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2

        인간들이 피라미드라고 부르는 구조물의 내부로 들어섰다.

        가장 앞에 선 이들은 갸르츠와 울페였고, 그 뒤로 나를 비롯한 이들이 나아간다.

       

        “자예야.”

       

        “네.”

       

        “넌 앞장서지 않아도 괜찮으냐?”

       

        나는 내 옆에 선 자예에게 물었다.

        갸르츠와 울페는 저렇게 신나 하며 앞장서고 있는데, 자예는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런 내 의문에, 자예가 답했다.

       

        “제 의무는 주인님을 보필하는 것입니다.”

       

        싸우는 것은 기사들의 몫.

        시종인 자기 역할은 주인님을 불편함 없이 모시는 것.

        ……그렇게 주장한 자예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런 땀내 나는 짐승들과 똑같이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

       

        가끔 생각하는데, 자예는 본인도 ‘짐승’이라는 것을 망각할 때가 있다.

        조그마한 여우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그런데 구미호도 동물 아님?

        – 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 기 싸움 뭔뎈ㅋㅋㅋ

        – 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플로어 게이트’를 나아갔다.

        그렇게 좁은(내 본체 기준으로 좁은, 인간 기준으로는 나름 널찍했다.) 통로를 나아가던 중, 나는 내 옆을 걸어가고 있던 이현에게 물었다.

       

        “아이야.”

       

        “……네? 저, 저요?”

       

        “그래.”

       

        습관처럼 ‘아이’라고 지칭해 버렸기 때문일까?

        이현은 조금 늦게 내 말에 반응했다.

       

        ‘이런. 실수했군.’

       

        여기에 있는 이들은 전부 나보다 ‘어린아이들’이다.

        그렇기에 내가 ‘아이야’라고 지칭해 버리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아이’라고 지칭할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름’을 지칭했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죠? 어머니?”

       

        “호오. 내 생각을 예측했구나.”

       

        나는 블레이즈의 예측에 감탄했다.

        역시 내 아들이기 때문일까? 내 생각을 저렇게 빠르게 예측하다니.

       

        – 아닠ㅋㅋㅋㅋ

        – 왜 생각이 저렇게 흘러가는뎈ㅋㅋㅋㅋ

        – 앜ㅋㅋㅋ

        – 맞짘ㅋㅋㅋㅋ 여기서 라나님보다 나이 든 사람이 없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최고 연장자님ㅋㅋㅋㅋㅋㅋ

       

        “아하하. 괜찮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장 어린 것은 맞으니까요.”

       

        그렇다.

        놀랍게도, 이현은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가장 ‘어린 인간’이었다.

       

        현재 우리 일행에 속해 있는 이들 중, 시청자들을 제외한 인간들은 ‘이현’과 ‘협회원’의 두 명뿐이었다.

        그리고 협회원은 이현보다 훨씬 나이가 든 인간이었다.

        즉, 이현이 가장 어린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왜 부르셨나요?”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단다.”

       

        – 오?

        – 라나님이 질문하신다고?!

        – 오메

        – ㅋㅋㅋㅋㅋ

        – 라나님의 질문!

        – 할모니 질문하신다!

       

        채팅창이 시끌벅적하다.

        내 의도대로 시청자들이 흥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이현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이 ‘플로어 게이트’라는 곳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구나.”

       

        “……네?”

       

        내 질문에 이현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의문을 담아 나에게 되물었다.

       

        “어…… 플로어 게이트는 라그나 님 게이트에도 있지 않나요?”

       

        그렇다.

        이현의 말대로, 플로어 게이트는 내 게이트 안에도 존재한다.

        단순히 ‘플로어 게이트’라는 것을 조사한다면, 내 게이트에 존재하는 플로어 게이트를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너희 인간들이 바라보는 플로어 게이트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이다.”

       

        “아…….”

       

        누누이 말하지만 드래곤인 나와 인간들 사이엔 어쩔 수 없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마그마’란 그저 뜨끈한 온천에 불과하지만 인간에겐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인 것처럼 말이다.

       

        또한 나는 단순히 ‘방송각’을 위해 질문한 것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하려는 이유도 있으나, 나 역시 저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내 아들과 함께 헌터 생활하는 아이가 함께 있으니…… 한번 물어보고 싶었단다.”

       

        “그렇군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현이 잠시 생각에 잠긴다.

        허공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정리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플로어 게이트는 말 그대로 게이트 내부에서 계층과 계층을 이어 주는 통로입니다.”

       

        인간들이 말하는 ‘게이트’는 보통 하나의 세상만을 가진다.

        하지만 그중에서 등급이 높은 게이트엔 ‘계층’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C랭크부터 계층이 나뉘기 시작하죠.”

       

        그리고 게이트는 그 계층에 따라 몬스터의 등급이나 함정과 같은 부분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게다가 등급이 높아질수록 계층의 개수가 늘어나기에, 인간들은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계층의 유무와 개수까지 파악해 게이트의 등급을 결정한다고 한다.

