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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0

       직감적으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 챈 엔리지만 그녀의 거부에는 힘이 없었다.

       

       “수상하면 어쩔 테냐. 선택이라는 것은 강자의 권리이니라.”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아라가 지닌 힘은 가히 전능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적어도 엔리 따위가 따르고 싶지 않다 하여 고개를 저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니.

       

       화룡무인에 머무르는 이상 엔리는 아라의 제안을 강제로 수락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화룡무인 내에서 휘둘릴 수밖에 없다면 화룡무인 바깥으로 나가면 그만이지 않은가.

       

       게임 속에서야 전능할 지라도 바깥에서는 마이페이스에 옷을 더럽게 못 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는 다르게 귀여운 걸 좋아하는 여성일 뿐이니까!

       

       “사장님.”

       “넵.”

       “저희 카페 난리난 거 아시죠?”

       “넵. 알고 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이거 분명 마이튜브 각 잘 나올 텐데.”

       “그쵸. 그것도 알아요.”

       “진짜 안 가실 거에요?”

       

       허나 아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한들 압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방송에서 아라가 대놓고 이야기를 꺼낸 순간부터 그녀의 계획은 시청자와 편집자들의 귀에 들어가기 마련.

       

       아라가 준비해 놓은 함정 속에서 엔리가 괴로워하는 것은 그들이 바라는 바였으니.

       

       감이 있으면 알아서 참여하라는 압박이 여기저기서 쏟아진 것이다.

       

       단순히 엔리가 혼자 방송을 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겠지만 그녀는 이미 그녀를 중심으로한 하나의 작은 회사를 유지하는 상태.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에 선 엔리는 밤늦게 아라에게 언제 시간 내면 되냐는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왜 도박으로 탕진을 하셨어요.>

       <버티라고만 했는데.>

       <심지어 시청자들도 말렸다면서요?>

       <심각한 바보네요.>

       

       아라의 놀림에 엔리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자신이 손해라는 것을 알았기에.

       

       …

       

       으으. 그렇지만 이 말만큼은 해야겠어.

       

       <아라 씨. 기억하세요. 이 모든 건 업보로 돌아올 거라는 걸!>

       

       제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요?

       

       이 엔리! 은혜도 원수도 2배로 갚는 인간입니다!

       

       제가 당하고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시죠!

       

       <그 말 여러 번 들었는데 한 번도 곤란했던 적은 없는 거 같은데요.>

       <아. 엔리냥이 보는 건 좀 곤란했을지도 몰라요.>

       <너무 재밌어서. ^^>

       <엔리냥이 사진>

       

       딜교환에서 참혹하게 패한 엔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베개에 얼굴을 박았다.

       

       두고 보자.

       

       두고 보자아아아아!

       

       *

       

       엔리에게 바다에 가자는 제안을 하고서 며칠이 지난 후 여행 당일.

       

       준비를 끝마친 자리에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길고양이마냥 날을 세운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까지도 의심을 버리지 못한 게냐?

       

       주변에 뭐가 지나갈 때마다 눈초리를 치켜드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난 거기에다 별 말을 하진 않았다.

       

       평소 저런 데에 익숙하지 않은 녀석이 온갖 것을 경계하고 있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탈진을 하게 되거든.

       

       엔리 정도의 수준이라면 채 1시간도 버티기 어렵지 않을까.

       

       “우아아아아.”

       

       해변에 도착을 하자 바루의 커다란 눈동자가 순수한 빛을 품고 반짝였다.

       

       대륙 내지의 산에 틀어박혀 있던 그녀다.

       

       보아도보아도 끝이 없이 뻗어 있는 바다의 모습은 절로 경외를 불러일으키겠지.

       

       

       “저게 다 물인 것이냐?!”

       “그래.”

       “대체 이 호수의 끝은 어딘 것이냐. 도술로 안력을 늘려도 끝이 보이질 않는구나!”

       

       꼬리를 세차게 흔들던 바루는 이내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무얼 바라는 지 알 수 있었다.

       

       저 곳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게냐?

       

       “마음대로 하거라.”

       

       보통 사람이면 옷을 갈아입으라거나, 깊이 들어가지 말라거나 하는 소리를 했겠지만 그대는 신령이지 않나.

       

       어지간한 것은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을 테니 마음대로 놀거라.

       

       다만 너무 멀리 가지만 않으면 족하다.

