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32

        

       조부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조부를 보고 주춤대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외의 사람은 처음으로 만나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가…”

         

       “그렇습니다. 제 자식이지요.”

         

       “허어…그래. 장성했구나. 장성했어…허허…”

         

       조부와 나 그리고 부모님까지 한 방에 네 사람이 둘러앉았다.

         

       “요새 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길래 노파심에 한 번 들렸다. 그래. 빈틈없이 정비를 한 모습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구나.”

         

       어머니가 어두운 안색으로 물었다.

         

       “아버지는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까…”

         

       조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무거워졌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지 않습니까.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났으니까요. 십 년 하고도 절반 가까이 지났으니 이제 아버지께서도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셨겠지요.”

         

       “그래. 그렇겠지. 버틴 세월에 비하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 않느냐.”

         

       “예.”

         

       “허허. 그래. 석문을 여는 장치는 참으로 교묘하더구나. 그 조그만 바늘을 찾느냐고 꽤 고생했지 뭐냐. 어찌나 석벽을 더듬었는지 허허, 자국이 남지 않았나 걱정이 된다.”

         

       “하하하하. 아버지께 배운 진법이 잘 통해서 다행이군요.”

         

       “뭐라고? 이놈! 아직 멀었다!”

         

       “하하하하!”

         

       분위기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모두 외조부에 대한 주제는 미루어 두고 내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박웃음을 터트리셨다.

         

       내 가족은 딱 봐도 사연이 많은 가족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가족과 다르지 않게 할아버지는 손주인 나를 귀여워 해 주셨다.

         

       처음에야 데면데면하게 굴었지만 나는 금방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제외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내 시선에서 보면 할아버지는 그저 손주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 근엄한 척을 할 뿐인 목석 같은 분이었지만 그런 어설픈 할아버지의 행동조차 그 당시의 나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아무튼 할아버지는 나와 있는 것 자체에 만족하셨고 나 역시 할아버지라는 사람을 접한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이별은 빨랐다.

         

       다음 날 할아버지는 돌아가야 한다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가셔야 돼요?”

         

       “허허. 그래. 나도 아쉽지만…사정이 허락지 않는구나.”

         

       할아버지는 그렇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아쉬운 눈빛 남기며 돌아가셨다.

         

       “언제쯤 바깥에 나갈 수 있을까요?”

         

       그 뒤로 내 마음속에는 본격적으로 바깥에 대한 호기심이 싹텄다. 가끔 아버지가 바깥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것을 보며 바깥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내 흥미를 그리 자극하지는 못했다.

         

       이 진법 속에서는 큰 동물은커녕 작은 동물조차도 없었고, 있는 거라고는 작은 벌레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의 내 놀이 상대라고는 어머니와 아버지 뿐이었으니 바깥은 그냥 그런 곳이 있나 보다 싶은 정도의 인식뿐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이 집에 방문하며 어린 나는 바깥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관심을 가졌다.

         

       아버지의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어머니의 아버지나 어머니의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이런 상상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복잡한 얼굴로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그래, 천안아. 키가 나보다 커지고 아버지처럼 수염도 나기 시작하면 바깥에 데려다주마.”

         

       “정말이죠?”

         

       “그럼. 이 아비가 언제 거짓을 말하는 것을 보았더냐.”

         

       성년.

         

       그 당시의 나는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를 두고 무슨 일을 꾸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 완성이 내가 성년이 됨과 동시에 끝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꾸준히 제단에서 낮잠을 자왔던 것과 관련이 있는 일.

         

       정황상 지금의 내가 고생했던 원인인 [잡혈]을 만들어낸 이들이 내 부모님인 것이 유력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나는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내 기억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이 세사람이 나를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깥에 대한 호기심을 품은 생활이 며칠이나 지났을까.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셋이서 오순도순 텃밭을 가꾸고 있을 때.

         

       돌연 진법의 문이 열렸다.

