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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진짜! 스승님! 제가 뭐라고 했죠?!”

        “저 데우스라는 녀석의 칭찬을 아주 많이 했지! 그것도 자그마치 두 시간이나!”

        “그, 그게 아니라욧!! 다른 거요, 다른 거!!”

       “다른 거? 아아. 여더러 요람에 오지 말라고 했던 거 말이냐?”

       

         

       네! 맞아요! 바로 그거! 그거!! 제가 몇 번을 강조했는데!

       속이 터진다는 듯 루시엘이 제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한탄을 한다.

         

       어지간한 이들이라면 그 모습에 미안해서 낑낑거릴 것이다.

       허나 문제는. 그녀 앞의 검사는 어지간한 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참니. 궁금한 건 무조건 직접 가서 봐야 여의 직성이 풀린단 말이다.”

        “아니!”

        “그리고 실제로 직접 오기를 정말 잘했어. 보았느냐? 여가 시작부터 검을 두 자루 쥐었는데도 팽팽했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느냐! 아하하하하!”

        “지금 웃을 때가 아니라고요!”

         

       

       음. 루시엘 선배가 저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건 처음 보네.

       멀찍이 서서 둘의 대화를 감상하다, 멀리서 느껴지는 소란에 고개를 돌린다.

       

         

       “저기, 저기 있다!”

         

       

       선두에 선 건 교사들. 그리고 그 뒤로는 요람의 관리원들.

       성별, 나이, 신분, 그리고 요람에서의 위치까지. 전부 다 제각각.

       그러나 그들 모두가 바로 지금 이 순간 똑같은 게 있다면.

       

         

       “샤벨 선배님! 아아악! 진짜! 또 한 건 했네?!”

       “진짜 왜 이러시는 건데요! 미쳐버리겠네, 정말!!”

       “이번에는 또 어디를 때려 부수려고 온 겁니까!”

       

         

       …제국 최강의 이능력자 아니었어? 그런데 대우가 왜 저러지?

       상상하던 그림은 ‘샤벨 님 오셨습니까.’ 하고 모두 고개를 숙이는 거였는데?

         

       그런 데우스의 의문은, 오래 지나지 않아 해소되었다.

       

         

       “하하하! 그래. 이렇게 여를 반겨주니 참으로 기쁘구나.”

        “이게 반기는 것처럼 보이세요?!”

        “그러엄! 아주 격렬히 반기고 있구나! 아하하하!”

       “선배님 때문에 제가 제 명에 못 살고 죽을 겁니다.”

       “여는 후배님들을 벤 적이 없다만? 억울하구나! 아하하하!”

       

         

       뭐지. 컨셉인가. 아니면 저거 진심으로 저러는 건가?

       남들은 제발 좀 이러지 말라며 거의 사정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호탕하게 웃어버리면 비웃음밖에 더 되냐고.

       

         

       “그리고 요람에 들어오면서 이건 대체 뭐랍니까! 당장 벗으세요!”

        “응? 이거 말이냐. 허어. 이런 우매한. 모름지기 잠입을 할 때는 이런 시커먼 후드를 필수적으로 입고 가는 것이―”

        “그건 밤에나 그렇고요. 벌건 대낮에 시커먼 후드? 아주 그냥 ‘나 수상한 놈이니 공격 좀 해라.’ 라고 빌지 그러십니까? 그리고 대체 왜 요람에 ‘잠입’을 하시는 겁니까!”

        “어, 음… 듣고 보니 그렇구나. 하하하! 이거 여가 실수했어!”

       

         

       잠깐만.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많이 익숙한 향기가 나는데.

       무력은 최강. 그런데 나머지는 뭔가, 뭔가. 이것은… 그래. 허당 캐릭터다!

       

         

       “얼른 가시죠. 교장 선생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에잉. 가봤자 또 잔소리만 늘어놓을 게 뻔하지 않니.”

        “그걸 아시면서 몰래 들어와선 또 사고를 치십니까?!”

        “사고라니! 또라니! 여는 억울하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억울하면 안 된다고요. 스승님.

