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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1

        일반적으로 인간들의 방송에서 ‘몬스터 토벌 방송’은 ’19세 이용가’ 판정을 받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생명을 빼앗고’, ‘선혈과 장기가 흩날리는’ 광경이 ‘성인이 되지 않은 인간 아이들’의 정서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게 그런가?’

       

        내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이쪽 세상의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뭐라고 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간들의 사정이고,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이야기니까.

       

        물론 아예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과 같이, 토벌 방송을 시도하는 날에는 내 방송에도 ’19세 이용가’ 판정이 내려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들의 규칙에 따라 방송하고 있는 이상, 이런 부분에서도 인간들의 규칙을 따라야 하겠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게이트에 등장하는 놈들은 모두 ‘골렘’뿐입니다. 몸체가 나무, 돌, 진흙 따위로 이루어져 있는 놈들이기 전부라는 말이죠.”

       

        “즉,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19금’에 걸릴 이유가 없다는 뜻이더냐?”

       

        “그렇습니다.”

       

        사냥 방송이 19세 이용가 판정을 받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선혈이 낭자하는’ 광경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이트에서 상대한 몬스터들은 어디까지나 ‘골렘’뿐.

        그리고 골렘은 ‘피’를 가지지 않은 존재다.

       

        – 오

        – 그러네

        – 그래서 19금이 걸려 있지 않은 거구나?

        – 오

        – 그런데 이쪽에서 다치면 어케되나요?

        – 사람이 다치는 것도 포함되지 않음?

        – 골렘의 주먹에 짜부되면?!

       

        “시청자 여러분?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골렘에게 당할 것 같은 사람이 있나요?”

       

        이현이 주위를 가리키며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그러자 채팅창 위로 ‘ㅋㅋㅋ’이라는 글이 잔뜩 올라오기 시작했다.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그건 그렇넼ㅋㅋㅋㅋ

        – 앜ㅋㅋㅋ 걱정할 사람을 걱정해야짘ㅋㅋㅋ

        – 골렘들이 걱정됩니다!

        – ㅋㅋㅋㅋㅋ

        – 일단 드래곤만 두 명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그럼, 들어갈까요?”

       

        “그러지.”

       

        “그러자.”

       

        이현의 말에, 나와 블레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권속 4명은 내 명령에 따를 테고…… 헌터 협회에서 따라온 헌터는 이현의 옆에 딱 달라붙었다.

        그렇게 우리는 석재 구조물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야. 오늘은 너 재활이니까, 난 구경만 한다?”

       

        “그래라.”

       

        이현이 헌터와 함께 뒤로 물러서고, 블레이즈가 인간의 몸을 이리저리 굽히며 앞으로 나섰다.

        나는 블레이즈에게 물었다.

       

        “블레이즈야.”

       

        “네.”

       

        “인간의 몸으로 몸풀기가 되겠느냐?”

       

        재활을 할 거라면, 본체의 모습이 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이곳은 블레이즈나 내 본체가 머물기엔 너무 좁은 공간이다.

        그렇기에 나는 블레이즈에게 물었다.

       

        “넓혀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딱 잘라 거절한 블레이즈가 양손을 깍지 껴 위로 들었다.

       

        “끄~응! 이 모습으로도 재활은 가능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렇구나.”

       

        “당분간 저 혼자만 움직이겠습니다.”

       

        “그러거라.”

       

        본래 이곳은 블레이즈의 ‘재활 훈련’을 위해 헌터 협회에서 준비해 준 게이트다.

        거기에 블레이즈가 나를 함께 데려와 준 것이다.

       

        “우린 잠시 물러나자꾸나.”

       

        “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블레이즈만이 앞으로 나선 채 얼마나 걸어갔을까.

        돌로 만들어진 통로가 끝나고, 곧이어 넓은 정글숲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 약간 남미나 아즈텍, 그쪽 분위기가 나는 게이트네요?”

       

        – ㄹㅇㅋㅋ

        – 영화의 한 장면 같다

        – 와. 이래서 게이트 관광을 다녀오는 거구나

        – 라나님 게이트는 그냥 이세계였다면, 여긴 진짜 남미가면 볼 수 있을 것 같네.

