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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찍찍이 친구들, 돌아가도 좋아!”

         

       파스텔은 검 손잡이 위에서 외쳤다.

         

       “너희 도움 덕분에 내가 이길 수 있었어!”

         

       야호.

         

       만세만세.

         

       “그러니 너희는 이만 돌아가도 좋아!”

         

       희망을 담아 열심히 외쳤다.

         

       지상의 찍찍이 친구들이 올려봤다. 그리고 떠나지 않은 채 검 손잡이 아래에서 멀뚱히 쳐다봤다.

         

       백사를 갉아 먹은 앞니가 무섭게 느껴졌다.

         

       치, 친구들……?

         

       파스텔은 오들오들 떨었다.

         

       “도, 돌아가도 되는데에.”

         

       지상에 거대쥐가 가득했다.

         

       바글바글.

         

       백사를 다 갉아 먹은 뒤 많은 쥐 떼는 돌아갔다. 하지만 수십 마리 정도가 남아 검 손잡이 아래에 모여들더니 올려봤다. 언제 내려오나 보겠다는 듯이 말이다.

         

       으에에.

         

       인기가 너무 좋았나 봐!

         

       타고난 인기엔 이런 부작용이?!

         

       으아아.

         

       파스텔은 양팔을 파닥였다.

         

       파닥파닥.

         

       “친구들! 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모두 돌아가도 좋아!”

         

       진짜진짜야.

         

       찍찍이 친구들이 찍찍거렸다. 피 묻은 앞니가 들썩였다.

         

       들썩들썩.

         

       파스텔은 식은땀을 흘리며 혼자 빵 터졌다.

         

       아하하.

         

       우리 친구들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파스텔은 완전 안전한데 말이야~.

         

       힐끔 쥐 떼를 내려봤다. 먹잇감을 보는 시선이 돌아왔다.

         

       으아아.

         

       “악마님! 악마님! 친구들의 집착이 너무 심해요!”

         

       이것이 인기인의 숙명?!

         

       매우매우 곤란해!

         

       “어쩌죠? 우리 친구들과 한판 뜰까요?!”

         

       빠샤빠샤?

         

       거대쥐 떼를 내려봤다. 무릎 높이의 거대쥐가 하수도 지면을 빈틈없이 채웠다.

         

       우아, 완전 많아.

         

       파스텔의 백만 배는 될 듯.

         

       『전투는 좋은 선택 같지 않군. 몸집이 작은 개체를 잡는 건 까다로운 일이다.』

         

       악마님도 인정한 위기 상황?

         

       『사람에게 포위당하면 수평베기로 단번에 여럿을 쓰러트릴 수 있어. 하지만 몸집이 지면에 가까운 개체는 여러 개체를 동시에 베기 까다롭다. 바닥에 대고 수평베기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허억.

         

       『몸집이 작은데 포식성을 갖춘 개체가 몰려다닌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 싸우고 싶다면 기사급은 돼야 생존이 보장된다.』

         

       우아우아.

         

       파스텔은 오들오들 떨었다.

         

       “치, 친구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사과할게! 우리 화해하자!”

         

       당연하게도 화해는 불가능했다.

         

       집착이 너무 심해!

         

       포기한 파스텔은 도약 거리를 가늠했다. 지면을 채운 쥐 떼를 뛰어넘고 도망칠 수 있나 살피다가 고개를 저었다. 많이 무리인 듯.

         

       으아아.

         

       오들오들.

         

       “살려주세요, 악마님!”

         

       파스텔은 아기새처럼 짹짹거렸다.

         

       악마님~.

         

       악마니임~.

         

       악마가 답했다.

         

       『마왕의 유산을 이용하면 될 거다. 보물 상자를 봐라.』

       “유산이요?”

         

       뼈만 덩그러니 남게 된 뱀 사체를 돌아봤다. 뼈 사체 속엔 소화 안 된 보물 상자가 엎어진 채였다. 내용물이었을 보석과 나이프가 하나씩 나뒹굴었다.

         

       “저거 뭐예요?”

       『마석 조종의 권능과 마석 나이프다.』

         

       잉.

         

       『보석이 손에 잡히길 바라며 손을 움직여 봐라.』

         

       손을 뻗자 보석이 날아와 잡혔다.

         

       “우왕!”

         

       품에서 주섬주섬 운명 나침반을 꺼냈다. 나침반이자 뚜껑을 열자 내부의 보석함이 드러났다.

         

       현재 있는 건 마석 섭취의 권능.

         

       마석을 먹을수록 신체가 강화돼요.

         

       우왕.

         

       빈 곳에 새 보석을 착 끼웠다.

         

       마석 조종의 권능을 추가.

         

       뭔진 모르겠지만 우왕우왕.

         

       보석함을 들어 올렸다.

         

       “보석이 두 개!”

         

       반짝반짝.

         

       『그래, 권능이 두 개군. 이번엔 나이프를 향해 손을 움직여 봐라. 들어 올린다는 의지를 담아서. 권능에 맞춰서 만들어진 마석 무기일 테니 어렵지 않을 거다.』

       “엇, 설마 염동력인가요?”

