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0

        

       김철수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일단 가장 먼저, 박진성 주술사님은 마스크가 아주 좋습니다.”

         

       “흐음.”

         

       “예쁘고 멋진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지요. 그리고 박진성 주술사님의 외형은 그런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즉, 일단 호감을 사고 시작한다는 이야기와 같지요.”

         

       김철수는 가장 먼저 박진성의 외모를 칭찬했다.

       이러한 칭찬은 박진성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방송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박진성 주술사님이, ‘주술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에 있습니다. 토종 주술사라는 것은 존재 자체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충분한 타이틀인데다가, 이 주술사라는 직업이 주는 신비로운 느낌은 박진성 주술사님께 득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비로운 느낌이 득이 된다…?”

         

       “예. 신비로운 느낌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경외심이 들게 합니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거리를 두게 되는 이상 과한 유명세 때문에 곤욕을 치르거나, 무례한 사람들에게 시비가 걸린다거나 하는 일은 최소화되게 되겠지요.”

         

       거기에 더해 박진성은 주술사였다.

       괴팍한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바로 그 주술사.

       괜히 시비를 걸거나 나쁘게 얽혔다가 저주에 맞거나 알 수 없는 주술로 해코지당할 가능성이 있는 이상은, 정신병자나 간이 부어버린 인간이 아니면 그와 얽히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영능력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영능력자를 꽤 존중해주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마음만 먹으면 귀신을 사용해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과한 공포는 아니었다.

       근육이 우락부락한 사람이나, 딱 봐도 ‘나는 무공을 익히고 있는 무인입니다.’라고 광고하는 듯한 사람이라거나, 연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목수 같은 사람을 볼 때 느끼는 정도의 공포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존중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근육질인 사람에게 함부로 시비를 걸지 않고, 손에 연장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대뜸 주먹을 날리지 않듯, 사람들은 영능력자에게 역시 크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시비를 걸거나 하지 않았다. 설령 건다고 할지라도 최소한의 선만큼은 지켰다.

         

       자신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척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며, 사람이 사회를 이룰 수 있는 비결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일반적인 영능력자도 아니고, 주술사다.

         

       무슨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살(煞)을 날릴지 모르는 주술사 말이다.

         

       게다가 주술사라는 족속들이 세상살이에 초탈한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이나 한번 생긴 은원에도 매우 민감하다는 것 역시 널리 알려진 상태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한 번 원한을 사면 반드시 횡액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

         

       당연히 어느 정도 생각을 할 줄 안다면 원한을 맺으려 하지 않으리라.

         

       ‘끌끌. 교묘하게 진실을 가리고 있구나.’

         

       이러한 김철수의 주장은 얼핏 듣기에는 옳아 보였다.

         

       얼핏 듣기에는 말이다.

         

       신비로움이 사람들과 거리를 벌릴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그 신비로움을 파헤쳐서 진흙탕에 떨궈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다.

         

       게다가 문명화된 인간의 멍청함이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생각을 할 줄 안다면 원한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고?

       옳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어느 정도’의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인간이 세상에 널려있다는 것이다.

         

       회귀 전의 진성은 무려 주술사인데다가 용병이라는 사람 피를 먹으면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심심치 않게 시비에 걸리곤 했었다.

         

       주로 자신의 뒷배를 과하게 믿고 있는 사람, 권력으로 진성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 감히 일개 주술사나 용병이 자신을 해하리라고 믿지 않는 사람, 법이 있으니까 자신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 익명이라는 가면을 믿고 있는 사람 등….

         

       상상 이상으로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을 깔보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려있었다.

       그 사람들은 있어서 신비로움이란 과한 치장이자 허명이며, 신비로움을 몸에 두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본때를 보여줘야만 하는 대상이라고 여겼다.

         

       물론 이러한 시비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차 줄어들기는 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의 진성은 이러한 시비에 곤욕을 치를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박진성 주술사님은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송에 나와서 실력을 증명해주시기만 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술사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것도 일도 아니게 되지요. 그렇게 된다면 견제나 질투 대신에 존경받게 될 것이고, 간간이 질투하는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정리해줄 것입니다.”

         

       게다가 견제나 질투 대신 존경을 받는다?

       이것 역시 모호한 이야기였다.

         

       존경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적이 많이 생기는 것은 상식이 아니던가.

