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


   ​
   ​
   ​
   “왔으면 인사부터 하지?”
   ​
   ​
   옅은 갈색 피부에 조금 탁한 금발 머리의 남자는 삐딱하게 서서 말을 걸어왔다. 양아치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
   ​
   “안녕하세요?”
   “안녕 못하는데?”
   ​
   ​
   그의 말에 슬금슬금 방에서 나와 남자의 곁에선 다른 노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야, 그러다가 겁먹어서 경기 안 나가겠다고 하면 어쩌게?”
   “그런 놈이면 여기서 죽는 게 맞지.”
   ​
   ​
   나는 유심히 떠드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
   ​
   ‘다 애들이네.’
   ​
   ​
   키가 무슨 콩나물처럼 크고, 얼굴이 삭아 보이긴 했지만 어린 티가 났다.
   ​
   ​
   ‘중학생 정도 되려나?’
   ​
   ​
   고등학생이라기엔 키가 좀 작아 보였다. 그런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이 남자는 내 앞까지 다가와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
   ​
   “야, 걔 넘겨주면 넘어가 줄게.”
   ​
   ​
   개자식이 아이리스를 가리키며 헛소리를 지껄였다. 만약 나를 욕했으면 웃으면서 넘길 수 있지만 아이리스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
   ​
   “싫어.”
   ​
   ​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 건 당연했다. 불쾌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싫다고 말하자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
   “이 새끼 좋게 말해서 신고식 없이 지나가 주려 했더니 지랄하네?”
   “꼴에 가족이라고 지키고 싶나 보지.”
   ​
   ​
   온갖 모욕적인 말이 들려왔지만 알 바 아니었다. 놈이 손을 우드득 풀며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
   ​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줘야겠네.”
   ​
   ​
   이 씹새끼를 위해 개그 세계 참교육을 시켜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지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자 분위기가 더욱 서늘해졌다.
   ​
   ​
   당장이라도 서로 주먹질을 할 것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른 순간.
   ​
   ​
   “피맥스 슬슬 준비해라.”
   “씁..”
   ​
   ​
   내 앞에서 주먹을 우득우득 풀던 남자, 피맥스가 쥐 수인에게 호출되었다. 쥐 수인은 피맥스의 검투 경기가 얼마남지 않았으니 아래층으로 내려오라 말했다. 놈은 이를 드러내 웃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
   ​
   “잘됐네. 야, 이 새끼 패지 말고 놔둬 봐. 나 싸우는 거 보고도 저딴 식으로 쳐다볼 수 있나 보게.”
   ​
   ​
   그런 피맥스의 말에 8명의 노예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무어라 떠들어댔다. 대충 들어보니 피맥스가 굉장히 유능한 검투 노예이며 무시무시한 실력으로 조만간 위층으로 올라가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
   ​
   “잘 보고 있어라.”
   ​
   ​
   그의 으르렁거리는 경고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호구라서 긍정했을까? 
   ​
   ​
   아니. 저 씹새끼를 조지기 위해서 긍정했다. 나는 속으로 데X노트 주인공처럼 비열하게 웃었다. 
   ​
   ​
   놈이 떠나고. 노예들은 나와 아이리스를 투기장이 내려다보이는 휴식 공간으로 데려갔다. 길쭉한 소파 가운데에 앉자, 노예들이 히죽 웃으며 빈 자리에 앉았다. 
   ​
   ​
   한 층마다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투기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투기장에선 괴물에게 물어뜯긴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
   ​
   내 옆자리에 앉은 노예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너도 저 꼴 날 거라며 비웃음을 지었다. 슬쩍 아이리스를 만지려는 놈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리스를 소파 밑, 내 다리 앞에 앉힐 수밖에 없었다.
   ​
   ​
   개새끼들.
   ​
   ​
   “그럼 다음 경기느으으은!?!? 무패의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신참 검투사! 피이이이매애애액스르르르르!”
   “우오오오오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어마어마한 함성이 들끓었다. 그들이 자신했던 것처럼 피맥스는 꽤 강한 축에 드는 검투사인 듯했다. 
   ​
   ​
   피맥스는 아이리스가 들었던 검이나, 통로에 준비된 무기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번쩍거리는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가슴팍에 가죽 갑옷을 차고 있었지만 그 외의 갑옷은 착용하지 않은 듯했다.
