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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2

       “제, 제가 이 사이에 끼어있어도 되는 건지…….”

        

       “여기 있겠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까 안심해. 오히려 주변에서는 고위 귀족으로 볼걸?”

        

       “그, 그러면 신분을 속이는 것이 되는 게—”

        

       “그저 옆에 있었을 뿐인데 누군가가 오해한다면 그건 그 오해한 인간 잘못이지.”

        

       우리 근처에서 불안하다는 듯 서 있는 릴리 베이커를 향해 몇 마디 해주었다. 사실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해도 되겠지만…… 릴리와 이렇게까지 친근하게 말을 섞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으니까.

        

       물론 나는 아직도 제국의 이인자, 황녀의 입장이었고, 릴리는 조금 잘 사는 평민의 위치에 있었지만, 아카데미 4학년을 기점으로 외부 활동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며 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나였기에, 릴리의 아버지는 몇 번 만나본 적 있다. 주로 무기 판매 관련한 일이었는데, 황실에 아주 좋은 연줄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 아저씨는 나를 만날 때마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럴만도 하지. 내가 과거에 입었던 강화복의 개선판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으니까.

        

       그때는 전투용으로 입었지만, 사실 활용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활용 범위가 무한하다. 주로 나를 통해서 퍼져나간 소문 때문인지, 벌써 귀족가에서 문의가 들어오는 모양이다. 종종 혈족 간 결혼을 너무 과하게 한 귀족가 아이 중에서는 신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곳에 보조용으로 쓸 수 있는가에 대한 문의인 모양이다.

        

       그 외에도 공장이나 건설 현장 같은 데서도 문의가 들어오는 모양이고.

        

       개발자인 브라우닝도 신이 난 모양이고, 라이센스 계약도 원만하게 이루어진 데다가 가장 먼저 공급받는 쪽이 제국군이 되었으니, 그 이야기의 중심이 된 나를 볼 때마다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네 친구도 전부 이 근처에 있잖아.”

        

       “그건 제가 여기 있어서 자연스럽게 제 근처로 모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연하지만, 여기 방문한 평민반 아이는 릴리뿐만이 아니다.

        

       아카데미 4년을 보내고 졸업하는 순간까지 인종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로티에게 말을 걸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같은 반의 절반 이상은 로티와 그럭저럭 친하게 지냈다는 모양이다.

        

       주로 로티와 내가 친분이 있다는 점, 그리고 로티의 연인이 린드버러의 공자라는 점이 피부색으로 인한 감점 요소를 모조리 지워버리고도 위로 치솟는 가산점 요소였다는 것 같다.

        

       물론 로티는 그렇게까지 미련한 사람은 아니라, 정말로 그런 신분적인 부분만 보고 말을 거는 아이와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거는 아이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결혼식에 초대받은 아이들은 모두 그런 아이들 뿐이었다.

        

       그런 평민반 아이들이 우리 근처에 모이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대부분 릴리보다 더 늦게 결혼식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사는 집안의 아이들이라도 결국 평민. 귀족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곳 한가운데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죽을 맛이리라. 그래서 최대한 늦게, 하지만 예식이 시작하기는 전의 시간에 적당히 맞춰 온 아이들이 많았고, 그 결과 제일 먼저 와 그나마 면식이 있는 우리 근처에 붙어있던 릴리의 주변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릴리만 알아보고 빠르게 다가오다가 그 옆에 있는 존재가 무려 즉위한 지 2주일이 채 되지 않은 황제와 그 이인자라는 것을 알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물론 그사이에 귀족반에 있던 아이들도 와서 인사를 나누고 갔고, 고위 귀족 중 일부도 우리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갔다. 그때마다 평민반 출신 애들은 모두 사색이 되었다.

        

       “다들 너무 긴장한다니까.”

        

       “아니, 긴장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중얼거림에 레오가 딴지를 걸었다.

        

       “아, 이제 곧 시작할 시간이다. 가서 자리 잡을까?”

        

       클레어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그렇게 물었다.

        

       “그럼 그렇게 할까?”

        

       내가 일행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평민반 출신 애들이 눈에 띄게 안심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보여서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꾹 참았다.

        

       *

        

       결혼식은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로티는 사실 소박한 결혼식을 원하는 눈치였다. 원래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결혼식 손님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올 손님들의 대부분은 제이크의 손님들이다. 로티의 어머니의 친척 들은 거의 대부분 그녀가 어렸던 시절에 돌아가셨고, 남아있던 친척 일부는 서로 연락이 닿지 않게 되어버렸다고 했다. 애초에 고향 자체가 너무 먼데다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도 않아서 찾을 방법도 없다는 모양이다.