        – ㅋㅋㅋㅋ

        – 캬!

        – 경치 좋다!

       

        이현의 말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답한다.

        나에게는 내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장소였으나, 인간들에게도 나름 인상적인 장소인 것 같았다.

       

        쿵! 쿵! 쿵!

       

        드드드드-!!

       

        쾅!

       

        “엇?! 몬스터 출현!”

       

        그 순간, 바닥에 늘어져 있던 돌덩어리와 나무 조각들, 진흙 따위가 뭉쳐지며 커다란 인간의 형상을 만든다.

        저것들이 바로 이 게이트에 존재하는 ‘골렘’이라는 것들이겠지?

        당연하게도, 이곳에서 저 ‘골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존재는 ‘도우미’ 외엔 없었다.

       

        – 워씨!

        – 깜짝이야

        – 와. 진짜 골렘!

        – 캬! 크다!

        – 파이팅!

        – 백익룡 파이팅!

       

        “…….”

       

        아, 시청자들도 눈치채지 못했겠군?

       

        “블레이즈. 시청자들이 네게 힘내라고 하는구나.”

       

        “하하. 힘이 나는군요.”

       

        쿵! 쿵! 쿵!

       

        블레이즈가 미소를 지으며 골렘들을 향해 다가간다.

        동시에 블레이즈의 몸 위로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힘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가볍게~!”

       

        비이이잉!!

       

        블레이즈가 뻗은 손가락 끝에서 압축된 빛이 쏘아진다.

        그리고 그렇게 쏘아진 빛은 강력한 에너지를 머금은 채 전방의 골렘을 꿰뚫었다.

       

        – ?

        – ??

        – ?

        – 내가 뭘 본 거지?

        – ??

        – ???

        – ?

        – ??????

       

        채팅창이 ‘???’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제대로 본 이들이 없는 모양이다.

       

        “다들 알겠지만, 블레이즈가 이룬 초월은 ‘빛’이란다.”

       

        정확히는 ‘포톤’이라고 부르는 ‘빛의 힘’이라고 들었지만…… 이 부분은 나도 자세히 모르니 설명할 수가 없다.

        남의 초월을 내 입을 말하는 것도 초월자의 예의는 아니고 말이다.

       

        내가 남편에게서 받은 ‘용금’을 통해 약화된 ‘금속 지배력’을 다루듯, 블레이즈는 자신의 초월을 이용해 ‘빛 지배력’을 다룬다.

        그리고 방금 블레이즈가 한 것은, 주변의 ‘빛 에너지’를 끌어모아 쏘아낸 것이었다.

       

        – 그게 되는 거였어요?

        – 헐

        – 완전 레이저네

        – 그런데 주변에서 모은 걸로 골렘을 한 방에 보낼 수 있나?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빛이라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다.”

       

        눈에 보이는 빛…… 그러니까 ‘가시광선’은 빛의 일부일 뿐이다.

        빛에는 ‘적외선’, ‘자외선’, ‘방사능’과 같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그리고 블레이즈가 다루는 ‘빛’은 그 모든 종류의 빛을 전부 포함한다.

       

        “방금은 가시광선만을 모은 것이 아니란다. 주변의 보이지 않는 빛을 모아 레이저로 쏘아 보낸 것이지.”

       

        – 헐

        – ㅎㄷㄷ

        – 그거 불가시 공격 아님?

        – ㅋㅋㅋㅋㅋ

        – 역시 라나님 아드님이시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

        – 역시 명불허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주는 사이에도, 블레이즈의 몸풀기는 계속되었다.

       

        “엽!”

       

        촤아악!

       

        블레이즈가 만든 빛의 칼날이 골렘들을 절단한다.

        절단된 골렘의 단면은, 강력한 에너지에 의해 녹아내린 흔적이 보였다.

       

        – 광선검?!

        – 포스가 함께하길!

        – 아닠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백익룡 포스!

        – 저거 오랜만에 보넼ㅋㅋㅋㅋ

       

        “타버려라!”

       

        번쩍!

       

        블레이즈의 몸이 환하게 빛나고, 그 빛을 통해 강렬한 방사선이 뿜어지며 전방의 모든 골렘들을 분쇄했다.

