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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 * *

       

       

       

       “말도 안 돼. 내가 고자라니!”

       

       

       와, 고자를 보러 왔더니, 그 스탈린이 순간 심영처럼 보였다.

       

       그래. 이놈도 티베깅은 당해야지.

       

       

       “참 꼴이 불쌍하게 되었군. 트로츠키와 더불어 소련의 거물이 아닌가.”

       “화.황녀!”

       “뭘 그렇게 놀라나. 잡혔으면 날 만날 각오는 해야지.”

       “날 죽이러 오셨나.”

       

       

       아니, 원래는 죽일 생각이었는데.

       

       이게 생각해 보니 또 좀 그렇더라고.

       

       

       “레닌과 다른 놈들은 포살형을 할 계획이지만, 고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이걸 죽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안 그런가? 고자가 된 자를 또 죽이면 차리나가 너무 자비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나?”

       “무슨 말을.”

       “부부를 그냥 시베리아로 보내주지. 거기서 평생 감시 속에 살아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스탈린의 병실에서 나왔다.

       

       

       저건 더 이상, 내가 아는 역사 속 스탈린이 아니니까.

       

       

       그냥 고자가 된 공산주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백군의 수장인 내가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아, 근데 진짜 불쌍하더라고.

       

       강철의 대원수, 조지아의 인간 백정. 대숙청, 산업화.

       

       소련을 강대국으로 만든 소련 그 자체나 다름없는 인물.

       

       그 인물이 고자가 되었다.

       

       뭔가 남자였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 인간이 약간 불쌍하기도하고. 그냥 시베리아에 보내버려도 충분하지.

       

       스탈린이 재기를 노리기에는 이제 공산주의는 작살 난 거다.

       

       그전에 시베리아 수용소는 굴라크처럼 되어 버리겠지만. 아마 스탈린은 살아도 산 몸이 아니게 되겠지.

       

       가는 중에 방방곡곡 고자가 지나간다고 구경거리로 만들어도 좋을 거다.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온갖 수모로 점칠 되었을 때.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오흐라나를 보내 적당히 죽이면 되겠지.

       

       투하쳅스키도 시베리아에 뒀다가 나중에 전향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데리고 오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결국 본인이 전향할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지. 

       

       

       “이번 모스크바 탈환으로 볼셰비키의 주력은 이제 사실상 소멸하였지만. 아직 잔당들이 남아 있습니다.”

       “예. 페트로그라드까지 탈환해야죠.”

       

       

       모스크바를 잃은 소비에트다.

       

       심지어 지휘부 태반이 여기서 잡혔다.

       

       민심도 떠나간 지 오래고 이제 남은 건 잔당 수준일 거다.

       

       뭐. 그렇다 해도 페트로그라드에 트로츠키가 남아 있겠지만. 결국, 거기까지 탈환해야 진짜 역병이 종식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

       

       

       “모스크바를 수습하고 바로 페트로그라드까지 갑시다.”

       

       

       그쪽의 저항은 모스크바보다는 덜 하겠지만.

       

       어쨌든 제국의 수도가 아니었던가.

       

       비록 니콜라이 2세가 폐위되기도하고, 혁명이 시작된 곳이긴 하지만.

       

       그래서이기 때문에, 로마노프인 내가 탈환해야만 한다.

       

       

       

       * * *

       

       

       모스크바 탈환은 백군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내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업적이었다.

       

       당연히 백군 장성 모두가 기뻐했다.

       

       붙잡힌 빨갱이들은 그간 백군을 고생시킨 만큼 그 분노를 온몸으로 받았다.

       

       모스크바 교외에서 철저하게 이게 인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걸레 짝이 되어 죽어만 갔다.

       

       그러나 그런 사정과 달리.

       

       실제 역사와 달리 살아남은 운게른은 지금 몹시도 기분이 나빴다.

       

       

       “패튼. 뭐 나한테 열등감이라도 가지셨소? 아니면 전생에 원수였소?”

       “무슨 말을 하는 게요?”

       “왜 내가 가는 곳마나 따라오려고 하느냐 이 말이오.”

       

       

       운게른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가는 곳마다 나타나서 공을 훔치려고 그러나.

       

       저번 우크라이나에서도 그렇고, 이번 모스크바 빨갱이 소탕전에서도 뒤에서 도망치는 빨갱이들 잡은데, 그걸 또 방해했다. 

       

       그 바람에 추격도 잘못해서 빨갱이들이 페트로그라드로 튀었다.

       

       

       “그런 적 없소. 반대로 기병대를 이끌고 내 앞에서 얼쩡거린 건 중장이 아니시오?”

       “말은 바로 해야지. 주재 무관 주제에, 그냥 뒤에서 뒷짐 지고 구경이나 하면 될 일은 굳이 껴들어야 속이 시원하시오? 그것도 마차에 기관총까지 달아서?”