         

       나는 할아버지가 다시 오신 줄 알고 웃으며 벌떡 일어섰지만.

         

       진법으로 들어선 사람은 조부도 아니었고 한 사람도 아니었다.

         

       복면을 쓴 여러 명의 고수들.

         

       그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고 진법 안으로 난입했다. 그들이 풍기는 살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쳤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재빨리 나를 등 뒤에 숨겼다.

         

       그리고 그들 뒤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오래간만이구나.”

         

       “….아버지!”

         

       외조부의 등장이었다.

         

       붉은 도포를 입은 외조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숨어 살 수 있다고 여겼느냐? 어리석은 놈들! 감히 내 대업을 십오 년이나 방해해?”

         

       “제 아이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외손주이기도 하고요! 어찌 그런 악독한 짓을 하려 하십니까!”

         

       “닥쳐라! 짐승도 키워 준 은혜를 알고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거늘! 감히 이 아버지를 배신하다니! 대업을 방해하려고 하는 자식은 자식이 아니다! 뭣들 하느냐! 모두 제압해라!”

         

       네 명의 고수들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검강이 이글거리는 것이 못해도 초절정의 고수들. 그런 고수들을 상대로 부모님은 응수했지만 수적 우위는 물론이고 변변한 무기 하나 들고 있지 않은 상태로 급습당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버지의 검술이 꽤 신묘하긴 했지만 나뭇가지로 검강을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검은 금속으로 만들어진다.

         

       검의 맥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금속의 맥을 이해한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형태를 띄고 있더라도 목검은 검이 아니다.

         

       목검에 검강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나무의 맥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못해도 수년간 동고동락해온 검의 맥을 간신히 이해해 강기를 불어 넣는 것이 초절정이라는 경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무에 강기를 넣는 것은 그야말로 일반적인 초절정의 경지를 한참이나 넘어선 별격의 경지였으니까.

         

       복면을 쓴 고수들은 전투 끝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제압했다.

         

       외조부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걸어가 아버지를 걷어찼다.

         

       “윽!”

         

       그 모습을 본 내가 반사적으로 튀어나갔다.

         

       “우리 아버지 괴롭히지 마! 이 나쁜 놈아!”

         

       물론 내 발악은 가볍게 복면 쓴 무사 한 사람에게 막혔지만. 당연하지만 상대는 초절정 이상의 고수였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 초절정 고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호오. 네가 바로.”

         

       외조부는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미 초절정 고수의 손에서 몸을 빼느라고 온갖 발악을 다 하느냐고 지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네 외조부 되는 사람이다.”

         

       “거짓말 하지마! 어머니랑 아버지를 풀어 줘!”

         

       “크크. 그럴 수는 없지. 네 어머니랑 네 아비는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거든. 잘못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네 어미에게 배우지 못했느냐?”

         

       나를 비웃는 외조부의 시선에 온몸을 들썩거리며 발악을 했지만 초절정 고수가 손으로 짓누르는데 어디 빠져나갈 수 있었겠는가.

         

       “사람은 응당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그럼 이건 어떠냐? 네가 죗값을 대신 치르겠다면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풀어 주겠다.”

         

       “안 된다 천안아!”

         

       외조부가 아버지의 외침에 신경질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붉은 강기가 아버지의 어깨를 관통했다.

         

       “윽!”

         

       강기에 어깨를 관통당한 아버지가 외마디 내질렀다. 아버지는 입술을 깨물며 통증을 참고는 고개를 흔들었지만 나는 아버지의 어깨에서 철철 흘러내리는 피에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할게요! 할테니까!”

         

       “크크크, 크하하하하! 그래 잘 생각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날 애타게 불렀지만 두 사람은 아혈이 봉인되어 말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낮잠을 자던 제단은 마당으로 끄집어내지고 외조부는 나를 그 제단에 눕힌 뒤에 이런 저런 의식를 치렀다.

         

       그리고 그 의식은 아주 고통스러웠다.

