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

       마탑주 유나는 살면서 이렇게 놀라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완성된 파이어볼이 갑자기 ‘안녕하세요 창조주님, 저는 곧 폭발하겠군요. 짧은 생이지만 즐거웠습니다.’라고 말하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겠는가.

       

       대마법사의 관록으로 보아, 스스로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가상 지능과, 피시전자의 믿음으로 동력원을 얻는 부분이 의도치 않은 시너지를 내버린 것 같았다.

       

       그가 의도한 건 아닐 것이다. 의도했다면 유나에게 사전에 말해 줬을 테니까.

       

       “대체 뭘 만든 거야, 너는⋯⋯!”

       

       유나는 새된 소리를 내면서 모닥불 쪽을 바라보았다. 거리가 꽤 멀어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작은 진동으로 들려올 따름이었지만,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지는 유나도, 페로도 잘 알고 있었다.

       

       우선은 소통이 필요했다. 유나가 느끼기에, 페로와 유나의 목적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해피엔딩이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년의 마음을 들어봐야 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장식하고 싶은가를.

       

       ===============================================================

       

       모닥불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페로가 저어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간 이후, 레아로는 표정에서 웃음기를 지웠습니다. 그의 눈동자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은 분노의 잔재였습니다. 

       

       마음 위에 세워진 모든 것들을 불태우고 난 뒤, 고작 불씨만이 남아버린 잿더미.

       

       레아로는 솔직하게 토로했습니다.

       

       “이건 사소한 복수입니다.”

       

       “⋯⋯누구에 대한?”

       

       “에스페로에 대한. 결국은⋯⋯ 이 모든 이야기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소리 높여 비난한다고 해서, 무너진 고향이 돌아오는 일은 없고. 그게 정말 에스페로의 짓이었느냐고 하면, 아마 아닐 겁니다.”

       

       레아로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습니다. 머리카락이 기울어, 눈가에 잿빛 커튼을 쳤습니다. 쾌활하던 목소리는 이내 완전히 잠겼습니다.

       

       “더해서⋯⋯ 당신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는 이야기일 거라는 것도, 압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비극일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어째서 제게 이야기하려는 건가요? 레아로.”

       

       “썩 행복해 보이더군요, 에스페로는. 제게는⋯⋯ 에스페로를 찔러 죽일 만큼의 증오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인생을 웃고 즐기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정도의 호인은 아닙니다.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습니다.”

       

       일레인은 느껴지는 묘한 거부감에 눈썹을 찌푸렸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걸 물어보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에스페로를 일행으로 삼기 위험한 이유’로 귀결됩니다. 소년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싶으시겠죠⋯⋯ 레이디.”

       

       “⋯⋯⋯⋯.”

       

       일레인 자신이 생존이라는 가치에 묶여있는 한, 레아로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뇌리에서 느껴지는 작은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입니다.

       

       일레인은 불가피한 신체접촉을 양해해 줄 정도로는 소년을 예뻐하면서도, 지금까지 마음에 거리를 두고 의심해 왔습니다. 이 세상에 순진무구함이란 아주 드무니까요. 멸망이 코 앞까지 다가온 세상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순수한 눈으로 시선을 마주해오던 소년이, 사실은 사악한 의도를 품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같이 행복하게 웃음 짓던 짧은 시간이, 결국은 잘라내어야 하는 짐덩이일지도 모릅니다.

       

       “에스페로에게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그는 마을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덕분에 치유의 힘을 지닌 소년에 대한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위험한 이들의 귀에도 그 정보가 들어갔죠.”

       

       “⋯⋯⋯⋯.”

       

       페로와 레아로의 고향이 무너졌던 것은, 소년의 힘을 노린 약탈자들에 의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페로가 언급한 ‘만남의 평야’에서 죽었다는 이들은, 그들의 고향을 가리키던 말이었나 봅니다.

       

       의문 하나가 해소되었습니다. 작은 소년이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그에게는 누구나 탐내는 치유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입니다. 에스페로가 광야 너머로 도망친 이후로도, 여전히 그를 찾는 이들은 많았습니다. 어째서 에스페로가, 이제 와서 돌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여행을 계속한다면⋯⋯ 반드시 그들의 눈에 띌 겁니다.”