   ​
   ​
   “상대는 ~ !! 수백명의 인간을 먹고 자란 레크라입니다!”
   ​
   ​
   철컹,촤르르륵.
   ​
   ​
   철창이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새빨간 황소 같은 마물이 푸르릉거리며 튀어나왔다. 일반 황소와 달리 뿔이 정말 거대했고, 턱 부분에도 뿔이 자리 잡고 있었다.
   ​
   ​
   괴물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는데 못해도 1층짜리 건물만 했다. 피맥스는 그런 괴물을 앞에 두고도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
   ​
   “쿠오오오오!”
   ​
   ​
   괴물이 소리 높여 울음을 토하더니 뿔을 앞으로 내민 채 피맥스에게 달려들었다.
   ​
   ​
   쿠르르릉!
   ​
   ​
   땅이 울릴 정도로 강한 뜀박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맥스는 두려워 할 법한 상황에서도 여유 있게 황소를 피하더니 뒷다리를 베어냈다.
   ​
   ​
   “쿠오오오!”
   ​
   ​
   가죽이 두껍고 빵빵한 근육 때문에 잘라내진 못했지만 깊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이에 괴물은 좀 더 신중하게 달려들었지만 피맥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
   ​
   피맥스는 괴물을 가지고 놀다가 여린 배를 헤집어 놈을 쓰러뜨렸다.
   ​
   ​
   쿠우우웅!
   ​
   ​
   괴물이 바닥에 쓰러져 핏물을 왈칵왈칵 토하며 혀를 축 늘어뜨렸다. 피맥스의 승리였다.
   ​
   ​
   “우와아아아아아!”
   “휘이익!”
   ​
   ​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피맥스는 여유 있게 손까지 흔들며 강자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내가 가만히 피맥스를 내려다보고 있자,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노예들이 비웃음을 지은 채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
   ​
   난 축 늘어져 배와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아내는 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
   ​
   “해치웠나?”
   ​
   ​
   마법의 주문이 쏘아지는 것과 동시에.
   ​
   ​
   쿵,쿠웅.
   ​
   ​
   기적처럼 괴물이 몸을 일으켰다. 베어진 배 부분이 어느새 아물어있었고 눈빛도 돌아온 상태였다. 
   ​
   ​
   “어어어?”
   “저,저거 뭐야?!”
   ​
   ​
   나를 비웃던 놈들이 경악하며 괴물을 바라보았다. 괴물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피맥스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당연했다. ‘해치웠나?’로 소생된 보스는 원래 더 강해지는 법이다.
   ​
   ​
   “뭐야,이거?!”
   ​
   ​
   피맥스는 당황하며 다급히 방패를 들어 놈을 막아냈다. 묵직한 공격에 당황했는지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놈은 겨우 공격을 흘려보내곤, 머리를 흔들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괴물을 경악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죽을 줄 알았던 레크라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과연 피맥스는 승리할 수 있을까요?”
   “우오오오오?!”
   “우와아아!!”
   ​
   ​
   이곳은 사천왕 지소가 운영하는 투기장이기에, 갑작스럽게 살아난 괴물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러운 이벤트라 생각하며 더욱 열광 할 뿐이었다.
   ​
   ​
   피맥스는 이를 악문 채 검을 휘둘렀다. 
   ​
   ​
   아무리 다시 살아나 강해졌다고 해도 피맥스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
   “피! 맥! 스으으으으! 또다시 레크라를 쓰러뜨렸습니다!!!”
   ​
   ​
   거대한 함성이 쏟아져 나오고 괴물은 목이 반쯕 베어진 채 정말 죽은 것처럼 눈을 까뒤집었다.
   ​
   ​
   또 살아날까 두려워 괴물을 경계하던 피맥스는 괴물의 사체를 수거하기 위해 수거팀이 달려오는 걸 보고 나서야 몸에 힘을 뺐다.
   ​
   ​
   씩, 기분 좋게 웃으며 피맥스가 여유 있게 다시 퇴장하기 시작했다.
   ​
   ​
   나는 팔짱을 낀 채 씩 웃으며 말했다.
   ​
   ​
   “해낸 건가?”
   ​
   ​
   내 마법의 대사가 쏘아지고.
   ​
   ​
   쿵! 쿠웅!
   ​
   ​
   좀 더 강해진 괴물이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베어진 목은 붙어버렸고 뿔도 조금 더 자라있었다.
   ​
   ​
   “뭐,뭐야?!”
   ​
   ​
   피맥스가 당황했는지 소리치는 게 함성 사이로 작게 들렸다. 괴물의 사체를 수거하기 위해 달려왔던 이들이 당황하며 투기장에서 도망쳤다.
   ​
   ​
   “젠장!”
   ​
   ​
   피맥스는 한껏 구겨진 얼굴로 괴물과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피맥스는 본인의 말처럼 굉장히 강했지만, 개그 필터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
   