         

       허억.

         

       슈퍼 울트라 초능력?

         

       드디어 파스텔에게 찾아온 인생 치트?

         

       자동소총 마법사가 부럽지 않다!

         

       손을 뻗었다. 지면에 놓인 나이프가 달그락거렸다. 정신을 집중하자 나이프가 서서히 떠올랐다.

         

       “우와앙!”

         

       초능력 파스텔……!

         

       『매우 잘하는군. 이제 그걸로 이 상황을-』

       “미안 찍찍이 친구들!”

         

       파스텔은 초능력자처럼 손을 휘저었다. 공중에서 나이프가 질주했다. 날카로운 은색 날이 번뜩였다.

         

       나이프가 순식간에 거대쥐를 관통하고 궤적을 그렸다. 은색 궤적이 지면에 무수한 곡선을 만들었다. 은빛이 쥐 떼를 휩쓸었다. 피보라가 일었다. 거대쥐들이 쓰러졌다. 핏물이 지면을 적셨다.

         

       소녀가 손을 뻗었다. 피 묻은 나이프가 날아와 잡혔다. 몇 차례 허공을 베 피를 털어냈다.

         

       마석 나이프를 번쩍 들어 올렸다.

         

       “원격 조종 나이프!”

         

       대량학살 특화!

         

       강약약강의 표본이라 할 수 있어!

         

       완전 파스텔 그 자체네……!

         

       오예.

         

       득템 기분을 즐기다 나이프를 내렸다.

         

       “유산도 챙겼으니 돌아가죠!”

         

       파스텔은 검 손잡이에서 뛰어내렸다. 핏물이 찰박 밟혔다. 거대쥐 사체가 시야를 채웠다.

         

       오, 오우.

         

       “미안 찍찍이 친구들…….”

         

       근데 솔직히 집착이 심하긴 했어.

         

       원래 인기인은 집착이 심한 친구에겐 냉정해지는 법이라구.

         

       안 그러면 다른 친구에게 상처를 주게 된단 말이야.

         

       마검과 기름 랜턴을 챙겨 걸음을 옮겼다. 또 다른 쥐 떼를 만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하수도를 빠져나왔다.

         

       입구에 당도하자 눈부신 햇살이 맞이해 줬다.

         

       “안녕, 햇님!”

         

       혼탁한 하수도의 공기 대신 맑은 공기를 원 없이 들이마셨다.

         

       후아후아.

         

       기지개를 쭉 켰다.

         

       “모험 끝~!”

         

       힘들었다아.

         

         

         

       #

         

         

         

       기숙사 신축 공사를 재개시키고 쿨쿨 잠도 잔 파스텔은 멀쩡한 상태로 소파를 뒹굴었다.

         

       마석 나이프를 손가락 사이로 움직이며 회전시켰다.

         

       “엄밀히 말해선 마석 조종이라는 거죠?”

       『그래.』

         

       악마가 말린 흰 니삭스를 돌돌 말아 정리했다.

         

       『나이프가 아니라 내부에 가공된 마석을 조종하는 거다. 그 나이프는 권능에 맞게 제작한 무기지. 간단해 보이겠지만 내구성과 활용성까지 고려해 설계한 정밀 가공품이다.』

       “헤에.”

         

       파스텔은 손을 펼쳤다. 나이프가 붕 떠올라 손바닥 위에서 회전했다. 날카로운 날이 이리저리 허공을 벴다.

         

       『너무 가지고 놀진 말고. 그러다 다친다.』

       “전 천재라 괜찮아요!”

         

       천장을 향해 손가락을 휘저었다. 손가락 방향을 따라 나이프가 활공했다.

         

       우왕.

         

       『다인전엔 쏠쏠할 거다. 다만 강적을 상대론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아. 한 손으로 조종하는 거라 양손검에 집중하는 게 낫다.』

       “괜찮아요! 강약약강 파스텔은 강자랑 안 싸우거든요! 도망칠 뿐!”

         

       나, 강약약강.

         

       완전 현실적.

         

       괜히 뿌듯!

         

       『뱀에게 덤벼놓고 말은 잘하는군.』

         

       앗.

         

       헤헤.

         

       그건 가주로서의 복수 여정이니 쪼끔 다르다고 할까아.

         

       책임을 다했을 뿐~.

         

       흥얼거리며 손가락을 휘저었다. 나이프가 천장에서 춤을 췄다.

         

       “근데 이거 무슨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예요? 혹시 정신 에너지?! 파스텔은 사실 초능력자?!”

         

       슈퍼 울트라 초능력!

         

       판타스틱하고 그레이트한 초능력!

         

       『마석 에너지다. 나이프에 마석을 대면 에너지를 흡수할 거다.』

         

       잉.

         

       마석 에너지?

         

       파스텔은 단어를 되짚었다.

         

       마석 에너지.

         

       마석?

         

       같은 크기의 금괴와 가격이 동등한 그 마석?

         

       허억.

         

       손가락이 멈췄다. 나이프가 움직임을 멈추고 추락했다. 날카로운 나이프가 파스텔의 얼굴 옆에 푹 꽂혔다.