        

        – 저거 설마 그거임?

        – 와씨.

        – 뭔데?

        – 저거 뭐임?

        – 설마 지금 핵폭발 재현한 거야?

        – 와…..

        – 국소적 핵폭발?

       

        그렇게 우리는 멈추지 않은 채 게이트의 내부를 걸어갔다.

        물론 우리는 단순히 블레이즈의 몸풀기만을 위해 이 게이트에 온 것이 아니었다.

        블레이즈나 나나 각자의 목적이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없애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걸어가며 도우미 헌터의 설명을 들었다.

        이 게이트를 선행 정찰한 이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골렘 사원은 총 3층으로 이루어진 게이트입니다.”

       

        1층은 일반적인 몬스터가 존재하는 ‘필드형’ 게이트이며, 보다시피 정글이 우거진 곳이라고 한다.

        곳곳에 석재 구조물의 잔해가 존재하고, 그런 곳 주변으로 골렘이 존재한다고.

       

        “그렇게 골렘을 일정 수 이상 잡으면…….”

       

        쿠구구구구구구구궁!!

       

        도우미 헌터의 설명이 이어지던 와중, 어디선가 큰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가자, 그곳에선 사각뿔 형태의 커다란 구조물이 지상으로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피라미드?”

       

        – 남미 쪽 비슷하니까, 아즈텍 유적 같은데?

        – ㅋㅋㅋㅋㅋ

        – 피라미드라기엔 꼭대기가 없음

        – 저거 딱 지구라트 느낌인데?

        – ㅋㅋㅋ

        – ㄹㅇㅋㅋ

        – 오

        – 뭐야 뭐야?

       

        이현이 구조물을 바라보며 감탄한다.

        그리고 이현의 혼잣말에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대답한다.

       

        모두가 나무 사이로 솟아오른 커다란 구조물을 바라보는 사이, 도우미 헌터가 말을 이었다.

       

        “……보다시피, 다음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플로어 게이트가 나타납니다.”

       

        “그렇구나.”

       

        블레이즈가 몸풀기를 위해 골렘들을 사냥하는 사이, 어느새 다음 플로어 게이트가 나타날 조건을 완료한 모양이었다.

       

        – 아닠ㅋㅋㅋㅋ

        – 그런데 겨우 1시간 안 되게 지났는데?

        – 보통 A랭크 게이트 하나 공략하는데 일주일 잡지 않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 일주일은 최대고, 평균 3~4일 정도임

        – ㅋㅋㅋㅋㅋ

        – 골렘이면 상대하기 개 빡쎈데, 그걸 그냥 딸?깍으로 잡으시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몸풀기도 이만하면 되었고…… 다음은 어머니가 하실래요?”

       

        “흠. 그럴까?”

       

        때마침 블레이즈도 몸풀기를 완료한 모양이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도화를 제외한 나의 세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갸르츠와 울페, 자예가 결연한 얼굴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군주의 명. 따릅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주인님께 모든 영광을…….”

       

        나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의욕을 내는 수하들이다.

        ……이 아이들이 왜 이러지?

       

        ‘평소에는 안 이랬는데?’

       

        평소 안 그러던 아이들이 이러니, 조금 당황스럽다.

        아무래도 인간들이 방송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뭐, 적당히 하거라.”

       

        “네.”

       

        “네.”

       

        “알겠습니다.”

       

        전혀 내 말을 알아들은 기색이 아니었으나,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타일러봤자 적당히 할 기색은 아니었고, 여기서 괜히 이 아이들의 의욕을 꺾을 마음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그 순간 또 다른 골렘들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블레이즈가 뒤로 물러서고, 그곳으로 내 수하들이 대신 자리를 채운다.

       

        – 오

        – 드디어!

        – 전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 싸운다!

        – 이긴편! 우리 편!

        – 이겨라!

       

        시청자들의 응원과 함께, 내 수하들이 사냥에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글을 쓰고 깨달았는데, 지난주에 ‘이번주 토요일은 휴재입니다’라는 공지를 쓰는 것을 깜빡했더라고요.

    작가는 멍청이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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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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