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1km 떨어진 공터.

         

       이곳에는 바닥을 드러내어 못 쓰게 되어버린 우물이 하나 있었다.

       혹시나 철없는 아이들이 놀다가 다칠까 봐, 우물의 입구는 쇠창살로 막혀 있었다.

         

       나는 등에서 맨튤라의 칼날을 꺼냈다.

       힘을 실어 휘두르니 약한 쇠창살 정도는 쉽게 잘려나갔다.

         

       칼날을 벽에 박아 넣고, 맨튤라의 다리를 지지대 삼아 우물 바닥에 내려섰다.

         

       우물 바닥의 한쪽 벽에는 지하수로를 향해 뚫린 통로가 있었다.

       나는 칼날을 집어넣고 구부정한 자세로 굴을 지나서 지하수로로 들어섰다.

         

       루즈는 운하 근처에 세워진 계획도시였다.

       그래서 상하수도가 최신 공학기술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지하수로는 작은 배 한 척은 띄울 정도로 폭이 넓었고, 물의 흐름 역시 엉킨 곳 없이 시원시원하게 흘렀다.

         

       나는 수로의 가장자리를 걸으며 유령의 거처로 향했다.

       길을 헤맬 염려는 없었다.

       게임에서 다 와봤던 곳이니까.

         

       찍찍.

         

       내 목 옆에 앉은 찍순이가 꼬리로 내 목은 간질였다.

       그녀가 꼬리로 글자를 쓰고 있었다.

       엘라가 ‘스피릿 링크’로 그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거다.

         

       촉감으로 읽어야 하기에 긴 글은 보낼 수 없었다.

         

       -도착.

         

       벌써 도착했나.

       하긴 게임에서는 수로에 서식하는 괴물들도 있었고, 여기저기가 무너져 내려 돌아가야 했지만, 여기서는 그런 게 없었다.

         

       -어디?

         

       “금방 도착할 겁니다.”

         

       나는 찍순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서브 퀘스트-카바레의 유령

       : 유령 데릭은 이제 서커스단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달성조건

       : 유령 데릭 처치.

         

       성공 시 보상

       : [유령의 가면]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

         

         

       어두운 지하수로를 가로지르던 배가 멈춰 섰다.

       유령은 젓던 노를 배 가장자리에 걸쳤다.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무서우셨나요? 눈을 꼭 감고 계시더군요.”

       “아, 네……조, 조금요.”

         

       가면의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엘라는 그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배에서 내렸다.

         

       밤중에 갑자기 그녀의 침실에 나타난 유령.

       그는 자신을 이 극단에 사는 ‘수호천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저지른 ‘괴물’을 잡아 극단을 지키고, 괴물에게 노예로 붙잡혀 사는 엘라도 해방해주고 싶다고 했다.

         

       엘라는 겁먹은 소녀의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그리고 그의 거짓말에 넘어간 척 그를 따라나섰다.

         

       지하수로의 한 가운데에는 돌을 깎아 만든 섬이 있었다.

         

       몇 개의 미약한 전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여전히 어두웠다.

       엘라는 유령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섬에 올라섰다.

         

       섬 위의 공간은 마치 다락방을 연상케 했다.

       중앙에는 기름을 먹인 횃불이 타오르고, 구석에는 침대와 서가, 악기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저, 정말 여기 있으면 안전할까요?”

       “그럼요. 아가씨가 두려워하는 그 괴물도 여기라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제가 통로 곳곳에 함정을 깔아뒀거든요.”

         

       친절하고 배려심 많은 행동.

       노래하듯 울리는 목소리.

       비록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선의로 가득했다.

         

       엘라가 평범한 소녀라면 그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깜빡 속아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것으로 두근거리기에는 엘라는 이제 너무 컸다.

       1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누군가 이유 없이 웃어주는 것 자체에 경계심이 들 정도였다.

         

       원더스타인, 당신 덕분이야.

         

       엘라는 눈앞의 남자에게서 원더스타인과 비슷한 혐오감을 느꼈다.

         

       뻔뻔하고 가식적인 악.

       원더스타인에게 들은 설명이 사실이라면, 그보다 더 추잡한 놈이었다.

         

       몇 시간 전.

       연극이 중단되고, 대기실에 극단 직원들이 모였을 때, 엘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정말 원더스타인이 그 전등을 떨어트린 것일까.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은 맞을까?

         

       그러한 고민은 마로이네가 병원에 돌아와서 ‘유령’ 이야기를 꺼냈을 때, 더욱 깊어졌다.