         

       게다가 질투하는 사람의 행동력이란 참으로 대단한 법이다.

       자신의 인생을 발전시키는 대신 그 모든 가능성을 남을 끌어내리는 데 쓰는 이들이 바로 이러한 작자들이라, 그들의 질투와 집착은 꽤 집요한 면이 있었다. 익명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열 명, 스무 명인 척을 하며 여론을 조작하기도 하고, 돈과 시간을 써서 약점과 추문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가진 재주를 이상한 데다 써서 남을 끌어내릴 만한 가짜 증거를 만들어 퍼뜨리기도 한다.

         

       맑은 물을 더럽히는 데는 한 방울의 먹물로도 충분한 법.

       악의를 가진 인간의 숫자가 적다고 한들 물을 흐리기에는 충분한 숫자일 것이다.

         

       하지만 김철수는 이러한 가능성에 관해 설명하는 대신, 방송에 출연했을 때의 이점만을 이야기하였다.

         

       ‘흐음.’

         

       진성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단점은 배제한 채 장점만을 부각하고, 그 장점과 그 이득만을 머릿속에 맴돌게 함으로써 리스크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화술.

         

       ‘말을 잘하는 것을 보니 꽤 유망주인 것 같은데.’

         

       김철수의 화술은 철저하게 20대를 공략하고 있었다.

         

       20대, 그것도 20대 초반은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는 하지만, 내심으로는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시기였다. 게다가 사회에 막 들였을 때의 설렘과 막연한 웅심(雄心)과 야망을 품고 있으며, 확고한 비전도 없으면서 막연하게 ‘성공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즉, 실속은 별로 없으면서도 공명심은 들어차 있으며, 그러면서도 어리숙하고 하는 행동이 어설픈 시기였다.

         

       김철수는 이러한 20대의 특성을 공략하듯 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고, 명성과 성공을 강조했다. 또한 어조를 자유자재로 조종하였는데, 특정 단어는 또렷하게 들리고 특정 문구는 자연스럽게 흘릴 수 있도록 조절하면서 성공적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본래 사람을 설득할 때는 확신이 필요한 법이다.

       불안이 전염되듯 확신 역시 전염이 되는 법.

         

       김철수는 ‘이 제안은 정말 대단한 거고, 이걸 수락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얼굴에 그대로 품고 있었고, 표정뿐만이 아니라 어투나 행동에서까지 이러한 확신이 묻어나오도록 행동하고 있었다.

         

       요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유명한 사기꾼이 되었을 수준이었다.

         

       진성은 김철수를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잘 알겠습니다. 말씀을 듣자 하니 참으로 흥미로워지는군요.”

       “그렇습니까? 하하, 다행이군요.”

         

       긍정의 말이었다.

       다만 그가 흥미로워하는 것은 방송이 아닌, 눈앞의 인간이었다.

         

       “그렇군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말씀대로 방송에서 얻는 이득이 이렇게 많으니, 누군가는 방송 그 자체가 목표이자 크나큰 보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김철수는 진성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는 방송 그 자체가 목표이자 크나큰 보상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그래. 누군가는….’

         

       묘한 말이었다.

         

       ‘그렇지. 저번에 만났을 때 평범한 20대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 대화하는 재미가 있겠어.’

         

       김철수는 진성이 한 말에서 숨은 뜻을 순식간에 찾아내었고,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럴 수 있겠지요. 예를 들자면 연예인 지망생이라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소원이었던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박진성 주술사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김철수는 가지고 온 서류 가방에서 파일철을 하나 꺼내 진성에게 내밀었다.

         

       “정부에서는 박진성 주술사님께 충분한 보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보상이라. 이거 제 능력에 비해 너무 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진성은 겸손하게 그렇게 말했지만, 김철수의 귀에 그것은 다른 말로 들렸다.

         

       자신을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한 대가냐는 물음으로 말이다.

         

       “아, 물론 금전적으로 크게 보상할 수는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정부는 예산을 꽤 타이트하게 짜는 경향이 있어서, 미리 계획을 짜놓지 않은 일에 큰돈을 들일 수는 없거든요.”

       “그렇겠군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다른 것으로 보상을 대신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보상으로 드릴만 한 것을 찾을 수 있었지요.”

         

       김철수가 파일철을 펼치자 보인 것은 낡아빠진 물건들이 찍힌 사진이었다.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주물(呪物)입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