   피맥스가 괴물을 쓰러뜨리기 무섭게.
   
   ​
   “끝난 건가?”
   ​
   ​
   죽었던 괴물이 다시 살아났다.
   ​
   ​
   “해냈어! 드디어 놈을 쓰러뜨렸다고!”
   ​
   ​
   괴물의 이가 상어의 치아처럼 뾰족해지고 몸집이 더 커졌다. 피맥스는 점점 지쳐갔다.
   ​
   ​
   어느 순간부터 피맥스의 상처가 늘어갔고, 주변에 있던 노예들이 슬금슬금 나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
   ​
   내가 한 마디 할 때마다 괴물이 일어서니, 내가 괴물을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
   ​
   “해치웠다! 우린 자유야!”
   ​
   ​
   나는 다시 한번 더 소생의 주문을 입에 담으며 사악하게 웃었다. 더 이상 웃음을 감추지도 않았다.
   ​
   ​
   감히 아이리스를 노려? 어디 한번 죽을 때까지 굴러봐라.
   ​
   ​
   피맥스는 얼굴이 뭉개지고, 팔 한쪽과 다리 하나를 잃었다. 그에게 돈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이 욕설을 뱉어내는 게 들렸다.
   ​
   ​
   “감히 내 동생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
   ​
   통쾌한 기분에 중얼거리자 ‘설마..?’하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노예들이 기겁하며 도망쳐버렸다. 맥이 탁 풀려 작게 한숨을 쉬며 내 무릎에 얼굴을 올린 채 눈을 감고 있는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
   ​
   ‘…남매가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분명 떨어지게 될 테니까, 당분간은 남매인 척하는 게 좋겠지?’
   ​
   ​
   분명 착한 아이리스라면 내 변명을 이해해줄 것이다.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리스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
   ​
   다음 날 아침.
   ​
   ​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던 피맥스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피맥스가 나가야 할 경기가 붕 떠버린 것이다.
   ​
   ​
   “피맥스 대신 경기에 출전하게 될 녀석은 너랑 너, 그리고 너다.”
   ​
   ​
   쥐 수인의 손가락 끝이 나를 가리켰다. 그는 아이리스를 흘긋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
   
   “아, 참고로 저 여자랑은 같이 못 나간다.”
   ​
   ​
   피맥스는 끝까지 도움이 1도 안 되는 놈이었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 10시 30분에 한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아이리스는 노예들이 리안을 툭툭 칠때 조용히 노예들을 바라보았습니다.(공포)

선작과 추천은 사랑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다음화 보기

“왔으면 인사부터 하지?”

옅은 갈색 피부에 조금 탁한 금발 머리의 남자는 삐딱하게 서서 말을 걸어왔다. 양아치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안녕하세요?”

“안녕 못하는데?”

그의 말에 슬금슬금 방에서 나와 남자의 곁에선 다른 노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야, 그러다가 겁먹어서 경기 안 나가겠다고 하면 어쩌게?”

“그런 놈이면 여기서 죽는 게 맞지.”

나는 유심히 떠드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다 애들이네.’

키가 무슨 콩나물처럼 크고, 얼굴이 삭아 보이긴 했지만 어린 티가 났다.

‘중학생 정도 되려나?’

고등학생이라기엔 키가 좀 작아 보였다. 그런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이 남자는 내 앞까지 다가와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야, 걔 넘겨주면 넘어가 줄게.”