       유령이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주일 전이었다.

       그들이 딱 루즈에 도착한 날부터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추궁해보기로 했다.

       그가 이번 일을 저지른 거냐고.

         

       하지만 그는 전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엘라 양은 계약했잖아요. ‘평생’ 저의 노예가 되기로.

         

       그 말에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번뜩였다.

         

       암구호.

         

       한 번 무대에 올라서면 같은 곡예사끼리도 서로의 행동이 진짜인지 혹은 연기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특히, 현장에서는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춰 즉흥적인 대사나 연기가 튀어나오는 것은 일상이었기에, 그러한 혼란은 더 심해졌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고가 터졌을 때다.

         

       상대가 정말로 떨어져서 다친 건지, 실수로 몸에 불이라도 붙은 건지, 실제로 사자에게 다리가 물려 끌려가는 건지, 같은 동료들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해놓는 것이 암구호였다.

       자신이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무조건 위급 상황이라는 신호라는 것을 미리 동료들에게 말해두는 것이다.

         

       단원들끼리의 약속이 있어야지만 암구호는 힘을 발휘했다.

         

       원더스타인과 엘라는 무엇을 약속했는가?

       그는 앞으로 2년 반만 협력해준다면 그들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평생’ 노예로 살기로 계약했지 않냐고 물었다.

         

       그녀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이 모든 게 악마의 속임수일 수도 있다고.

       정작 2년 반 뒤에 상대가 그런 거 모르는데? 하며 나올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약속한 지 1주일 만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시점에서 그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이어지는 발언은 더 어이가 없었다.

         

       -어차피 엘라 양은 서커스단에서 ‘하는 일’도 없잖아요.

         

       자신이 하는 일이 없다고?

         

       불과 한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도 자신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엘라는 확신했다.

       이것은 뭔가 신호라고.

       사정을 아는 동료들끼리만 통하는 신호.

         

       그런데 그가 왜 갑자기 이런 방식을 쓰는 것일까.

       엘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가 방금 꺼낸 말을 떠올렸다.

         

       -범인은 원래 극단 안에 있던 인물 같은데요.

         

       그렇다.

       지금도 수석 기술자가 손자국을 이리저리 대가며 비슷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범인은 극단 내부의 인물이었다.

         

       저 손자국은 비록 원더스타인이 남긴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가 이런 비밀스러운 소통 방식을 쓰는 것은 범인이 이 근처에 있기 때문인 것은 확실했다.

         

       몇 번 적당히 말대꾸하며 대화를 이어가니 그가 본론을 꺼냈다.

         

       -엘라 양이 키우는 동물 한 마리를 데려가겠습니다.

         

       이것은 엘라도 무슨 의도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가진 인스피라.

       스피릿 링크.

         

       그녀는 자신이 기른 동물의 시각과 청각을 공유받을 수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 능력을 통해서 하겠다는 암시였다.

         

       원더스타인은 그렇게 찍순이를 받아들고 극장을 떠났다.

         

       엘라는 극단 사람들에게 잠시 숙소에서 가서 쉬겠다고 했다.

       바로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꼴을 봤으니, 다들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곧 있으면 밤무대 연습 시간이니, 그녀는 자리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었다.

         

       스피릿 링크를 발동시켰을 때, 원더스타인은 이미 앞에 잉크병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엘라는 찍순이에게 명령을 내려 잉크를 발바닥에 묻혀 글씨를 쓰게 했다.

       한 번 해봤던 일이라 그런지, 그때보다 훨씬 능숙하게 글씨가 써졌다.

         

       원더스타인은 범행을 저지른 ‘유령’의 존재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그가 바닥이나 벽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니 부득이하게 암구호를 써야 했다고.

         

       그러나 엘라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중간중간 쓸데없이 적대감을 일으키는 소리는 왜 했냐는 것이다.

       특히, 찍순이를 뱃속에 넣겠다니. 괴물로 개조하겠다니 했을 때는 정말로 그럴까 봐 진심으로 울컥해 버리고 말았다.

         

       원더스타인은 후후 웃으며 대답했다.

         

       “엘라 양이 위험할까 봐요.”

         

       -뭐?

         

       “놈은 물질투과 능력을 사용합니다. 잡는 건 쉽지 않죠. 저도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놈을 어쩌기 힘듭니다. 놈이 제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전투 방식을 취하면 저도 막을 방도가 없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 있는 놈에게 보여줘야 했습니다. 엘라 양과 저는 최악의 관계라고.”

         

       -아.

