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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1

       

        

        

        

        

       

        

       “그래서, 막내의 말에 의하면…현재 새크라멘토에서는 일종의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나?”

        

       “그렇죠.”

        

        

        

        파소 베르데 초등학교.

        

        헐레벌떡 안식처로 돌아와 잠시 로그아웃한 뒤, 나는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 버려진 초등학교에서 대거 팀과 접촉했다.

        

        하모니와 다이스에게 양해까지 구해가며 – 물론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은 이미 싹 털렸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였기에 사실 양해를 구할 것도 없긴 했다 – 헐레벌떡 로그아웃한 후 이들에게 황급히 뛰어온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현재 새크라멘토가 돌아가는 상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대거 팀이 투입되었다가는 어떤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오퍼레이터 간의 무제한적 교전이 발생하고 있다니, 어디서 폴른이라도 대거 등장한 건가요?”

        

       “그게, 설명하자면 좀 긴데….”

        

        

        

        어디서부터 말해야만 할까.

        

        잠시 머리를 굴린 후 입을 연다 – 물론 언젠가는 해야 할 이야기긴 했다. 이 세계에서 그림자라고 칭하는 유저들이 어째서 죽은 후에도 다시 살아돌아올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죽더라도 왜 다시 살아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는 그냥 어영부영 흘려넘길 수 없는 중대사항이었으니.

        

        그리고 이들 역시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일종의 분신 같은 거군. 아니면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 병사의 진화형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죠.”

        

        

        

        실제로 딱히 다르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조금 느낌은 다르지만 개념 자체는 딱히 다르지 않은 기틀 위에서 설명이 시작된다. 새크라멘토에서는 일종의 세력전 및 섬멸전 등이 벌어지고 있고, 적 연합군 혹은 타 오퍼레이터를 목표로 한 교전이 자주 발생하는 중이며…그렇게 어떻게든 어영부영 설명할 수 있었다.

        

        그나마 가장 염려했던 ‘왜 그런 형태의 교전이 발생하는가’ 에 대한 경우, 목표 자체의 세팅값이 그렇게 되어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었다.

        

        그리하여 새크라멘토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는 얼추 끝냈지만, 여기까지만 들으면 딱히 대거 팀을 이 자리에서 멈춰세울 이유까지는 되지 못했다 – 다르게 말하면 이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즉,

        

        

        

       “그림자들이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그래서 멈춰세운 거죠.”

        

        

        

        까놓고 말해 대거 팀이 인게임 내에서 어떻게 표현될지는 잘 모른다. 그나마 NPC 정도가 아닐까. 로스앤젤레스 때는 서부에 있는 미군 병력이 완전히 발을 뺐었고, 유저들과 실제 미군 간의 동선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 그닥 신경도 안 썼지.

        

        하지만 이들이 새크라멘토 안쪽까지 파고든 이상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말했듯이 이 안쪽은 무제한적 PVP가 허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당장 로스앤젤레스 당시에도 그림자의 수효만 10만이 넘었으니…상당히 곤란해지는데.”

        

       “아쉽겠지만 작전 진행을 멈출 수는 없을 확률이 높아요. 무슨 소리인지는 아시겠죠?”

        

       “그렇겠죠. 그 무엇도 아니고 핵탄두 관련 문제이니.”

        

        

        

        괜히 현대전을 다루는 옛날 게임이나 영화에서 핵 이야기가 나오면 등장인물들이 난리법석을 부리는 게 아니다. 이는 핵미사일 사용이 조금은 흔해진 현 시점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용 빈도만 높아졌을 뿐이지 핵은 결국 핵인 법이니.

        

        작전 진행에 부담이 된다고 미션을 취소하라기엔 너무 큰 문제가 얽혀버렸다. 그렇다고 그림자가 있다고 알려줘봤자 상층부가 ‘저들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질 리도 만무하겠지. 상부 입장에선 유물론과 정면으로 반하는 존재들을 뭘 믿고?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들을 서포트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림자처럼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건 아마도 불가능하겠지만, 몇 가지 지원 정도는 가능할 것 같긴 하네요.”

        

       “가령?”

        

       “보유하고 있는 모든 탄환을 전부 초소형 테르밋 탄환이나 초경질화 고분자 탄으로 바꾼다든지, 그림자가 여러분들을 공격할 시 위력이 감소한다든지….”

