는 더 큰 게 이 솜누스 차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으니.’

     특히 성장기의 아이가 마시면 발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걸로 판명되었다.

     지금은 아니고, 미래에.

     지금의 이 꽃은 위상이 어떠한가?

     ‘배고프면 솜누스 뿌리도 씹어먹을 놈들.’

     

     왕국이 제국을 모욕할 때 쓰는 말이다.

     그 꽃이 실은 제국군의 평균 키가 5cm 더 커지게 해주는 것도 모른 채.

     그만큼 흔한 꽃이며, 농부들에게는 예쁜 쓰레기로 취급되는 잡초다.

     ‘아마 지금쯤 영지 하나를 초토화하고 이것만 심어놨을 건데.’

     제국 쪽의 소식은 잘 들을 수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영지 하나가 아예 솜누스 재배지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들도 나처럼 다른 꽃들도 키우는 척하며, 실제로는 솜누스 꽃을 죽어라 양산하고 있겠지. 

     “메릴리. 솜누스 꽃 말고 다른 꽃들의 상태는 어떻지?”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 아이들이 잘 가꾸지 못하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지하에서는….”

     “마나 허브라고 해도 최소한의 햇빛은 필요하긴 하지. 괜찮다. 성공할 때까지 연구하고 가꾸는 게 목적이니까.”

     “하, 하하….”

     “애초에 솜누스 꽃이 이상한 거지. 햇빛 없이도 잘 자란다는 게.”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지하에는 백은 말고도 다른 꽃을 여럿 키운다.

     ‘솜누스가 본래 목적이기는 하지만, 위장용으로 키우는 것들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솜누스는 대조군이고, 실제 목적은 지하 깊은 곳에서 자라는 마력초구나.

     다들 마력초 양산이 주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하는 법.’

     제국의 첩보부 이전에 이미 왕국-모르가니아 첩보부도 지하실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들은 지금 그레이 지브롤터가 ‘지하에서 양산할 수 있는 마력초’를 연구 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솜누스 자체가 목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터.’

     황제라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

     ‘첩보 내용을 보면 피식 웃어넘기게 판을 짜놨는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눈치채면 그건 나 같은 회귀자지.’

     위장 공작을 위한 마력초 연구도 허투루 진행하는 게 아니다.

     대상이 백은인 만큼, 나는 진심으로 이 보육원의 위장에 사활을 걸었다.

     여러모로.

     ‘마력초 양산에 성공하면 그거 매일 씹어먹으면서 마나 늘려야지.’

     보통 식물은 햇빛을 받아야 자라는 게 기본이지만, ‘마력초’와 같은 것들은 어둠 속에서 자라기도 한다.

     이 경우 태양의 햇빛 대신 마나를 지속적으로 뿜어내는 발광석을 위에 달아줘야 하지만-

     ‘지브롤터가 그 정도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석에 라이트 마법을 걸어 방출되는 마나의 빛이 마력초에 응축되는 방식.

     이 또한, 미래 제국의 연구 기술 중 하나다.

     다행히 지금은 개발되지 않은 기술 중 하나지만. 

     ‘문제는 이걸 함부로 공개할 수 없고, 생각보다 진전이 더디다는 건데.’

     이 기술은 제국의 아카데미 대학원생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즉 성인 이상-심지어 대학 고등교육을 받은 연구원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걸 여러 곳에서 주워 온 어린아이들의 손에 맡긴 채 ‘일단 해봐라.’라는 식으로 주먹구구 운영하고 있으니, 제대로 성공할 리는 만무.

     ‘괜찮아. 그 실패가 백은 제작의 초석이 될 거니까.’

     아이들은 모른다.

     ‘마음껏 마력초로 연습하라고.’

     내가 지시한 대로 마력초를 말리고, 빻고, 갈아서 즙을 내고, 다른 액체와 합성하여 냉각시키고.

     ‘그래야 나중에 백은 만들 때 능숙하게 제조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일련의 과정이 전부 어느 한 합성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련이라는 걸.

     ‘어린아이들이라도, 어린아이들이기에 어른보다 더 손재주가 뛰어난 때도 있거든.’

     어른에게는 일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놀이’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잘 굴러가고 있어.’

     나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5년-이르면 3년 안에는 성과가 나온다.

     백은에서 ‘은(銀)’에 해당하는 물질만 정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면-

     ‘이곳이 바로 제조공장으로 바뀌게 될 텐데.’

     솜누스 꽃과 합성하여 정제된 백은을 마음껏 생산할 수 있다.

     ‘이런 걸 전부 말할 수 없으니, 골치 아프긴 하네.’

