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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다음날 아침.

         

       나는 해가 중천에 오르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오래도 잤네.”

         

         

       나는 띵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이불을 벗어났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까지만해도 몸을 가득 매우고 있던 근육통들이 조금 진정된 느낌이었다.

         

       지난밤, 꼴사납게 울어재낀 탓에 팅팅 부은 눈을 비비며 방을 빠져나왔다.

         

         

       “일어나셨어요, 도련님?”

         

         

       거실에는 청소에 열중하고 있는 레이첼의 모습이 보였다.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인지, 괜히 눈을 마주치기가 부끄러웠던 나는 얼굴을 돌리며 웅얼거렸다.

         

         

       “일찍 깨워주지 그랬어… 청소 도와줬을텐데.”

         

       “흐흥~ 이런건 하녀의 업무라고요~ 매번 도와주시면 곤란해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분주히 빗자루를 움직이는 레이첼.

         

       그녀는 주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침은 준비해뒀어요. 너무 늦어서 아침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아, 응… 고마워.”

         

         

       나는 밍기적거리는 걸음을 이끌고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보온 처리가 되어있는 토스트 두 조각이 놓여져 있었다.

         

       샌드위치보다는 토스트를 더 좋아하는 내 입맛을 고려한, 레이첼의 배려가 돋보이는 메뉴였다.

         

       나는 한 조각을 집어들어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

         

       크게 한 입 베어물자 느껴지는 식빵의 바삭한 식감.

         

       그 직후 몰아치는 짙은 버터의 향과 싱싱한 야채들의 아삭거림.

         

       마지막으로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베이컨의 짭짤한 풍미.

         

         

       항상 느끼는 거지만… 레이첼의 요리는 일품이다.

         

       긴 수면 탓에 허기가 졌던 나는, 게 눈 감추듯이 아침 식사를 먹어치웠다.

         

         

       “헤헤… 맛있게 먹어주시니, 기분 좋네요!”

         

         

       어느새 청소를 마치고 내 곁으로 다가와 서있는 레이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맛있었어.”

         

       “히히! 도련님은 항상 리액션이 좋아서 요리해드리는 맛이 나요!”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빈 접시를 정리해주던 레이첼은, 별안간 내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세요?”

         

       “오늘 일정? 음… 글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회장 습격 사건으로 인해 아카데미는 일주일 간 휴강에 들어갔다.

         

       강의도 비었고, 퀘스트도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당장 일어나는 원작 사건도 없으니까……

         

         

       “훈련하러 가야지.”

         

       “네에?”

         

         

       무심하게 내놓은 답에 눈을 크게 뜨는 레이첼.

         

       그녀는 이내 미간을 굽히더니, 입술을 삐죽이면서 딴지를 걸어왔다.

         

         

       “도련님, 어제 퇴원하셨다는건 알고 계시죠?”

         

       “어… 그렇지?”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니에요?”

         

       “괜찮아, 이미 다 나았는걸.”

         

         

       내가 멀쩡하다는 듯이 양팔을 펼쳐보이자, 레이첼이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아무리 치료를 받았어도! 어제 퇴원한 사람이 훈련을 하러 가겠다는게 말이 돼요?!”

         

         

       걱정이 담긴 호통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빵빵한 볼을 잡아당겼다.

         

         

       “브에에에…”

         

       “걱정하지마. 적당히 하고 올거니까.”

         

       “퍼기나 그뤄시겟눼요…”

         

         

       나는 툴툴거리는 레이첼의 볼을 몇 번 더 만지작거리고는, 식탁에서 일어났다.

         

       레이첼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내게 따라붙으며 물었다.

         

         

       “바로 가시려고요?”

         

       “그래야지, 지금 시간이 벌써 점심 시간에 가까워져 가는데.”

         

       “으음… 진짜, 진짜, 정말로! 가볍게 하고 오셔야 해요?”

         

       “알겠다니까……”

         

         

       나는 따가운 잔소리를 피해 방으로 돌아왔다.

         

       가벼운 트레이닝 복장으로 환복한 뒤, 크로스 백을 둘러맸다.

         

         

       “후우… 가볼까?”

         

         

       어째서인지 밖으로 나가는데도 마음이 가벼웠다.

         

       타인의 시선을 받는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한숨이 먼저 튀어나왔었는데.

         

       오늘은 그런 감정들이 약간 덜어진 느낌이었다.

         

       어제 레이첼의 토닥토닥이 효과를 발휘해준 걸까.

         

       덕분에, 나는 보다 밝은 걸음으로 기숙사를 나설 수 있었다.

