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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1

       아제르나 전기, 아니지, 애초에 밀레니엄 사에서 발매하는 모든 게임의 주 소비자는 오타쿠다. 나도 오타쿠였고, 그 게임의 커뮤니티에도 오타쿠들이 매우 많이 모여있었다.

        

       서브컬쳐 계에서 보통 히로인이라는 단어는 주인공과 이어지는 예쁜 여자 캐릭터들에게 붙는 명칭이고, 그런 의미에서 아제르나 전기의 히로인들은, 세계관을 막론하고 다들 예쁜 캐릭터들이었다.

        

       물론 로티는 히로인이라는 자리에서 조금은 벗어난 캐릭터이긴 했다. 애초에 주인공과 이어주려고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디자인을 대충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주인공 커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커플은 커플이다. 서브 커플은 서브 커플답게 디자인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 한다고. 스토리를 쓰는 사람으로서도 자기가 만든 캐릭터들이 사랑받기를 원하지, 괜히 욕먹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아제르나 전기가 조금 늦게 정발하는 서양의 경우 로티라는 캐릭터를 두고 ‘PC’에 물들었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인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애초에 아제르나 전기는 어두운 피부색의 캐릭터들이 자주 나오던 시리즈다.

        

       여캐는 그냥 예쁘게 그려두면 피부색에 상관없이 예쁜 법이라고. 무엇보다 과거에는 이런 피부색도 ‘모에 요소’라고 받아들여졌단 말이다. 뭐 요즘에는 그 ‘모에’라는 단어를 거의 안 쓴다는 것 같지만. 그래도 메이드 카페에서는 쓰이던가?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로티는 예쁜 캐릭터였다. 종종 나오는 동인지에서 그렇고 그런 대상이 된다는 것이 그 인기를 증명한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 현실의 로티도 무척 예뻤다.

        

       이목구비가 선명하면서도 너무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미인은 흔치 않은 법이다. 로티가 그런 미인이었다.

        

       평소에는 자신을 무척 낮추고, 말도 존댓말을 쓰는 데다 입고 있는 옷도 메이드복 아니면 교복이라서…… 아니지, 오히려 그래서 더 눈에 띄었던가? 음, 남자애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려고 하면 어느새 제이크가 끼어서 말을 돌렸던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그런 로티가 아주아주 비싼 돈을 들여 만들었을 게 분명한 웨딩드레스에, 머리에는 신부용 베일을 두르고 있는 모습은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화장은 별로 진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게 청순함을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하긴 애초에 ‘미소녀 캐릭터’는 오히려 어중간하게 화장을 표현하면 캐릭터가 이상하게 변하는 법이니까.

        

       “황녀님.”

        

       “남들 앞에서는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데.”

        

       하지만 로티는 그 말투만큼은 끝까지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 내가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면 처음에는 이름으로 부르다가도, 결국에는 평소에 쓰는 존댓말에 밀려 ‘황녀님’이라는 호칭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다고 그걸 지적하면 죄송하다고 하니, 나로서는 오히려 호칭을 그대로 두는 편이 로티한테는 덜 미안할 것 같았다.

        

       하긴 샤를로트나 미아, 소피아나 레나도 아직 내게 말을 높였으니, 이쯤 되면 그냥 하나의 개성으로 보고 넘어가는 게 나을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존댓말이 개성은 아니었던 걸까. 그렇게 헌신짝 버리듯 버려버렸으니.

        

       “앞에 있던 귀족들이 엄청나게 궁금한 게 많아 보이던데. 린드버러의 결혼식이니 높은 사람들이 오는 건 맞겠지만 그 높은 사람들이 제이크보다는 신부와 더 열심히 대화하고 있으니 말이야.”

        

       “…….”

        

       “언니, 로티는 그 말 벌써 몇 번이나 들었어…….”

        

       아차.

        

       긴장 풀어주겠답시고 한 말이었는데, 뒷북인 모양이다.

        

       게다가 이미 그런 말을 몇 차례나 들었다는 건,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누가 봐도 다 아는 사실처럼 들리게 되었다는 소리다.

        

       평소에도 주목받는 것에 별다른 내성이 없는 로티였기에 높은 귀족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좀 좋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 린드버러는 옆 나라인 벨부르에서도 유명한 이름이니까요. ‘반드시 불러야 할 가문’의 수만 따지더라도 열 손가락에 옆 사람 손가락까지 빌려 세어도 넘칠 테니까요.”

        

       먼저 와있던 샤를로트가 그렇게 말했다.

        

       ‘하객이 신랑이나 신부보다 튀어 보이면 안된다’라는 말은 이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모양이다. 나는 물론 애초에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냥 수수하게 입고 왔지만, 왕녀인 샤를로트도 마찬가지로 수수하게 입고 온 것을 보면.

