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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0

       

        

        

        

        

        

        

        

        

       “여기 있던 친구들은 자기들이 공항에서 굶어 죽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나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구태여 총질할 필요가 없어져서 좋군. SUAV로 정찰할 때 공항에 인기척이 하나도 없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

        

        

        

        새크라멘토 북서부,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

        

        그칠 기색은커녕 날로 그 위용을 더해가는 눈폭풍이 상륙한 공항 위로 아홉 명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태스크포스 대거 팀이었다 – 정확히는 인게임에서 막내를 도와주는 평화로운 세계의 이들이 아니라,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발전소에서 한 번 막내를 잃었다 되찾은.

        

        눈이 오고 비가 와도 작전은 시행된다. 이카루스 기어는 극단적인 외부 환경에서도 사용자의 전투력을 100%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밸런스 및 세력전 전개를 위해 의도적으로 성능이 하락된 게임 내의 이카루스 기어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성능이었다.

        

        좌우지간, 그런 기능을 십분 발휘하여 수십 킬로미터 남쪽에 있던 트래비스 공군기지로부터 수송기 한 대를 지원받은 대거 팀은 추후 새크라멘토 공략전의 발판으로 사용될 국제 공항을 탈환하기 위해 HALO를 시행했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에코 활성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보자구요.”

        

       “딱히 안 봐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는 대충 예상이 되긴 하는데….”

        

        

        

        결국은 눈, 눈, 눈 때문이었다.

        

        전쟁에 있어 보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고, 그걸 지키지 못한 이들에게 남는 결과는 죽음 뿐이었다. 그리고 수십 년, 어쩌면 백 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거대한 눈폭풍이 상륙한 새크라멘토는 그런 보급 루트를 말 그대로 눈 속에 파묻어버렸겠지.

        

        그리고 이 즈음에서, 이들이 발을 디딘 국제 공항의 특수성에 대해 잠깐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 톡 까놓고 말해,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은 말 그대로 외딴 지역에 있었다.

        

        반경 9km 이내에 있는 게 말 그대로 농장 뿐이었고, 식료품 등을 공수하려면 최소 13km 이상 운전해서 나갈 필요가 있었다. 물론 왕복이 아니라 편도 기준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서 25km 가량의 거리를 왕복해야만 했단 소리였다.

        

        평소라면 그닥 신경쓰이는 일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바깥에 눈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보급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

        

        

        

        눈.

        

        최근 두 달 가량 새크라멘토의 평균 기온은 영하 25도를 넘나들었고, 눈은 40cm 이상 쌓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말 그대로 전례없는 자연재해 그 자체가 덮친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트럭 같은 것을 운전해서 물자를 공수해오는 것도 한두 번이지, 실제로는 말 그대로 불가능.

        

        그리고 로렌티나가 재생한 에코 역시도 그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록 : 미하일과 포포프가 3일째 돌아오지 않는다. 우린 아마 여기서 눈에 파묻혀 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과연 트럭 1대를 손실한 것이 더 클지, 멀쩡한 아군 2명을 눈 속에 파묻어버린 것이 더 큰 손실일지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기록 : 공항에서 빠져나와 웨스트 사이드 하이웨이를 타고 서쪽으로 14km 가량 걸어가게 되면 호텔과 백화점이 있다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낮에 출발할 예정이다. 남은 방한물자를 전부 챙겨야겠다.]

        

       -[기록 : 물자 배급이 끊긴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다들 배고픔에 미쳐가고 있다. 나 역시도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출발한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

        

       .

        

       .

        

       .

        

        

        

       “이 친구는 지금쯤 살아있을까요?”

        

       “글쎄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죽었을 거고, 가장 운이 좋은 경우에는 코스트코에 간신히 도달해서 원시인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이카루스 기어에 의하면 42일 전에 쓰인 기록이라는데. 글쎄다…아무튼 여기가 이 모양 이 꼴이면 인텔 수집은 그닥 문제는 없겠어.”

