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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1

       백우진이 품에서 자신 있게 꺼낸 서찰.

         

       그것은 하나의 협의서였다.

         

       수뇌부에 속한 장로들의 문파가 전쟁 동안 자신들보다 세가 강한 문파의 제자들을 희생시켜 세력을 약화시키고, 그로 인해 생겨난 틈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자는 내용이 담긴 협의서.

         

       “이 협의서를 본 순간, 저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백우진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정사연합의 무인들을 향해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예, 압니다. 이 협의서를 입수한 순간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항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요. 알면서도 저는 참지 못했습니다. 아니! 참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서슬 퍼런 눈으로 장로들을 노려보며 원독 어린 말들을 씹어 뱉었다.

         

       “제게는 저들이 혈교와 다르지 않게 느껴졌으니까요.”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당장에라도 터질 듯이 부글거리고 있던 공 장로가 일어나 외쳤다.

         

       “이, 이건 전부 날조요! 우리는 그런 협의서를 쓴 적이 없소이다!”

         

       그러자 다른 장로들도 하나둘씩 힘겹게 몸을 일으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 그렇소! 우리는 저런 협의서를 작성한 적이 없소!”

       “백우진, 저놈이 교활하게 수를 꾸며낸 것이오!”

         

       그들이 억울하다는 듯 열변을 토해내자, 이를 지켜보는 연합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거야?”

       “저 협의서가 사실이라면…, 백우진에게 죄를 물을 수가 없겠어.”

       “하지만 장로들이 저렇게 펄쩍 뛸 정도면, 으음.”

         

       그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백우진이 공개한 협의서가 거짓이라는 쪽과 거짓이 아니라는 쪽.

         

       양쪽의 의견이 치열하게 맞물렸다.

         

       “다들 정숙하시오.”

         

       들불처럼 번진 시끌벅적함을 잠재운 것은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무림맹주 현학의 묵직한 기세가 실린 음성이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옆에 앉은 사흑련주와 백우진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의 기세를 막아낼 수가 없었기에.

         

       현학의 시선이 백우진에게로 옮겨졌다.

         

       “그 협의서, 틀림없는 진짜인가?”

         

       엄중한 물음에 백우진은 협의서 끄트머리에 남겨진 조항 하나를 가리켰다.

         

       “협의서 끄트머리에 보시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 협의서는 협의를 나눈 다섯 사람이 한 장씩 나누어 가진다.’ 라고요.”

         

       그의 손가락이 길길이 날뛰는 다섯 장로 중 공 장로에게 향한다.

         

       “제가 가지고 있는 협의서는 공 장로의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장로들의 방을 조사해 본다면 답이 나오겠군요.”

         

       그러자 장로들의 기세가 한층 수그러들었다.

         

       누명을 벗기 위한 방법은 명확해졌다.

         

       거처 수색을 통해 자신들의 무고함을 밝히는 것.

         

       그러나 그들은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서 거처 수색을 요청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지금껏 그들이 저지른 비리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기 때문.

         

       지금의 누명을 벗자고 거처의 수색을 요청했다간 언 발에 오줌 누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백우진이 그들에게 광역 도발을 시전했다.

         

       “어떠십니까, 장로님들? 본인들께서 떳떳하시다면 거처 수색을 거절하진 않으시겠지요?”

         

       그들은 뒷목이 바짝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진퇴양난.

         

       나아가기도, 물러서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공동파의 강 장로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오냐, 네놈의 말대로 하면 되겠구나.”

         

       그가 결연한 표정으로 무림맹주를 향해 읍소했다.

         

       “맹주! 본 장로의 거처를 수색해주시오. 그리하면 본 장로들의 억울함은 전부 풀릴 것인즉!”

         

       그가 이토록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까닭은 하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며칠 전, 제자를 통해 방에 남아 있는 비리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두었기 때문.

         

       그는 도리어 지금을 기회로 여겼다.

         

       ‘이번 기회에 다른 장로들에게 빚을 지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들과 막역한 사이는 아닐지언정 꽤 오랜 시간 함께 해먹은 사이.

         

       자신이 희생하여 그들을 위기로부터 구해낸다면 그 빚은 두고두고 쓰임새가 있으리라.

         

       “…강 장로의 거처를 수색하라.”

         

       마침내 무림맹주의 명이 떨어졌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무인들 몇몇이 송사장을 나선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있게 될 터.

         

       일 각여의 시간이 흐르고, 강 장로의 거처를 수색하기 위해 나섰던 무인들이 웬 젊은 사내를 포박하여 데리고 왔다.

         

       이에 무림맹주가 그들에게 물었다.

         

       “포박해온 이는 누구인가.”

         

       그러자 무인 중 한 명이 대표로 나서서 말하기를.

         

       “강 장로의 제자입니다. 강 장로의 거처에서 무언가를 숨긴 채 도망가려 하기에 속히 포박하여 호송해 왔습니다.”

       “무언가를 숨겼다…? 그것이 무엇인가.”

         

       무인이 제 품에서 서찰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바로 이것이옵니다.”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필 이때 장로의 제자가 황급히 숨기려 했던 서찰이라.