       

       소년을 잘라내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늘었습니다.

       

       저울이 기울었습니다.

       

       보석이란, 지킬 힘이 없는 자에게 있어서 커다란 곤란을 초래합니다. 변이체로부터 살아남은 집단이라면 전투력이 상당할 터. 어중간한 이들이라면 일레인이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언제나 만약을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강적이라면⋯⋯.

       

       아니. 아니야.

       

       일레인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소년이 자신을 위해서 치유의 힘을 써 준다면, 소년을 쫒는 집단은 생각보다 큰 위협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또, 이런저런 위험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녀는 저울의 반대편에, 페로를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를, 소년의 효용성을 주워 올렸습니다.

       

       레아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입을 열었습니다.

       

       ===============================================================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능. 그렇다면 마법으로 해결한다.

       

       소년의 몸에 깃든 대마법사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현대 세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페로의 능력만을 쓸 수 있도록 환상마법이 속박을 가하고 있었지만, 중요치 않았다.

       

       그려내는 마법의 포맷은 텔레파시였다. 페로와 자신의 의식을 연결해, 시간 소모 없이 대화를 나눌 계획이었다.

       

       변하는 것은 없다. 굳게 믿는다면 해낼 수 있다. 유나는 환상 마법의 대가이자 자색 마탑주였고, 이건 그저 환상 마법일 뿐인──

       

       ⋯⋯생각도 하고 말도 할 줄 알면, 환상 마법 아닌 거 아니야?

       

       퍼엉.

       

       “꺅!”

       

       갑자기 찾아온 심마에 마법이 실패했다. 보라색 빛무리가 잠깐 터져 나왔다가 사라졌다. 유나는 속으로 제자에 대한 욕을 잠깐 한 뒤에, 이번에는 제대로 마법을 시전해 냈다. 소년과 대마법사의 정신이 이어졌다.

       

       ⋯⋯⋯⋯.

       

       “어, 아, 안녕? 반가워. 나는 유나라고 하는데⋯⋯ 응? 우리가 누구냐고? 어, 그게, 지금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안 좋은 것 같아⋯⋯.”

       

       ⋯⋯⋯⋯⋯⋯!

       

       “응? 아, 어⋯⋯, 응! 맞아, 나, 나는 네가 물을 마셨을 때, 들어온 변이체야⋯⋯. 어, 아냐, 아냐! 울지 마, 안 울어도 돼⋯⋯ 나는 착한 변이체야! 응⋯⋯ 조금 있다가 내 발로 나갈 테니까. 아니, 두개골을 쪼개면서 나가겠다는 게 아니고⋯⋯!”

       

       ===============================================================

       

       “이 널따란 ‘만남의 평야’에서, 제가 어떻게 당신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연?”

       

       “⋯⋯⋯⋯.”

       

       “저는 거대 변이체의 흔적을 쫒아왔습니다. 본래라면 ‘만남의 평야’에 발을 들여놓는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원인을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생태가 바뀐 거라면, 앞으로는 주의하면서 다녀야 했으니.”

       

       레아로는 가방에서 박살 난 구체를 꺼내 들었습니다. 페로가 가방 안에서 꺼냈고, 일리엔이 발로 차서 거대 변이체를 따돌렸던 미끼였습니다.

       

       “거기서⋯⋯ 이 미끼를 발견했습니다. 고향에서 쓰이던 겁니다. 이 껍데기를 보고, 에스페로 그 녀석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죠. 고향이 무너지던 날, 저와 에스페로가 하나씩 챙기고 도망쳤으니까.”

       

       “우리는,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걸로 아는데요.”

       

       “관계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레아로는 발로 구체를 밟고, 나이프를 꺼내 들어 반으로 갈랐습니다. 그 안에는, 흰색의 어떤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목격한 그 어떤 동물과도 다른 생김새의 무언가.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것을 찾는다면, 벌레였습니다.