        

       “전자만 해줘도 한 발에 한 명씩 나자빠질 걸. 건물도 뚫어버리는 총알인데.”

        

        

        

        그 정도라면 그닥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데이터 스캔을 위해 로렌티나가 작전 전 가지고 온 탄환 몇 발을 받았다. 탄피까지 새빨갛게 칠해진 탄환. 정식 명칭은 너무 길고 어려워 다들 초소형 테르밋 탄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안에 들어있는 건 딱히 테르밋은 아니다. 물론 그보다 위력은 더했지만.

        

        초정밀 펄스 기능을 통해 탄환을 한 번 스캔한 뒤 그것을 이카루스 인터내셔널로 전송했다. 해당 데이터는 일종의 더미 데이터로서 게임 내에 녹아들 것이고, 이를 새크라멘토에 그대로 복사 및 붙여넣기를 행하면-

        

        

        

       ───쿵!

        

        

        

       “여기요. 5천 발 정도 들었으니, 9명이서 쓰기에 모자라지는 않을 거예요.”

        

       “세상에나.”

        

       “5천 발이라, 탄통 하나에 2천만 달러가 넘겠군.”

        

       “딱히 아껴서 쓸 필요는 없으니, 마음껏 쓰고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하세요.”

        

        

        

        그 와중 어깨를 톡톡 두드리던 로렌티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크리스마스에도, 신년에도 못 받은 선물을 막내 덕에 다 받아보네요.”

        

       “굳이 이런 걸 선물로 받아야 하나 싶긴 한데…아무튼 고맙다. 혹여나 우리 교전하고 있을 때는 가까이 오지 말고.”

        

       “물론이죠. 그리고 비행기는 마터 공항으로 가다가 추락했다고 하니, 새크라멘토 강남 이내는 뒤져볼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것으로 필요한 정보는 다 주었다.

        

        다들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다들 가이거 계수기는 챙겨오셨을 테니, 이만 가볼게요. 뭔가 찾아내면 바로 연락할테니 여러분들도 뭔가 찾아냈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그렇게 다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복귀하였다.

        

        망설임없이 접속하자마자 하모니와 다이스가 바로 눈에 보였지만, 그 두 명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닥 소득이 없었던 듯했지-만, 이제는 크게 상관없었다.

        

        재차 블러 기능을 활성화시키며 덧붙였다.

        

        

        

       “아메리카 강 북쪽 일대로 갈 겁니다. 다들 가이거 계수기 하나씩 들고 외출 준비하세요.”

        

        

        

        흩날리는 눈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 무슨 눈이랑 바람이 이렇게…!”

        

       “그래서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예상 추락 지점으로 가는 거죠. 다행히도 분쇄된 정보를 어느 정도 다시 끼워맞출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관제탑 교신 데이터를 약간이나마 확보하는 게 가능했어요.”

        

        

        

        물론 거짓말이다. 대거 팀에게 직접 들었다.

        

        하지만 출처 불명이라고 말하는 건 신뢰도를 깎아먹는 지름길이었으니 적당히 둘러댄 것이었다. 실제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았다. 시청자들은 어차피 당시 상황만을 적당히 확인한 시점이었으니, 방송을 다시 켜기 전 데이터 복구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면 된다.

        

        의문을 품어봤자 거짓말이라고 증명할 방법도 없으니.

        

        아무튼 데이터를 계속해서 돌려본 결과, 몇 가지 꽤나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핵탄두를 실은 수송기가 이륙하던 와중 강한 돌풍이 불었지. 그 후 갑자기 엔진이 맛이 갔고. 어떻게든 출력을 끌어올려 고도를 높이던 와중 다른 엔진도 삽시간에 뻗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체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은 확실했다.

        

        혹은 뭐어, 꺾인 나무가 재수없게 엔진에 빨려들어갔거나.

        

        수송기의 종류를 An-225라고 가정해보면, 해당 기체는 엔진이 여섯 개나 달려있는 대형 수송기이다. 그런 게 뻗어버리려면 말 그대로 치명적인 고장이 있어야만 했다. 새크라멘토 국제 공항 곳곳이 무너진 곳으로 가득한 걸 감안하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쪽도 격납고가 한 번 무너졌거나, 추위로 인해 부품이 수축했거나, 강한 바람을 맞은 탓에 동체에 스트레스가 가해졌거나…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사실상 이러한 추측에 큰 의미는 없었다.

