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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33 – 입학시험 합격>

     

    와이히엠하이.

    그 황당한 이름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집사의 이름, 조나 와이히엠하이였다.

     

    “그건 저희 집사의 성인데요?”

    “역시 오크노디 응시생은 재단의 예비장학생이었군.”

    “그런 거 몰라요. 저는 파파의 딸일 뿐이에요.”

    “파파? 귀여운 호칭을 쓰는군. 응시생의 부친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렇겠지. 재단의 장학생은 모두 고아이니까.”

     

    그건 집사에게 가족이 없다는 뜻인가?

    새삼 미안해진다.

     

    ‘그런 집사를 내가 어떻게 대했었지?’

     

    -시금치 그만!

    -먹은 요리 또 먹기 싫다니깐요!

    -딱 1시간만 밤산책 나갔다 올게요. 네?

    -아가씨. 또 어디에 숨어계십니까?

    -옷에 또 먼지가 묻지 않았습니까.

    -몇 번이고 말했지만 몰래 돌을 먹으러 나가시면 안 됩니다.

     

    그간 집사 몰래 [숨기]기능을 키우느라 이곳저곳 숨어 다니고 먹지 말라는 돌도 먹고 반찬도 다른 거 해달라고 투정부리고 얼마나 괴롭혔는데.

    그런 투정을 전부 말없이 받아준 이유가 가족이 없었기 때문이라면?

    집사는 나를 가족처럼 생각했던 건 아닐까?

     

    “으우우.”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꼭 부모님한테 잘못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찔끔 흘리는 기분!

     

    “말해라.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목적은 뭐지? 이번에는 또 어떤 사악한 짓을 꾸미는 거냐.”

    “와이히엠하이의 이름을 나쁘게 말하지 말아요! 그 이름을 지닌 사람이 저를 얼마나 잘 대해줬는데!”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군.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어떤 존재인지. 너희 재단이 부모 없는 고아만을 모으는 이유도.”

    “왜 자꾸 나쁜 말을 해요? 저한테는 파파가 있다구요!”

    “이름도 말할 수 없는 부모 말이냐?”

     

    씨이. 진짜로 있는데.

    우리 파파가 아카데미 입학하라고 조나도 보내주고 100골드도 주고 그랬는데!

     

    “어어? 오크노디 응시생. 본관은 딱히 울리려던 생각은…”

    “파파 있다구요. 저 파파 있어요. 있는데 왜 자꾸 없다구 그러는데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소리치자 미네르바의 소환수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 애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본관의 생각이 짧았다. 사과하마.”

     

    미네르바 시험관은 추궁을 포기했다.

     

     

    * *

     

     

    “혹시 울었습니까?”

    “안 울었는데요.”

    “눈이 빨간데 거짓말은 해서 뭐합니까?”

     

    오크노디가 쪽팔려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피하는데도 굳이 꼬치꼬치 캐묻는 지젤.

    손오천은 한술 더 떠서 털을 사납게 곤두세우며 윽박질렀다.

     

    “어떤 녀석이 우리 쥐방울을 울렸냐? 말만 하면 내가 가서 아주.”

     

    눈치 없는 남자들의 행동에 이사벨이 두 사람의 허리를 꼬집었다.

     

    “으윽!”

    “으악!”

    “눈치 없이 그런 거 캐묻는 거 아니야. 애가 힘들면 가끔 울 수도 있지.”

    “말로 하면 되지 왜 꼬집습니까?”

    “이놈의 파티는 무슨 여자들이 다 이리 드세?”

     

    툴툴거리면서도 지젤과 손오천은 눈치껏 이사벨에게 고삐를 넘겼다.

    언제나 당차고 영리한 모습만 봐서 잊어버리기 쉽지만 오크노디는 귀족가의 암살영재로 길러진 아이. 정서적으로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괜찮아. 뭐가 서러웠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다 네 편이니까. 오크노디도 알고 있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오크노디.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주자 오크노디가 윽 하고 눈을 찌푸렸다.

     

    “땀 냄새.”

    “미안. 가지고 다니던 거라서.”

    “…그래도 고마워요.”

    “알면 됐어.”

    “사탕 줄까요?”

    “너 많이 먹어.”

     

    오크노디 파티가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사이.