         

       누가 봐도 미심쩍지 않은가.

         

       송사장에 흐르는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었을 때, 무인이 서찰을 펼쳐 보였다.

         

       “옥면신룡 백우진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강 장로의 거처에서 똑같은 협의서가 발견 되었습니다.”

       “아…!”

         

       길고, 짧은 탄식들이 송사장을 가득 메웠다.

         

       수뇌부의 장로들은 하나 같이 무림에서의 배분이 까마득하게 높은 이들.

         

       지금까지 무림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믿어온 이들이 그럴 리 없다며 현실을 부인하고 싶었는지도.

         

       “마, 말도 안 된다! 어, 어찌 그것이 본 장로의 거처에서 나온단 말이냐!”

         

       강 장로가 미치기 일보 직전의 표정으로 길길이 날뛰었다.

         

       성치 않은 몸으로 절뚝이며 달려든 그가 포승줄에 포박되어있는 제 제자를 마구 흔들었다.

         

       “말해보거라, 이놈아! 저 서찰은 무엇이며 네놈이 왜 저걸 숨기고 있었단 말이냐!”

         

       그러자 제자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스, 스승님께서 이곳에 오기 전 빨리 없애라 명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이놈이 대체 무슨 소리를…!”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서찰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스승님께서 하라는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이, 이놈이 정녕…!”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강 장로가 멀쩡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내리치려 하자, 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무림맹주가 소리를 내질렀다.

         

       “갈!”

         

       고작 한 단어에 담긴 기운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기운이 장내에 울려 퍼진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 장로가 황급히 손을 내리며 몸을 넙죽 엎드렸다.

         

       “매, 매, 맹주! 이건 정말 아니오! 내 방에 저런 협의서 따위가 있을 리 없단 말이오!”

         

       울분 가득한 외침에도 장내는 싸늘했다.

         

       증거가 명백해진 이상, 그의 말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 뿐.

         

       그 어떤 누구에게도 울림을 전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이에 무림맹주가 노기를 띤 음성으로 외쳤다.

         

       “수뇌부의 다섯 장로들을 포박하라.”

       “매, 맹주!”

       “이, 이건 음모요!”

       “우린 절대로 그러지 않았소!”

         

       몸이 성치 않은 장로들의 항변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시를 내렸다.

         

       “장로들을 뇌옥에 가두고 심문하여 그간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도록 하라!”

       “존명!”

         

       장로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버렸다.

         

       백우진이 꺼내 든 협의서는 분명 거짓으로 꾸며진 것이 틀림없다.

         

       자신들은 단연코 저런 협의서를 만들어 나누지 않았으니까.

         

       허나 그것은 별개로 자신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사실.

         

       그것이 심문을 통해 차례로 밝혀진다면 무림 하늘 아래서 얼굴을 들고 걸어 다닐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릴 터.

         

       “이, 이건 아니오. 이건 아니란 말이오, 맹주!”

       “어찌 새파랗게 젊은 녀석의 세 치 혀에 놀아난단 말이오!”

       “우리가 아니라지 않소!”

       “우리의 말 좀 믿어주시오, 제발!”

         

       그들의 감정적인 호소에 무림맹주는 차갑에 선을 그었다.

         

       “그대들이 죄가 없다면 그 또한 심문을 통해 밝혀질 것이오. 또한, 그대들이 무죄로 밝혀진다면 내 무릎 꿇고 그대들에게 사죄하고, 맹주직을 내려놓으리다.”

       “이, 이런…!”

         

       심문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

         

       그들은 까맣게 죽어버린 얼굴로 무인들의 팔에 이끌려 송사장을 떠나갔다.

         

       한쪽의 죄가 입증되었으니 송사는 이미 의미가 없어진 상황.

         

       그러나 백우진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께 아룁니다.”

         

       사뭇 정중한 태도로 입을 연 그가 말을 잇는다.

         

       “수뇌부 장로들의 비리의 온상을 파악하고 들춰내는 데에 성공하였으나, 저 또한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으면 어떤 죄도 묻지 않고 끝날 판국에 갑자기 왜 저런단 말인가?

         

       “감정에 휘둘려 주먹을 휘두른 것은 엄연한 죄인 바.”

         

       그가 무림맹주와 사흑련주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부디 제게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무심한 눈빛으로 송사를 바라보고 있던 사흑련주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또 재미있는 일을 벌이려 하는군.’

         

       그는 알아차린 것이다.

         

       백우진이 또 기묘한 수를 쓰려 한다는 것을.

         

       이번엔 또 무슨 방법으로 제 명성을 드높일지 궁금해진 그가 나서서 물었다.

         

       “어떤 기회를 말하는가.”

         

       시의적절한 물음에 백우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장내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다.

         

       “혈교의 본거지 수색을 명해주십시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 전쟁을 끝내는 그날까지,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그가 던진 승부수에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능한 아군을 처치하고 이제 전장으로 떠납니다.

    1일 1연재를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최대한 빨리 체력 회복해서 1일 1연재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읍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양해 바랍니다.

    그럼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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