        

        아무튼, 관제탑과의 교신을 확인해보면 어느 정도 고도에 올라가자마자 기체가 말 그대로 추력이 안 나오는 상황에 빠진 것으로 추측된다. 아마도 그 이후 활강을 시작했겠지. 조종은 어느 정도 가능했는지 어떻게든 착륙해보려고 시도해본 듯했지만 교신은 그로부터 몇 분 후에 끊겼다.

        

        

        

       ‘이륙한 시간과 당시 속도, 방위를 계산기에 넣고 두드려보면 마터 공항까지 절반도 안 남은 거리 언저리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당시 초당 고도 하락 속도는 명백히 비정상적이었고, 추측하건대 옆바람 같은 게 아니라 마이크로버스트 같은 걸 잘못 처맞았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아마 예상 운행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확률이 높고, 대략 예상 추락 지점 플러스마이너스 3km 가량이 오차 범위겠지.

        

        블러 처리된 지도 구역을 다이스와 하모니,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같은 안식처 소속 다섯 명의 유저들에게 일제히 전송했다. 인게임 내에서는 단독주택까지는 생략되었으니, 정찰해야만 하는 넓이는 그에 비례하여 줄어든다.

        

        확인할 곳은 대략 세 곳.

        

        그러나 짐작가는 곳이 있었다.

        

        

        

       “칼 엑스포(CAL EXPO),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무역박람회관. 오늘은 한 번 이 근처를 뒤져봅시다.”

        

       “알겠습니다.”

        

        

        

        물론 시청자들은 또 블러냐며 난동을 부려댔지만, 오늘은 특별히 뚝배기 대신 신나게 쌓인 눈 위에 파묻어주었다. 하여튼 시끄러운 사람들이다. 그래도 과도하게 시끄럽게 땡깡을 부리는 사람만 조용히 하세요!를 시전해주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아무튼, 범위가 좁혀졌다고 한들 오늘 뒤져야만 하는 공간은 크기만 거의 2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구역이다. 비행기 잔해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였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비행기는 거의 산산조각이 났을 거고, 잔해도 눈에 파묻혔겠지.

        

        그나마 가능성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좀 요란하게 부서진 건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와장창 부숴버리려는 듯, 정찰에 나선 지 고작해야 10분도 되지 않아 한 명이 떡밥을 물어왔다.

        

        

        

       “스토커 4-1이 스토커 1-1에게, 어…수상쩍은 빛과 다수의 인기척을 발견했다. 유저가 아니라 적 연합 세력인 것으로 추측된다.”

        

       “…에?”

        

       “저쪽도 꽤나 몸이 달았나보군요.”

        

        

        

        하긴, 당연한 일이다.

        

        마터 공항이 멀쩡하다면 거기도 적 병력이 주둔 중일 거고, 자기네 쪽으로 배달이 와야 할 핵탄두가 새크라멘토 한복판에서 떡하니 실종됐다는데, 인력을 보내서라도 찾아야 할 물건이겠지. 게다가 핵탄두는 보통 수백 킬로그램이나 하는 게 정상이었다. 최소가 300kg를 훌쩍 넘는 원형의 금속 구체였다.

        

        그런 걸 도수운반하는 건 불가능하니 아마 차량이든 뭐든 끌고왔을 터. 아마 수상쩍은 빛은 발굴 현장 비스무리한 상황일 터였고, 다수의 인기척 역시도 맥락은 비슷할 것이다.

        

        시작부터 잭팟이라고 해야 하나, 이걸.

        

        그렇게 눈을 헤치며 다섯 명이 한 자리에 다시 모였고, 눈을 파 임시 엄폐물을 구축한 다음 모두가 해당 현장을 확인했다. 다들 전술 토론을 시행하는 와중이었지만 나는 한 곳에 가만히 시선을 둔 채 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유진 선생님?”

        

       “잠시.”

        

        

        

        기이하리만치 지직대는 화면.

        

        헌터가 있었다.