         

       악마가 흠칫 놀랐다.

         

       『괜찮-』

       “으아아!”

         

       파스텔은 벌떡 일어났다. 소파에 박힌 나이프를 뽑아 들고 손을 덜덜 떨었다.

         

       “금괴가! 금괴가! 여기에 금괴가!”

         

       으아아.

         

       “나이프 님 죄송해요! 비싼 몸이신데 저따위가 손가락질로 가지고 놀다니! 안 되겠어요! 제가 비행기 태워 드릴게요!”

         

       나이프를 손바닥에 올리고 방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슈웅~!”

         

       정신없는 움직임이 테이블을 쳤다. 테이블의 빨래 뭉치가 흔들리다 쏟아졌다. 깨끗하게 빨아서 곱게 정리해 놓은 옷 잔해가 바닥에 떨어졌다. 직후 신발 자국이 연달아 찍혔다.

         

       “슈우웅~!”

         

       빨래를 거의 다 개고 니삭스를 마저 말던 악마는 신발 자국을 멍하게 내려봤다.

         

       신발 자국이 악마에게 말해왔다.

         

       다림질 끝낸 깨끗한 옷가지.

         

       슈퍼 울트라 진화!

         

       방금 생긴 더러운 빨랫감~!

         

       분홍 머리가 휘날렸다.

         

       “나이프 님 어떠세요! 비싼 몸에 맞는 편한 비행이신가요?”

         

       악마가 이마를 짚다가 새 빨랫감을 주웠다.

         

       『……비싼 유지비를 따지면 네가 더 비싸다.』

         

       한숨 소리가 푸욱 났다.

         

       파스텔은 멈칫했다.

         

       허억.

         

       나, 유지비가 비싸?

         

       그러고 보니 마석을 먹고 살잖아?

         

       우왕.

         

       “악마님 말이 맞아요! 나이프의 몸값에 위축될 필요가 없었어요!”

         

       나, 비싼 몸.

         

       오예.

         

       차분해진 파스텔은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땅바닥에 쏟아진 옷더미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오잉.

         

       악마님이 정리하던 옷이 왜 이렇게?

         

       그 사이에 악마님이 실수하신 건가?

         

       허억.

         

       파스텔은 놀라다가 혼자 빵 터졌다.

         

       “악마님도 실수를 다 하시네!”

         

       아하하.

         

       노느라 실수를 못 보다니.

         

       완전 아쉬워.

         

       “인간미! 아니, 악마미!”

         

       파스텔은 악마를 장난삼아 투두둑 쳤다.

         

       “악마미! 악마미!”

         

       투두둑.

         

       악마가 빨랫감을 마저 주우며 중얼거렸다.

         

       『유지비가 비싸, 정말로…….』

         

       유지비?

         

       파스텔은 격렬히 수긍했다.

         

       “맞아요! 맞아! 악마님 생각이 제 생각과 같아요! 나이프의 몸값에 위축될 필요가 없었다니까요!”

         

       파스텔, 비싼 몸.

         

       “악마님! 악마님! 저랑 이렇게나 마음이 맞다니 사제 관계가 완전 찰떡궁합이네요!”

         

       아하하.

         

       왠지 기분 좋아진 파스텔은 웃으며 핑그르르 돌았다.

         

       그리고 룰루랄라 소파로 달려가 뒹굴었다. 대충 누워 소파 밖으로 양발을 흔들었다.

         

       “마석이 연료라면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네요. 책임질 식구가 생겼어.”

         

       식구.

         

       가주로서 책임감이 올라온다.

         

       파스텔은 나이프를 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널 위해 내가 돈을 벌어올게. 절대 굶기지 않을 거야.”

         

       나처럼 굶을 상황은 절대 만들지 않을 거니까.

         

       절대로.

         

       다짐한 파스텔은 팔짱을 끼고 머리를 굴렸다.

         

       비즈니스 모드, 비즈니스 모드.

         

       유산도 챙겼고 기숙사 신축도 계속 감독할 필요까진 없었다. 남는 방학 동안 알뜰살뜰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

         

       돈, 돈.

         

       현재 수입 구조엔 문제가 있었다.

         

       밀무역은 한번당 자산이 두 배로 증가하는 초고수익 사업이었지만 파스텔 자신이 직접 시간을 들여 마계를 오가야 했다.

         

       잉.

         

       완전 번거로워.

         

       그냥 자동으로 남이 밀무역해 주면 안 되나?

         

       어차피 학생회의 마계 출입 권한이 중요한 거다. 공무 목적이라면 군부가 출입을 막지 않으니까.

         

       그럼 그냥 학생회 명의의 상단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학생회의 공무를 도와줄 뿐인 선량하고 착한 상단.

         

       불가피한 공무를 산하 상단에 넘겨주고 대행해서 마계를 오가게 하면…….

         

       오잉.

         

       모바일 게임엔 자동 사냥이 있다.

         

       그렇다면 현실엔 자동 밀무역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오이잉.

         

       자동 밀무역.

         

       파스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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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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