         

       “그래야 놈이 엘라 양에게 손을 대는 일이 없을 것 아닙니까.”

         

       -하,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였다고?

         

       “저를 위해서죠. 엘라 양이 없으면, 서커스단 일은 누가 합니까?”

         

       -그, 그럼 차라리 나도 여기서 같이 나갔으면 됐잖아.

         

       “그랬다면 놈이 호텔까지 쫓아왔을 겁니다. 제 손안에 사람을 두고 일거수일투족을 다 관찰해야 안심하는 놈이니까요.”

         

       -샤일라라는 아이가 불쌍하네…….

         

       “제게 그놈을 잡을 방법이 있습니다.”

         

       원더스타인은 유령의 성격, 생김새, 지금까지 벌인 짓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인간이었다.

         

       “유약한 소녀에게 접근해 ‘은혜’를 끊임없이 베풀어 ‘심리적 부채감’을 심고, 나중에 그 보답으로 ‘사랑’을 요구하는 뒤틀린 자입니다.”

         

       -‘뒤틀린 자’라. 당신이 뻔뻔하게도 잘도 그런 소리를 입에 담네.

         

       “후후, 그런가요? 제가 실언을 했군요.”

         

       -아냐. 그래도 당신이 그 유령이라는 놈보다 더 나은 점은 있어.

         

       “뭐죠?”

         

       -2년 반 뒤면 알아서 떠나준다는 거.

         

       “……그렇군요.”

         

       -그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 아, 그리고 찍순이가 먹을 해바라기 씨는 내 방의 책상 위에 있어. 한꺼번에 많이 주면 안 돼! 한 알씩 집어줘.

         

       “……알겠습니다.”

         

       유령은 엘라에게 내일 있을 연극 연습을 도와줄 것을 제안했다.

       아직 원더스타인이 도착하지 않았다.

       엘라는 순순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령의 실력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던 엘라.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록 가면으로 가려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동작, 그의 발성 어느 것 하나 프로들보다 부족한 게 없었다.

       오늘 낮에 죽은 배우보다, 파리스보다, 유령의 실력이 몇 수는 위였다.

         

       샤일라라는 아이가 왜 이 남자에게 빠져들었는지 이해가 갔다.

         

       이런 실력으로 그렇게 자신을 위해주는 데 안 넘어가기 어려웠겠지.

         

       하지만 엘라는 속지 않았다.

       실력이 인성을 담보를 해주는 건 아니었다.

       원더스타인이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그가 어떤 실력을 지니고 있건, 그는 어린아이에게 은혜를 목줄로 걸어놓고, 키워놓고 사랑을 요구하고, 수틀리면 납치와 살인도 거리낌 없이 행하는 미친 놈이었다.

         

       연극은 이제 2막의 중반을 향해 치달았다.

       유령이 그녀를 보며 오늘 두 번이나 끊겼던 그 부분을 외쳤다.

         

       “증명할 수 있어? 네 사랑을 증명할 수 있겠나?”

         

       유령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자신만만한 눈빛에 거침없는 걸음걸이.

       완벽한 백작이다.

         

       그러나 어쩌나.

       엘라는 백작을 사랑하는 그 하녀가 아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는 순간.

       비수가 그의 팔목을 찔렀다.

         

       “끄아아악!”

         

       유령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물러났다.

         

       공격이다.

       누가 날 공격했어.

       피해야 해.

         

       재빨리 투과 상태로 변하려고 했다.

       그러나 힘은 발휘되지 않았다.

       팔이 무거웠다.

         

       피가 바닥을 적셨다.

       비수는 팔뚝 깊이 박혀 있었다.

         

       어째서지?

       나는 무적인데?

       무엇도 나를…….

         

       “다른 생물과 접촉하는 동안은 물질투과 상태로 변할 수 없다.”

         

       엘라는 품에서 비수를 하나 더 꺼내 그를 향해 가리켰다.

         

       “몸에 일정 무게 이상의 질량이 박히면, 역시 물질투과 상태로 변할 수 없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전부 원더스타인이 알려준 것이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단도 던지기를 마음먹고 하면, 나무토막 정도는 그냥 관통해 버릴 수 있거든.”

         

       유령은 자신을 배신한 그녀를 보며 외쳤다.

         

       빌어먹을 계집.

       속았어.

       또 속았어.

         

       사랑을 약속해놓고 도망쳤던 그 년처럼.

       나만을 바라보고 살겠다고 해놓고 딴 남자를 안은 그 년처럼.

         

       “왜, 왜! 너, 너도 그 괴물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었나!”