        

        

        

        그 외에도 곳곳에 에코가 산재했지만 당연히 그닥 좋은 내용들은 아니었다. 주변 곳곳에 새겨진 탄흔이나 깨져나간 유리창 등이 배고픔에 의한 내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기도 했고, 돌아다니는 와중 볼 수 있는 뼛조각은…글쎄다. 그닥 알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몇 번이고 펄스를 돌려보았지만 적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설령 식량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눈 무게에 의해 천장이 일부 함몰된 곳이 있었고, 그곳으로부터 찬 공기가 계속해서 유입되었으니.

        

        그리하여 공항 내부의 온도는 외부와 고작해야 몇 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월동 장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식량이 있든 없든 얼어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실로 많은 시체가 주변에 널려있었다.

        

        바닥은 눌어붙거나 얼어붙은 핏자국이 간혹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부 얼어 죽은 시체로 가득했다. 그러나 더 이상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에 투입되어 있던 여단 규모의 병력은 눈폭풍의 식사가 되었고, 이제부터는 남아있는 정보만 확인하면 되었으니.

        

        작전통제실을 찾는 것은 실로 간단했다. 얼어죽었거나 몸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요단강을 건넌 친구들 중, 계급장이 꽤 되는 이들의 밀집도가 높은 곳 근처에 꽤나 삐까번쩍하게 꾸며놓은 서버실 비스무리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빙고. 다들 모이세요. 안에 뭐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구요.”

        

        

        

        기이잉!

        

        가방에서 전력 공급 장치를 꺼낸 로건과, 그곳에 팔목을 조심스럽게 올리는 로렌티나. 그와 동시에 서버가 작동을 시작했다. 부팅이 끝나며 여러 홀로그램 패널이 떠오른다. 그러나 갱신은 최소 한 달 전에 멈춘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이곳이 전멸한 건 한 달 전 가량.

        

        모든 글자가 키릴 문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다른 나라의 전술통제 소프트웨어라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이곳저곳을 수색하며 주요한 정보로 보이는 것들을 전부 이카루스 기어 내부로 집어넣는다.

        

        혹여나 다른 누군가가 또 올 수 있었기에 파쇄 알고리즘까지 작동시키며, 이들은 대화를 이어갔다.

        

        

        

       “아군 배치도, 주요 목표, 새크라멘토 기동로…여기가 전멸할 줄 알았더라면 이런 곳에 작전통제실을 차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싹 다 털려나가는구만.”

        

       “잠깐, 잠깐. 거기 아래쪽에 긴급으로 표시된 글 확인해봐.”

        

        

        

        시선 연동에 의해 즉각 떠오르는 팝업.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음, 어. 다들 주목.”

        

       “또 뭔데.”

        

       “아무래도 상황이 꽤 귀찮아질 것 같거든. 한 번 봐봐.”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하나의 팝업창.

        

        

        내용 전문.

        

        긴급.

        

        새크라멘토 동쪽에 위치한 마터 공항으로 150kt급 핵탄두 두 개를 수송하던 수송기가 악천후에 의해 새크라멘토 어딘가에 추락.

        

        어떤 피해를 감내하더라도 반드시 핵탄두를 회수할 것.

        

        

        그것을 본 로렌티나가 어처구니없단 말투로 덧붙였다.

        

        

        

       “…이 새끼들은 진짜 병신인가요?”

        

        

        

        죽어서도 욕을 먹는 적 연합군이었지만, 그래도 쌌다.

        

        새크라멘토의 상황이 오리무중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진짜 어떻게든 일이 하나씩 생기긴 하네요, 거 참….”

        

       “왠지 요즘 핵이랑 자주 친해지는 것 같은데. 원래 이게 이렇게 사방팔방에 널려있는 건가요?”

        

       “가서 러시아 친구들한테 한 번 물어보면 될지도요.”

        

        

        

        메인스트림.

        

        다르게 말하면 이번 미션에서 해야만 하는 것들, 혹은 엔딩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루트. 세력전은 집단 PVP나 다크 존만의 독특한 공성전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요컨대 단순히 주변을 지나다니거나 근처 건물을 점거하고 개별적으로 농성 중인 적을 전부 처리하는 것으로 새크라멘토 공략전이 끝날 리가 없었다. 비약 혹은 지나친 걱정일지도 몰랐지만, 결국 이렇게 하나둘씩 뭐가 나타나는 걸 보면 이건 기우가 아니라 날카로운 감이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스네이크 센스라고 해야 하나.