         

         

       .

       .

       .

         

         

       레이놀즈 아카데미의 연무장.

         

       나는 매직 더미 연습장의 한가운데에서 무쌍을 찍는 중이었다.

         

       원래는 3인 파티 전용으로 제작된 연습장이었는데.

         

       혼자서 해도 어떻게 되기는 되더라.

         

       절대 친구가 없어서 혼자 하고 있었던게 아니다.

         

       그저 일종의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서걱…!

         

       약간의 울분을 담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인형을 베어내자, 훈련이 종료되었다.

         

       나는 온몸에 땀을 뒤집어쓴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스코어가 집계되는 석판을 바라보니, 꽤나 높은 점수가 기록되어 있었다.

         

         

       [처리한 더미 수:2875개]

         

         

       그래도 이 정도면 아카데미에 상위 10%는 되지 않으려나.

         

       아무런 스크롤이나 마법의 사용 없이 이 정도의 점수라니, 생각보다 성장 속도가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앨런한테는 안되겠지만……’

         

         

       앨런은 논외다.

         

       그 자식은 인간으로 치면 안되니까.

         

       용사의 힘을 사용하면 아마 5000개도 가뿐히 넘기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도 앨런은 아카데미 조교급에 해당하는 무위를 보유하고 있었으니.

         

       교수들보다는 확실히 약할지언정, 그들을 제외하면 아카데미에서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나는 대충 0.6 앨런 정도 되려나?

         

       보급형 주인공이라니, 참으로 슬픈 현실이었다.

         

       그렇게 내가 실없는 상념들에 잠겨있던 때.

         

         

       -짝짝짝짝짝…

         

       뒤편에서 경박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워우… 혼자서 2875점이라니, 굉장하네.”

         

         

       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얼빠진 표정으로 스코어를 바라보고 있는 남학생 하나가 보였다.

         

       염색한 금발 머리에, 검게 태닝된 피부, 양아치 같은 껄렁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금태양…?”

         

         

       내가 저번주까지만 해도 칭호작을 위해, 존나게 두들겨 팼던 금태양이었다.

         

       그는 내 부름에 씩 미소 지으며 손을 까딱였다.

         

         

       “여~ 일주일만이네?”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저번주에 기어코 ‘메이스 학살자’ 칭호를 따낸 뒤로는 보러 온 적이 없었으니까.

         

         

       -띠링!

         

       [칭호-무언가의 학살자]

         

       [효과:전투 중 근력 스탯이 1 증가합니다.]

         

         

       시너지 칭호도 얻었고, 딱히 마주칠만한 일이 없었다.

         

       거기다가… 왠지 가까이 지내고 싶은 외관이 아니었다.

         

       질 나쁘게 생겨서는, 뭔가 남의 여자에게 혀를 낼름거릴 것 같다.

         

       나는 반갑게 인사해오는 녀석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용건이 뭐냐.”

         

       “와… 일주일 전까지는 내가 오지 말라고 사정을 해도 찾아와서 괴롭혔으면서, 이제는 눈 마주치니까 바로 찡그려버리네.”

         

       “크흠…”

         

         

       나는 약간 양심이 찔렸던 나머지 헛기침을 내뱉으며 변명했다.

         

         

       “그건 정당한 결투 신청이었다.”

         

       “얘는 결투 신청이 조스로 보이나보네… 야, 보통 명예가 걸린 결투는 귀족들끼리 하는거 아니냐? 나는 성도 없는 씹버러지 평민인데?”

         

       “으, 으음…”

         

       “거기다가 내가 거절하려해도 억지로 받게 했잖아.”

         

       “……”

         

       “선생님, 우리는 그걸 ‘괴롭힘’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게 제국적 약속이에요.”

         

         

       외모에 맞지 않는 논리정연한 반박에, 할 말이 궁해진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어쩐 일로 나를 불렀지?”

         

       “어? 갑자기 말 돌리네?”

         

       “……”

         

         

       눈치 빠른 새끼.

         

       내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녀석을 노려보고 있자,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뭐, 이제는 안 오는 것 같으니까 됐나?”

         

       “……그래.”

         

       “나는 뭐 맨날 지독하게도 찾아오던 미친놈이, 갑자기 발길을 끊으니까 뭔일 있나 했지. 어쩌다보니 연습장에서 네가 보이길래 부른거고.”

         

       “그렇군.”

         

         

       그는 내 담백한 대답에 낄낄대며 웃더니,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건 그렇고, 몸은 좀 괜찮냐?”

         

       “음?”