       

       “변이체의 새끼입니다. 이것이⋯⋯ 동물의 몸 안에 들어가면, 뇌를 잠식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변이하게 됩니다. 이게 그들의 번식 방법이고⋯⋯ 침식 초기에는, 환청, 환상을. 말기에는,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

       

       “변이체에게는 또 하나의 습성이 있습니다. 아직 성장이 덜 끝난 새끼를 보호하려는 습성 말입니다. 꼴에 모정이라도 있는 건지⋯⋯. 이 미끼는 변이체의 그런 성질을 이용하는 겁니다.”

       

       일레인은 흠칫, 하고 몸을 떨었습니다.

       

       거대 변이체는 시야가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 나타나, 집요하게 일행을 추적했습니다. 레아로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것은 높은 확률로 변이체 유충을 쫒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페로의 미끼 때문에 추격당했는가.

       

       그건 아닐 겁니다. 페로는 유약할지언정 멍청하지 않았습니다. 잠깐 목격했을 뿐이지만, 미끼가 꼼꼼하게 천으로 밀봉되어 있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일레인이 발로 차 날리는 과정에서, 천은 찢겼습니다.

       

       미끼를 둘러싼 천이 차단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합리적인 추론이었습니다.

       

       “⋯⋯어째서 쫒겼다고 생각하십니까?”

       

       

       레아로가 물었습니다. 질문이 아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언동이었습니다. 일레인은 답을 내놓았습니다. 누군가가, 변이체 유충에게 감염당해서.

       

       일레인은 아닐 것입니다. 그녀는 이 낯선 세계에 떨어진 지 고작 5일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또한, 이상징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답은 하나, 페로가 감염당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고향이 습격당해 저 멀리 도망쳤다가, 나침반에 의해 다시 돌아오는 먼 여정을 거친 페로입니다. 그러니, 어느 순간에 감염당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일레인의 머릿속으로, 페로에게 오염된 물웅덩이를 마시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만약에, 그 웅덩이에 변이체의 유충이 숨어있었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자신이 페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일레인은 떨려오는 손을 덮어 숨겼습니다.

       

       “두 번째 이유입니다. 에스페로는 감염당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함께 여행한다면, 주변의 변이체란 변이체들은 모조리 몰려올 겁니다. 치유 능력을 위해서 감수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은 리스크죠⋯⋯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죽을 겁니다.”

        

       소년을 잘라내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저울이 기울었습니다.

       

       거대 변이체의 습격으로 예상하건대, 레아로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근방의 모든 변이체가 일레인을 쫒는다면, 언젠가는 지치게 될 겁니다. 그 뒤는, 죽음이었습니다.

       

       소년의 불우한 처지는 안타까웠지만, 일레인은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노인 황제의, 부디 살아남으라는 기대. 제국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책무. 그것을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난관을 부수고, 정적을 제거하며, 바라지도 않는 황제 자리를 위해 주먹을 휘둘러 온 것은. 

       

       처음에는 책임감이었고, 공포였으며, 지금은 관성이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소년의 비극이 그녀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더라도, 흔들려서는 안 되었던 겁니다. 

       

       아니, 하지만.

       

       일레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틀어쥐었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었습니다. 정황 증거만이 있을 뿐으로, 거대 변이체는 그저 우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레아로가 복수를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저울의 반대편에, 눌어붙은 죄책감과, 엉성한 자기기만을 주워 올렸습니다.

       

       레아로는 속삭였습니다.

       

       “그저 잠깐의 인연일 뿐 아닙니까, 일레인.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착각일 겁니다. 느꼈더라도, 생존의 앞에서는 의미를 잃습니다. 애초에 그 자그마한 호감도⋯⋯ 에스페로가 당신의 무력을 빌리기 위해, 꼬리라도 흔든 것일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고민하시겠다면.”

       

       그는 앙상한 손가락을 들어, 모닥불 저 너머를 가리켰습니다.

       

       “에스페로를 보세요.”

       

       ===============================================================

       

       소년은, 일레인이 좋다고 했다.