       “어허. 중장의 주군이 되시는 황녀께서 허가한 일이오.”

       

       

       황녀께서? 아니지. 이 험상궂게 생긴 미국놈을 봐라.

       

       이건 아무리 봐도 이 미국놈이 협박을 한 거 아닌가.

       

       이 양키놈은 그 연약한 황녀에게 듬직한 몸을 들이밀며 협박을 했을 것이다.

       

       

       “겁박을 했겠지!”

       “겁박이라니. 내 군인으로서 피 끓는 속내를 황녀께 털어놓았을 뿐이오. 황녀께서는 과연 마상 여제 답게 군인의 마음을 알아주시더군.”

       

       

       이거 지금 한판 해 보자는 건가.

       

       군인의 마음을 알아?

       

       아무렴 앞에서 날뛰니 그분 성정에 그냥 놓아버린 거겠지.

       

       쾅!

       

       

       “지금 해 보자는 건가!”

       “그쯤 하시지요.”

       

       

       미하일 드로즈돕스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운게른을 말렸다.

       

       

       “참모장은 바로 옆에서 황녀님을 보필하면서 무엇을 하였단 말인가? 저런 오만무도한 작자가 감히 우리의 성전을 망치고 있지 않나!”

       “패튼 장군은 젊은 나이에 대전쟁에서 활약한 인물로 전차를 잘 다룹니다. 우리 러시아가 전차군단을 키우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시아 기마사단은 최강이네!”

       

       

       운게른 스스로가 아끼고 키워온 기마사단이다.

       

       다국적이지만 전투력 하나는 최강이다.

       

       

       “적군이 전차를 내세우는 데, 아시아 기마사단으로 해결하시겠다는 건 아니시겠지요? 극동의 중국 마적들이라면 모를까. 유럽에서 아시아 기마사단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겁니다.”

       “읏.”

       

       

       그 말에 운게른은 조금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금 상대가 볼셰비키라 활약을 잘하는 것뿐이지.

       

       아시아 기마사단은 민족도 다양하고, 전차로 무장한 군대도 아니었다.

       

       극동이라면 모를까. 유럽에서 활약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하다.

       

       미하일 드로즈돕스키는 그래서 패튼의 도움을 받아 전차군단을 만들 셈이었다.

       

       

       “하하하하! 사내대장부끼리 이런 일로 서로 얼굴을 붉혀야 쓰겠나? 서로 다 좋고 좋은거지.”

       

       

       패튼은 너털웃음을 흘리며 운게른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운게른의 얼굴이 한없이 구겨졌다.

       

       

       * * *

       

       

       

       독일 베를린

       

       이 무렵, 프랑스는 기이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세상에!”

       “왜 그래. 프랑스야?”

       “독일이 배상금을 안 내놔!”

       

       

       그렇다. 독일이 배상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놈들이 왜 배상금을 안 내놔?”

       

       

       패배한 주제에,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자비로 국채를 유지한 주제에. 배상금을 내놔야 할 놈들이 배상금을 안 내놓고 있다.

       

       이 얼마나 기이한 현상인가.

       

       남들 찢길 때, 그나마 사정 봐줘서 살려 줬더니. 배상금을 내놓지 않는다?

       

       독일의 뻔뻔함에 프랑스는 뒷목을 잡았다.

       

       그래서 프랑스는 승전국답게 독일에 당당히 따졌다.

       

       

       “배상금이 자꾸 뒤로 미뤄지는 거 같은데. 어찌 된 일이오?”

       “배상금이 너무 천문학적으로 많으니, 좀 기다려 주시오.”

       “천문학적으로 많다? 영미 덕에 배상금 엄청나게 줄였으면서 그조차도 많아서 못 내겠다는 말이오? 천하의 독일이? 지금 장난하시오?”

       

       

       식민지에 꿀 땅은 모조리 채가서 배상금 정도는 적당히 감해 줄 수 있는 영국과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신대륙 양키놈들은 자비롭게 봐줬다지만 프랑스는 아니었다.

       

       보불전쟁에서 당한 게 워낙 컸어야지.

       

       그것은 알자스-로렌을 다시 독일제국에서 가져온 정도로는 쉽게 풀리는 한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프랑스는 진짜 엄청난. 자비로움과 절제심을 보이며 독일제국을 봐줬다라고 확언할 수 있었다.

       

       

       “엘자스 로트링겐도 그냥 넘겨 드리지 않았습니까.”

       “알자스 로렌이요!”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백계 러시아를 지원하느라 이쪽도 바쁘단 말이오.”

       “좋소. 하지만 명심하시오. 이번 전쟁에서 패전한 독일이 그나마 제 영토를 보존한 이유는 오로지 우리 프랑스의 자비 덕이라는 것을! 우리가 원수 같은 귀국을 십 분 참작하여 봐줬다는 사실을 아셔야 할 거요!”

