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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0

   익시온의 금역 폭주.

     

   그로 인해 제국에는 역대 최다 사상자가 나왔다.

   금역에 잡아 먹힌 일반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 시민 말고도 귀족 중에서도 죽음을 면치 못한 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수도와 먼 지방 귀족들이었다.

     

   그렇게 제국이 혼란스럽던 순간.

   통제하지 못한 채 날뛰고 있는 금역에 지원군이 도착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국에게는 숙적이라 불리던 발하임의 기사단이다.

     

   발하임의 직계, 릴리쉬 발하임과 수호검이 직접 기사단을 이끌고 나타나더니.

   그들은 곧장 금역으로 향하여 금역을 강제로 진정시켰다.

     

   그 과정에서 세계 침식 전문 집단인 세피라도 가세하며 어떻게든 금역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제국과는 앙숙이었던 스타론의 발하임이 나선 덕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각지에서도 제국에게 지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국이 망하면 좋은 거지라며 관망하던 이들도.

   발하임과 세피라까지 나서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그 결과, 익시온 쪽에서도 당혹스러운 반응이 왔다.

     

   본래 익시온은 제국 하나를 무너뜨리는 걸 상정했을 테지만.

   설마하니 제국과 썩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마저 지원할 거라고 예상 못했다.

     

   수세는 확실하게 제국 쪽으로 기울었다.

   익시온이 상정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금역이 정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발하임이라는 도화선은 생각 이상으로 수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제국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을 실패한 익시온은 줄행랑을 쳤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한다.

     

   익시온이 예상외로 너무 빨리 철수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들은 마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마지막 금역까지 폭주를 멈춘 순간.

   드디어 제국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희생이 없지는 않았다.

     

   제국 소속의 천하십강 중 한 명.

   호왕(豪王) 구온 바크라가 금역과 세계 침식자에게 무리하게 맞서다 죽임당했다.

     

   그의 영웅적 행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크게 울렸고, 제국은 익시온이라는 적을 확실히 인지했다.

     

   지방 귀족 세력들은 이번 기회에 대부분이 중앙 귀족 세력 편입을 원했다.

   익시온이라는 거대한 집단이 또 언제 날뛸지 모르는 마당.

     

   그들은 자기 영지와 몸을 보신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중앙 귀족에 편입해야 했다.

     

   특히, 지방 귀족 세력의 중심이었던 호왕의 죽음이 그들에게 보다 위기감을 선사했다.

     

   여러 학자가 이번 사건을 제국이 마냥 손해 본 것은 아님을 평가할 때.

     

   또 다른 곳에서 영웅의 이름이 유달리 부각 되었다.

     

   그중 한 명은 뜻밖의 인물이다.

     

   메리 다이아나.

     

   과거, 세계 침식자에게 당해 황녀를 시해하려 했던 인물.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그녀는 금역을 전전하며 수많은 시민을 구했다.

     

   황녀 시해자라는 악명으로 퍼져 있던 그녀였으나.

   그녀는 과거 제국의 창 후보로 뽑혔던 이다.

     

   괜히 후보로 뽑힌 게 아니라는 듯.

   그녀는 나이에 비해 엄청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단독으로 금역에 뛰어 들어가 금역에 맞서는 광경은 사람들에게 경악을 일으키게 했다.

     

   사람들은 메리 다이아나가 개과천선했다며 그녀의 평가를 달리했다.

     

   실상은 그저, 제국에 나타난 크라슈의 소식을 듣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냉큼 창을 꼬나쥔 채 제국으로 향한 것이었으나.

   그 사실을 알 길 없는 사람들은 메리를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그런 메리와 또 다르게 새로운 영웅으로서 가장 이름이 부각 된 이가 있다.

     

   라그렌 가문을 침입한 세계 침식자, 그중 이름 높은 광견과 연마를 처치하고.

   위기였던 황궁에 나타나 시그린 에파니아의 희생과 함께 황제를 지켜낸 영웅.

     

   크라슈 발하임.

     

   예전부터 세계를 자주 떠들썩하게 했던 이름.

   그 이름은 이번 제국의 위기로 인해 더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무려, 황제를 지켜낸 업적.

     

   그는 비록 황가와 약혼 관계라고는 하나.

   스타론과 발하임이라는 틀에 있는 이다.

     

   그런 그가 그러한 굴레를 내던지고, 황가와 제국을 위해 검을 들었다는 건.

   수많은 제국 시민들의 지지를 얻게 하였다.

     

   제국의 위기로 심란했던 제국민들에게 무척이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알맞았다.

     

   이야기꾼들 사이에서는 크라슈의 이름이 매일 같이 거론되었다.

     

   특히, 발하임의 기사단이 움직여준 이유도 크라슈가 설득해서라는 말이 덩달아 퍼졌다.

     

   앙숙인 제국이라도 사람이 죽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발하임과 담판을 벌여 기사단을 끌고 왔다.