         

       “으윽!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방 안에 갇힌 아버지와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신음을 참으려 해 봤지만 성년도 되지 않은 아이가 버틸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연놈들! 의도적으로 탁기(濁氣)를 만들어 이 몸을 오염시켜 놓다니! 하마터면 이 천고의 신체가 평범한 신체 그 이하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니! 한 해, 아니 몇 달만 지체했더라도 돌이킬 수 없었겠군! 이 씹어 먹을 자식들…!”

         

       “아버지랑…어머니를…놔둬…!”

         

       고통 때문에 의식이 아득할 정도였지만 나는 그래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지키고 싶었다. 내 중얼거림을 들은 외조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대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흥, 그래도 내 핏줄이라고 정신력은 쓸만하구나. 네 아비와 어미를 구하고 싶다면 어디 버텨 보거라.”

         

       매일매일.

         

       혈관을 중심으로 온 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비명을 지르고 악을 질렀다.

         

       기절도 쉬이 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포기할거냐? 네 아비와 어미를 구해야지.”

         

       그런 말을 하면서 나를 자극하는 외조부가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육체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될 것이 아니로군. 후, 어쩔 수 없지.”

         

       그때부터였을까.

         

       생생하게 전달되던 과거의 내 감정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마치 나라는 사람의 자아가 죽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절절하게 전달되는 감정 대신 지금의 나에게 전달되는 것은 그저 정보뿐이었다.

         

       “상체를 일으켜라.”

         

       그 당시의 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인형에 가까웠다. 그저 외조부가 말하는 간단한 명령을 기계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인형.

         

       나는 더 이상 제단에 묶여 있지도 않았다. 외조부의 말만 들으면 그대로 실행하는 인형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쯧, 이 정도가 여기서 한계인가.”

         

       나에게 무언가 계속 의식을 벌이던 외조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제 이지를 거의 다 날려버렸으니 조금만 더 작업한다면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겠군.”

         

       그러면서도 못마땅하다는 듯이 부모님이 갇혀 있는 방을 바라보는 외조부.

         

       “저 년놈들 때문에 대업이 대체 몇 년이 지체될지!”

         

       꿈틀.

         

       내 몸이 반응했다. 부모님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일까.

         

       내 반응을 본 외조부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후, 참자 잠아. 한순간의 감정에 대업을 그르쳐서야 되겠는가. 이 녀석에게 온전히 목줄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 때였다.

         

       진법의 문이 열렸다.

         

       네 명의 고수와 외조부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놈들!”

         

       입구에는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단번에 검을 뽑아든 할아버지에게서는 엄청난 경력이 뿜어졌다. 그 당시의 기감이 막혀 있던 나는 그 경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초절정 이상으로 보이는 네 사람의 몸이 일제히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것을 보며 그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천안아!”

         

       할아버지가 제단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 애타는 목소리로 불렀지만 나는 멍하니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할아버지의 시선은 곧바로 외조부에게 향했다.

         

       “어찌….어찌 이런 악독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느냐! 네 외손주다! 저 아이는 네 외손주라고!”

         

       “그러니 외조부의 말을 잘 들어야지.”

         

       “이노오오오옴!!”

         

       기감이 없을지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할아버지의 기운이 뿜어지는 것과 동시에 외조부의 몸에서도 붉은 것들이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외조부의 손끝에 모여드는 것은 강기가 아니라…피였다.

         

       혈교.

         

       내 외가의 출신은 혈교임이 분명해졌다.

         

       어머니가 내 출혈을 순식간에 잡았던 것, 그리고 여태동안 나에게 의식을 치르며 보여준 사특한 수법 등. 거의 심적으로는 혈교 집안인 것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결정적인 물증이 드러난 셈이었다.

         

       살아있는 뱀처럼 기묘막측한 움직임을 보이는 핏물들이 흩뿌려지고 조부의 검강이 그런 핏물들을 베어냈다.

         

       조부의 검에 튕겨나간 핏방울들이 진법의 외벽을 이루고 있는 바위를 벌집으로 만들 정도였다.