       

        “물론 모든 C랭크 이상의 게이트들이 계층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나타났던 A랭크 게이트인 ‘바이킹 던전’이 있겠군요.”

       

        – 아.

        – 바이킹 던전은 인정이지

        – ㅋㅋㅋㅋ

        – 진짜 바이킹들이 몬스터로 등장하는ㅋㅋㅋㅋ

        – 거인 바이킹!

       

        내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3년 전에 영국에서 나타난 A랭크 게이트인 ‘바이킹 던전’.

        그때의 일화를 꺼내며, 이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게이트는 A랭크 게이트였는데도 계층이 하나였습니다.”

       

        “……그게 엄청 넓은 바다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렇지.”

       

        블레이즈의 말에 이현이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드넓은 바다로 이루어진 환경 때문에, 그때 영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바이킹 던전’을 제대로 클리어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국에 헌터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에게도 A랭크 이상의 헌터들은 존재했고, 심지어 S랭크 이상의 헌터들도 존재했다.

        다만 그들 중 ‘바다’라는 환경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이들이 없었을 뿐이었다.

       

        “결국 다른 나라에 지원요청이 들어갔고, 저와 이놈이 함께 날아갔죠.”

       

        그리고 그곳에서 ‘거인’으로 이루어진 ‘바이킹 해적’들과 사투를 벌여 게이트를 클리어했다고 한다.

        그때를 떠올리는 이현과 블레이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때 생각하면 진짜…….”

       

        “후우~!”

       

        “???”

       

        이현은 그렇다 치고, 블레이즈가 저렇게 식겁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도대체 그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초월자인 블레이즈가 저렇게 식겁하는 것일까?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

        – 왜 저러냨ㅋㅋㅋㅋㅋ

        – 표정 너무 웃김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웃기만 할 뿐, 그들 중 이현과 블레이즈가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아는 이들은 없었다.

       

        아무튼 내가 의아해하는 사이.

        이현은 작게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간에…… 제가 생각하는 플로어 게이트는 그 정도가 다입니다. 더 정확히 아시고 싶다면, 전문가나 인터넷 검색이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렇구나.”

       

        이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이현이 모든 인간들을 대표하여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내 아들과 함께 수많은 던전을 돌아다닌 ‘헌터’다.

        그런 그의 판단이라면, 그래도 대부분의 인간들이 플로어 게이트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이건 왜 물으셨나요?”

       

        “아, 별건 아니란다.”

       

        이현의 질문에, 나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이 플로어 게이트가, 사실은 플로어 게이트가 아니기 때문이지.”

       

        “……네?”

       

        이현과 협회원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침내 우리는 통로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어?”

       

        “어어어?!”

       

        이현과 협회원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왜냐하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전까지 보았던 ‘골렘’의 형태를 크게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전에 보았던 ‘골렘’의 몸체를 이룬 것은 자연상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가공된 석재가 아닌, 그저 울퉁불퉁한 형태의 돌들이 모여 만들어진 ‘스톤 골렘’.

        진흙이 여러 분순물과 함께 뭉쳐진 ‘머드 골렘’.

        ……과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들은 그런 조잡한 장난감과는 조금 달랐다.

       

        척! 척! 척! 척!

       

        쿵! 쿵!

       

        – 뭐임?

        – ????

        – 어?

        – ??????

        – ?

        – ??

        – ?

        – 헐?

       

        제대로 된 금속을 제련해, 그것으로 정밀하게 가공하여 만들어낸 ‘강철 인형’.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언 골렘’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골렘’이라기엔 명백하게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진 흔적이 보이는 ‘인형들’.

        그것들이 수십만 개 이상이 모여 거대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흠……. 골렘이라기엔 정교하고, 안드로이드라고 부르기엔 조잡하구나.”

       

        “인간들은 저걸 오토마톤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렇더냐?”

       

        블레이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수천만 개 이상의 ‘인간형 오토마톤’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갸르츠. 울페. 둘이서 충분하겠느냐?”

       

        저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갸르츠는 자예와 함께 내 권속들 중 나 다음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권속이다.

        내 기사단의 단장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울페 역시 겨우 저 정도 장난감에 당할 기사는 아니다.

        비록 갸르츠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저런 장난감에 당할 정도로 약한 이는 내 기사가 될 수 없으니까.

       

        갸르츠와 울페 둘만으로도 저 장난감들을 상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방송 종료까지 3시간 정도밖에 안 남았다.”

       

        그렇다.

        아무리 저들이 저 인형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겨우 3시간 만에 저들을 전부 상대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적어도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까지는 마치고 방송을 종료해야 하지 않겠느냐?”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맞냨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갸르츠와 울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충성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 주군의 명령. 따릅니다.

       

        = 맡겨 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둘은, 단숨에 인형들 사이로 달려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냥자냥자가 와써여!!

    휴방이 끝나써여!!!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