         

         

       가까이에 자리한 그에게서 슬그머니 멀어지려고 했던 나는, 뜬금없는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지?”

         

       “너 습격 사건 때 엄청 다쳤었잖아.”

         

       “어떻게 안 거지…?”

         

       “어떻게 알기는, 지금 아카데미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소문이 벌써 그렇게까지 돌았나…”

         

         

       나는 어저께 정류장에서 마주쳤던 학생들을 떠올렸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뭔가 소문이 좋게 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나는 잠시 침음을 흘리다가, 금태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소문이 어떻게 도는지, 알고 있나?”

         

       “당연히 알지? 얼마나 살벌하게 났는데.”

         

       “……대충, 어떤 식으로?”

         

       “모르는게 나을거다. 네 모습에 오줌 지렸다는 학생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으니까.”

         

       “하아……”

         

         

       그래, 시발.

         

       그게 소문이 안 날 수가 없겠지.

         

       어떤 미친 새끼가 사람을 불에 태우고 조각내면서 실실 쪼갰는데.

         

       이런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도 아무런 공포심이 들지 않은 녀석이 있다면, 진지하게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야만 했다.

         

         

       “뭐~ 소문이 워낙 흉흉하게 돌아서 안 믿는 학생들도 있기는 한데. 나는 직접 그 장면을 봤으니까 다 알고 있지.”

         

         

       그리고 슬프게도.

         

       그런 녀석이 바로 내 옆에 앉아있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을 크게 뜨며 옆을 바라봤다.

         

         

       “뭐라고…?”

         

       “이야~! 뭐, 그렇게 됐습니다! 봐버리고 말았네요!”

         

         

       이거 또라이인가.

         

       그런 광경을 보고도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지…?

         

       아니, 처음부터 평민 신분으로 공작가 장남한테 반말을 까는게 예사롭지 않기는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

         

       그는 멋쩍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꺼냈다.

         

         

       “그게 말이지… 사실은, 그때 다 들어버렸거든…”

         

       “듣다니? 무얼 말이냐?”

         

       “그… 리시트 공작 부인, 그 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뭐…?”

         

         

       쉴틈없이 치고 들어오는 두 번째 충격.

         

       날카로운 연타에 당해버린 나는 저절로 얼빠진 표정을 지어버렸다.

         

       그걸 들었다고…?

         

         

       기본적으로 ‘절대 사유지(Absolute Domain)’는 격리 혹은 방어를 목적으로 개발된 스크롤이다.

         

       그렇기에 영역의 외부와 내부는 완벽하게 단절되며.

         

       시각적인 정보와 공기를 제외한, 그 어떤 불순물도 통과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그 불순물에는 ‘소리’ 또한 포함되어 있고.

         

       그런데도 나와 탐구자들이 나눴던 그 작은 대화 소리를 들었다는 건……

         

         

       “네 놈… 설마, 그때 결계 안에 있었던 거냐…?”

         

       “히… 히힣…!”

         

         

       멍청한 웃음 소리를 흘리는 금태양.

         

       녀석은 나의 싸늘한 눈빛에 몸을 움츠리더니, 이내 숨겨진 진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지…? 연회장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오더라고. 뭔가 큰일이 났구나 싶었지. 그래서……”

         

       “그래서?”

         

       “테이블 밑으로 숨어버렸어!”

         

         

       요컨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연회에 참가했던 금태양은 테러가 시작되자마자 테이블 밑으로 기어들어갔고.

         

       마침 근처에서 내가 스크롤을 사용했던 탓에, 결계에 휘말렸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전부 전해들은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너, 병신인가?”

         

       “질문이 왜 그러냐?”

         

       “혹시 귀공은 병신이십니까?”

         

       “아니, 시발. 말투가 아니라 질문이 문제라고.”

         

         

       그걸 왜 테이블에 쳐기어들어가.

         

       무슨 지진 대피 요령이냐고.

         

       나는 답답한 마음에 마른 세수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금태양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 반응을 구경하고 있었다.

         

         

       “……너, 알고는 있겠지? 이건 제국의 기밀이다.”

         

       “발설하면 모가지가 날아간다는거지? 알았어! 입 꾹 다물고 있을게!”

         

       “너 뿐만 아니라… 네 가족들까지 전부 사형 당할 수……”

         

       “나 고아 새낀데?”

         

       “……”

         

         

       이 씨발롬이 아까부터 말문이 막히게 만드네.

         

       그냥 당장 가문에 꼰질러서 암살자들이라도 보내달라고 해야되나.

         

       존나 불안한데 이거.

