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0

        새로운 날이 밝았다.

        어제는 요리 방송을 했으니, 오늘은 새로운 콘텐츠를 할 시간.

       

        “음…….”

       

        오늘은 무엇을 할지 고민해 본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구나.”

       

        본디 ‘영감(靈感)’이라는 것은 떠올리고자 할 때는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영감이 없는 지금의 나에겐, 새로운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은 뭘 해볼까?”

       

        늘 하던 콘텐츠는 심심한데.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하기도 힘들다.

       

        “게임을 해볼까? 음……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데?”

       

        게임 방송하는 인간들은 많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게임 방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해야겠지.

       

        내가 방송을 보고 겪으며 알게 된 사실은, 방송인이 그 콘텐츠에 진심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청자들도 방송인과 함께 콘텐츠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게임’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즐겁게 즐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시하기’ 때문이다.

       

        마피아 게임을 예로 들자면, 나는 생물의 감정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누가 마피아인지 알 수 있다.

       

        대전 격투 게임을 예로 들어 볼까?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 덕분에 게임 방법만 안다면 손쉽게 이길 수 있다.

       

        공포 게임?

        인간과 나는 공포를 느끼는 기준이 다르다.

       

        퍼즐게임?

        내 두뇌의 연산 능력은 인간을 뛰어넘는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나는 게임을 그다지 즐길 수 없다.

        물론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초반에는 그럭저럭 배울 수 있을 테고, 게임 자체가 재미있다면 시청자들이 보며 즐길 수 있겠지.

        하지만 게임 하나를 오랫동안 즐길 수는 없었다.

       

        ‘다른 방송인들과 게임 합방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 합방을 할 이들이 없다.

        약속도 잡지 않았고, 약속을 잡을 수도 없다.

       

        “그럼 오늘도 옛날이야기나 해야 할까?”

       

        결국 익숙한 콘텐츠로 넘어가려 할 때였다.

       

        띠리리리리링~!

       

        “음?”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

        아바타의 머릿속에 장착된 칩을 통해 연락을 받는다.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머니.

       

        “블레이즈.”

       

        이 아이가 웬일이지?

        의아한 심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블레이즈가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 어머니. 오늘 약속 있으십니까?

       

        “약속?”

       

        = 방송 콘텐츠, 정하셨나요?

       

        이 아이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면서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따로 정한 것은 없다.”

       

        = 그렇습니까? 그럼, 오늘은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음?”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방송을 켰다.

       

        – 용하

        – 하이용

        – 용하용하

        – 라하

        – 하이예요

        – 알흠다운 점심이예요!

        – 응? 그런데 어디임?

        – 라나님? 오늘은 또 어디신가요?

       

        “반갑구나 아이들아.”

       

        나는 도화가 들고 있는 방송용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 어디신가요?

        – 야외인가?

        – 어디임?

        – ???

        – 소풍 나가셨나요?

        – 야방은 또 처음인 듯?

       

        의문을 토하는 시청자들.

        나는 주변을 가리키며 그 의문에 답했다.

       

        “이곳은 천안이라는 지역이란다.”

       

        – 천안?

        – 아니, 거긴 갑자기 왜?

        – 엥?

        – 거긴 왜요?

        – ??????

        – 진짜 모름

        – 읭?

       

        시청자들의 의문을 토해낸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나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에 있는 A랭크 게이트를 토벌하러 오셨기 때문이죠.”

       

        – 이현이다!

        – 오! 형!

        – 이현님!

        – 드래곤 마스터!

        – 오? 설마?

       

        내 옆으로 이현과 블레이즈가 다가와 섰다.

        내 양옆으로 선 두 아이들을 바라보다, 다시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래. 보다시피…… 오늘의 방송은 게이트 토벌 방송이란다.”

       

        게이트 토벌 방송.

        줄여서 ‘토벌 방송’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말 그대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이다.

       

        게이트가 열리고, 다른 차원의 생물과 침략자들이 쳐들어오는 시대.

        인간들은 이 능력을 깨우치고, 그것을 이용해 침략자들을 막아 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것들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이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방송인들 중 토벌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은 적지. 그 이유를 아는 이들이 있느냐?”

       

        – 위험해서?

        – 위험하니까요

        – 애초에 저거, 허가도 거의 안 나오지 않나?

        – 토벌 방송이면 19금 걸어야 하지 않음?

        – ㅎㄷㄷ

        – 헌터가 왜 방송함? 그냥 사냥만 해도 돈 그럭저럭 버는데

       

        다양한 이유가 나온다.

        그리고 그 이유들 모두 각각의 그럴듯함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이 말했듯, 위험과 수익의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보다 ‘생방송이 불가능하다’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단다.”

       

        게이트의 내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렇기에 지구와의 모든 통신 수단이 끊기게 된다.

        즉, 게이트 내부에서는 ‘생방송’이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찾아보니, 대부분의 토벌 방송은 녹화 방송을 편집한 것들뿐이더구나.”

       

        물론 생방송으로 나오는 토벌 방송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게이트 내부가 아니라 지구 환경에 적응한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방송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토벌 방송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 그건 그러네

        – ㅇㅇㅇㅇ

        – 그럼 라나님은요?