       

       대마법사가 이유를 물으니, 소년은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것을 보았다고 했다. 도망자의 눈빛. 갈피를 못 잡고, 방향을 잃고 달려갈 뿐인.

       

       소년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고향 땅을 잃고 도망쳐, 낯선 곳을 헤매며 그저 살아가기만 했다고. 노파로부터 나침반을 받아, ‘낙원’을 향해 나아가던 여정 역시도 헤메임의 일부일 뿐이었다면서.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도, 가슴 뛰도록 진심으로 바라는 꿈도 없었다고 한다.

       

       일레인도 마찬가지로 보였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있어서 ‘낙원’이, 일레인에게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맹목적으로 쫒고 있는 게 있을 것이라며. 동질감이, 드넓은 광야에서 닮은 사람을 만났다는 감각이 기뻤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제야⋯⋯ 소원이 생겼다고 말했다.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소년은 부끄러워하면서 진심을 늘어놓았다.

       

       자신의 치유능력을 알게 된 일레인이, 고향을 습격한 약탈자들처럼 탐욕스러운 눈길을 보낼까 두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숨겼다.

       

       여행 도중에 마음을 전했다가는, 일레인이 혹시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싶어서, 거절당하면 어쩌나 해서, 두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숨겼다.

       

       언제까지고 미뤄 두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낙원’을 발견해서, 생존을 보장받고,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어진 그때라면⋯⋯ 마음을 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늦어!”

       

       소년은 대마법사의 핀잔을 듣고, 멋쩍게 웃었다.

       

       “저도, 이렇게 시한부가 될 줄은 몰랐어요. 변이체 유충이 점액에도 숨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하나 배웠네요⋯⋯.”

       

       “두, 두개골 안 쪼갠다니까!”

       

       “그, 그래도 음⋯⋯ 변이체 애벌레⋯⋯ 님? 이,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나, 나는 천재 애벌레라서 가능해! 그냥, 길가 물웅덩이에 적당히 풀어주면 되니까, 걱정 말고, 마음을 전할 생각만!”

       

       “⋯⋯뭔가, 기쁘네요. 역시 변이체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거예요. 인간은.”

       

       변이체 유충으로 오해받은 대마법사는, 소년의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뜨렸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도 어떻게든 풀어 두면 참 좋았겠지만. 시간이 없었다.

       

       사악한 마법사가 황녀님에게 온갖 음해를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대마법사와 소년은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오른팔과 오른발이 동시에 나가거나, 왼발과 오른발을 동시에 움직이려다 점프를 하게 되는 등의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페로(유나)는 모닥불을 향해 걸어갔다.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

       

       레아로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누가 보더라도, 불안정하게 비틀거리는,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페로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페로는 어색하게 웃으며, 일레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일레인!”

       

       “페로⋯⋯.”

       

       부정할 수 없는 침식의 징후였습니다.

       

       일레인의 눈동자가 떨렸습니다. 죄악감이 턱 끝까지 차올라, 호흡을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귓가에는, 노인 황제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선명한 단 하나의 사실이 뇌리를 뒤흔들었습니다.

       

       페로는 침식당했고, 이내 변이체가 될 것이며, 주변의 변이체를 끌어모으는 재난이 될 것입니다.

       

       그가 변이하지 않더라도, 치유 능력을 갖춘 이상, 약탈자들의 표적이 될 것입니다.

       

       그는 소년의 모습을 한 위험이었습니다. 

       ⋯⋯과거의 ‘그’가 그랬던 것처럼.

       

       ===============================================================

       

       트라우마를 트리거 삼아 몰입했다. 나레이션이 파고들었다.

       

       ===============================================================

       

       일레인── 당신은, 회화궁(槐花宮)에서의 나날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생존에 집착하기 시작한 시발점에 대해서.

       

       그곳에는 네 명의 황손이 살고 있었습니다.

       

       1황녀 일레인.

       2황자 이리드.

       3황자 스레도.

       

       그리고, 1황자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쪼끔 더 담아봤는데⋯⋯ 어떠실까요.
    하루 쉬어간 만큼, 더 힘 내서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마이 프렌즈!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