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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0

    플뢰밍가 23번지의 저택에는 귀신이 산다.

     

    꽤나 예전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있던 소문이었다.

     

    루크 숲과 인접한 위치에 존재하는 외딴 저택의 으스스한 분위기는, 혹여나 귀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런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에는 더없이 확실하게 일조하곤 했다.

    대충 겉보기에는 아늑한 저택일지 모르나, 조금만 더 가까이 가 보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 한 폐가, 그것이 바로 소문의 그 저택이다.

     

    그리고 그 저택이 있다는 숲 인근부터 굉장히 스산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무래도 그 소문은 결코 허언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앙상해진 나뭇가지는 마치 말라죽은 시체들의 팔목 같았으며, 피부를 베어내듯 쏘아지는 날카로운 바람은 옷깃을 더욱 여미게 만든다.

    슬슬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한 시간이라 더더욱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러모로, 산책을 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곳이고, 시기이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조그만 두 인영이 그러한 숲길을 걷고 있다.

     

    “으으, 추워.”

     

    한 아이가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아이가 몸을 떤 이유가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공포심 때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어쩌면, 두 상태가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드는 생각과는 달리, 그의 몸은 하나이니까.

     

    “저기, 그냥 가지 말자. 엄마아빠도 밤에는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그 아이가 몸을 떨며 애원하듯 부탁하자, 다른 아이가 그 몸을 떠는 아이를 비웃으며 말한다.

     

    “뭐야, 너 혹시 겁먹었냐?”

     

    그것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지금은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그에 단순히 자신의 담력부족을 탓하는 그 아이의 화법에는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물론, 당연히 겁을 먹기도 했지만.

     

    더 이상 앞으로 가는 것은 즐겁지 않은 일이라는 판단에, 아이는 제자리에 서서 다른 용감한(어쩌면 만용이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아이의 옷깃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 그런데 정말 귀신이 있으면 어쩌려고. 그냥 돌아가자, 응?”

     

    아이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붙잡자, 다른 아이는 단호한 몸짓으로 옷깃을 붙잡은 아이의 손을 털어내며 말했다.

     

    “아니, 그래서 온 거잖아. 잊었어?”

     

    애초에 그의 목적은 귀신을 보는 것이었다.

    돌아갈 리가 없다.

    그것 때문에 일부러 몇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이 장소까지 찾아온 것 아니던가?

     

     

     

    그 아이의 관심사는 굉장히 특이했다.

     

    다른 아이들이 마수, 또는 변신 강철골렘 등에 관심을 보일 무렵에도 그 아이는 몬스터 생물학을 더욱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영혼’의 증거라고 불리우는 영체형 몬스터, 고스트나 밴시, 그러한 것 들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조사하는 장래희망에도, 몬스터 생물학자라는 직업을 거리낌 없이 써 놓았다.

    심지어 그 아이는 휴일에 가족끼리 놀러가는 곳 조차도, 일반적인 동물원이 아니라 몬스터 테마의 동물원을 선호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영체형 몬스터는 그런 동물원에도 전시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한 때 인간이었다는 것에 대한 생리적인 거부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저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반드시 ‘특수장치’를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탓에, 기껏 전시해 봐야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감지기’의 모니터에 나오는 영체반응 그래프나 미묘한 색상차이 뿐.

    아무래도 볼 거리는 별로 없다.

    그런 이유로, 현대 몬스터 동물원에는 굳이 영체형 몬스터를 사육하지 않는 것.

     

     

    게다가 사실 그러려면 통제가 까다로운 귀신을 힘들게 잡아가두는 것 보다는 그저 장치에 살짝 조작을 가해서 우리 안에 귀신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쪽이 더 경제적인 방법이 아닌가?

    정 아쉽다면 대충 모형 하나를 세워두는 것도 아주 괜찮은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에 오면 귀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용감한 아이가 눈을 빛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세상에, 귀신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니!

     

    그가 그런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아이의 단호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몸을 떠는 아이는 다시금 애원하듯 매달렸다.

     

    “하, 하지만 여기 귀신은 엄청 무섭대. 사람도 막 잡아먹는다고 했단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신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다.

    비록 여기까지는 친구로써 끌려오듯이 따라오기는 했지만, 더 이상은 생존의 영역!

    이제는 더 이상 발걸음을 떼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 아이가 제자리에 멈춰서자, 결국 용감했던 아이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친구의 표정을 살필 수 밖에 없었다.

     

    사시나무 떨듯이 바들거리는 몸, 두려움 때문에 한껏 곤두세워진 머리털과 고양이 귀,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눈동자.

     

    “하아……. 그렇게 무섭니?”

    “그게…….”

     

    자신의 앞에 멈춰서 한숨을 쉬는 제 친구의 모습에, 그 아이는 일말의 희망을 품은 채 다시 한번 제안했다.

     

    “이, 이제 됐잖아. 슬슬 도, 돌아가자아……. 엄마도 이제 걱정하실 거야…….”

     

    하지만 대답은 같다.

     

    “싫은데.”

    “에에엑!”