     아버지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보육원은 적자다. 차라리 병사 양성소로 바꾸는 게 낫겠어.

     -아버지.

     -먹인 만큼의 값은 해야 할 것 아니냐.

     보육원이 생산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정말로 이런 꽃을 지하에서 재배하는 걸로 아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자금이 충분히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 꽃을 어머니에게 드린다면 어떻습니까.

     -네 어머니와는 별개의 문제다. 나도 진지해.

     면피용 필살기, 어머니 핑계도 통하지 않았다.

     -100명에 이르는 아이들과 30명의 가솔. 한 달 보육원 운영비용만 억 단위가 넘어.

     -…….

     -그중 70% 이상이 지하실 연구 비용이다. 성과가 이렇다면, 지하실의 아이들도 육체 단련에 참여시킬 수밖에 없어.

     적자 상태가 계속될 경우, 아버지는 보육원 아이들 전체를 육체노동에 투입할 계획이다.

     ‘결코 안 되지.’

     기사가 될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90명 중 12명이지만, 영지 순찰이나 치안 유지를 위한 경비대원은 평균 이상의 체력만 있어도 적당히 가능하다.

     ‘미래의 약사들에게 투구 씌우고 경비나 세울 수는 없지.’

     그러니 성과를 보여야 한다.

     마력초 양산에 성공하든.

     진짜 백은을 제조하든.

     혹은-

     ‘아버지가 바라는 소드 마스터 급 인재를 찾아내어, 보육원 운영의 현행 기조를 유지하든.’

     진짜 소드 마스터 한 명을 배출시키든.

     한 달에 억 단위 예산이 깨지더라도, 10년 안에 소드 마스터 하나만 만들어내면 돈이 아깝지 않다.

     오히려 그런 보육원이 우후죽순 생겨나겠지.

     제국에 황립 아카데미가 세워지고 성과가 나온 뒤 귀족들이 각자 사립 아카데미를 세웠던 것처럼.

     ‘보육원이 성공한다면, 즉시 왕국 전역에 보육원이 늘어날 거야.’

     왕국 귀족들은 자신들도 소드 마스터를 ‘뽑기’ 위해 고아를 수집할 것이다.

     귀족들은 그런 인간들이니까.

     ‘나도 마찬가지고.’

     잠시, 시계를 확인한다.

     손목시계의 시각은 어느덧 오후 9시에 가까워지고 있고, 이미 바깥은 어두워 횃불 없이는 도로를 걷기도 애매한 시각이다.

     “통금까지, 앞으로 1시간인가.”

     납치 소동 이후, 저택에는 통금이 생겼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저택 밖으로 함부로 다닐 수 없다.

     그러니.

     끼이익.

     문이 열린다.

     

     “저, 저기.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이야, 이렇게 씻겨 놓고 보니까 진짜 귀족가의 도련님 같군.”

     은발자안의 소년은 꾀죄죄한 몰골에서 연회장에서 볼 법한 귀족 도련님 차림이 되었다.

     “먼 거리를 이동해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어서 그랬지, 평소에 잘 먹고 잘 자고 그랬나 보군.”

     “예, 예….”

     “좋아. 여기 앉아.” 

     에단 세자르가 쭈뼛거리며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메릴리. 물건을 하나 가져와 줬으면 좋겠는데, 귀를 좀.”

     “예. …예?”

     “어. 들은 거 맞아.”

     “…알겠습니다.”

     메릴리가 순간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곧 고개를 숙이며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세단 에자르. 지금부터 내게는 딱 30분이 있어. 일단 앉지.”

     “…에단입니다.”

     “아, 그래. 그런가? 미안. 내가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워.”

     주의 사항으로 들었을 거다.

     “굳이 외울 필요 없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 따위, 기억할 이유는 없지.”

     나에게 이름을 기억 받지 못한다는 건, 아직 그만큼 중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보육원에 있는 아이 중 내가 기억하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야. 하하.”

     “…….”

     “궁금하겠지. 그래. 갑자기 이렇게 호출받은 이유가. 간단한 이야기를 하자고 불렀어.”

     나는 찻잔에 솜누스 차를 가득 채웠다.

     “내가 이 차를 전부 마시기까지 30분. 그동안 나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번 기수에서 가장 먼저 퇴출당하는 아이가 될 거니까.”

     “예?!”

     에단이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앉아.”

     나는 앞으로 뻗은 손으로 검지를 내렸고, 에단은 곧 쭈뼛거리며 다시 앉았다.

