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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0

       

       

       

       

       

       330화. 차원의 폭풍은 정말 최고야 ( 2 )

       

       

       

       

       

       신의 이름으로 전사들이 모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성도에서 신께서 직접 준비한 결투의 축제. 그 자리에서 99명의 전사들이 발탁되었고, 하나하나가 능히 국가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귀물을 품에 안고 돌아갔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여섯 번째 신… 이제는 하나 된 신이라고 불리시는 분께서 이번 부름을 따로 명칭 하시지는 않았지만, 호사가들 사이에서 떠돌기를.

       

       폭풍의 부름이라고 하였다.

       

       일찍이 결투의 축제에서 99인의 전사가 어떤 명예와 영광을 안고 금의환향했는지 보았던 이들은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건 기회였다.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고, 영광을 쟁취할 기회!

       

       더욱이 폭풍의 부름에 걸린 보상은 결투 축제보다 훨씬 더 굉장하고 위대한 종류의 것이었으니.

       

       “신의 마음에 들기만 한다면… 내 모습을 본뜬 별자리가 하늘에 새겨진다는 거지?”

       “대대손손, 그야말로 영원토록 나의 이야기가 전해질 기회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명예는 결국 사라지고 잊힌다.

       

       허나, 하늘에서 빛나는 별자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토록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이야기 속에서 자신은 불멸하리라.

       

       수 많은 전사들이 부푼 꿈을 안고 근처의 폭풍을 찾아갔다. 폭풍은 대륙 곳곳에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덕분에, 결투의 축제처럼 한 곳에 사람이 몰려 미어터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히오오오오오, 히오오오오ㅡ!!

       

       저마다의 병장기를 꼬나든 이들이 동그랗게 모여, 기묘한 폭풍을 둘러싸고 있다. 인파의 가운데 있는 것은 기묘한 폭풍과 곰처럼 커다란 사내.

       

       휘오오오오오ㅡ!

       

       폭풍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와 사내를 강하게 밀어낸다.

       

       곰처럼 커다란 사내가 이를 악물고 폭풍의 맞바람을 이겨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폭풍에서 나오는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어이쿠!”

       

       쿵!

       

       결국 사내는 바람에 밀려 힘없이 주저앉았다. 제법 우스운 꼴이었으나, 그를 비웃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까지 폭풍의 바람을 뚫고 다가간 이가 아무도 없는 까닭이다.

       

       “쯧. 이번 사람도 글렀군.”

       “도대체 뭔 바람이 이렇게 거센 거야? 젠장. 피부가 뜯기는 줄 알았잖아.”

       “이 바람을 뚫고 폭풍에 다가가는 게 최소 조건인가? 그렇다면 조금 힘든데…”

       

       우울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악마의 대가리를 썰어 신을 즐겁게 만들고, 자신만의 별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서 왔건만.

       악마도 아닌 고작 입구에서 이렇게 막힐 줄이야.

       

       숱한 범부들이 폭풍의 입구에서 좌절했다.

       허나 그럼에도, 조약돌 사이에서 반짝이는 옥석은 존재하기 마련.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몇몇 이들은 아주 손쉽게 폭풍에 다가갔다.

       

       “케ㅡ넬름과 하나 되신 분에게 악마의 대가리를 바치리라!”

       “우!” “우!” “우!” “우!” “우!” “우!” “우!”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악마ㅡ!!”

       “존나게 찢고 죽인다ㅡ!!”

       “더 많은 악마의 피로 대지를 적셔라!! 크르르르르!”

       

       상반신을 벗어 던지고 돌덩이 같은 근육을 자랑하며 짐승처럼 소리치는 이들.

       일찍이 케넬름에게 직접 단련 받은 전사들이었다.

       

       붉은 안광이 줄기줄기 흐르는 모습은 어딘가 광견병 걸린 사냥개의 그것이라, 주변 사람들이 질색하며 절로 거리를 두었다.

       

       그 외에도 대륙의 곳곳에 숨어 있던 기인과 강자들이 폭풍의 시험을 통과하여 그 너머의 공간으로 향했다.

       

       그중에는 한스와 이스칼 또한 포함이었다.

       

       둘은 아주 순조롭게 폭풍의 시험을 통과했다. 그렇게 강한 바람이 불지도 않았고, 도리어 조금은 끌어당기는 듯했다.

       

       시험은 순식간에 통과. 오히려 이스칼이 두 명의 부인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얼른 가죠, 이스칼. 집에 두고 온 부인들이 보고 싶은 건 이해하겠지만 벌써 두 시간이 그러고 있습니다.”

