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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33화. 전조 ( 1 )

       

       

       

       

       

       반짝거리는 별을 본 것 같다. 

       

       내가 은하수가 돼서 우주를 자유롭게 떠다니고, 헤엄치고 있다. 아니, 은하수가 내가 된 건가? 모르겠다.

       

       둥실둥실 가벼운 몸으로 까만 우주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꿈. 나는 무한하게 자유로웠다.

       

       

       – “별?”

       

       

       저 앞, 까만 어둠 속에서 다섯 개의 별이 보였다. 이젠 빛나지 않는다섯 개의 별들. 한때 찬란하게 빛났을 커다란 별들이 죽은 듯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저 별들은 뭔데 빛나지 않는 걸까? 의아한 마음에 다섯 개의 별을 향해 몸을 움직이려 할 때ㅡ

       

       

       – “어?”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까? 본능? 직감? 알 수없는 무언가의 부름이 내 몸을 이끌었다. 까만 우주를 헤쳐가며, 뭔지모를 이끌림을 따라간다.

       

       

       – “저건…”

       

       

       작은 행성이 보였다. 우주에서 본 지구가 저런 모습일까? 파랗고 초록빛으로 빛나는 작고 아름다운 별. 생명력과 가능성이 넘쳐나는 작은 행성.

       

       

       – “아름답네…”

       

       

       그래, 아름다운 별이다. 평생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아름다움에 빠져들어간다.

       

       그렇게 아름다운 행성에 이변이 생겼다.

       

       

       – “… 저게 뭐지?”

       

       

       까만 안개가 피어나 별의 곳곳을 뒤덮기 시작한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검은 안개가 덮친 곳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오른다. 생명력으로 넘쳐나던 별이, 거뭇하게 죽어 가기 시작한다.

       

       

       – “저게 무슨….”

       

       

       

       

       

       별이 천천히 죽어간다.

       

       막아야 한다. 내가 막을 수 있다. 내가, 막아야 한다.

       

       

       《당신만이 막을 수 있어요.》

       

       

       귓가에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야 한구석을 스치는 붉은 머리카락. 

       

       배수구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시야가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어긋난다.

       

       

       

       “막… 막아야…!!”

       

       

       후읍ㅡ!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친 숨을 내쉰다. 뭐지? 뭐였지? 기억이 안개처럼 흩어져간다. 꿈에서 분명 뭔가를 봤는데…

       

       

       ‘은하수, 별…’

       

       

       꿈은 깨어남과 동시에 빠르게 흐려져 간다. 듬성듬성 파먹힌 치즈처럼 구멍이 뚫린 기억들. 이윽고 떠올리기를 포기했다.

       

       

       “뭐지 정말… 개꿈을 자주 꾸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이불이 흥건하게 젖었다. 운동도 하는데, 요즘 기가 허한가?

       

       

       “으, 땀이 무슨…”

       

       

       흠쩍 젖어서 축 달라붙는 옷을 벗어 던졌다. 얼른 샤워부터 해야지.

       

       

       ㅡ촤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거울을 바라본다. 흠, 요즘 운동해서 그런가?

       

       

       “오, 식스팩. 몸 좋은데?”

       

       ㅡ훗! 흐읍!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홀로 이런저런 자세를 취해 본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런가, 근육이 제법 많이 붙었다.

       

       

       “후우ㅡ”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탈탈 털며 핸드폰을 켰다. 아까 자기 전에 ‘마수 토벌’ 돌리는 걸 깜빡했다.

       

       

       “다른 건 걸러도 이건 안 돼지.”

       

       

       ‘마수 토벌’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

       

       익숙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수 토벌’을 시작했다.

       

       …

       

       그런데 프리가 한 명만 나왔네? 케니스는?

       

       

       ㅡ삐익!

       

       《영웅급 모험가 ‘케니스’가 ‘저주’상태입니다.》

       

       

       “어?”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저주? 뭔 저주? 케니스가? 무수한 물음표가 내 머리를 덮친다. 갑자기?

       

       

       “…아, ‘서리고룡의 저주’ 그건가?”

       

       

       

       문뜩 스쳐 지나가는 보스전. ‘서리고룡의 저주’ 말하는 거 같은데. 그거 보스전 끝나서 풀린 거 아니었어?