        

       물론 그 수수하다는 기준은 이쪽 세계의 기준이라, 어깨가 살짝 드러나는 단순한 은빛 드레스는 어떻게 보면 신부보다 화려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뭐, 그래도 하얀 웨딩드레스와 나란히 두면 그래도 웨딩드레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색조이니 괜찮으려나.

        

       이쪽 귀족들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니, 정말 상상만 해도 피곤한 삶이다.

        

       “결국 극복해야 할 일이긴 하지.”

        

       제국의 상징색인 금색과 붉은색을 내버려 두고 진한 녹색의 드레스를 입고 온 앨리스도 아마 그런 이유로 저런 색을 골랐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클레어는 남색 드레스였다.

        

       참고로 나는 아슬아슬하게 검은색은 아닌 진한 푸른색의 드레스다. 폭이 지나치게 넓지는 않았으니 아주 눈에 띄는 드레스는 아니리라. 사실 하나하나 따로 두고 보면 죄다 개성 넘치는 드레스들이었지만, 이 결혼식장에 온 모든 여성을 모아두면 대부분이 이런 디자인의 드레스였으므로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

        

       형형색색이긴 했지만, 서로 묻힌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그런 원색의 드레스들 사이에 있기에 새하얀 신부복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결혼식에 하얀 옷을 입고 가는 사람은 싸우자는 소리라는데, 실제로 그렇게 보일 것 같긴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웨딩드레스 같은 옷을 누가 평소에 입고 다닐까 싶긴 하지만.

        

       “괘, 괜찮아요! 저 같은 사람도 고위 귀족인걸요! 고위 귀족이라고 다 무서운 건 아니니까요!”

        

       “미아, 그런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미아의 말에 샤를로트가 숨을 내쉬듯 대답했다.

        

       “결혼식이잖아요. 조금 더 가슴을 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의 주인공은 당신이니까.”

        

       소피아가 로티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 온 누가 욕을 하겠어? 괜히 욕했다가는 사방에서 두들겨 맞을 텐데.”

        

       내 말에 로티가 시선을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말로 그럴까요? 저는 평민인데…….”

        

       “그 평민 좋다고 매달린 사람이 공작가 아들이잖아. 네가 먼저 좋아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쪽이 먼저 반한 건데 뭐 어쩔 거야? 게다가 린드버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귀족이야. 저택이 남대륙에 있을 뿐이지, 북대륙쪽의 영지도 절대로 무시 못 할 만큼 크고, 거기서 나는 작물도 상당히 많아. 아무래도 더운 지방이니까 과일도 많이 나오고.”

        

       앨리스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그리고, 네가 며느리가 된 이상 린드버러 공작은 아마 최선을 다해서 너를 지켜줄 거야.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거든.”

        

       그리고 그 사실이 별로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한 것이 로티의 어머니에 관련된 일이긴 했지만, 그 이야기는 여기서 꺼내지 않는 편이 나을 거다.

        

       로티에게 공작가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도 ‘별다른 인연 없는 평민’ 취급인 이유는 어쨌거나 로티의 아버지뻘 되는 인간이 린드버러 공작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소리다. 물론 그런 이유로 공적인 자리에 그 인간이 나설 일은 없겠지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저기…… 여러분, 좋은 말을 하고 계시는 건 알겠는데, 이런 날에 위로한답시고 정치 이야기를 할 필요 있을까요?”

        

       아카데미를 다니는 동안, 그런 쪽의 일에 대해서 완전히 질려버린 소피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덕분에 우리는 딱히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꾸 그런 말을 꺼내놓게 되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렇게 다소 어색한 침묵에 휩싸여 있는데—

        

       똑똑, 신부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클레어가 얼른 문 쪽으로 갔다.

        

       “로티!”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안으로 뛰어 들어온 사람은 로티를 향해 반갑게 외쳤다가—

        

       “헉!”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을 보고 기겁했다.

        

       “베이커 양.”

        

       내가 빙긋 웃으며 인사하자,

        

       “화, 황녀님.”

        

       베이커 양은 조금 굳은 채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고위 귀족을 피해서 이쪽으로 온 모양인데, 그 고위 귀족들보다 더 높은 귀족들을 만나서 얼어버린 모양이다.

        

       이쪽도 아카데미 다니는 내내 마주칠 때마다 말 놓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쉽게 되지 않았다.

        

       역시 신분제의 벽은 높은 건가…….

        

       ……얘한테도 확 높은 귀족가 사람을 소개해줘 볼까? 아버지인 베이커 씨는 그런 쪽을 조금 노리는 것 같은데.

        

       물론 본인은 무조건 거절하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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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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