       

       내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다로 내달린 바루는 허공으로 뛰어오름과 동시에 여우의 형체를 하더니 물속에 빠져선 탄성을 내질렀다.

       

       저토록 즐거워 하니 내 저를 바다에 데려온 보람이 있구나.

       

       – 동물애호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바루 기여어어어어]

       

       – ㅂㄹ ㄱㅇㅇ

       – ㄱㅇㅇ

       – 나도 저런 여우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

       – 나도.

       

       시청자들과 함께 바루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에 이번 여행에 동행한 설아와 하린이가 해변에서 쉬기 위한 준비를 했다.

       

       커다란 우산을 설치하고. 바닥에 무언가를 깔고. 고기를 굽기 위한 판을 준비하고.

       

       “…에? 뭐에요? 왜 본격적이에요?”

       

       그 풍경을 살피던 엔리가 의문을 표시했다.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바닷가는 자신을 속이기 위한 핑계거리일 뿐이여야 하는데 이토록 본격적이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내 언제 이번 일이 그대를 골리기 위함이라 이야기했더냐?”

       

       나는 그에 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마는.

       

       “그치만 분위기라던가. 강요하는 거라던가.”

       “기껏 놀러가는 건데 친한 이를 데려가야 하지 않겠느냐.”

       

       내 태연하게 그리 이야기를 했으나 엔리는 여전히 눈에서 의심을 풀지 않았다.

       

       허나 눈이 혼란스러워 보이는 것이 저 경계가 풀릴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이 보였다.

       

       가만 내버려두어도 되겠군.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바루를 따라 바다 쪽으로 향했다.

       

       – ㅇㄹㅁㄱ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수영복 안 입음?]

       

       “입지 않아도 괜찮다. 물이 이 몸에 튈 일은 없을 테니까.”

       

       대답을 하며 물 위에 발을 내딛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물 아래로 발이 꺼지며 신발과 그 안의 발. 그리고 옷까지 모두 바닷물에 적셔져야 정상일 터이다만 이번에 한해서 그런 일은 없었다.

       

       내 발은 당연하다는 듯 물 위를 거닐었으니까.

       

       – 노잼.

       – 아. 감 없네.

       – 그 풍경을 기대하던 내 음흉한 마음 어쩔거야!

       – 순 변태새끼들밖에 없네.

       – 갈! 무엄하도다! 어디서 감히 천마님의 육신을 보려 드느냐!

       – 그러는 무틀딱 지도 기대했으면서.

       – …갈!

       

       자신들의 욕망을 직선적으로 드러내는 꼴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음흉한 것보다야 이게 낫기는 하다만 징그러운 것은 다를 바가 없구나.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내 옆 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도술. 이 흐름은 물과 관련된 무언가인가.

       

       손에 기를 두르고 내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쳐냈다.

       

       그것은 바닷물로 이루어진 물줄기였다.

       

       범인은 하나밖에 없지.

       

       “바루. 무얼 하는 짓이더냐. ”

       “역시 이 정도엔 당해주지 않나.”

       

       바닷물에 몸을 담근 채 얼굴만을 드러낸 여우는 심술궂은 웃음을 지으며 날 지켜보고 있었다.

       

       “백주에게 들었다! 바다에 가면 이런 장난을 쳐야 한다고 말이다!”

       

       바다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적부터 들떠 있더니 그대의 친우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나 보구나.

       

       그렇지. 바다에 가면 이런 장난을 쳐야지.

       

       허나 바루. 그대가 한 가지 잊고 있는 게 있구나.

       

       장난을 친 자는 장난에 당할 각오도 해야 하는 법.

       

       내가 사용해 주변의 물을 끌어 올리자 바루가 웃음을 터트렸다.

       

       “민가여! 그대가 도술로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그대야 말로 착각을 하고 있구나. 왜 본인이 도술만을 사용할거라 생각하는 게지?”

       

       바닷물로 이루어진 물방울을 잡아서 바루에게 내던진다.

       

       속도는 그 자체로 폭력.

       

       수탄이라 할지라도 빠른 속도가 더해진다면 충분한 흉기가 되는 법.

       

       바루는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했다.

       

       수탄이 바루의 얼굴에 착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루가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래로 가라앉았다.

       

       허나 본인은 그를 보면서도 방심하지 않았다.