        – 라나님은요?

        – 라나님은 어케 하실거예요?

       

        “다들 잊었느냐? 내가 평소 방송을 하던 곳이 어디였는지를…….”

       

        물론 게이트 내부에서 생방송을 못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사정’이다.

        나는 내 게이트 내부에 와이파이도 설치하고, 유선 인터넷망까지 설치한 드래곤이다.

        게이트 내부에서 무선 통신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정도는 간단하다.

       

        – 아닠ㅋㅋㅋㅋ

        – 꿈의 기술을 아무렇지 않게 실현시키지 말라고욬ㅋㅋㅋ

        – 저거, 지금 오렝 기업에서 열나게 연구중인 거 아님?

        – ㅋㅋㅋㅋㅋ

        – 앜ㅋㅋ 왜 기술 연구하냐곸ㅋㅋㅋ

        – 딸?깍

       

        “여기, 블레이즈에게 감사하도록 하거라. 오늘날 이곳에 데려와 주었으니.”

       

        “반갑다. 인간들.”

       

        – 꺄~!

        – 멋져요!

        – 날 가져요! 엉엉!

        – 플래시 펀치! 플래시 펀치!

        – 몸은 괜찮으신가?

        – 저번에 호주에서 다치셨다면서요?

        – 괜찮으신 거죠?

       

        이현이라는 파트너와 오랫동안 인간 사회에서 지냈기 때문일까?

        블레이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제법 보인다.

       

        “하하하. 오늘 이곳에 나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거의 다 나아서, 재활 겸 몸풀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블레이즈.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이현에게 물었다.

       

        “집에서 먹기만 하지 않았더냐?”

       

        “헉?! 어떻게 아셨어요?”

       

        내 질문에 이현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그야 알 수밖에 없는 것이…….

       

        “큰아들은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았거든.”

       

        식탐이 얼마나 컸냐면, 예전에 먹이를 너무 많이 배 속에 집어넣은 나머지, 그대로 전부 토해 버린 전적이 있었을 정도다.

        위가 담아 놓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식탐은 계속 늘더구나.”

       

        뭐, 이건 저 아이의 초월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블레이즈의 초월은 ‘빛’이다.

        그리고 그 초월에 맞게, 블레이즈에겐 강력한 ‘발광 기관’이 따로 존재한다.

        문제는 그 ‘발광 기관’이 열량을 많이 소모한다는 것에 있다.

       

        예전에 드래곤은 신체 구조상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생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블레이즈는 그런 드래곤들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열량 소모량이 많은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슈르네와 같이 에너지 생산 기관인 ‘드래곤 하트’조차도 없으니…….

       

        “게다가 몸도 회복해야 하니…… 많이 먹었을 것으로 생각했단다.”

       

        “하루 종일 처먹었습니다. 무슨 걸신들린 줄 알았죠.”

       

        “……거기 둘. 다 들립니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어머니의 고로싴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백익룡은 식탐이 많다…. 메모메모….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화를 내는 큰아들을 잘 달래준 후, 우리는 마침내 게이트에 들어섰다.

       

        게이트에 들어서는 인원은 총 8명이었다.

        나와 블레이즈, 이현.

        카메라를 든 도화.

        헌터 협회에서 온 도우미 1명.

        그리고…… 나를 따라온 나의 권속 셋.

       

        “군주!”

       

        나의 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인, 황금빛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 갸르츠.

       

        “아우우!! 주인님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기사단의 일원인 늑대인간, 울페.

       

        “준비는 끝냈습니다.”

       

        나의 시녀장인 자예.

       

        이렇게 셋이 우리의 뒤에 섰다.

       

        – 어째 익숙한 얼굴들인데?

        – 구미호, 리자드맨, 늑대인간…

        – 어? 저 리자드맨,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라나님 게이트에서 본 듯?

        – 어우. 하나 같이 든든하넼ㅋㅋㅋ

        – ㅋㅋㅋㅋ

        – 저쪽 게이트는 무슨 죄죠?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미소와 함께 이들에게 말했다.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이 게이트가 무슨 게이트인지부터 설명해야겠지.”

       

        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현이 앞으로 나서며 답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이현입니다.”

       

        – 반갑이현!

        – 하이요!

        – 오! 유명인!

        – 분명 유명인이 맞는데…. 왜 좀 그래 보일까?

        – ㅋㅋㅋㅋㅋㅋ

        – 라나님이 제일 빛나심.

       

        “하하하. 오늘 우리가 온 곳은, A랭크 게이트인 ‘골렘 사원’입니다.”

       

        이현의 손짓을 따라 도화가 카메라를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카메라의 렌즈에, 게이트 내부에 존재하는 커다란 석재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 오?

        – 진짜 사원이네?

        – 오오오

        – 게이트!

        – 와. 생방으로 게이트 보니까 좀 신기하네

        – 19금 안 걸어도 되나?

        – 오오오오오

        – 캬아아!!

       

        그렇게 나의 방송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새로운 것으로 뭘 적을까 고민하다가, 늦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대신 다음화는 정상 연재될 예정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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