     

    다른 종족들 보다 육감이 조금 더 예민하다고 할 수 있는 고양이 수인 친구가 저렇게까지 무서워하는 거라면, 더욱 더 소문의 신빙성이 높아질 뿐이다.

    결국 그 아이는 팔을 붙잡힌 채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

     

    “설마 아직까지 겁먹고 있는 거야?”

    “…….”

     

    아이는 여전히 덜덜 떠는, 전혀 남자애 답지 않은 모습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니, 그런 건 다 헛소문이라니까! 내가 조사해 봤는데, 실제로 여기서 사람이 실종됐다는 사례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해봐, 저택에 들어오면 사람을 찾아와서 죽이는 귀신이라니! 그런 귀신을 어른들이 그냥 놔둘 리 없잖아?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진작에 그 폐가를 허물었겠지!”

    “……그, 그렇지만. 사실일 수도 있지.”

    “으휴, 순진하고 답답하긴.”

     

    가자고 할 때는 알겠다고 하더니, 이제와서 저러는 모습을 보면 참 그렇다.

    오기 전에 보였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다 허세였단 말인가?

    그럴거면 처음부터 따라오겠다고 하지 말던가.

     

    아무래도 설득이 어렵다고 생각한 아이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어, 그러면 나 혼자 갈래. 넌 여기서 돌아ㄱ…….”

     

    그 순간이었다.

     

    -♪…… ♫.

    “……!”

    “……!”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잔잔한 현악음에, 덜덜 떨고 있던 아이는 물론이고 용감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조차 얼어붙고 말았다.

     

    하지만 너무나 작은 소리였기에, 혹시 자신이 들은 것이 환청이 아닌가하여 얼어붙은 제 친구를 바라보며 묻는다.

     

    “방금 그 소리, 뭐야? 너도 들었어?”

    “드, 드, 들었어! 귀, 귀신이다아!”

    “정말 귀신일까?”

    “그럼 정말 귀신이지, 가짜 귀신이겠어! 으아악! 우린 다 죽을거야!”

    “아니, 안 죽는다니까.”

    “으아아아!”

    “야, 잠깐 조용히 좀 해봐! 정말로 귀신이 낸 소리가 맞는지 한번만 더 들어보게!”

     

    별안간 고함을 지르며 나무를 껴안는 제 수인 친구를 겨우 진정시키고 나니, 희미하게 다시 들려오는 선율.

     

    그것은 일견 아름다운 음율이었으나, 숲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인지 상당히 괴기하게 들린다.

    무슨 악기지?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은 현악기의 소리라는 것은 분명한데…….

     

    “으음.”

     

    그러고보니, 귀신들이 악기 중에서도 그런 현악기의 음성을 특히나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다.

    그들에게 타악기는 너무 시끄럽고, 그렇다고 관악기는 바람을 세게 불어야 하기 때문에 연주하기 어려우니까.

     

    그리고 이런 외딴 숲 속에서 현악기를 연습하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다는 합리적인 판단 하에, 아이는 결국 결론을 내렸다.

     

    “귀, 귀신이 맞는 거 같은데.”

    명백한 진실, 무정한 선고. 

    그러자 더이상 그 아이가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할 이유가 사라지고 만다.

    “으아아악!”

    공포에 물든 아이의 커다란 외침.

    도망치듯 나무를 타기 시작하는 아이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겨우 진정시키자, 들려오던 악기의 연주음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깊고 끈적한 적막만이 숲을 가득 메운다.

    그에 불안해진 것인지, 맞잡은 손에서 땀과 떨림이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남자애한테서 나온 땀으로 원래도 축축하긴 했지만, 이제는 거의 손을 씻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불쾌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할 수가 없었다.

     

    “ㅇ, 왜 이제 소리가 안 들리지……?”

    “그,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잠깐의 고민, 하지만 역시나 연주가 멈춘 건 발길을 돌릴 이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아갈 이유가 되면 되었지.

    “끝까지 가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끄, 끝까지 갈 셈이야?”

    “당연하지. 그러려고 온 거니까.”

     

    그 때였다.

     

    “이 어두운 밤중에, 아이들이 가긴 어딜 간단 말이냐.”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너무나 선명한 목소리에, 두 아이는 동시에 경악하고 말았다.

     

    “오아아아아아아악!!!”

    “히이이익!!”

    ——-

    루크는 아이들이 목놓아 외치는 비명소리에 살며시 귀를 잡아내렸다.

    이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놀라게 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집 근처에 설치해 둔 침입자 경보를 듣고 가능한 빠르게 침입자들의 뒤를 잡았다만, 그게 어린아이들일 줄이야.

    나름대로 놀라지 않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여자아이의 비명에는 어째서 공포 말고도 기쁨이나 즐거움이 섞여 있는 것이지?’

     

    루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이는 루크를 손가락질 하며 외쳤다.

     

    “언니, 혹시 귀신이에요?”

    “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걱정해주신 덕분에 푹 쉬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

    아, 그리고 폐가로 보이는 건물들도 사실은 다 사유지입니다.
    여러분도 마음대로 들어가고 그러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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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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