        

        

        

       “그건 둘째치고, 힌트를 달랑 이 정도밖에 안 줬다는 것도 상당히 쉽지 않네요. 수송기가 어디서 추락했다는 이야기도 안 알려주고. 새크라멘토 넓이가 얼마나 거대한데.”

        

       “돌아다니는 유저들만 십수만 명이라서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알려준 게 아닐까요?”

        

       “바깥 날씨가 저 모양 저 꼴만 아니라면 신빙성이 꽤 있었을 것 같긴 한데.”

        

        

        

        글쎄, 화염 수류탄이나 증기 네이팜 같은 게 없었더라면 가상현실에서 제설 작전을 시행했어야만 할 정도로 눈이 내리고 있는 판이었으니 밖을 쉽게 돌아다닐 수 있을 리가 있나.

        

        아무튼 오늘 갑자기 업데이트된 메인 미션으로 인해 다크 존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실로 떠들썩했다. 더군다나 일부러 안 쓰는 작은 건물에 불을 지펴버리고는 여기에 비행기가 떨어졌다며 어그로를 끄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하모니와 나 역시 일단 스트리밍을 켜놓은 채 뭔가 좋은 답변이 나오는지 간간이 확인해보고는 있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걸 넙죽 좋다고 일러바치는 사람이 있긴 할까.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자기가 쟁여놓고 있다가 몰래 쓰는 건데.

        

        그리고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것도 그렇고, 새크라멘토는 왜 이렇게 공항이 많아요? 무슨 사분면에 하나씩 공항이….”

        

       “마터 공항, 이그제큐티브 공항, 맥렐런 공항, 국제 공항…수송기 예상 루트만 해도 여섯 가지나 되는데.”

        

       “그런 건 딱히 안 믿는 게 나아요. 눈폭풍 때문에 추락했을 테니 운행 궤도에서 벗어났을 거고, 그냥 완전히 별개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훨씬 편하겠죠.”

        

        

        

       -새크라멘토 지도에 줄그어가면서 한창 싸돌아다니던 유저들 단체로 오열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구절절 팩트폭력 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말듣고 친구 끌고가려다가 호다닥 멈춰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그걸왜지금말해줘앆!!!!!!!!!!!!!!!!!!

        

        

        

        그치만 이럴 때는 항상 먼저 나가는 사람들이 불리한 법이다.

        

        게다가 채팅창에서 말한 대로 지도에 줄을 그으면서 비행기의 운행 궤도를 찾게 된다면 시간과 인력이 굉장히 불필요하게 소모될 예정이 높았다. 차라리 블랙박스 같은 걸 찾거나, 수송기가 떠난 공항을 찾거나, 혹은 핵탄두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는 게 훨씬 나았다.

        

        150kt 핵탄두의 사용처는 당연히 미사일이다. 요컨대 탄도 미사일에나 실린다는 소리. 그렇다면 근처에서 사령부 비스무리한 곳으로 사용되는 곳을 습격하여 군수물자 배분표, 혹은 전략화기 배분 등을 확인하여 위치를 알아보는 게 더 나을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테이블을 살살 두드렸다. 나와 하모니, 그리고 다이스만 알아듣는 일종의 신호였다. 요컨대 외부에 발설되면 안 되는 게임 내 정보 – 가령 안식처의 트랩 설치 구역 위치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특정 화면 및 대화 블러 처리 기능을 활성화한 후 덧붙였다.

        

        

        

       “지난 번에 캐피탈 뮤지엄 사령부 공략했을 때 전부 싸들고 왔던 데이터를 한 번씩 훑어봅시다. 그 안에 꽤나 괜찮은 것들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아요.”

        

       “또 기가 막힌 생각을 해내셨나보네요.”

        

        

        

       -마우리가남이가!!!!!!!!!!!!!!

       -팩트)남이다

       -또또사람궁금해지게 자기들끼리만아는대화할라고!!!!!

       -뭐지? 택티컬주머니를 열려는 것인가???

       -택티컬주머니(빵빵하다)

        

        

        

        물론 뚝배기가 깨지고 싶은 시청자들은 언제나 넘쳐났다.