       “어, 맞아.”

         

       엘라는 비수를 들고 그를 노려봤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너랑은 손 못 잡겠더라. 애초에 그 악마가 너 따위에게 당할 것 같지도 않고. 아, 그리고 그 인간이 너보다 나은 게 하나 있거든.”

       “무, 무슨……?”

       “그 인간은 말이야. 내 소중한 물건을 찾아주고도, 계약이라 해. 내 목숨을 구해주고도, 거래를 입에 담아. 그리고 오늘도 비슷한 일을 해주고는 그러더군. 필요해서라고. 그게 참 고마워.”

         

       유령의 두 눈에 의문이 가득 떠올랐다.

         

       그게 왜 고마운 거지?

       더 따뜻하게, 더 사랑스럽게 속삭여주면 좋은 건데…….

         

       “덕분에 마음껏 그 인간을 미워할 수 있거든.”

       “그, 그게 왜……?”

       “데릭. 지금까지 네 손을 거쳐 간 소녀‘들’을 어떻게 대했지?”

         

       소녀들이라는 말에 유령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 그건 또 어떻게 알고…….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의 호감을 목적으로 행동하면 문제가 생겨.”

         

       엘라는 어제 원더스타인에게 해줬던 말을 꺼냈다.

       그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첫째는 가르침에는 엄격한 회초리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는……

         

       “상하가 명확한 관계에서 생성되는 호감은 강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엘라는 데릭을 보고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내뱉었다.

         

       그렇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에게 자신을 존경해줄 것을, 사랑해줄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따돌려도, 욕을 해도, 그저 무덤덤.

       자기가 필요하다 싶으면, 나서서 도와준다.

       그뿐.

         

       엘라는 미워할 자유를 주는 그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마을 사람들을 때려죽이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자신을 사랑해서 그랬다고 했으면, 그녀는 진즉에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무너졌을 것이다.

         

       ‘근데 이 인간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금방 온다던 인간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거기다 데릭까지 이상하게 굴었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며 끌끌 웃고 있었다.

         

       “뭐야?”

       “킥킥, 나는 말이야. 마법의 올가미를 가지고 있거든.”

       “뭐? 으, 으으흑!”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엘라의 목을 낚아챘다.

       그것은 밧줄이었다.

       밧줄 하나가 공중을 날아와 그녀의 목을 채간 것이다.

         

       “어, 어억!”

         

       엘라는 밧줄을 붙잡고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말 마법적인 힘이 작용하는 듯했다.

       목을 분질러버린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숨은 점점 막혀왔다.

         

       데릭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중에 매달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비수에 찔리지 않은 멀쩡한 팔로 엘라의 배를 향해 휘둘렀다.

         

       퍽.

         

       “끄으윽!”

       “다 지껄었냐, 이년아?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퍽.

         

       “끄윽!”

       “내 도움은 다 받아놓고, 내 마음은 거절하는 그 창녀들과 너는 같다고? 엉?”

         

       퍽.

         

       “끅!”

       “하하, 죽어라! 죽어! 그 괴물 앞에 네 년의 시체를 던져…….”

         

       그때, 은빛이 궤적이 번뜩였다.

       줄이 툭 하고 끊어졌다.

         

       데릭은 허억 하고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기다란 거미 다리 끝에 달린 사마귀의 칼날.

       낮에 본 그 괴물의 것이었다.

       그것이 줄을 자른 것이다.

         

       괴물의 다른 다리 하나는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엘라를 곱게 감싸 안았다.

       죽기 직전까지 갔던 그녀는 숨을 콜록콜록 내쉬었다.

         

       ”어, 어떻게 그곳은 내가 함정으로…….“

         

       어둠 속에 나타난 금발의 남자.

       그는 분명 ‘지나올 수 없는 길’에서 나타났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 다가왔다.

         

       횃불 아래 빛나는 그의 환한 미소.

         

       ”아, 함정은 쉽게 해체했습니다. 발판 함정 넷, 와이어 함정 둘, 창살 함정 셋, 그리고……하수도 랫맨들의 둥지 하나.”

         

       원더스타인은 등에 솟은 두 칼날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진득진득한 피가 달라붙어 있었다.

         

       “하수도 랫맨들은 미처 몰랐네요. 저번에 왔을 때는 그런 게 없어서.”

         

       그가 유령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의 입은 미소 짓고 있었지만, 데릭은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에 깃들 살기를.

         

       “제 부단장을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감정에 의해서가 아닌, 평정심을 가지고 준비된 단어를 내뱉었다.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