        

        어렴풋하게 보이긴 했지만, 얼굴 전체를 가리는 특유의 검은 방탄 마스크가 부서졌다가 회복하는 픽셀 너머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8명 이상. 해당 적을 마킹한 뒤 시야를 공유하자 다들 한 마디씩 덧붙였다.

        

        수적으로 상당히 불리하긴 했지만, 일단 저대로 놔둘 수도 없는 노릇 –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이미 내 손가락은 새크라멘토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을 대거 팀에게 연락을 보내고 있었다. 멀리서 저격만 해줘도 상당히 괜찮은 도움이 되리라.

        

        이제 작전 짜는 것만 남았다.

        

        

        

       “헌터가 대략 열 명 가량 존재하니,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제가 헌터를 유인하죠. 다른 분들은 전부 우회하여 작업 현장을 지키는 적들을 전부 처리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유진 선생님도 무사히 돌아오시길.”

        

         

        

        작전을 시행할 때만큼은 뇌가 가속되는 느낌이다.

        

        명령을 내리고,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며, 타이밍을 잡는다. 우리가 헌터 및 적과 교전하는 사이 우회한 아군 다섯 명은 뒤를 칠 것이다. 적의 숫자는 대략 40에서 50명 가량이었으니 완전히 불가능한 교전은 아니었다.

        

        때마침 메시지를 통해 전달되는 ETA 5min. 앞으로 대거 팀이 5분 안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람소리와 서프레서에 의해 억눌려진 사격음이 허공을 타고 퍼져나갔다.

        

        대구경 총알에 맞은 헌터의 머리가 크게 휘청인다. 이카루스 기어보다는 미력하지만 저들 역시 탄환을 최소 한 발은 막아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말 그대로 한 발. 잇따른 하모니의 사격이 첫 번째 헌터의 머리를 수박처럼 터뜨렸다.

        

        그 순간 그 자리의 전원이 몸을 낮추고 숨는다. 이어지는 사이렌 소음. 전방에 선 헌터가 대응 사격을 시도하는 동안, 우리는 아직 숨지 못했거나 제대로 엄폐물에 들어가지 못한 적들을 하나씩 사냥한다.

        

        

        

       ───퍼어엉!

        

        

        

       “EMP 확인. 이제부터 통신 끊겨요.”

        

        

        

        반 박자 느리게 펄스가 몸을 휩쓸었다.

        

        이제부터는 육성을 통해 대화할 시간이었다.

        

        몇 번이고 방아쇠를 당긴다. 튕겨나간 탄피가 두텁게 쌓인 눈 위로 떨어졌고, 이내 치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파고들어가 사라졌다. 그런 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자 헌터의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엄폐물에 숨는 순간 다이스가 점착 폭탄으로 엄폐물을 통째로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홉이 여섯이 되는 순간, 저들은 이대로라면 그닥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탄도 방패를 들고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속적인 사격으로 인해 어느 정도 위치가 노출되었기에 선택한 전술인 듯했다.

        

        

        

       “정면 109m.”

        

       “관통형 점착폭탄 준비 완료!”

        

        

        

        그리고 퍼엉.

        

        한 명이 점착폭탄에 맞아 너덜거리는 방패를 집어던지는 순간 벌집핏짜가 되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하지만 그 사이를 다섯 명이 메웠다. 거리가 점차 좁혀진다. 하모니는 십수 개에 달하는 수류탄을 꺼냈고, 다이스는 포말 수류탄을 꺼낸다.

        

        그렇게 거리가 20미터 안으로 좁혀진 순간, 러시아제 수류탄 다섯 개가 허공을 날았다. 그것을 총으로 빠르게 쏴서 요격하는 순간 헌터가 방패를 앞세운 채 달려든다.

        

        하지만 그 순간,

        

        

        

       ───찰그랑!

        

        

        

       “너무 가까이 왔네요.”

        

        

        

        뒤에서 꼼지락대던 하모니가 열두 개의 수류탄을 동시에 전면에 흩뿌렸다.

        

        그닥 아름답지 않은 열두 개의 각자 다른 포물선을 그린 수류탄이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그것이 일제히 폭발하는 순간 귀가 멀 것만 같은 굉음이 울려퍼졌다. 가까스로 몸을 지면에 날린 탓에 폭발에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헌터들은 예외였다.