    마법진을 이용한 다른 강자들도 하나 둘 골인지점에 도착했다.

    샤락해적 지고쿠.

    북부대공녀 아이린.

    안데르센 프레첼.

    강하다 싶은 주조연은 하나같이 마법진을 이용했다.

    하루쯤 시간이 더 지나자 모기에게 물리며 강행돌파를 하거나 멀리 빙 돌아오는 길을 선택한 응시생들도 드문드문 도착했다.

     

    “시험종료다.”

     

    미네르바가 손을 튕기자 숲 도처에 널려있던 티켓시계 소지자들이 모두 순차적으로 소환되었다.

    2차 시험 종료.

    결과발표의 시간이다.

     

     

    * *

     

     

    2차 시험관 미네르바가 말했다.

     

    “2차 관문 <사냥꾼의 숲>의 시험이 종료되었다. 2차 관문 응시생 185인 중 완주에 성공한 인원은 23인. 시계를 찢긴 탈락자가 102인. 기권 47인. 시간초과 13인이다.”

    “물론 탈락자와 기권자는 이 자리에 소환되지 않았다. 소환된 인원은 시간초과 13인 뿐이다.”

     

    시간초과 한 응시생 사이에는 도로시도 있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을 보아 어떻게든 검은모자 교관을 터치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나보다.

    마지막까지 그녀를 찾아다녔던 걸까.

    NTR호구남 록펠도 시간초과 조에 있었다.

    NTR녀 유이까지 남아있던 건 의외지만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는 끝내 검은모자 교관을 터치하는데 실패한 모양이다.

     

    “쥐방울아. 저 녀석들은 어차피 탈락했는데 점수가 의미가 있기는 하냐?”

    “그건 또 모를 일이죠.”

     

    미네르바는 말했다.

    완주성공과 탈락자, 기권자, 시간초과생을.

    그렇다.

    탈락자에는 ‘시간초과’가 포함되지 않는다.

    초심자나 NPC들은 모를 2차 시험의 의외성이다.

     

    “교관님! 시간초과생들은 왜 소환된 건가요? 저 사람들은 모두 탈락 아닌가요?”

    “본 교관은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만?”

    “그럼 시간초과생들도 완주한 저희들이랑 똑같이 2차 관문을 통과하는 건가요?”

     

    이미 탈락한 줄 알고 내년을 기약하려던 시간초과생들이 화들짝 놀랐다.

     

    “헤르츠 응시생의 걱정을 덜어주자면, 완주한 인원은 모두 50점의 추가점수를 받았지만 시간초과생에게는 완주보상 50점이 지급되지 않는다.”

    “시험이 다 끝난 마당에 점수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이 점수는 조기통과와 직결된다. 입학시험에서 100점 이상을 모은 인원은 즉시입학이다.”

    “!!”

    “100점 이상을 모은 인원은 오크노디, 지젤, 손오천, 이사벨, 즈앙. 웨더. 이상의 6인은 2차 관문에서 요건을 충족, 즉시입학에 성공했음을 알린다.”

     

    기쁨의 포효를 내지르는 손오천.

    합격이라며 손을 잡고 마구 흔들며 좋아하는 이사벨.

    함께 합격해서 다행이라며 웃는 지젤.

    동료들은 눈에 띄게 기뻐했다.

    물론 면면들을 본 다른 응시생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불만이 많은가보군. 2차 관문의 모토를 모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너희들 중 누군가는 합격한 이들보다 힘이 세고,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전투력이 출중할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은 모두 본 시험관의 관심 밖이다.”

     

    미네르바의 기준은 확고했다.

     

    “강한 자보다 지혜로운 자가 앞서나가고, 지혜가 부족하다면 누구보다 뛰어난 전투력이 있어야 앞서나가는 법. 100점의 점수가 이를 증명하는 징표다.”

    “너무 실망하지는 마라. 남은 점수가 100점을 넘기는 즉시, 3차 관문에서도 합격할 테니까.”

     

    머리가 좋으면 몸이 덜 고생한다.

    몸이 정말 좋으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2차 관문의 모토!

     

    “시간초과생중에도 100점을 넘긴 응시생은 있겠지만 공평성을 위해 시간초과생들의 점수는 모두 백분의 일로 감소하여 측정한다.”