       “아, 아니! 잠깐만 한스경! 5분! 딱 5분만 더! 세, 셀리나! 프리가! 나 없는 동안에도 둘이 싸우지 말고 꼭 잘 지내야…ㅡ!”

       “그 말이 벌써 몇 번이라 안 믿을 겁니다.”

       

       결국 참다못한 한스가 이스칼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어 폭풍에 휙 던졌다.

       

       “푸하하하! 진짜 웃겨 죽겠네. 한스, 우리 모지리 서방 좀 잘 부탁할게.”

       “이스칼이 가끔 저렇게 팔불출처럼 굴 때가 있어요. 이해 좀 해줘요.”

       

       프리가와 셀리나가 웃음을 터뜨리며 둘을 배웅했다.

       셀리나는 애초부터 전투와 거리가 먼 인물이었지만, 프리가가 이번 일에서 빠지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역경과 고난의 전투 속에서 더욱 제 능력을 빛내던 프리가 아니겠는가.

       한스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ㅡ

       

       “으음… 이제 슬슬 몸을 아껴야 할 때가 오는 것 같아서.”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씩 미소 짓는 것 아닌가.

       

       “…공녀님, 설마?”

       “쉿. 아직 저 바보는 몰라. 그러니까 비밀로 하라고.”

       

       프리가의 미소는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푸히히힝! 이건 폭거일세! 폭거! 차별이야! 어째서 이 몸은 폭풍을 넘어갈 수 없는 건가!!》

       

       안타깝게도 유니콘은 폭풍의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다.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히오오오오오ㅡ!

       

       이스칼과 한스가 폭풍에 다가가자, 강한 흡입력이 둘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마구 흔들리는 통 안에 들어간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다.

       

       좌우, 위아래 구분할 것 없이 미친 듯이 흔들리다가 퉷-하고 땅 위를 나뒹굴었다.

       

       “여기는…”

       “심연!”

       

       재빠르게 몸을 일으킨 한스와 이스칼은 곧장 주변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검붉은 광야와 독무가 흐르는 땅, 그와 더불어 저 멀리에서 보이는 악마까지.

       

       이런 특이한 지형은 오직 심연에서 볼 수 있었다.

       

       “입을 막아! 독이다!”

       “흡!”

       

       반사적으로 입과 코를 가린 한스와 이스칼이었지만, 이내 심연 특유의 독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번 심연 원정에서 독무에 지독히도 시달린 탓에 반사적으로 행동이 튀어나왔다.

       

       “…이 주변으로는 독무가 접근하지 못하는군요. 아니, 우리 주변으로 못 오는 건가?”

       

       심연에 넘실거리는 독무는 무언가 장벽에 막힌 것처럼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한스와 이스칼이 주변을 살폈다.

       

       한스와 이스칼을 심연에 던져버린 폭풍은 심연에도 똑같이 위치하고 있었다.

       지상과 다른 점이라면, 기묘한 폭풍 여러 개가 거리를 두고 모여 있다는 점일까.

       

       아마 폭풍의 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이곳으로 모이는 것 같다.

       

       “설마 또 심연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여기서 악마를 죽이면 되는 것 같은데. 그러면 하나 된 신께서 심연에 있는 악마의 척결을 결심하신 건가?”

       “글쎄요. 그분께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셔도 악마들은 버러지처럼 죽을 텐데, 번거롭게 저희를 시켜서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뭔가 다른 까닭이 있겠지요.”

       “그건 그렇지.”

       

       한스와 이스칼을 제외하고도 이미 먼저 도착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저들끼리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중에는 인간을 제외한 다른 종족도 드문드문 보였다.

       

       “나, 강한 오크, 바위 부락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장 강한 신부, 찾는다! 만든다, 아이!”

       “취라크… 제발 부탁이니까 사투리로 말 좀 안 하면 안 되겠나? 나 너무 창피하다…”

       

       초록색 피부의 오크도 보이고, 늑대와 고양이 귀를 쫑긋거리는 수인들도 여럿 있었다.

       

       한스는 새삼 여러 종족이 섞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 왜 내 뒤로 숨는 건가 한스경?”

       “저, 저기 오크들이 있어서…”

       “?”

       

       한스는 자신의 고향에서 우두머리 오크를 쓰러트린 이후로도, 간혹 오크를 만난 적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대장이다! 대장! 크워어어어!” 외치며 하루 종일 따라다니곤 했다. 

       

       그 뒤로 한스는 오크를 만나면 숨기에 급급했다.