       

       

       “뭐 어떻게 풀어야 되는 거야?”

       

       

       이럴 때는 대체로 상점쪽을 보면 답이 있었다. 상점의 패키지 리스트를 이리저리 내리면서 쭉 살펴봤는데…

       

       

       “…없네?”

       

       

       그렇게 케니스가 저주에 걸려 ‘마수 토벌’에 출전하지 못한 채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미친 똥겜 진짜!”

       

       

       

       

       ***

       

       

       

       다그닥ㅡ다그닥ㅡ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마차가 천천히 흔들렸다. 케니스는 마차가 어색한지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기 바빴다.

       

       맞은편에 앉은 담당 사제가 그런 케니스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후후. 마차가 많이 어색한가 봐요?”

       

       “앗, 네. 마차보다는 무언가를 타고 다닌 적이 많았거든요.”

       

       

       케니스는 아연한 눈빛으로 창가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북부에서 순록들을 타고 다닌다고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때 멍든 엉덩이는 아직도 추운날에 아릿하게 아파 온다.

       

       사제가 케니스의 눈빛을 보고 쿡쿡 웃었다.

       

       

       “그래도 이제는 용사님이시고, 환자니까요. 말을 타고 이동하느라 무리하면 안 되죠.”

       

       “그으..렇죠?”

       

       

       용사라는 말이 어색한 케니스가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그러다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짝ㅡ하고 쳤다.

       

       

       “아! 그 성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 루엘이 성지에 다녀왔다고요?”

       

       “네, 그렇다고 하던데요? 루엘 사제님에게 빛나는 별이 내려와서 문으로 인도했대요. 참 신기하죠?”

       

       “루엘이…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신께서 커다란 별이 달린 지팡이를 주셨대요. 다른 두 분, 그러니까 데모닉 팔라딘님과 안토니오 대사제님도 신께서 무기와 축복을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군요…”

       

       

       케니스는 자신의 친구 루엘을 생각했다. 그 여리고 순수한 아이가 무슨 마음으로 무기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엘이 위험할 일이 없기만을 바랬다.

       

       잠시 생각에 빠진 케니스. 사제는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 속도로 가면 며칠안에 성도에 도착할 것 같은데. 혹시 몸은 괜찮나요?”

       

       “아, 네. 괜찮아요. 사실 저주에 걸린 지도 잘 모르겠네요.”

       

       

       케니스는 이리저리 몸을 둘러봤다. 영혼이 악마에게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을 때에는 덜컥 겁이 났는데.

       

       막상 신성력이 안 느껴지는거 말고는 큰 이상이 없었다. 사제의 말이 아니었다면 저주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잔잔하게 웃는 사제의 옆에서 기절한 듯 자고 있던 프리가가 벌떡 일어났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저주에 걸리긴 한 거지?”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멀쩡한 케니스를 위아래로 핥듯이 훑어보는 눈동자. 케니스가 소름 돋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으… 공녀님, 꼭 그렇게 기분 나쁘게 보셔야 합니까?”

       

       “뭐 어때? 같은 여자끼리.”

       

       “아무리 같은 여자끼리여도 그런 기분 나쁜 눈빛은 좀…”

       

       “이거이거… 우리 케니스, 안 되겠는데? 오랜만에 우리끼리 ‘전우애’를 돈독히 해 봐?”

       

       

       프리가가 두 손을 기분 나쁘게 꾸물거리며 서서히 케니스에게 다가갔다. 중년 아저씨 같은 눈빛에 케니스가 기겁하며 소리 질렀다.

       

       

       “전우애는 무슨 전우애! 저리 가요!”

       

       “섭섭하구만. 전우애는 북부의 고유한 문화라니까?”

       

       “거짓말하지 마세요 공녀님! 사제님이 진짜인 줄 아시잖아요!”

       

       

       어색하게 창가를 바라보고 있던 사제가 뻘줌하게 웃었다. 

       

       

       “하하하… 아, 공녀님. 그런데 정말 이렇게 저희를 따라와도 괜찮은가요?”

       

       

       너무나 노골적인 화제 전환. 프리가는 순순히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괜찮아. 나 없어졌다고 망할 곳도 아니고. 떠나기 전에 아버지한테 제대로 이야기 하고 왔어.”

       

       “공작님이 말리지는 않았나요?”