    “물론 술래잡기를 탈출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고, 탈출에 실패한 인원은 모두 일괄적으로 -50점을 지닌 채로 다음 관문에 도전한다.”

    “분하다면 뉘우쳐라. 50점이라는 최소통과조건에 안주했던 자신을. 모기약이나 생필품에 점수를 낭비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3차 시험을 치러야 할 이들에게는 중요한 안내사항이지만 이미 시험에 합격한 우리와는 관계없다.

     

    “그럼 마지막까지 버텼다가 기권한 사람들은요?”

    “창의력이 부족하다면 살아남을 실력이라도 갖추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도 있어야지. 스스로 포기한 사람은 누구도 구해줄 수 없다.”

     

    미네르바의 냉정한 지론은 기권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지 않았다.

     

    “합격자는 명호스님의 안내를 따라 휴게실로 이동하도록. 3차 관문 응시생은 본 교관을 따라 다음 시험장으로 이동한다.”

     

    멀리 3차 관문으로 가는 응시생들이 한 번씩 우리를 흘겨보았다.

    수석합격 때보다도 눈빛이 더 험악한 것이, 한 번의 패배는 우연이어도 두 번은 실력이라고 실감하고는 단단히 벼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왕 게임 캐릭터들과 같이 아카데미에서 지내게 된 처지에 좋은 교우관계를 탐내던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파지는 시선이었다.

     

    “허허. 역시 이렇게 되었군요. 오크노디양이라면 분명 2차 관문에서 조기입학에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명호스님은 허허 웃으며 그리 말을 건네고는 휴게실로 안내해주었다.

     

    “저기, 너도 암살자 맞지?”

     

    휴게실로 가는 길.

    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 아이는…….’

     

    2차 관문의 두 번째 보조과제.

    넝쿨 공속에 놓인 황금색 공을 뺏는 시합.

    그곳에서 마주쳤던 0.1%의 지뢰.

    속박의 암살자 <즈앙>이었다.

     

    “아닌데?”

    “거짓말. 내 기술을 알았으면서.”

    “그건…….”

     

    플레이어라서 그런 건데.

    즈앙의 기술에는 직접 당해서 탈락한 적도 있고.

     

    “거봐. 역시 알고 있잖아?”

    “아무튼 몰라!”

    “그래서 넌 어디서 배웠어?”

    “뭐를?”

    “뭐긴 뭐겠어. 기술이지.”

    “집사랑 메이드한테.”

    “헤에. 가정교육이구나. 좋겠다. 난 스승님한테 배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선뜻 말을 걸어오는 즈앙의 태도가 적응이 안되고 어색하기만 했다.

    원래라면 얼굴만 봐도 탈락시키고 싶다는 기색을 마구 뿜어대며 공격적인 반응을 보여야 했을 그녀가 살갑게 친한 척 말을 다 걸다니.

     

    이게 여자아이의 친화력인가?

     

    어쩌면 근육떡대남캐 대신 여자아이가 되어서 다행일지도 몰라.

    내심 그런 행복한 생각에 잠겨드는 내 머리를 오천아저씨의 커다란 손이 마구 헝클어뜨렸다.

     

    “쥐방울 녀석, 어디서 지랑 쏙 닮은 친구를 벌써 사귀고 있냐?”

    “아, 하지 마요!”

     

    가볍게 툴툴거리고 있자니 즈앙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내가 대신 혼내줄까?”

     

    새카만 눈동자가 손오천을 똑바로 응시한다.

    덩치 큰 원숭이수인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몸 안에 꾹꾹 눌러 담은 살기가 눈동자를 통해 엿보이는 위험한 모습이었다.

    나름 1.5티어 암살자 조연캐릭인데.

    좋은 말만 하면서 호감도작을 해야 할 캐릭터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것이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그러지마.”

     

    행동은 험악하고 가끔 짜증나는 때도 있다.

    가끔은 내가 공격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오천 아저씨는 내 동료야.”

     

    원작게임에 등장하는 번듯한 주조연 네임드NPC는 한 명도 없는 파티가 됐지만, 손오천도 이제는 나와 함께 할 정든 동료들 중 한 명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5티어 레귤러 조연캐릭보다 소중한 신캐들!

    사실 신캐가 강한 건 자본주의적으로 검증된 상식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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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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