       루시엘이 이마를 짚고 그건 교사들이나 관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아직 여의 볼일은 끝나지 않았다. 더 남았느리라!”

       “고집 부리지 마시고 제발 좀 가세요. 스승님. 이제는 제가 다 부끄러워요.”

        “어허! 제자가 어떻게 스승을 부끄러워한단 말이냐!”

       “이래서 부끄럽다는 거랍니다….”

         

       

       역시. 쌍검을 쓰려면 저 정도 광증은 있어야 하는 건가.

       불광불급. 미치지 않고선 미칠 수 없다. 그 말이 문득 떠오른다.

       

         

       “거참. 알겠다! 알았다! 거기, 젊은 청년!”

       “데우스입니다.”

       “그래! 데우스! 잠시 다녀올 테니 기다리거라! 여가 곧 돌아오마!”

        “…여기서 말입니까?”

       

         

       응, 그래. 여기서. 아. 혹시 안 되는 거니?

         

       샤벨의 말에 이제는 데우스도 실소를 터트리고 만다.

       저게 진짜 컨셉이 아니라면 상당히 피곤한데.

         

       

       “후배님. 휴게실에 가서 기다려요. 스승님을 그리로 보낼 테니까.”

        “제자야. 여는 물건이 아니란다. 보내는 게 무엇이냐.”

       “스승님은 제발 조용히 좀 계세요.”

         

       

       후배님. 휴게실로 가있어요. 부탁할게요. 안 그러면 스승님 데리고 못 가요.

       루시엘의 간곡한 부탁에 데우스도 결국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뭔가 폭풍은 폭풍인데 굉장히 이상한 폭풍을 맞이한 느낌이다.

       문득 친구 놈에게 속아 보았던 말도 안 되는 영화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영화 이름도 폭풍이긴 했다. 정확히는 상어 폭풍이었던가.

         

       부탁 받은 대로 휴게실로 향하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우으응….”

       “…?”

       

         

       아니. 쟤는 왜 또 여기서 졸고 있는 거지.

       눈에 확 들어오는 분홍머리. 유리시아다.

       

         

       “유리시아.”

       “으으응….”

        “유리시아?”

       

         

       소파를 슬며시 (어디까지나 데우스 기준으로) 두드려본다.

       그러자 감겨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가는 듯싶더니.

         

       

       “…흐겍?!”

         

       

       화들짝 놀란 유리시아가 자리에서 튕겨지듯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러더니 다급히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귀 쪽을 가린다.

       

         

       “데, 데우스?!”

        “미안. 깨우고 싶진 않았는데, 잠시 후에 손님이 올 수….”

       “봐, 봤어?! 혹시 본 거야?!”

       “…?”

       

         

       보긴 뭘 봐. 아, 혹시 졸고 있던 모습을 말하는 건가?

         

       

       “그냥 졸고 있는 것만 봤어. 걱정하지 마. 이상한 거 없었고 이상한 짓도 안 했어.”

       “아니. 내 말은… 그… 아, 아니야. 못 봤으면 다행이고….”

       

         

       이상한 소리를 하던 유리시아가 애써 하품을 참으며 고쳐 앉는다.

         

       

       “이, 이 시간에 운동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원래는 그런데. 교장 선생님이 불러서 교장실에 갔었지.”

        “교장실에? 왜, 왜?”

       

         

       혹시 뭐 크게 잘못한 거라도 있어?! 왜 교장실에 불려간 거야?!

       두 눈 가득 걱정하는 기색이다. 그에 데우스는 두 손을 내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 나더러 파견대에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고.”

        “파견대? 지, 진짜? 말도 안 돼…!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인데?!”

       “나도 좀 놀랐지. 요람 역사상 이렇게 일찍 파견대 권유가 들어간 건 처음이라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여, 역시 들어가는 거지? 그렇지?”

       

         

       왜 네가 흥분을 하고 있어. 당사자인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니. 안 들어간다고 했어.”

        “아아앗?! 왜, 왜? 왜 안 들어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렇지만.