       

       기절할 정도로 강한 타격을 준 것이 아니었으니까.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바다 아래로 가라 앉았던 바루는 이윽고 바다 아래에서 물로 이루어진 용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 번 해보자는 게지!?”

       “먼저 시비를 건 것은 그쪽일 터인데?”

       

       *

       

       처음 여행에 끌려왔을 무렵에만 하더라도 엔리는 이 해변이 자신의 처형대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분위기라던가. 아라의 어투라던가. 대충 뭐 그런 것들 있지 않은가.

       

       허나 아라를 비롯한 이번 여행의 일행들은 바닷가를 너무도 잘 즐겼다.

       

       바닷가에서 자강두천을 하고 있는 바루와 아라라거나.

       

       화룡무인에서 수박깨기는 너무 어려우니까 안대를 쓰고 각자의 머리를 깨는 것이 더 재밌지 않겠냐는 살벌한 이야기를 나누는 하린과 설아라거나.

       

       해변에 늘어진 여러 장비라거나.

       

       저것이 모두 자신을 속이기 위한 위장일거라고 엔리는 생각했지만 순수하게 해변을 즐기는 모습에 그 의심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엔리. 거기서 무얼 하느냐. 함께하자꾸나.”

       “…그럴까요?”

       

       시원한 바다에서의 즐거운 놀이라는 풍경에 매혹된 엔리는 아라의 말에 무심코 홀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서 엔리는 즐겁게 놀았다.

       

       바루가 도술로 만들어준 놀이기구에 올라타 스릴을 즐기거나.

       

       아라와 바루의 협동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눈을 가린 아라도 아니고 설아에게 눈을 뜬 채로 발려서 머리가 깨지거나.

       

       허나 그 모든 것은 그저 백일몽에 불과했다.

       

       우연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엔리가 다시금 살아서 돌아왔을 무렵 백사장에 있던 모든 사람과 물건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화령 씨이이이이이이!”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앜ㅋㅋㅋ 이걸 속네.]

       

       – 엔리도 즐길 거 다 즐겼잖아?

       – 솔직히 재밌었으면서.

       – 휴우. 난 또 아무 일 없이 놀기만 하는 줄.

       – 나돜ㅋㅋㅋ

       

       방심시킨 후에 뒤통수치려고 했던 건 알겠어요!

       

       근데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던 거에요?!

       

       너무하지 않아요!?

       

       저도 재밌게 즐긴 건 사실이지만 이건 너무하잖아요!

       

       덕분에 완전 안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요!

       

       속으로 투덜거리던 엔리는 백사장 한 가운데에 있는 종이를 발견하고 그를 주워들었다.

       

       [네가 너무 늦게 돌아오기에 미리 자리를 떴다. 저 앞에 숲이 보이느냐? 그를 지나치면 수고가 있다. 그 곳으로 오거라.]

       

       “제가 늦긴 뭘 늦어요! 바로 왔구만!”

       

       소리를 치며 종이를 내팽개친 엔리였지만 그녀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엔리는 순순히 아라가 바라는 것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 되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종이가 가리킨 숲 앞에 선 엔리는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좀 무서운데?

       

       숲이 너무 무성한데다가 저 안에서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

       

       아무리 봐도 길 잃고 조난되기 좋은 구조 아냐?

       

       공포게임에서는 항상 저 안에서 뭔가가 갑툭튀 하던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쫄?]

       

       – 와. 대낮인데 이것도 못 하는 거야?

       – 쫄았넼ㅋㅋㅋ

       – 진짜 심하다.

       – 짐승이라도 튀어나오면 기절하는 거 아냐?

       

       “겁 안 먹었거든요! 그냥. 그냥. 그.”

       

       쫄이라는 단어의 효과는 대단했다.

       

       분명하게 겁에 질린 엔리가 숲 안으로 발을 들이게 만든 것이다.

       

       그래! 어차피 대낮이잖아!

       

       숲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무슨 일 있겠어?!

       

       날이 이렇게 밝은데 유령 같은 게 튀어 나올리도 없고!

       

       그리 판단을 내린 엔리가 숲 안으로 걸어 들어간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태양이 떨어졌다.

       

       해도. 달도. 별도 없는 순수한 어둠이 하늘에 자리 잡으며 세상이 검은 색으로 물든다.

       

       “…에?”

       

       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낮을 밤으로 바꾸는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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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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