        

        손수 그들 중 일부를 골라잡아 아바타 머리 부분을 찌그러뜨려준 다음 허공에 하나둘씩 떠오르는 데이터를 확인했다. 물론 시청자들은 전부 블러 처리가 된 화면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었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사항들을 하나둘씩 말해주자 하모니와 다이스 전부 환한 웃음을 띠며 데이터를 하나씩 확인했다. 키워드는 탄도 미사일, 혹은 병력 배치표. 중간에 맥렐런 공항에 탄도미사일 배치표가 있다면서 확인해보긴 했지만, 조금 훑어본 결과 그것이 함정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는 새크라멘토 동쪽에 있는 마터 공항에 수송기가 도착할 예정이라는 한 달 전 가량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어디서 출발했는지는 안 나오는데….”

        

       “일단 선택지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점에 감사해보죠.”

        

        

        

        그리하여 도출된 선택지는 셋.

        

        교도소에서 북동쪽으로 13km 떨어진 맥렐런 공항, 남쪽으로 8km 떨어진 이그제큐티브 공항…그리고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까지. 그리고 내 촉은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일 확률이 높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다이스는 맥렐런 공항, 하모니는 이그제큐티브 공항. 그리고 제가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에 다녀오면 되겠네요. 적이 있거나 하면 굳이 갈아엎지는 말고, 무리겠다 싶으면 그냥 철퇴하세요. 안식처 인원들은 필요하면 같이 가면 되고.”

        

       “선생님은 혼자서 가실 거죠?”

        

       “가장 멀리 가는 거니, 페이스를 따라오지 못하는 분들은 따라오시면 오히려 힘들 거예요. 게다가 전부 끌고 나가면 기지 방어가 곤란할 수도 있으니.”

        

       “확인. 정찰 세트 준비할게요.”

        

        

        

        그렇게 세 명의 갈림길이 정해진다 – 물론 어디로 가는지는 전부 블러 처리가 되었기에 시청자들은 —- 공항이라고 들었을 테지만.

        

        도로를 타고 기동한다면 이동 거리는 11마일, 대략 18km 정도였다. 게임적 특성에 의해 절반 이상으로 축소되었을 테니 대략 9km 가량을 눈밭을 헤치며 이동해야만 한단 소리였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었더라면 상당히 곤란했겠지만, 일단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자.

        

        세 명이 교도소 정문을 빠져나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발은 조금 주춤하긴 했고, 바깥을 순찰하거나 빌리징 및 인테리어용 자재를 구해오는 유저들이 눈을 전부 녹여놨기에 간만에 아스팔트 바닥을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짧은 인사를 건넨 뒤 나아간 수십 미터.

        

        

        정강이를 넘어 무릎까지 오는 묵직한 눈길이 나를 반겼다.

        

        

       “이야….”

        

        

        

       -와 눈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떻게 맵을 이렇게 징글징글하게 디자인할수가 있는지ww

       -여기 군부대 있으면 진짜 죽을맛이겠네 ㅋㅋㅋㅋㅋㅋ

       -한 1주일 더있으면 허리까지오겠다 ㄷ

       -그래서 패딩콘다 어딨냐고 앆!!!!!!!!!!!!!!

        

        

        

        뽀드득.

        

        갓 내린 눈과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잠들어있던 아랫눈이 서로 다른 감촉을 자랑하며 발 언저리에서 부서지고 압축되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몇십 번, 그리고 수백 번 이상을 반복하며 나아갈 뿐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길이 험했기에, 대략 5분도 안 되어 점착폭탄을 화염방사 모드로 변환한 후 앞길을 사르르 녹여가며 전진했다. 그럼에도 대략 1km 가량 전진하는 게 끝이긴 했지만, 그걸로 어디인가.