개자식이 아이리스를 가리키며 헛소리를 지껄였다. 만약 나를 욕했으면 웃으면서 넘길 수 있지만 아이리스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싫어.”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 건 당연했다. 불쾌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싫다고 말하자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새끼 좋게 말해서 신고식 없이 지나가 주려 했더니 지랄하네?”

“꼴에 가족이라고 지키고 싶나 보지.”

온갖 모욕적인 말이 들려왔지만 알 바 아니었다. 놈이 손을 우드득 풀며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줘야겠네.”

이 씹새끼를 위해 개그 세계 참교육을 시켜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지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자 분위기가 더욱 서늘해졌다.

당장이라도 서로 주먹질을 할 것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른 순간.

“피맥스 슬슬 준비해라.”

“씁..”

내 앞에서 주먹을 우득우득 풀던 남자, 피맥스가 쥐 수인에게 호출되었다. 쥐 수인은 피맥스의 검투 경기가 얼마남지 않았으니 아래층으로 내려오라 말했다. 놈은 이를 드러내 웃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잘됐네. 야, 이 새끼 패지 말고 놔둬 봐. 나 싸우는 거 보고도 저딴 식으로 쳐다볼 수 있나 보게.”

그런 피맥스의 말에 8명의 노예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무어라 떠들어댔다. 대충 들어보니 피맥스가 굉장히 유능한 검투 노예이며 무시무시한 실력으로 조만간 위층으로 올라가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잘 보고 있어라.”

그의 으르렁거리는 경고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호구라서 긍정했을까?

아니. 저 씹새끼를 조지기 위해서 긍정했다. 나는 속으로 데X노트 주인공처럼 비열하게 웃었다.

놈이 떠나고. 노예들은 나와 아이리스를 투기장이 내려다보이는 휴식 공간으로 데려갔다. 길쭉한 소파 가운데에 앉자, 노예들이 히죽 웃으며 빈 자리에 앉았다.

한 층마다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투기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투기장에선 괴물에게 물어뜯긴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노예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너도 저 꼴 날 거라며 비웃음을 지었다. 슬쩍 아이리스를 만지려는 놈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리스를 소파 밑, 내 다리 앞에 앉힐 수밖에 없었다.

개새끼들.

“그럼 다음 경기느으으은!?!? 무패의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신참 검투사! 피이이이매애애액스르르르르!”

“우오오오오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이 들끓었다. 그들이 자신했던 것처럼 피맥스는 꽤 강한 축에 드는 검투사인 듯했다.

피맥스는 아이리스가 들었던 검이나, 통로에 준비된 무기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번쩍거리는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가슴팍에 가죽 갑옷을 차고 있었지만 그 외의 갑옷은 착용하지 않은 듯했다.

“상대는 ~ !! 수백명의 인간을 먹고 자란 레크라입니다!”

철컹,촤르르륵.

철창이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새빨간 황소 같은 마물이 푸르릉거리며 튀어나왔다. 일반 황소와 달리 뿔이 정말 거대했고, 턱 부분에도 뿔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괴물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는데 못해도 1층짜리 건물만 했다. 피맥스는 그런 괴물을 앞에 두고도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쿠오오오오!”

괴물이 소리 높여 울음을 토하더니 뿔을 앞으로 내민 채 피맥스에게 달려들었다.

쿠르르릉!

땅이 울릴 정도로 강한 뜀박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맥스는 두려워 할 법한 상황에서도 여유 있게 황소를 피하더니 뒷다리를 베어냈다.

“쿠오오오!”

가죽이 두껍고 빵빵한 근육 때문에 잘라내진 못했지만 깊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이에 괴물은 좀 더 신중하게 달려들었지만 피맥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피맥스는 괴물을 가지고 놀다가 여린 배를 헤집어 놈을 쓰러뜨렸다.

쿠우우웅!

괴물이 바닥에 쓰러져 핏물을 왈칵왈칵 토하며 혀를 축 늘어뜨렸다. 피맥스의 승리였다.

“우와아아아아아!”

“휘이익!”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피맥스는 여유 있게 손까지 흔들며 강자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내가 가만히 피맥스를 내려다보고 있자,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노예들이 비웃음을 지은 채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난 축 늘어져 배와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아내는 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해치웠나?”

마법의 주문이 쏘아지는 것과 동시에.