   그의 영웅적 행보에 다른 나라들 또한 감동하여 그를 따랐다. 등등.

     

   수많은 여러 이야기가 제멋대로 부풀려지며 퍼져 갔다.

   진실이 어찌 되었든 사람들 입방아에 오른 순간부터 이야기는 부풀려진다.

     

   그러나 핵심 하나만큼은 절대 바뀌지 않았다.

   크라슈 발하임의 영웅적 행보였다.

     

   그것만큼은 일맥상통하였다.

     

   오래전, 여러 사건을 통해 이미 이름을 알린 크라슈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는 정말 대대적으로 크게 이름을 알리고 말았다.

     

   그 결과, 사람들이 말하였다.

     

   크라슈 발하임에게 별호가 붙어야 하지 않냐고 말이다.

   거기에 사람들은 한술 더 떴다.

     

   때마침, 호왕이 죽으며 천하십강 자리 하나가 공석이 됐다.

     

   이만한 업적을 가진 이들은 천하십강 중에서도 없다시피 하다.

     

   그에게 천하십강 자리를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의 이야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물론 그중에서도 달갑지 않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금역 사건을 정리하며 12월이 지나 또 한해가 지나갔다.

     

   그렇다면 크라슈 발하임은 올해 17살.

   이제 막 갓 성인을 지난 이에게 벌써부터 천하십강이라는 자리를 주는 게 옳은가?

     

   괜히 벌써부터 자리를 주어 안 좋은 버릇을 지니게 할 수도 있다는 것과 같은 의견부터.

   천하십강이라는 자리는 실력과 업적을 갖춘다면 나이와 무관하다.

   고작해야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세계적으로 손해가 아닌가까지.

     

   사람들은 정해지지도 않은 일로 자기들끼리 입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딱 하나만큼은 모두 동의했다.

   이만한 업적을 지닌 이에게는 걸맞은 별호가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

   여러 토의 하에 크라슈 발하임의 별호가 입에 올랐다.

     

   백룡의 핏줄이라는 황가마저 구해낸 발하임의 영웅.

   그렇다면 그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별호는 없을 것이다.

     

   검룡(劍龍)

     

   후에 창공의 세대라 불리게 될 이들 중.

   크라슈가 샬롯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별호로 불리게 된 순간이다.

     

     

   * * *

     

     

   라헬른 아카데미의 의료실.

   거기에 한 검푸른 머리카락의 남성이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었다.

     

   “검룡, 언제까지 잘 거야.”

     

   그러자 그를 깨운 건 태양 빛 머리카락 색의 여성이었다.

   아스트리아 스티그마 프리만.

     

   예전에는 성녀라 불리던 여성이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소년, 크라슈는 눈을 슬그머니 떴다.

     

   “그렇게 부르지 마.”

   “왜? 별호 받았으면 많이 불러 줘야지. 그래야 익숙해질 거 아니야.”

   “입가에 웃음이나 떼고 말해.”

     

   크라슈의 지적에 아스트리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크라슈가 누워 있던 침대에 엉덩이를 비집고 앉았다.

     

   “당신, 아주 거하게 여기저기 난리를 피우고 다녔던데. 어쩌려고 그래?”

   “해야 할 일이라 했던 것뿐이야.”

   “그래서 그 일해서 몸이 이 꼴이 되었고?”

     

   아스트리아의 날 선 눈을 크라슈가 슬쩍 피했다.

   그녀의 말대로 크라슈의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다.

     

   아우라의 내단을 사용한 대가로 몸 여기저기가 아주 개작살이 났기 때문이다.

     

   시그린은 자신의 미래를 받쳐 필살을 담았다.

   그런 시그린을 꺾기 위해서는 크라슈도 쓸 수 있는 걸 모두 다 써야만 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시그린 또한 정상에 섰던 회귀자였으니 말이다.

     

   크라슈는 아주 잠시 목이 날아갔던 시그린을 떠올렸다.

     

   악연이기 때문일까.

   그 장면은 이상하게도 크라슈의 머릿속 깊게 남았다.

     

   더불어 이번 일로 익시온과 아벨라의 위험성을 한 번 더 되새겼다.

     

   ‘익시온은 세계의 적이 되는 걸 자처하고 있다.’

     

   어쩌면 이 녀석들은 이번 기회에 세계 전체가 세계 침식자를 더욱 적대하게 하고.

   그만큼 세계 침식자들을 자신들에게 끌어들이려는 계획이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크림슨가든과 에벨아스크에게 전해 듣기로 세계 침식자들 중 다수가 익시온의 편에 서고 있다.

     

   익시온이 저지른 짓이라고는 하나.

   세계적으로 세계 침식자들을 더더욱 적으로 간주하는 일이 많아진 탓이다.

     

   세계 침식자들이 숨어 있을 곳과 살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은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건가.’

     

   크라슈가 입술을 즈려 물었다.

   아벨라, 이 미치광이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하루빨리 검존을 만나야 한다.’