        

        휘청거리는 적 중 한 명의 탄도 방패를 있는 힘을 다해 걷어차자 말 그대로 수십 미터 뒤로 튕겨져 굴러간다. 그 사이 M14의 조정간을 연발로 바꾼 다음 탄도 방패 위로 30발을 쏟아부었다. 그러던 와중 뒤에서 날아드는 방패날 공격을 몸을 숙여 피하고는 배에 그대로 주먹.

        

        장갑판이 부서지는 감촉 사이로 무언가 어긋나는 듯한 감각이 섞였다. 그리고 그 생각대로 헌터는 그 자리에서 늑골이 통째로 뭉개졌다.

        

        

        방패를 뺏어들고는 재빨리 몸을 낮췄다.

        

        

        

       “윽…!”

        

        

        

        카카카캉!

        

        방패 위로 무지막지한 불꽃이 튀어올랐다. 아슬아슬하게 헌터의 사격을 몸뚱아리로 받아내지 않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방패를 내다버린 그 헌터는 두 명의 집중 공격에 의해 몸에 수많은 바람구멍이 뚫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남은 헌터는 셋이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기이잉!

        

        

        

        퍼어엉!

        

        기묘한 소음과 함께 헌터 워치가 일제히 붉은 빛으로 발광하더니, 적색이 감도는 반원형의 펄스를 주변으로 퍼뜨린다. 처음에는 무슨 충격파인가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 그러나 그것보다 더 질이 나쁜 것이었단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반쯤 자포자기한 채 웃어대는 남은 세 명의 뚝배기까지 전부 반갈죽을 만들어준 후에야 살펴볼 수 있었던 UI의 경고.

        

        

        

       -[알림 : 이카루스 카테고리 침입. 네트워크 오버라이드…방어 중. 지속적인 간섭을 확인.]

        

       -[알림 : 현 시간부로 해당 이카루스 기어 및 착용자와 동일 네트워크 선상의 5명 전원을 폴른 오퍼레이터로 지정.]

        

       -[알림 : 해제까지 1시간.]

        

        

       

        부스럭.

        

        그와 동시에 뒤에서 나타나는 아홉 명의 인원들.

        

        우리 전원이 차고 있던 시계가 불길한 적색을 토해내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총구가 나와 하모니, 그리고 다이스를 겨누었-다가, 이내 천천히 내려간다.

        

        머리 위에 대문짝만하게 붙은 NPC 마크.

        

        태스크포스 대거 팀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한 발 늦었군.”

        

       “HISAV 시스템에 시계가 감염됐어. 앞으로 한두 시간 정도는 모든 이카루스 네트워크에서 폴른 오퍼레이터로 표시될 거야.”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의 로건과 로렌티나, 그리고 오웬스는 작전용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하모니와 다이스가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튼, 이 둘에게는 새크라멘토 작전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만나는 NPC였다. 다르게 말하면 무어라 입을 열어야 하는지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단 뜻이었다-만, 나는 딱히 할 말 없으면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는 덧붙였다.

        

        

        

       “발굴 작업지에 헌터 10명이 있었어요. 이 근방에 핵탄두가 있는 게 확실해요.”

        

       “곤란하게 됐군. 도와줄 일이 있나?”

        

       “글쎄요.”

        

        

        

        하지만 적의 시스템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나름의 이점이 있었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통신. 물론 이카루스 통신망이 아니라는 건 이미 명백했고, 다르게 말하면 합법적으로 적의 통신망을 엿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30분 이내로 발굴 지점에 증원을 보내겠단 내용이 스피커를 통해 증폭되어 울려퍼졌고, 그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핵탄두를 거스름돈으로 드릴 테니, 1시간 동안만 지켜주시죠.”

        

       “확인. 그러면 주변에 쓸만한 게 있는지 보러 가자고.”

        

        

        

        그렇게 기묘한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게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도대체 뭐임?????????????

       -와 아다리 안맞았으면 썰릴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PC쉑들 준내쎄보이네 ㅋㅋㅋㅋㅋ

       -아니잠만 지금 칼엑스포에서 폴른 떴다고 난리법석인데 이거 설마 유진쌤네 파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다른 이들의 상황 역시도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었다.

        

        실로 난장판 그 자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NPC(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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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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