쿵,쿠웅.

기적처럼 괴물이 몸을 일으켰다. 베어진 배 부분이 어느새 아물어있었고 눈빛도 돌아온 상태였다.

“어어어?”

“저,저거 뭐야?!”

나를 비웃던 놈들이 경악하며 괴물을 바라보았다. 괴물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피맥스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당연했다. ‘해치웠나?’로 소생된 보스는 원래 더 강해지는 법이다.

“뭐야,이거?!”

피맥스는 당황하며 다급히 방패를 들어 놈을 막아냈다. 묵직한 공격에 당황했는지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놈은 겨우 공격을 흘려보내곤, 머리를 흔들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괴물을 경악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죽을 줄 알았던 레크라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과연 피맥스는 승리할 수 있을까요?”

“우오오오오?!”

“우와아아!!”

이곳은 사천왕 지소가 운영하는 투기장이기에, 갑작스럽게 살아난 괴물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러운 이벤트라 생각하며 더욱 열광 할 뿐이었다.

피맥스는 이를 악문 채 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다시 살아나 강해졌다고 해도 피맥스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피! 맥! 스으으으으! 또다시 레크라를 쓰러뜨렸습니다!!!”

거대한 함성이 쏟아져 나오고 괴물은 목이 반쯕 베어진 채 정말 죽은 것처럼 눈을 까뒤집었다.

또 살아날까 두려워 괴물을 경계하던 피맥스는 괴물의 사체를 수거하기 위해 수거팀이 달려오는 걸 보고 나서야 몸에 힘을 뺐다.

씩, 기분 좋게 웃으며 피맥스가 여유 있게 다시 퇴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씩 웃으며 말했다.

“해낸 건가?”

내 마법의 대사가 쏘아지고.

쿵! 쿠웅!

좀 더 강해진 괴물이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베어진 목은 붙어버렸고 뿔도 조금 더 자라있었다.

“뭐,뭐야?!”

피맥스가 당황했는지 소리치는 게 함성 사이로 작게 들렸다. 괴물의 사체를 수거하기 위해 달려왔던 이들이 당황하며 투기장에서 도망쳤다.

“젠장!”

피맥스는 한껏 구겨진 얼굴로 괴물과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피맥스는 본인의 말처럼 굉장히 강했지만, 개그 필터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피맥스가 괴물을 쓰러뜨리기 무섭게.

“끝난 건가?”

죽었던 괴물이 다시 살아났다.

“해냈어! 드디어 놈을 쓰러뜨렸다고!”

괴물의 이가 상어의 치아처럼 뾰족해지고 몸집이 더 커졌다. 피맥스는 점점 지쳐갔다.

어느 순간부터 피맥스의 상처가 늘어갔고, 주변에 있던 노예들이 슬금슬금 나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내가 한 마디 할 때마다 괴물이 일어서니, 내가 괴물을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해치웠다! 우린 자유야!”

나는 다시 한번 더 소생의 주문을 입에 담으며 사악하게 웃었다. 더 이상 웃음을 감추지도 않았다.

감히 아이리스를 노려? 어디 한번 죽을 때까지 굴러봐라.

피맥스는 얼굴이 뭉개지고, 팔 한쪽과 다리 하나를 잃었다. 그에게 돈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이 욕설을 뱉어내는 게 들렸다.

“감히 내 동생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통쾌한 기분에 중얼거리자 ‘설마..?’하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노예들이 기겁하며 도망쳐버렸다. 맥이 탁 풀려 작게 한숨을 쉬며 내 무릎에 얼굴을 올린 채 눈을 감고 있는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남매가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분명 떨어지게 될 테니까, 당분간은 남매인 척하는 게 좋겠지?’

분명 착한 아이리스라면 내 변명을 이해해줄 것이다.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리스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던 피맥스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피맥스가 나가야 할 경기가 붕 떠버린 것이다.

“피맥스 대신 경기에 출전하게 될 녀석은 너랑 너, 그리고 너다.”

쥐 수인의 손가락 끝이 나를 가리켰다. 그는 아이리스를 흘긋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아, 참고로 저 여자랑은 같이 못 나간다.”

피맥스는 끝까지 도움이 1도 안 되는 놈이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