         

       초절정 고수들이 흩날리는 핏방울이나 조부가 흩뿌리는 강기의 편린조차도 감당할 수 없어 분분히 물러설 정도의 대결이 펼쳐졌다.

         

       그런 대결의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내가 용케도 무사하다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두 사람의 마음과 목적은 다를 테지만 결국 지금 두 사람의 싸움은 나 때문이었으니까.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힘의 충돌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내가 있는 제단에는 아무런 여파가 오지 않는 기묘한 대결.

         

       그 대결에서 밀리는 것은 외조부였다. 외조부는 붉은 핏방울을 다채롭게 뿌리거나 조종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거듭했지만 할아버지에게는 그 수가 통하지 않았다.

         

       조부와 외조부는 경지는 비슷할지 몰랐지만, 무인으로서 쌓아온 무(武)의 격이 달랐다.

         

       외조부는 대결에서 점차 밀리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 놈을 데리고 와라!”

         

       아버지.

         

       외조부는 아버지를 인질로 잡고자 했고 그 의도를 읽은 조부가 무인들에게 각자 견제를 넣었지만 외조부를 상대하면서 네 명의 초정절을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제압당한 아버지가 방 바깥으로 끌려나왔고 목에 도가 드리워졌다.

         

       “꼼짝하지 마라! 허튼 짓을 한다면 바로 이 자의 목을 베겠다!”

         

       할아버지의 검이 멈칫했다.

         

       …현경 고수들의 대결에서 보이기에는 너무 큰 빈틈이었다.

         

       외조부의 핏줄기가 쏘아졌고 할아버지는 어떻게들 몸을 비틀어 급소는 피했지만 핏줄기에 옆구리를 관통당할 수밖에 없었다. 부상을 입은 할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무릎이 휘청였다.

         

       “…쓰레기 같은 놈!”

         

       외조부는 그래도 지금 상황에 수치심을 느끼는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이를 악물었다.

         

       “닥쳐라! 네 아들놈을 살리고 싶다면….”

         

       콰직!!

         

       외조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줄기 핏물이 내 아버지의 목에 검을 드리우고 있던 무인의 이마를 뚫고 나왔다.

         

       …아마도 어머니의 재주겠지.

         

       어떻게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압된 점혈을 풀어낸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곧바로 아버지의 등을 두드리며 혈을 풀었고 아버지는 비틀거리며 죽은 자가 흘린 도를 주워들었다.

         

       “막아!”

         

       그야말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외조부의 외침에 정지되었던 시간이 풀리는 것 마냥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빈말로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애초에 오랜 기간 감금당해 있던 두 분이었으니까.

         

       두 분은 세 무인들에게 속절없이 밀렸다.

         

       그리고 본인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나를 불렀다.

         

       “천안아! 천안아!”

         

       “도망치거라! 천안아!”

         

       …기억 속의 나는 이미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내가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처절하게 부르짖던 도망치라는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는 점이었다.

         

       할아버지가 들어온 석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나는 제단에서 내려와 그쪽을 향해 움직였다.

         

       “막아! 멈춰라! 이놈! 멈춰라!”

         

       “어림도 없다!”

         

       외조부가 어떻게든 날 멈추게 하기 위해 연신 소리를 치고 앞을 막아서려 했지만 할아버지가 외조부를 강맹하게 몰아치며 길을 열었다. 격렬한 움직임에 할아버지의 옆구리에서 피가 왈칵 터졌다.

         

       “크윽! 도망쳐라! 천안아!”

         

       구하고자 하는 부모님과 멀어지는 길이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할아버지까지 위기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내가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지시한 내용을 수행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진법의 바깥으로 도망쳤다.

         

       꿈을 꾸던 첫 날.

         

       그때와 같은 숲을 달리는 기억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게 어린 시절 호천안의 기억의 끝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4분 늦었네요.

    죄송합니닷!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