         

         

       “부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이야~! 걱정 해주는거야? 감동인데?”

         

       “하아……”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채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 부여잡고 있으면, 그새를 참지 못한 금태양이 내 팔을 쿡쿡 찔러왔다.

         

         

       “이봐, 망나니.”

         

       “또 뭐냐.”

         

       “그래도 있잖아~ 나는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 안 한다?”

         

       “……?”

         

         

       특유의 경박함이 사라지고, 다소 진지해진 목소리.

         

       나는 변화한 녀석의 분위기에 이질감을 느껴야만 했다.

         

         

       “부모님의 원수잖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는게 당연한거지!”

         

       “너…”

         

       “복수는, 달콤한 법이니까.”

         

         

       아주 잠깐이지만. 녀석의 눈동자가 푸르게 반짝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찰나 속에 사라졌다.

         

       순식간에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온 금태양은, 바보 같이 웃으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흐헿.”

         

       “뭐지… 기분 탓이었나.”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싱거운 반응과 함께 이질감을 지워냈다.

         

       그에 금태양은 어깨를 으쓱여보이고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일이 많았지만… 잘 지내 보자고! 같은 아카데미 공식 왕따들끼리.”

         

       “공식 왕따…? 그게 뭐지?”

         

       “뭐야, 몰랐던 거야?”

         

         

       녀석은 의외라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너랑 나랑 2학년 공식 왕따 3인방 중 하나잖아.”

         

       “그런가…?”

         

       “너는 뭔가 자발적으로 혼자가 된 경우 같긴 하지만… 아무튼 혼자 다니니까 그게 왕따지.”

         

         

       나는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도 따지고 보면 학교 같은 곳이니까, 따돌림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

         

       라이덴은 왕따를 당했다기 보다는, 자기가 아카데미 전체를 왕따시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만……

         

       아무튼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내 이름이 껴있다니.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다 쳐도, 네 녀석은 왜 거기에 껴있는 거냐?”

         

       “나? 글쎄?”

         

       “혹시 남의 여자를 뺏었다거나, 양다리를 걸쳤다거나 그런……”

         

       “아니거든?!”

         

         

       금태양은 발끈하더니, 이내 착잡한 표정이 되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들 생각하는게 똑같더라…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외형으로 무시 당하는거지.”

         

       “흠.”

         

       “나 같은 외형이 흔하진 않잖아? 다크 엘프 닮았다고 불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아까 네가 말했던 것도 있고…”

         

       “……왠지 미안하군.”

         

       “그러냐?”

         

         

       살짝 누그러든 나의 말투에, 재밌다는 듯이 키득거리는 금태양.

         

       그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폈다.

         

         

       “뭐… 아까도 말했지만, 잘 지내 보자고! 같은 왕따끼리.”

         

         

       녀석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연습장을 벗어났다.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내가 칭호를 따기 위해 계속해서 찾아가던 때에도.

         

       말로만 싫다 싫다 할 뿐이지, 은근히 기다리는 듯한 눈치였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나.

         

       한 가지 의문을 풀어낸 나는 조용히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

       .

       .

         

         

       “다녀왔어.”

         

       “도련님, 도련님, 도련님!!”

         

       “레이첼?”

         

         

       훈련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오자, 현관 앞에서부터 레이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손에 쥔 채로 양팔을 파닥이며 소리쳤다.

         

         

       “편지! 편지가 왔어요, 도련님!”

         

       “음? 무슨 소리야?”

         

       “편지, 초대장이!!”

         

       “잠깐, 잠깐… 조금 진정하고 말 해.”

         

         

       나는 잔뜩 흥분해있는 소녀를 진정시키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뭐가 왔다는 거야?”

         

       “편지가 왔어요오…!”

         

         

       레이첼은 떨리는 손으로 내게 무언가를 내밀며 말했다.

         

       그것은 고급스러운 문양이 장식되어 있는 편지였다.

         

         

       “어…?”

         

         

       나는 편지 위로 새겨진 문양을 보며 잠시 굳어졌다.

         

       이상하다, 이 문양은 분명……

         

         

       “황실!! 황실에서 도련님에게 초대장을 보냈다고요…!”

         

         

       

       레이첼의 외침과 함께, 나는 머리가 벙찌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0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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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epressed Kendo Player Possesses a Bastard Aristocrat

A Depressed Kendo Player Possesses a Bastard Aristocrat

A Depressed Kendo Player Possessed by a Bastard Aristocrat DKPBA 망나니 귀족에 빙의한 우울증 검도 선수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Don’t worry, Mom.

This time I will be truly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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