     “네 상태를 봐서는 그냥 순순히 내 질문에 답하는 게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겠군. 에단 세자르. 너를 보육원에 추천한 사람은 누구지?”

     “미, 미르딘 부인입니다.”

     “아아, 그래. 미르딘 부인. 우리 가문의 가정교사이자, 우리 사랑스러운 레타르의 예법 스승이지. 참 인자하고 좋은 사람이야. 동정심이 많지.”

     호록.

     “미르딘 부인의 목을 쳐야겠군.”

     “……!!”

     “호의로 그랬다면 무능한 거고, 고의로 그랬다면 백작가를 반역으로 몰려고 한 행동이니.”

     “…….??”

     아무래도 에단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보육원에 남는 아이들은 전부 우리 가문이 후견인이 된다. 그리고 너는 패전으로 작위를 박탈 받은 해군 장교의 후손이지.”

     “앗….”

     미래의 영웅님이자 마스터의 재능이라서 그런가.

     “죄를 지은 자의 후손을 지브롤터가 받아들인다. 그것도 군인 출신의. 이거,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은 구도네.”

     아니면 오는 날부터 은근하게 들은 게 있어서 그런가.

     “그래. 누군가에게는 ‘너는 지브롤터에 가면 안 된다’라거나, ‘지브롤터는 너를 받아주지 않을 거다’라고 말해줬을 거야.”

     힌트를 약간 던져주니, 답을 말하기 전에 바로 정답을 도출해낸다.

     “네가 에단이기 이전에 ‘세자르’기 때문에. 너를 받아준다는 건 곧 왕가에 정면으로 모욕을 주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

     “억울해? 그런데 어쩌나. 지브롤터는 사방이 적이고, 굳이 너라는 지뢰를 품으면서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

     “저, 저는 그런…!”

     “아니면 너는 미르딘 부인이 보낸 첩자인가?”

     “아닙니다!! 헙…!”

     에단이 고함을 질렀으나, 곧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래. 어딜 감히 언성을 높여. 곧 자야 하는데, 시끄럽게 하지 마.”

     

     나는 다시 차를 들이켰다.

     “그런데도 네가 여기에 남고 싶다면, 확실하게 의지를 보여야겠지?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백성, 평민 에단으로서.”

     “…….”

     “마침 도착했군.”

     끼이익.

     문이 열린다.

     “잘 왔어. 메릴리. 여기 탁자 위에 그대로 올려둬.”

     메릴리는 품에 큼지막한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고, 내 지시에 따라 탁자에 그대로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이건….”

     “솜누스 꽃이지. 상품성 없는. 가난하고 굶주린 아이들이 이걸로 죽을 쒀서 먹고는 하지.”

     한 100송이 정도는 되어 보인다.

     “지하라는 환경에서 도태된 녀석들이야.”

     나는 끝이 시든 솜누스 꽃을 한 송이 들었다.

     “전부 먹어봐. 여기 있는 거, 전부.”

     “……!!”

     “몸에 좋은 거야.”

     마나를 각성하지 못한다면, 소드 마스터의 재능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내가 차를 다 마시기 전까지, 이 바구니에 있는 솜누스 꽃을 전부 먹어 치워라. 그러면 네 의지를 봐서 아버지께 건의해보도록 하지.”

     솜누스 꽃은 그냥 잡초 맛이다.

     다행히 질기지는 않아서 씹는데 먹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이 정도로 먹어 치우면 아버지가 마나를 읽었을 때, 바로 알아차릴 거야.’

     에단의 몸에 흐르는 마나 통로의 크기를.

     에단 세자르가 가진 ‘마스터의 그릇’을.

     “다 너를 위한 일이다.”

     그 재능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잠들어있는 마나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

     “이건…고문인 겁니까?”

     “고문이라고? 이야, 하늘에서 내려다 주는 동아줄을 보고도 안 잡는 멍청이가 있네.”

     나는 찻주전자의 뚜껑을 연 뒤, 안에 담겨있는 솜누스 꽃잎을 들었다.

     “이게 얼마나 몸에 좋은 건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키도 크고 체격도 벌어지고 마나도 늘어나고, 남자한테도 좋은 최고의 약이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쓴 법이지.”

     “허, 허억…?!”

     질겅질겅.

     말렸다가 한 번 우려내서 그런지, 생화에 비하면 조금 질기다.

     “네 의지를 보여봐라. 이 정도도 못한다면, 이 지브롤터에 네 자리는 없다.”

     마스터의 재능?

     과거의 영웅?

     동생을 죽인 악연?

     “주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개를 키울 이유는 없지.”

     그런 건 지금, 아무것도 상관없다.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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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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