       

       

       아무리 봐도 뒤가 찜찜하지만 독일은 여전히 프랑스 단독으로 어찌해볼 나라가 아니었다.

       

       배상금 안 내놓냐며 전차 끌고 침공하기에는 영국과 미국의 눈도 있고. 전차의 힘을 뻔히 아는 이상. 독일도 전차를 뽑아낼 게 뻔하니까.

       

       

       “예. 여부가 있겠소.”

       

       

       프랑스 대사가 한참 윽박지르고는 돌아가자, 루덴도르프는 혀를 찼다.

       

       

       “개구리 놈들이 기가 살았군.”

       

       

       예전같았으면 감히 저런 놈은 자신 앞에서 얼굴도 들지 못했을 텐데.

       

       이 시기 독일 제국은 루덴도르프가 국정을 총괄하고 있었다.

       

       물론, 전쟁 시기만큼은 아니었다.

       

       루덴도르프는 패색이 짙은 전쟁을 계속 끌고 가려고 했고, 빌헬름 2세가 루덴도르프의 독주를 막으면서 루덴도르프는 어디까지나 군부만 쥐었을 뿐이었다.

       

       어쨌든 루덴도르프는 군인의 반열에 두고 보면 엄청난 인물은 맞았으니 빌헬름 2세도 루덴도르프가 카이저와 정부에 충성하기만 하면 지금 체제를 유지해 줄 수 있었다.

       

       문제는 정작 그 빌헬름 2세는 유감스럽게도 다시 프랑스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루덴도르프는 러시아에서 올라온 소식을 빌헬름 2세에게 전했다.

       

       

       “폐하. 아나스타샤 황녀가 모스크바를 탈환하였다 합니다.”

       “우리 군이 전차는 좀 끌어 봤나?”

       “예. 러시아군의 훈련을 돕는다는 이유로 전차를 조종했습니다.”

       “좋아. 내전이 끝날 때까지는 우리 군의 경험도 늘려야지. 어차피 모스크바를 탈환했다면 볼셰비키는 사실상 잔당만 남은 게 아닌가.”

       “예.”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나?”

       

       

       단독으로 프랑스 공격.

       

       물론 이번에도 슐리펜계획을 앞세운 거지만 조금 달랐다.

       

       이번에는 전차를 앞세워 그냥 벨기에란 나라는 사실 그냥 고속도로였다는 것을 증명해주면서 단숨에 프랑스 파리까지 털어 버리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

       

       다만 이 계획은 어디까지나 루덴도르프의 머리에서 먼저 나왔고, 빌헬름 2세는 이것을 받아들였다는 점이 중요했다.

       

       지금 독일인들은 잠잠하지만 이대로 베르사유 조약을 이행하면 안 그래도 전쟁에서 말아먹은 것이 커서 황가가 뒤집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프랑스 공격은 해야만 했다.

       

       다만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 제국의 내부에서는 붉은 물결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었으니.

       

       

       “러시아에서 레닌 동지가 실패한 것은 어디까지나 권위주의, 폭력적인 사태로 벌였기 때문이오. 이곳. 독일에서는 민심을 오로지 우리 독일 공산당이 장악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예. 룩셈부르크 동지.”

       

       

       로자 룩셈부르크.

       

       실제 역사에서는 11월 혁명으로 독일 제국이 무너지자, 카를 리프크네히트와 함께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 봉기를 일으켰다가 실패했다.

       

       그러나 독일제국이 생명 유지를 하고, 권위주의와 폭력으로 얼룩진 소련이 실패하는 것을 확인한 로자 룩셈부르크는 소련을 실패한 공산혁명으로 보고 리프크네히트와 함께 물밑으로 조금씩 힘을 키우고 있었다.

       

       그녀는 레닌이 적백내전에서 백군을 이기고자 한 잔혹한 행위들을 알게 되었고, 그 끝에 레닌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무력투쟁.

       

       로자 룩셈부르크는 러시아 내전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

       

       오로지 권위와 폭력으로 얼룩진 볼셰비키는 인민을 위한다면서 그 인민을 볼셰비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착취했다.

       

       마치 제정 시절처럼.

       

       그러니 로자 룩셈부르크는 레닌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독일 내부를 천천히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이제 그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카이저와 군부가 전쟁을 또 계획 중이란 것은 독일 공산당도 그 정보를 접수했다.

       

       그러니 그때를 노려 이번 전쟁에 불만을 느낀 정규군을 포섭할 계획이었다.

       

       아나스타샤의 예상과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공산주의는 독일에서 다시 힘을 키우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직 아돌프 상병에 대해서 아나스타샤는 모르고 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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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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