       데우스의 속내를 알 리가 없는 유리시아는 계속 이유를 물었다.

       

         

       “파견대가 얼마나 대단한 건데! 다, 다시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미 결심한 거야. 교장 선생님도 알겠다고 하셨고.”

       “왜, 왜…? 선배들은 다들 엄청 원하던 거 같던데.”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적당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맹약에 대한 설명은 당연히 못하고. 무언가 다른 이유가 필요한데.

       

         

       “그건 내가 원하던, 나의 길이 아니거든.”

        “너의, 길…?”

        “실은 말이야. 유리시아.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는. 지금 네게만 해주는 말인데.”

       

         

       에라, 모르겠다. 대충 지르고 보자. 따지고 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잖아.

       나름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데우스가 말을 잇는다.

       

         

       “나는 오직 나만의 힘으로, 이 긴 어둠을 끝내고 싶어.”

       “어, 어어…?”

        “주변의 어느 누구도,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하지 않도록 할 거야.”

       

         

       자신이 읽던 소설, < 용병단 첫날 게이트가 열림 > 은 그 분위기가 극도로 우울했다.

         

       그것은 주인공을 제외한 모두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기인한다.

       아무리 잘 풀어낸 캐릭터도 어느 순간 비극적인 끝을 맞이하곤 했다.

         

       아직도 데우스는 가장 애정을 가지던 캐릭터가 죽던 순간을 기억한다.

       좀 웃긴 말이지만, 그게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었을 정도라고 할까.

         

       

       오죽하면 그것 때문에 두 번째 맹약을 그리 정하고 말았다.

       

       도움을 받다가 또 누가 죽을까. 차라리 혼자서 헤쳐 나가겠다고.

       어느 누구도 슬피 울거나 후회하는 모습이 없도록 하겠다고.

       

         

       ‘정작 엉뚱한 소설에 빙의해서 영 애매한 게 되었지만.’

         

       

       뭐. 아주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니 되었다고 해두겠다.

         

       아무튼.

       

         

       “나만의 힘이니, 길이라니. 조금 오글거리지? 이게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전혀! 전혀 아니야! 오히려 대단해! 아주,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해!”

        “어, 어?”

       “혼자서. 혼자서 다 헤치고 나가는 거. 나는, 나는 멋지다고 봐, 데우스!”

       

       

       뭐야. 혹시 유리시아 너도 그런 쪽으로 낭만이 있던 거니.

       걱정하던 반응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오히려 저러니 묘하게 기분도 좋다.

         

       

       ‘역시. 역시…! 나는,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 혼자서 다 해낼 수 있는, 그런!’

       

         

       본인을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데우스를 바라본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남몰래 피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자기자신.

       언젠가는 네 뒤를 따라 걷고 있다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유리시아는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의지를 담아, 두 손을 꽈악 쥐었다.

         

       

       *

         

       

       그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후.

       

         

       “자. 이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꾸나.”

         

       

       본인이 말한 대로 정확히 한 시간 만에 휴게실로 등장한 샤벨이었다.

         

       어떻게 이리 칼같이 시간을 지킬 수 있었을까.

       그 의문에 여전히 후드를 뒤집어쓴 샤벨은 당연한 거 아니냐며 답했다.

       

         

       “교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머지는 나중에, 라고 하고 뛰쳐나왔다.”

       “….”

        “애당초 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잔소리를 듣기 위함이 아니다!”

       

         

       문득 아까 전 루시엘이 그녀의 스승을 향해 하던 말이 떠오른다.

       잔소리를 듣기 싫으면 잔소리 들을 짓을 하지 말라고 했던가.

       

         

       “여가 참으로 불쌍하지 않느냐? 스승이 되어서 제자에게 잔소리를 듣고. 그도 모자라서 후배들과 여의 담당 교사였던. 아니, 이제는 교장 선생님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분에게도 잔소리를 듣고 있단 말이다!”

       “네네. 그거 참으로 안 불쌍하군요.”

       “응?”

       “불쌍하군요.”

       

         

       실례. 그만 본심이 나와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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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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