     

   검존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세계 침식자들 전부가 익시온으로 돌아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절대로 전쟁은 피할 수 없겠지.

     

   “……앞으로 일주일은 쉬어야 한다는 내 말, 기억하지?”

     

   그 순간 크라슈의 상태를 눈치챈 아스트리아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크라슈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기에 크라슈가 헛기침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스트리아는 냉큼 일어나더니 크라슈의 허벅지 위에 콱하니 앉아 버렸다.

     

   이불을 둘렀음에도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놀란 크라슈가 눈을 크게 뜨자.

   아스트리아는 새빨갛게 물든 귓불로 크라슈를 오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사이에 어디 나가기라도 해봐. 내가 이렇게 꽉 눌러서 당신 어디에도 못 가게 할 거야.”

   “아스트리아, 진정해. 나도 정말 쉴 생각이야.”

     

   크라슈의 말에도 아스트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탄 자세 그대로 크라슈의 어깨를 눌러 잡았다.

     

   “흥, 내가 그 말 믿을까 봐? 당신은 그러면서도 무리를 일삼잖아.”

   “아니, 아무리 나라도 늘 회복은 하고 움직였는데.”

   “몰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만신창이로 올 때마다 조마조마한 내 마음도 조금은 알아주란 말이야.”

     

   거기에 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가장 만신창이 상태인 크라슈를 마주하는 건 늘 아스트리아의 몫이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 하지만 그래도 거동이 된다면 만나러 가야 하는 녀석이 있어.”

   “……하링 라그렌 말이지.”

     

   빠르게 처우를 마치고, 하링이 제일 먼저 이송된 곳은 다름 아닌 아스트리아가 있는 곳이다.

   아닌 밤중에 갑자기 환자를 들이게 된 아스트리아였지만 그녀는 망설임 없이 치료를 시작했다.

     

   지금은 안정에 취한 하링은 깊이 잠들어 있다.

   워낙 격렬하게 싸운 탓에 독단을 이겨내지 못한 몸이 꽤나 크게 상했다.

   그렇기에 육체가 회복을 위해 지금도 잠을 자고 있다.

     

   크라슈는 그런 하링이 일어나는 것을 마주하러 가야 한다.

     

   “하아, 알았어. 거기까지는 허락할게.”

     

   크라슈가 미안한 얼굴을 하자 아스트리아가 조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얼굴에는 이길 수가 없다.

     

   그러자 살짝 심술이 났다.

     

   이쪽은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크라슈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 당신 치료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한 거 알지.”

   “알지. 늘 고맙게 생각한다.”

   “그럼 노력한 보상이라도 줘.”

     

   보상이라는 말에 크라슈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아스트리아는 왼손을 스윽 내밀었다.

     

   “나도 받고 싶어.”

     

   크라슈도 눈치는 있다.

   그녀가 뭘 받고 싶어 하는지 알았다.

     

   “……아스트리아, 나 결혼했어.”

     

   아직도 신혼이 한창일 때다.

     

   비록, 상황이 난리가 나서 비앙카와 마주한 시간은 적었어도.

   신혼인 사람한테 반지를 달라니.

     

   그런 크라슈의 반응을 본 아스트리아는 한차례 콧바람을 내쉬었다.

     

   “누가 모른대. 내가 주례 봐줬거든.”

   “아는 녀석이 그러냐.”

   “그러니까 애초에 당신 신부랑 이야기했어.”

     

   크라슈는 아스트리아를 데려갔던 비앙카를 잠시 떠올렸다.

     

   “앞으로도 당신을 계속 치료해주고, 옆에서 지지해줄 수만 있다면 당신과 어떤 관계가 되어도 괜찮다고 직접 말해줬었어.”

     

   그건 진심인 얼굴이었다고 아스트리아는 말했다.

     

   크라슈가 잠시 멍해진 표정이 되었다.

   비앙카에게 듣긴 했었지만 설마 이런 걸 말하고 다녔을 줄이야.

     

   설마 다른 애들한테도 그런 말을 한 건가.

     

   크라슈가 잠시 멍하니 있으려니 아스트리아는 눈을 힐끗 돌려 천장을 보다가 냉큼 자세를 낮췄다.

   그러고는 크라슈의 이마에 입술을 부딪치곤 벌떡 일어났다.

     

   “방금 건 빨리 낫게 해주는 주문!”

     

   귀여운 짓을 한 아스트리아의 얼굴은 또다시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다음에는 반지 준비해! 안 그러면 아프게 치료할 거야!”

     

   치료하지 않겠다는 말은 절대 안 하는 아스트리아가 그대로 병실을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크라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크라슈가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겨울이 지나고 봄이 피어오르고 있다.

     

   크라슈는 이제 라헬른 아카데미 3학년생이 됐다.

   그 말은 즉, 라헬른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떠나갈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졸업식인가.’

     

   바로 윗세대의 졸업식.

   크라슈의 누이, 샬롯 발하임의 졸업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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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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