       

       “나를? 왜?”

       

       

       프리가는 팔짱을 끼며 씨익 웃었다.

       

       

       “말려도 소용없다는 걸 아시는 거지. 우리 어머니를 죽인 악마와 이단새끼들… 그 새끼들 모가지를 따기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거든.”

       

       “공녀님…”

       

       

       케니스가 애잔한 눈빛으로 프리가를 바라봤다. 프리가가 케니스의 눈빛을 보다니 질겁했다.

       

       

       “에이 씨! 왜 그렇게 따뜻한 눈으로 보는 건데? 눈 안돌려? 기분 나쁘게 정말!”

       

       “아니, 공녀님! 걱정돼서 그런 건데 너무하시네요!”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해?”

       

       

       사제는 어느새 투닥거리는 두 명을 어색하게 웃으며 바라봤다. 물과 기름같은 둘은 붙어 있으면 항상 투닥거렸지만, 또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닌 듯했다.

       

       둘의 다투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제. 마차를 호위하듯 감싼 성기사들이 가득하다.

       

       

       ‘이 정도 숫자의 성기사들이 호위하는데, 성도에 도착할 때까지는 조용하겠네.’

       

       

       성도에서 추가병력이 오는 중이라고 하니, 별 탈 없이 성도에 도착할 것이다.

       

       사제는 턱을 괴고서는 하염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저 멀리 까맣게 올라가는 연기.

       

       

       ‘… 연기?’

       

       

       사제는 벌떡 일어나 까만 연기를 바라봤다. 대로 옆의 숲 저 멀리에서 까만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기사들도 연기를 발견했는지, 그 움직임이 부산스럽게 변했다.

       

       

       “사제님, 무슨 일이죠?”

       

       

       프리가를 떨쳐 낸 케니스가 사제에게 물었다. 말없이 연기를 가리키는 사제. 케니스는 까만 연기를 보고 얼굴을 굳혔다.

       

       

       “저건… 그냥 연기가 아니군요.”

       

       

       타오르는 나무의 냄새를 머금은 공기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 신성력을 쓸 수 없어 흐릿하긴 하지만 명백한 악마의 흔적이 느껴졌다.

       

       사제도 악마의 흔적을 느꼈는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신성력이 없는 프리가는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뭔데 그래, 나도 알려 줘.”

       

       “공녀님 저 연기에서… 악마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마, 근처에 이단이 있는 것 같아요.”

       

       “하! 악마? 잘됐네, 바로 대가리 따러 가자고.”

       

       

       프리가는 도끼를 들고 마차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케니스가 이를 만류했다.

       

       

       “공녀님, 잠시만…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이상한데?”

       

       “이단이랑 악마들은 바보가 아니예요. 저희가 이렇게 수가 많은데 대놓고 연기를 피워서 시선을 끄는 건… 아마 함정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

       

       

       저 앞에 있던 데이비드 기사단장이 마차에 다가와 말했다. 

       

       

       “맞습니다. 아마 악마들이 저희들을… 정확히는 케니스를 노린 함정일 확률이 큽니다.”

       

       

       시꺼먼 숲은 마치 아가리를 벌린 괴수처럼 그들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백한 함정에 구태여 발을 들일 이유는 없었지만…

       

       

       – “아아아악!!!”

       

       – “끄하아악! 제발, 제발 죽여줘!!”

       

       – “꺄아아악!!”

       

       

       연기에 실려오는 끔찍한 비명이 발길을 돌릴 수 없게 했다. 프리가도 비명을 들었는지 얼굴이 굳어갔다.

       

       

       “저 씨발놈들이…”

       

       “… 오랫동안 싸워온만큼, 저희를 너무 잘 아는 까닭이겠죠.”

       

       

       단장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을 미끼처럼 흔들며, 자신들을 함정으로 유혹하려드는 알량한 수법.

       

       노골적이지만, 그만큼 확실했다.

       

       그들은 결코 무고한 이들의 고통을 좌시하지 않았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사이다패스정회원’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파멸적인 연참이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 ‘혀나02’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피자와 캔맥의 힘이 느껴지십니까? 독자님의 파멸적인 후원빔!!! 감사합니다!!!

    – ‘로레인’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믿고보는 맛집이라니!!!! 아아악!!!! 영광입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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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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