       

       한스와 이스칼이 폭풍의 시험을 통과한 뒤로도 몇몇 사람과 수인, 혹은 오크들이 폭풍의 시험을 통과하고 심연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한참.

       드디어 넘어오는 사람의 빈도가 한참이나 줄었다.

       

       쿵ㅡ!

       

       돌연 묵직한 시선이 공터에 내리 앉았다. 절로 무릎이 후들거렸다.

       

       이미 몇 번인가 경험해서 조금 익숙했던 한스와 이스칼은 조금 휘청거리는 선에서 그쳤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쿱, 크에엑…! 우극!”

       “저기 저 하늘에! 하늘에서! 나, 나나나를 보고 있어! 나를 보고 있다고!!”

       

       더러는 비명을 지르고,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땅에 고개를 파묻으며 눈물을 줄줄 흘린다.

       

       “후, 후으으…”

       

       한스의 다리가 덜덜 떨렸다. 인간 주제에 신을 몇 번 만났다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것은 큰 오만이었을까.

       

       지난번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이 공간을 지배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고개와 무릎이 땅에 가까워진다. 한스는 이 움직임에 거부하지 않고 경배를 올렸다.

        

       시선으로, 숨결로, 그저 가벼운 움직임으로.

       생명을 부여하고 거두어 가는 존재가 도래했다.

       

       《그대들의 용맹과 자격을 증명하라ㅡ》

       

       오묘한 목소리가 심연 가득 울려 퍼졌다. 여인과 아이, 노인과 청년이 한데 모여 외치는 듯한 웅장한 목소리다.

       

       《악마를 처단하라. 그대들의 가족과 연인, 동료를 잡아먹는 삿된 것들을 모조리 죽여라.》

       

       명하신다.

       신께서 악마의 수급을 원하고 계신다.

       

       《내 눈은 항상 그대들을 향하고 있음으니, 피와 땀을 흘려 나를 흡족하게 하라.》

       

       증명하라, 자신이 영광의 월계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조건은 단 하나.

       

       《허나, 서로 해치지 말라. 내 그대들의 피를 보고자 함은 아닐지니.》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할 방법은 오직 하나.

       피와 땀으로서 증명하는 것뿐.

       

       《악마를 죽여라. 그리고, 그대들의 영광을 증명하라.》

       

       가장 영광된 자에게는 마땅한 보상이 돌아갈 것이다.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한 전사의 이야기는 저 하늘에서 빛나며 영원토록 음유시인들을 통해 빛나리.》

       

       별이 될지어다.

       

       지금까지 소문으로만 돌던 이야기를 신께서 직접 보증하셨다.

       땅에 엎드려 있는 전사들의 기세가 단숨에 끓어올랐다.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별로 만든 영웅이 과연 있겠는가?

       

       없다!

       자신이 최초이자, 유일한 별자리를 만들 수 있는 거다.

       

       《가라, 영웅들이여. 지금부터 그대들의 영광과 자격을 시험하겠다.》

       

       하늘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공터를 짓누르던 무거운 시선이 사라졌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단숨에 어깨와 등이 가벼워졌다. 

       

       사아아아….

       

       작은 별빛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전사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맑고 따뜻한 기운이 퍼진다.

       

       동시에 투명한 무언가에 막혀있던 독무가 일제히 공터를 덮쳤지만, 전사들은 독무를 마셨음에도 멀쩡했다.

       신의 가호가 그들을 축복한 것이다.

       

       뜨거운 침묵이 공터를 지배했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 모두가 근육을 꿈틀거리며 당장이라도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아주 작은 계기가 있다면, 이들은 당장이라도 경주마처럼 달려 나갈 것이니.

       

       “크워어어어ㅡ! 전투가 나를 부른다!”

       

       흥분을 참지 못한 어느 오크의 외침을 시작으로, 전사들이 달려 나갔다.

       

       “죽여어어ㅡ!! 이 새끼들 전부 죽여버려!”

       “악마악마악마악마!! 모조리 찢어버린다!!”

       

       그 모양새가 마치 악마를 갈아버리는 분쇄기들의 향연이었으니.

       

       “크키햐아아아악!!”

       

       악마들은 무력하게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괴벨스라니욧…!! 그렇게 말을 하시니까 당장이라도 총력전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옥에서 열심히 동족상잔하던 악마들…!! 이제는 역침공…!! 이것이 바로 거울 치료, 역지사지…! 이제 악마들도 지상의 심정을 조금은 알지 않을까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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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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