        

        

        오직 칼바람 소리밖에 안 들리는 바깥. 도로의 가로등조차 전부 꺼져버린 탓에 분위기는 상당히 을씨년스러웠다. 뽀드득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몇몇 불이 들어온 새크라멘토의 건물들이 마치 묵빛 하늘에 박힌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도시라는 것은 어둠 위에 별을 하나씩 새겨가는 과정일지도 몰랐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계속해서 방송을 켜놓고 있었기에 가는 길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GPS 기능도 따로 켜두지 않았기에 시청자들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겠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알지도 몰랐지만, 그 즈음에는 내가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사람일 게 분명했기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 그리하여 웨스트 사이드 하이웨이의 중간 즈음에 도달하자, 드디어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항은 내 예상과는 실로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 사실 모습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했다.

        

        

        

       “…여기 맞나?”

        

        

        

        그냥 거대한 눈더미 같았다.

        

        불조차 켜져있지 않았다. 설마 방광과 방음을 철저히 하나 싶어 펄스를 지향성으로 돌려 500m 가량 앞을 탐사해보았지만, 그냥 공항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황급히 눈을 헤치고 주차장을 건너 터미널에 접근한다. 그러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터미널에까지 도달했음에도 인기척은커녕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 그리고 그 즈음에서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자연재해에 의해서든,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이든, 이 공항을 차지한 이들은 전부 몰살당했다.

        

        그리고 그 추측이 사실로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나.”

        

        

        

       -ㄷㄷ;;;

       -모자이크된 해골은 왜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시체가 몇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총맞은 흔적도 별로 없는데 얘네 다 뭐하다 죽은거임ㄷㄷ

       -설마 다 굶어죽었나?

        

        

        

        그 말대로.

        

        총상을 입은 시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은…정말 깔끔한 모습으로 죽었다. 요컨대 미라라고 해야 할까.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갔다. 천장이 뻥 뚫린 채 무시무시한 냉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과도하게 쌓인 눈이 천장을 붕괴시켰고, 거기로 바람이 새어들어온 거겠지. 다 얼어 죽은 것이다.

        

        물론 얼추 감안하자면, 반드시 그것 때문에 여기를 점거했던 적이 전부 몰살당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발자국?’

        

        

        

        꽤나 최근에 찍힌 발자국과 어지럽게 흩어진 눈들.

        

        아직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길을 따라간다. 그리하여 나타난 곳은 서버실. 놀랍게도 열화상으로 살짝 확인해보니 얼마 전 재가열된 흔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한 번 가동되었기 때문에 다시 따뜻해진 것이었다.

        

        설마 누군가가 나보다도 먼저 왔다갔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전력 충전기를 연결하고는 서버를 작동시켰다. 놀랍게도 아직 큰 문제 없이 작동되었다. 일단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복사해두는 것이었기에 이카루스 기어에 데이터를 전송하기 시작했고, 그러는 와중 조심스럽게 다른 부분을 확인했다.

        

        접속 로그.

        

        전술 체계를 껐다가 다시 켰을 경우 로그인이 필요했으니, 그걸 돌파하기 위해 해킹하는 와중 접속 로그가 남을 것이었다.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카루스 기어 특유의 손상 형태가 남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 결과는 내 예측을 한참이나 벗어나있었다.

        

        

        

       “…!”

        

        

        

        특유의 서버 파쇄 알고리즘.

        

        그 즉시 내용 자체가 마구 분쇄된 쓰레기 파일들이 넘쳐나며 파일 전송이 불가능하다는 오류를 띄워댔지만, 나는 그것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대거 팀의 것이었다.

        

        

        다른 세계의 대거 팀이 이 자리를 왔다간 상태였다!

        

        

        

       “환장하겠네.”

        

        

        

       -와 여기까지왔는데 소득이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척이요 월척wwwwww

       -선생님덕분에 여기는 안와도 될거같습니다 꺼억ㅋㅋㅋㅋ

       -사람을ㅋㅋㅋㅋ낚는ㅋㅋㅋ어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가 환장하겠다고 말한 이유는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시라도 빨리 대거 팀을 찾아야 했다.

        

        지금 당장.

        

        

        

        

        

        

        

        

        

        

        

        

        

        

        

        

        

       “뭐야, 갑자기 막내한테 연락이 왔는데?”

        

       “뭐라고 왔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딱 멈춘 다음 위치 알려달라고…? 갑자기 뭔 일이래?”

        

        

        

        그 무렵.

        

        대거 팀은 갑작스러운 문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항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은 전부 다 농장 아니면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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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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