        

       아무리 평민이라도 자존심은 있다. 자기 결혼식에 자기 손님이 없다고 한다면 속상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린드버러 공작가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로티와 제이크의 결혼이 작게 치러진다면 다른 귀족들은 로티의 존재에 대해서 수상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는 린드버러 가문에서 이 결혼식을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린드버러 입장에서 그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로티는 ‘황가’와 인연이 닿아있는 기사.

        

       그런 이와 아들이 결혼하는 것을 숨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린드버러 가문에서는 로티의 신분을 높이 사고 있으며, 린드버러 공작가의 적통과 결혼하는 것을 당당하게 여긴다고 공표해야 했다.

        

       그 이야기는 식민지 사람들한테도 퍼져야 했고.

        

       제이크도 웬만하면 로티의 마음을 따라주고 싶어 했지만, 결국 아버지의 주장을 꺾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전부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심지어 차기 왕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교육받고 있다던 샤를로트도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레나도 결혼식 직전에야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신부 측 참석자로 참석했다. 제이크도 우리 이야기를 듣고는 고맙다고 했고. 린드버러 입장에서도 좋은 결정이라나.

        

       “와…….”

        

       저 멀리서 버진 로드를 걸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레나가 작게 탄성을 질렀다.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 로티의 저 복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아니, 다시 보면 앉아있는 여성들 모두가 로티를 보며 그렇게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뭐, 입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예쁘니까.

        

       어쩌면 나도 무의식적으로 탄성을 질렀을지도 모르지.

        

       세계관을 일본 제작사에서 짰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 시대 배경 때문인지, 나오는 음악은 내가 알고 있는 결혼식 음악은 아니었지만, 여러 현악기의 연주가 어우러진 풍성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음악은 오히려 신선해서 좋았다.

        

       손을 들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저 멀리서 걸어오던 로티의 시선이 우리 쪽을 향했다. 누군가를 찾는 듯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나와 앨리스 사이에 앉아있는 자기 어머니에게 다 멈췄다.

        

       조금 긴장한 듯 굳어져 있던 로티의 얼굴에 천천히, 그리고 환하게 웃음꽃이 피었다.

        

       그런 신부의 시선을 따라 이쪽으로 눈을 돌린 제이크도 가볍게 웃어 보였다. 나는 두 사람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주었다.

        

       먼저 걷는 꼬마 들러리들이 뿌리는 꽃잎 위로, 오늘 부부가 될 두 남녀가 천천히 걸어왔다.

        

       함께 걷는 두 남녀의 사이에 더 이상 금단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평생 함께 걸어갈, 행복한 부부가 있었을 뿐이다.

        

       *

        

       “코가 시큰거려.”

        

       앨리스는 콧잔등을 꾹 누르면서 말했다.

        

       “울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애쓰는 것 같던데.”

        

       “시끄러워.”

        

       내 말에 앨리스가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자, 그럼. 기왕 이렇게 모였는데 다 같이 이야기라도 조금 나누기로 하죠. 아무래도 로티와 제이크를 기다리려면 한참 걸릴 것 같으니까요.”

        

       결혼식은 린드버러 영지에서 열렸다. 남대륙 쪽에 있는 곳 말고, 원래 린드버러 땅이던 북 대륙 쪽에서.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는 방이 제공되었다. 물론 린드버러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손님들에 한한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린드버러에서 신경 써야 할 손님들이었다.

        

       평민 반 아이들은 로티가 미리 따로 손을 써둔 곳에서 머물기로 한 모양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직은 신분제가 너무나 확실한 시대였기에 그런 조치를 평민반 아이들이 기분 나쁘게 여기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고마워했다나.

        

       그래도 잡은 곳이 좋은 곳이기는 했다지만.

        

       “……오늘은 술은 마시지 않을 거예요.”

        

       1학년 문화제 때의 참상을 떠올렸는지, 소피아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날을 겪었으니, 누가 마시자고 해도 마시지 않을걸.”

        

       이제는 황제가 된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나를 포함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홍차와 술을 반반 비율로 섞어 마시는 일은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다.

        

       —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모여 앉아 조용히 대화하던 방에, 제이크가 양손에 술병을 가득 들고 방문할 때까지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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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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